“더 많은 진창을! 더 많은 살점을! 더욱 썩혀라! 더! 더! 더!” 너글의 그레이트 언클린 원이자 일곱 번째 저택의 일곱 번째 군주, 너글의 총애를 가장 많이 받는 역병의 아버지 쿠가스의 상서로운 신하라 불리는 셉티쿠스 세븐이 외쳤다.


아니면 셉티쿠스가 스스로 그렇게 부르는 걸 수도 있다. 오늘은 상서로운 날이 아니었다. 영광스럽고도, 명예에 부풀어 고귀하시지만, 즐거우셨던 적이 없던 쿠가스는 더욱 실망하셔서 기분은 추악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눈알과 간, 내장과 곤죽. 더 많은 절망을! 더 많은 고통을! 더 많은 슬픔을! 빨리, 빨리, 빨리!” 셉티쿠스는 역병 공장에서 일하는 일꾼들을 향해 허식을 떨며 외쳤다.


“우리 역병의 아버지께서 슬퍼하시는 게 보이지 않느냐. 이런 고통을 겪도록 하지 마라!” 셉티쿠스는 자신의 축 늘어진 팔을 들어 가리켰다. “우시는 모습이 보이지 않냐는 말이다!”


그리 솔직하지는 않은 말이었다. 역병의 아버지 쿠가스는 늘 슬픔에 잠겨 있기 때문이다. 그는 높은 곳에서 부관을 노려보았다. 쿠가스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나무 주걱을 너글의 가마솥 안으로 밀어넣고, 서글프게 들여다보더니 뒤로 젖혀 앉아 슬픈 탄식을 내뱉었다. 병든 듯한 녹빛이 썩어가는 얼굴을 비추며 상처와 엄니를 끔찍한 각도로 강조해 더욱 흉측하게 보였지만, 그것조차도 그를 격려할 수 없었다. 쿠가스는 비탄에 잠겨 몸을 웅크리고, 벗겨진 어깨는 공장 지붕에 지붕의 부서진 모서리에 쓸려 나갔다. 하늘에서 퍼붓는 빗줄기가 그의 기름진 살갗 위로 거세게 쏟아져 내렸다. 너무나 거대한 쿠가스의 모습은 다른 하수인들과 강력한 셉티쿠스마저 아래로 덮을 정도였다.


쿠가스의 침울한 기분이 자신의 악마 군대의 기세를 꺾을 수 없겠지만, 그는 한없는 원통에 빠져 있었다. 비탄은 동료를 좋아하지만, 자신에겐 그조차 없었다. 활기찬 노동의 소음이 역병 공장을 가득 채웠다. 악마의 환희가 모두의 귀를 광란의 웃음소리로 뒤흔들었다. 너글링들은 일하는 도중에도 키득거리고, 플레이그베어러 무리들은 웅얼거리면서 수많은 악마 진드기, 죽음의 세균, 신선한 질병, 초자연적인 독기, 파리, 기생충과 희뿌연 눈으로 보이는 모든 것을 세고 있었다. 모두들 지겨울 정도로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역병공장으로 되어버린 의료시설의 흔적은 거의 남아있지도 않았다. 바닥은 가장 낮은 지하실까지 주저앉고, 지붕은 부숴져 오염된 하늘을 드러냈다. 하얗던 벽에는 검은 점액이 흐르고, 무너져 내린 락크리트에는 이끼, 곰팡이, 누런 잡초가 가득 폈다. 낙엽더미에는 녹슨 병원 침대가 나뒹굴며, 유리 찬장 너머로는 끈적거리는 잎사귀들이 보였다. 바닥에 깔린 진흙탕 속에서 뼈들이 반짝였다. 이 잔해들만이 의료 시설의 장비와 환자들이 남긴 전부였다. 다른 모든 것들은 카오스 속으로 가라앉았기에. 이악스는 너글의 정원이 워프에서 쏟아져 나온 생지옥이라 할 수 있었다. 병원 담장 너머로는 하이시안 늪지대가 기이한 생명체들이 헤엄치며 악취를 풍기는 수렁으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부패는 매일 물결을 따라 퍼져 나가면서 온 행성을 병들이고, 사람들은 너글의 선물을 누렸다.


악마들은 도착하자마자 병원을 파괴하고, 자신들의 계획대로 오염시키고 타락시켜 치료의 장소를 질병의 제조소로 만들어버렸다. 너글의 가마솥이 병원을 장악했다. 가마솥은 어떤식으로든 물질계와 연결점이 없고, 역병 군대가 도착한 후로는 크기가 불어 있었다. 가마솥의 크기를 감당하기 위해 내부 벽은 대부분 뜯겨 나가고, 외벽에는 거대한 균열이 갈라져 있었다. 죽어가는 이악스의 초목에서 뜯어낸 젖은 통나무에 붙은 불은 칙칙대며 천천히 가마솥을 달궜다. 유독한 증기가 밤낮으로 나른히 가마솥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더 높이 올라갈 기운이 부족했던 증기는 가마솥 옆으로 자욱히 흘러내려 세상의 생명을 서서히 질식시키는 안개와 섞여 들어갔다.


필멸계로 불어오는 카오스의 바람에 영양을 공급받은 쿠가스의 덩치도 가마솥에 걸맞게 불어나 언덕만큼 커졌다. 셉티쿠스는 무릎을 꿇었다. 쿠가스에게 너글링은 벼룩과도 같았다. 필멸자의 신체 구조로는 지탱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존재가 되었지만 쿠가스에게 불가능이란 없었다. 주술에 절여지고 물리 법칙이 쇠퇴한 이악스에서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모습을 취할 수 있었다.


역병의 아버지는 자신의 몸집만큼이나 큰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의료 시설에도 수많은 변화가 필요했다. 일부 층의 가장자리는 그대로 두고 내부 칸막이를 없애 작업대로 쓰고, 병동은 끓어오르는 더러운 증류기로 가득 찼다. 사무실은 자신의 물건들을 넣어두는 썩은 나무 상자를 담기 딱 좋은 장소가 되었다. 수십개의 현실세계에서 가져온 엄선된 썩은 재료들이 뒤집혀 이끼로 덮인 직원 사물함에 놓여있었다.


이 거인의 실험실을 만들기 위해 그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이악스에 부패망을 퍼트리기 위해 모타리온의 마력이 깃든 시계는 필요 없었다. 가마솥은 너글의 유물이자 자신의 일부니 울트라마에서 역병의 신이 벌인 모든 노력의 진원지이자, 모타리온과 쿠가스의 계략의 핵심이었다. 거품이 끓어오르는 깊은 가마솥에서 피어오르던 카오스의 부정함은 모타리온의 사악한 장치가 만들어낸 워프 균열망을 타고 울트라마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계획의 성공을 위해 악마 군단이 역병 공장에서 뼈빠지게 일했다. 가마솥 주위에는 썩은 나무발판이 나선형으로 이어져 있었고, 수많은 너글링이 그 위로 올라가 오물을 쏟아 부었다. 이들은 현실 세계에서 가져온 온갖 종류의 물건을 써서 출렁이는 짐들을 옮겼다. 요강, 병, 빈 해골과 어디선가 주워 온 요람, 바가지, 컵, 사발, 욕조, 헬멧, 반합, 깡통, 빈 그릇, 반으로 쪼개진 타이어에 깨진 갑옷판까지 쓸 수 있는 모든 것이든 들고 왔다. 모두 녹슬고, 썩고, 오물로 뒤덮여 있어 그 출처를 짐작할 수밖에 없는 물건들이 많았다. 너글링들은 한 방울씩, 한 그릇씩, 한 바가지씩 가마솥에 역겨운 물질을 부었다. 꽤나 많은 너글링들이 이 작업에 대한 열정과 동료들의 환호 속에 스스로 뛰어들었다.


셉티쿠스는 두려움에 차 자신의 주인을 올려다보았다. “빨리, 썩을놈들아. 가마솥을 채우란말야! 게을러 터져서 방해나 되고 있잖아!”


“소용없어. 소용 없을거라고!” 쿠가스가 투덜거렸다. 그의 점액이 흐르는 눈앞에서 녹색 소용돌이가 꿈틀거렸다. 소용돌이의 투명한 중심은 황폐한 정원 세계의 경계를 넘어 완전히 다른 시간과 장소로 뻗어 나갔다. 쿠가스는 이 중 자신의 자신의 모습을 보았고, 그곳에서 펼쳐지는 부패의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여긴 아니잖아!” 그가 이를 갈았다. “아니야! 여긴 절대 아니라고!” 그는 좌절감에 몸을 떨었다. 그의 뿔에서 썩은 피부 조각이 벗겨져 솥 안으로 떨어졌고, 비명을 지르는 너글링 무리들이 죽음을 맞이했다.


“제... 제... 제가 더 열심히 밀어붙이겠습니다!” 셉티쿠스는 억지로 기운을 내며 말했다. “무리에게 늪으로 가서 더 많은 병균을 가져오라고 명령하겠습니다. 너글의 병을 배양하기 위해 더욱 많은 인간들도 잡아오고 말이죠. 그대의 종들은 저, 셉티쿠스의 명령을 들을 겁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쿠가스님. 이 셉티쿠스에게 모든 걸 맡겨주십시오!”


“아냐, 소용 없을거야.” 쿠가스가 비참하게 말했다.


“그럼 제 연주를 듣는다면 모두 기운이 나지 않을까요?”


“파이프 불지 마!” 쿠가스가 포효했다. 너무나 격렬한 분노에 병든 하늘이 노란 번개를 토해내며 소화불량에 걸린 듯한 고통으로 울부짖었다. 너글링들은 놀라서 웃음을 멈추고, 눈만 굴리며 주인의 주의를 끌지 않으려고 뒤로 슬그머니 물러났다. 플레이그베어러의 중얼거리며 수를 세는 소리가 멈췄다.


“파이프는 확실히 안돼. 음악도 안 돼. 둘 다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말라고! 숨 좀 돌리자! 조용히 좀 있으라고!” 쿠가스는 가마솥의 심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소음은 처음에는 조용히, 그러나 너글링들의 키득대는 소리를 억제할 수는 없었고, 다시 수를 세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플레이그베어러들의 신음소리는 커져갔다.


“네 노력은 소용없어, 셉티쿠스. 이 가마솥은 할아버지께서 직접 빌려주신 거니 말이지. 정말 큰 영광이라고! 이 가마솥은 점액, 내장과 온갖 사악한 것들을 무한히 담을 수 있어. 가득 찰 날은 없을거라고. 이 오물의 우물에 무언갈 부을 수는 있지만, 절대 넘치지는 않아. 정말 경이롭단 말야. 나의 출생지이자, 나의 고통은 말이지.” 쿠가스의 종기 하나에서 기어나온 너글링이 절벽 위의 사령관처럼 딱지 위에 섰다. 이 너글링은 뛰어 노는 다른 친구들과는 다르게 실망한 감정가처럼 가마솥을 들여다보는 침울한 악마였다.


“이 녀석도 알고있어.” 쿠가스는 거대한 검은 손톱으로 악마의 떨리는 턱을 간지럽혔다. “슬픔에 빠진다는게 뭔지 알고 있구만.” 그가 다정하게 웃었다. “신경 쓰지마렴, 얘야. 할아버지가 내게 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거란다.” 쿠가스는 얼굴에서 너글링을 뽑아 입에 넣고 묘비 같은 이빨로 터트렸다. “한 존재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한다는 게 고통받는 것뿐이라니, 끔찍해. 끔찍한 일이야.” 그는 침울하게 가마솥 안을 들여다보고는 주걱을 이리저리 저었다. “언젠가는 이뤄지겠지. 이 질병으로 모든 것을 멸망시키고, 이 독기는 프라이마크를 죽일테고, 이 울트라마 영토를 풍요로운 정원으로 영원히 묶을 날이 올거야. 하지만- 으, 귀찮아라.” 쿠가스는 거세게 한숨을 내쉬며 발톱이 돋은 발을 바라보았다. “꼭 가렵고 화끈거린다니까! 이 조이면서 기어오르는 진균 감염은 말이지. 으!”


“굉장히 좋으시겠군요.” 셉티쿠스가 말했다.


“아니야! 아니거든!” 쿠가스가 신음했다. “심연의 진균(Mycota Profundis)때문에 짜증날 정도로 가려운거야. 모타리온 군주가 날 부르고 있어.” 균사체가 슬그머니 쿠가스의 발 위로 기어올라 커져가는 십자 덩굴이 다리 위로, 사타구니, 배를 지나 얼굴까지 타고 올라갔다. 첫 정맥이 쿠가스의 입술에 닿았다. 하나가 얼굴에서 터져 나와 눈 속으로 파고들어 희뿌옇게 변하더니 검은색으로 돌아왔다.


“귀찮아 죽겠어! 셉티쿠스, 잠깐 이것 좀 저어줘.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거야.”


“주인님?” 셉티쿠스가 말했다.


쿠가스가 굳어선 커다란 입이 벌어져 있었다. 쿠가스의 거대한 몸집이 흔들리자 셉티쿠스는 악취나는 숨을 참았다.


역병의 아버지는 주저앉아 몸을 일으켜 세웠다.


셉티쿠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경사로 밑으로 가서 삐걱거리는 나무를 향해 손을 들었다.


“비켜라!” 그가 소리쳤다. “들었지? 당장 가서 저어야 해! 혼합물이 굳으면 안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