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가스는 버섯줄기를 받치며 살아있는 흉상같은 형태의 우상으로 재탄생한 걸 깨달았다. 주술은 머리와 어깨, 보이지 않는 고동치는 내부까지 단면도처럼 투영해내 창조해내었다. 악마는 영원하고도 무상한 형태를 지녀 인간같은 육체에 대한 감각이 없지만, 헤아릴 수 없는 존재로 살아가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많은 것을 경험한 쿠가스라도 심연의 진균이 가져다주는 감각은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다. 사실 쿠가스는 이 감각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영생에 새로운 경험이란건 거의 없었기에.
심연의 진균은 모타리온의 시간의 방에서만 쓰였다. 시간의 방의 물리적 위치는 역병행성의 검은 저택, 롯그레이브의 부패한 하이브, 워프에 있는 너글의 대저택의 한 건물에 있는 등 위치는 다양했지만 지난 10년 동안은 황제를 시절부터 데몬 프라이마크의 기함이던 인내 함에 머물러 있었다. 순수한 필멸의 별들은 증오에 차 썩은 벽 틈새에 빛나고 있다. 쿠가스는 우주 너머 너글의 타락의 손길이 닿지 않은 순결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모타리온은 쿠가스가 나타난 곳에서 10피트도 떨어지지 않은 채 교감을 가능케하는 검은 균사체에 목까지 뒤덮여 있었다. 방 중앙에 있는 거대한 시계가 잠잠하다. 시계추 역할을 하던 모타리온의 전투용 낫 침묵은 무기로서 프라이마크의 움직이지 않는 손에 쥐어졌다. 기계장치 꼭대기에 씌워진 유리종 안에서 모타리온의 양아버지의 영혼이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 위대하고 가장 강력한 역병의 모타리온이여!” 방 안을 가득 메운 시계가 절걱이는 소리 사이로 악마가 소리쳤다. “무엇을 도와드릴까? 그대의 부름에 역병의 아버지 쿠가스가 답하노라!” 셉티쿠스가 자신에게 한 것처럼 모타리온의 쾌활한 하인 노릇을 해야 한다는 건 그레이트 언클린 원이라도 피할 수 없었다. 너무나 짜증이 난다.
모타리온의 입은 흉측한 호흡기 뒤에 가려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목소리는 저주받은 영혼들을 위해 울리는 침몰한 성당의 한밤중 종소리처럼 맑고 음산했다.
“내 형제가 오고있소. 며칠 안에 파르메니오 성계로 올 것이다. 내가 예언한 일이긴 하지만 계획을 바꿔야 되겠소. 그대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도 계획의 일부잖아! 너가 길리먼을 파르메니오로 오도록 부추겼는걸. 너가 원하는 대로 파멸로 가는 일곱 길을 걷고 있어.” 쿠가스가 말했다.
“그 길을 너무 빨리 달리고 있소. 내가 원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내 워프 시계의 비밀을 밝혀낸 마당에, 종말의 수호자 콰라마르마저 워프로 추방하지 않았나. 세계와 세계를 연결하는 뿌리망은 콰라마르의 끊임없는 감시 없이는 너무나 연약하다.”
“그 녀석이 사라지는 게 느껴지긴 했어. 너글의 총애를 다섯 번째로 많이 받는 녀석이었는데 말야. 콰라마르가 정원에 돌아오고 휘몰아친 폭풍은 모두가 맡을 수 있었지.”
“콰라마르의 추방에 대해 너무 침착한 것 아니요.” 모타리온이 말했다.
“내 기분은 균형이 잡혀 있단 말이지. 난 사방에서 분노를 보는 피의 신의 자손도, 계략과 음모를 예지하며 불만에 몸부림치는 무한한 저주의 변화자도 아니야. 난 있는 그대로를 본다구. 로부테 길리먼의 힘은 콰라마르 같은 자들을 영원히 끝낼 수 있어. 걔가 들고 있는 검은...” 쿠가스가 몸을 떨었다.
“너글의 총애를 가장 많이 받는 자여, 놈이 두렵나?”
“그렇지.” 쿠가스는 솔직하게 말하는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녀석이 들고 있는 검은 만물을 죽이는 아나테마의 불꽃이 타오른다고. 그 검이 품고 있는 죽음은 부활 없는 죽음만을 가져다줘. 내가 이름을 부르지 않을 존재가 만든 검이야. 나도 죽이고, 너도 죽을 수 있는 무기야.”
“그 어떤 것도 날 죽일 수 없소.”
“아 모타리온 군주. 그렇게 믿지 말라고.” 쿠가스가 과장된 지혜를 뽐내며 말했다. “콰라마르가 운이 좋았던거야. 걔는 항상 마지막 순간에 존재해왔으니 앞으로도 그럴거야. 운명이 콰라마르를 지켜주고 있어. 우리 둘 다 받지 못하는데 말야. 조심해야 돼.”
“그렇다면 우리의 계획이 제대로 되어가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이요. 길리먼은 너무 빨리 움직이고 있으니 말이지.” 희뿌옇게 멀어버린 모타리온의 눈이 쿠가스를 쏘아보았다.
“이 격동을 감당할 수 있어. 우리가 이길거야.”
“바이러스는 준비됐는가?”
쿠가스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걸 꼭 물어봐야 돼?”
“만약 아니라고 대답한다면 그 자식이 정말로 빨리 움직이는거란 말이다!” 모타리온이 꾸짖었다.
“놈이 파르메니오에 온다면 바로 이악스로 데려가야 한단 말이다. 놈이 거기서 죽으면 울트라마는 물질계와 워프 사이서 내 손에 들어간단 말이오. 하지만 놈이 너무 일찍 오고 있어. 준비도 안 됐는데 말이지. 시계 사이의 뿌리망은 다 자라지도 않았는데.”
“아 파멸의 선구자여, 길리먼의 속도를 늦출 수는 있어? 그대의 훌륭한 솜씨로 워프를 뒤엎으면 되지 않을까?”
“시도해봤소.” 모타리온이 조심스레 말했다. “천계의 폭풍은 가라앉고, 내가 보낸 첫번째 악마 군단은 패배했소. 뒤이어 파견된 군단들도 허무하게 무너졌을 뿐이요. 놈을 강제로 항로에서 벗어나게 하려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지.”
“골치 아프구만.” 쿠가스가 말했다.
“골치 아픈 것 그 이상이다. 놈이 저주받을 황제의 가호 아래에 있는 게 걱정이요.” 모타리온이 말했다.
프라이마크가 금지된 이름을 입 밖으로 꺼내자 쿠가스가 질겁했다. “난 그 이름을 부르지 않겠다고 했는데, 너는 왜 그런거야?” 악마가 울부짖었다.
“워프가 잠잠해져도, 무지한 길리먼은 증오의 빛이 자신의 함선 앞의 폭풍을 잠재웠다는 사실을 모른다. 아마 내 아버지의 일이시겠지.”
“아니라면 또 누구지?”
“내 형제 마그누스일 것이오. 그 역시 내 적수지.”
“차라리 빨간 외눈박이라면 더 낫지! 네 아버지라고 불리는 자가 다시 자신의 뜻을 휘두르는 상황이라면 걱정해야 될 게 너무나 많다고!” 쿠가스가 불안에 떨며 말했다. “검 뿐만 아니라 아나테마까지? 그럴 리가 없어! 그런 적과 싸워서 살아남을 수 없어!”
“진정하게, 역병의 아버지여.” 모타리온은 가래 끓는 숨을 내뱉었다. 그의 호흡기의 통풍구에서 누런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 영역에서 내 저주받을 아버지의 영향력은 오랫동안 약했소. 만약 그이가 힘을 더 모으려고 했다면, 우리가 눈치챘을 것이요. 필멸자들의 어긋난 신앙이 길리먼의 항로를 쉽게 만들어준 것일지도 모르지. 길리먼은 위선적이게도 주술사들과 사제들, 사이커들로 둘러싸여있소. 어쩌면 그 놈들 짓일지도 모르오. 아니면 단순히 운이 없었던 것일수도 있고. 아니면 내 아버지가 쓸모없는 시체로 남아있지 않고 행동을 시작했을 수도 있소. 확실하지가 않아. 숫자가 명확하지 않소. 내 점이 아무것도 알 수가 없어.”
“난 그렇게 낙관적이진 않아.” 쿠가스가 말했다.
“역병의 아버지여, 그대가 낙관적이었던 적은 있긴하나?”
쿠가스의 뿔이 수줍게 떨렸다. “내가 비관적인 편이긴 하지만, 이 상황은 너무 과하단 말이야. 프라이마크가 한 세기 동안 별 사이를 거니고, 아나테마의 성자들과 살아있지 않은 군단이 널리 떠돌고 있어. 이 모든 것이 테라의 그자가 다시 힘을 모으고 있다는 증거야.”
“그럴 수도 있겠군.” 모타리온이 말했다.
“그렇다면 그분은 만 년이나 늦은것이오. 우리의 주인님과 전투 형제들의 계획은 너무 많이 진척됐다. 인류는 멸종을 기다리고 있소. 카오스가 이 은하 전체를 워프의 심연으로 끌어내리고, 위대한 힘이 모든 종족의 영혼을 뒤삼킬지니. 다른 존재들이 우리의 손아귀에서 영토를 빼앗기 전에 세력을 모아야하오. 지금 나를 도와준다면 울트라마는 우리 것이요.”
“난 바쁜걸.” 쿠가스가 말했다. “계획에 따라 페스틸리악스에 신경 써야 해.”
“계획은 언제나 바뀐다. 당신의 플레이그 가드를 이끌고 파르메니오로 오시오. 내 전사들은 영광스러운 너글의 불생자들의 지원이 필요하니 말이지.”
“갓블라이트는 어쩌고? 지금 떠난다면 끝내지도 못한 채 모든 일이 헛수고가 될 수도 있다고.”
“내 건방진 형제가 페스틸리악스에서 그걸 선물로 받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소. 쿠가스, 모든 일이 그렇듯 물질적 노력은 덧없는 노력과 합쳐져야 효과가 있는법이오. 파르메니오는 여섯 번째 역병의 본거지요. 페스틸리악스의 갓블라이트는 여섯 번째 역병이 아닌 일곱 번째가 돼야한다. 일곱 번째가 아니라면 갓블라이트라고 부를 수 없으니 말이지. 페스틸리악스가-될-이악스가 바로 일곱 번째 역병의 근원이 되야하오. 그것이 정해진 운명이요, 숫자와 시기만이 전부다. 계획은 3과 7의 신성한 순서로 진행되어야 한다. 울트라마와 그 너머의 700세계까지 우리의 것이 되던가, 아니면 아무것도 남지 않소.”
쿠가스는 뱃 속 깊이 투덜거렸다.
“어딘가 아픈가? 당신은 동의하지 않는거같네만.” 모타리온이 위험한 눈빛으로 말했다.
“아니, 아니야. 너글의 신성한 숫자는 적절한 주의와 관심이 필요해. 이 축복받은 바람의 손길을 말야.” 쿠가스는 노출된 내장에 난 구멍으로 역겨운 가스를 억지로 내뿜었다.
모타리온은 속지 않았다. “쿠가스, 난 그대를 안다. 내 말에 동의하지 않는군. 시점을 바꿔 말해보겠소. 길리먼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울트라마 너머에서 많은 병사와 함선을 데려오고, 놈의 성전은 온 제국에 만연하고 있지. 이 곳, 길리먼의 영역은 집결지가 된 상황이요. 당신은 역병의 놀이터 너머 인간의 행동과 육신의 세계에는 그리 관심이 없을테지만, 이 필멸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은 당신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너글의 위대한 승리는 미뤄지고, 우리의 수확도 파투가 나겠고, 워마스터 아바돈마저 놈에게 패하면 그대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될 수도 있소. 지금까지 탐욕스러운 전생이 먹어 치운 위대한 역병을 재현하고, 당신에게 새 삶을 주신 할아버지께 은혜를 갚는데 몇 번이나 실패한겐가? 곧 다시 만들 수 있소. 내 형제가 자신의 장점을 밀어붙인다면 그럴 수 없을테지만 말이지.”
쿠가스는 자신의 탄생에 대한 언급에 당황하여 시선을 돌렸다. 자신은 우연히 힘을 얻은 쓸모없는 해충에 불과했다. 모타리온은 불안감이란 끈을 무자비하게 잡아 뜯고 있다.
“지원군이 필요하다. 최소한 길리먼의 공격을 약화시켜서 놈이 힘을 회복할 시간을 벌어야 이악스를 페스틸리악스로 변질시켜 새로운 스커지 스타가 울트라마의 심장에 사악한 빛으로 빛날것이오.”
“더 야심찬 계획은 있어?”
“놈을 생포하는것이요. 놈의 군대에서 길리먼만 빼가는거지. 우리가 운도 좋고 용감히 행동한다면 그 자식을 붙잡아 가둘 수 있소. 그러면 그대가 한가할 때 놈의 육신에 훌륭한 솜씨를 쓸 수 있을거요.”
“그러면 정말 좋겠다.”
모타리온이 끄덕였다. “그렇소. 허나 우리가 놈을 잡던 말던 길리먼은 이악스에서 죽어야 한다. 그래야만 시계가 비통한 화음으로 울리고, 시계들을 묶는 뿌리가 이 한심한 영역을 할아버지의 정원으로 끌고 갈 수 있소. 그렇게 된다면 부패의 군주께서 기뻐하시겠지. 만일 날 돕지 않는다면 길리먼이 우릴 파르메니오에서 쫒아내고, 온 왕국에 걸쳐 얻은 우리의 수확마저 밀어버릴텐데, 그러면 과연 너글께서 기뻐하실까? 수 조, 수 억, 수 천만 박테리아가 사라져도 그분께서 웃으시면서 우릴 용서해주실까?”
“그럴 리는 없지.” 쿠가스가 단호하게 말했다. “타이퍼스는 어쩌고? 그 녀석이 널 도와줄 수 있지 않아? 마지막으로 치렀던 전쟁에 대해 기억해보니 타이퍼스가 네 군단의 대부분을 이끌고 있던데 말야. 한 번 불러봐.”
모타리온의 상처투성이 얼굴이 분노로 주름졌다. “내 아들이 말을 안 들을 거란 건 이미 알지 않나. 지난번에 우리가 얘기했을 때 그대도 여기 있었잖소. 우리의 우열에 관해 자신의 반대를 너글의 총애를 얻기 위해 나와 겨루는데 쓰고 있어. 녀석은 전염병과 검으로 울트라마를 황폐화시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걸 모르고있소. 놈은 더욱 큰 포상을 못 보고 있어. 타이퍼스는 자신의 욕심을 넘어서는 환상을 가져본 적 없으니 말이지. 프라이마크는 우리가 말한 때와 장소에서 역병으로 죽어야하오. 길리먼의 영역은 우리의 관리하에 너글에게 바쳐져야 하고, 안그러면 다른 네 신중 하나가 차지할 것이다. 이 계획을 추진해야 할 사람은 우리 둘이요. 셋이라면 더욱 좋겠지만, 둘이라도 충분하지.”
쿠가스의 병든 폐에서 한숨소리가 세어 나왔다. 이 작업을 그만두고 싶지는 않았다. “좋아, 플레이그 가드가 널 도와줄거야. 내 쪽에서 네 위치까지 정원을 통과하는 길을 만들 수 있게 몇일정도 시간을 주면 말이지. 길이 구불구불해서 간단히 갈 수 있지는 않아. 내-”
모타리온은 힘겹게 한 손을 들어올렸다. 심연의 진균 가닥이 움직임을 방해했지만, 몸짓은 분명했다. 침묵하라. “이미 모든 게 준비되었소. 여기까지 오는 건 쉬울것이다. 페스틸리악스는 살아있는 닻이요, 할아버지의 안뜰에서 구불구불한 길을 걸을 필요는 없겠지. 역병-요술사 무리들이 소환의식을 시작하고 있소. 자기네들의 능력을 그렇게나 자랑하더군. 비열한 마술사 놈들, 자기네들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깨닫게 해주마.” 그가 주술사들에 대해 비웃으며 말했다. 모타리온은 마법에 절여졌으면서도 자신의 존재의 진실을 부정하려 했다.
“날 이 일에서 떼어놓기 전에 미리 알려주다니 정말 예의 바르구나.” 쿠가스는 반쯤 진심을 담아 말했다. 소환은 갑작스럽고 불쾌할 수도 있다. 쿠가스는 감히 자신의 실험을 방해하며 어리석은 부탁과 힘을 바라는 인간들에게 불친절했다.
“그대가 나를 원망하는 건 알지만, 내 노력과도 마찬가지인 그대의 노력이 잘못되는 건 진심으로 바라는 상황이 아니요.” 모타리온이 어르듯 말했다. “로부테 길리먼은 이악스에서 역병으로 죽어야하오. 그 어떤 영역에서도 이걸 해낼 수 있는 존재는 바로 그대요, 역병의 아버지여. 당신은 구원받고 난 너글의 영원한 총애를 받을 수 있소. 어떻게든 내 형제가 이악스로 가는 길을 열려면 파르메니오 프라임에 당신의 존재가 필요하오. 그대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니.”
“그것 참 아첨 떠는 것처럼 들린다.”
“그렇소.” 모타리온이 동의하고 예고도 없이 자신을 감싸고 있던 끈끈한 진균 가닥을 찢고 나왔다. 휘둘러진 침묵이 쿠가스의 형상을 품고 있던 줄기를 잘라냈다. 줄기가 쓰러지면서 흉상의 머리가 바닥에 터져 나가면서 썩은 고기 더미로 전락하고, 쿠가스는 다시 몸으로 돌아갔다.
뭐임 모사장님 왤케 간지임
모사장님 왤케 용의주도하냐ㅋㅋㅋㅋㅋ 그와중에 진짜 반하겠다 싶으면 한번은 또 찌질 거려주는거 모사장님이 확실하네 - dc App
숫자가지고 찡찡대는거 좀 추하긴 했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