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 쿠가스가 눈을 뜨며 말했다. 그의 육중한 몸이 떨리면서 몸에 달라붙은 균사체 망이 터져 나갔다. 균사체는 자라난 속도보다 더욱 빠르게 쪼그라들더니 쿠가스는 순식간에 검은 점액질로 뒤덮였다. 셉티쿠스는 가마솥 가장자리에서 재빨리 물러나 주걱을 주인에게 넘겨주고는, 너글링을 짓밟으며 나선형 판자를 따라 내려가면서 쿠가스의 무릎 옆에 자리를 잡았다.
역병의 아버지는 셉티쿠스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음울한 표정은 하인들의 유쾌한 모습과는 확연히 대조적이었다.
“죽음의 제왕이 가장 불결하신 당신께 무엇을 부탁한 건가요?”
“이것저것 하여튼 많이. 침묵을 좋아하는 녀석 치고는 말이 많아. 걔가 말하지 않은 건 자기 걱정뿐이지.”
“걱정이라뇨?” 셉티쿠스가 물었다.
“모타리온은 내가 약속대로 할 수 없을까 봐 불안해하고 있다고!” 쿠가스가 분개하여 말했다. 그는 주걱을 들어 가마솥의 오물 속으로 강제로 밀어 넣었다. “우주 최고의 역병을 빚는 나한테 건방지게도 신성한 숫자를 제대로 쓰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친다니! 그런 건 중요하지 않은데 말야. 역병을 어디에 풀든, 타락한 모타리온이 그렇게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어느 순서로 풀든 효과는 있을 거라고. 푸응!” 그는 코에서 콧물과 구더기 세차게 뿜어내며 킁킁거렸다. “이것도 일곱이니 저것도 셋이니, 집착이라고! 마치 숫자가 자기랑 워프의 관계의 변명이라도 되는 양 말야. 그 놈의 숫자말야! 모타리온이 주술과 거리를 두기 위해 애쓰는 걸 보면 웃길 정도야. 프라이마크들은 타락하기 전에도 우리 세계의 피조물들이었고, 녀석은 이제 대마법사라고. 거짓말쟁이 놈, 그리, 그리고 날 그렇게 모욕하다니! 난 예술가라고!” 쿠가스는 슬픈 표정으로 셉티쿠스를 바라보았다. 기분이 가라앉자 주걱을 젓는 속도도 느려졌다.
“그렇죠, 주인님. 그대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예술가이십니다!” 셉티쿠스가 말했다.
쿠가스는 코를 훌쩍였다. “모타리온이 역병으로 아나테마의 한 명을 죽이고 싶다면, 결국에는 그렇게 될거야.” 그는 서글프게 가마솥을 들여다보았다. “모타리온은 문제가 많은 존재야. 녀석은 질투심을 숨기고 있지만, 내 말을 기억해줘 셉티쿠스, 이 모든 작전은 자기 형제에게 기백을 뽐내고 싶은 녀석의 욕심이 빚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단 말이지. 아마 일곱 번은 될 거야.” 쿠가스가 투덜거렸다.
“여러 영역에서 인내를 다스리시는 할아버지께 헌신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죠.” 셉티쿠스는 쿠가스를 달래려고 애쓰며 말했다. “지금이야말로 너글께 주인님을 증명하며 역사상 가장 강력한 질병을 만들 기회입니다!” 그 말을 하자마자 쿠가스의 눈빛에서 자신의 모든 수고가 실수라는 게 보였다. 쿠가스가 으르렁거리자 셉티쿠스의 안도의 미소가 사라졌다.
“또 실패하겠지.”
“절대 아닙니다, 주인님!” 셉티쿠스가 뒤뚱거리며 쿠가스의 뚱뚱한 허벅지에 조심스레 손을 얹으며 말했다.
“당연한 일이지. 항상 할 때마다 실패했다고! 셉티쿠스야, 내 비밀을 말해봐도 될까?”
“물론이죠!”
쿠가스의 목소리가 쉭쉭대는 속삭임으로 줄어들었다. “할아버지의 가장 위대한 역병을 다시 만들 수 없을까봐 무서워.” 주걱을 젓는 손이 멈추고는 고개가 축 처졌다. “로티구스가 할아버지의 관심을 듬뿍 받으며 내 자리를 차지하길 기다리고 있어. 그 자식이 영원히 첫번째가 될 지도 모른다고! 지금 실패한다면 할아버지의 오른편에서 쫒겨날거야.”
“제 기괴하신 주인님, 시간을 조금만 더 들인다면 될 겁니다.”
쿠가스는 거친 숨을 내쉬었다. 그의 너글링들은 노는 것도 잊은 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내가 뭘 알겠냐. 모타리온 말이 맞아. 난 그저 미천한 질병 만들개고, 모타리온은 타고난 장군이야. 지금은 그 녀석의 지도를 따라야 해. 위대한 파괴자의 탄생을 늦춰야 한다고 말했으니, 그 말을 들어야지. 셉티쿠스.”
“예, 세상에서 가장 해악하신 주인님?”
“네 짜증나는 파이프를 챙기고 플레이그 가드들을 이쪽으로 불러와. 페스틸리악스가-될-이악스의 도시에 우리 군단의 절반을 호출하고, 시궁창과 하수구에서 가마꾼을 모아 와라. 새로운 세계를 감염시켜야 해.” 쿠가스는 다시 나무주걱으로 드넓은 진창을 휘저었다. “모든 걸 잃지는 않겠지만, 혼합물에 활기를 불어넣을 신선한 재료를 구할 때까지 기다려야겠지.” 그는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명령 받들겠습니다, 주인님!” 셉티쿠스는 성대히 바닥에서 너글링을 한 움큼 집어 올렸다. 그가 손에 쥔 것을 납작하게 때려 펴고, 침을 뱉고 엉망이 된 덩어리들을 하늘 높이 던지자 너글링들의 웃음은 비명 소리가 되었다. 뭉개진 시체들이 지저분하게 바닥에 떨어지는 동안 서로 엉켜 부풀어 오르더니, 축축하게 터지는 소리와 함께 살아있는 거대한 짐승의 뱃주머니가 되었다. 셉티쿠스는 그 고무 같은 덩어리를 주워 들고 사랑을 담아 쥐어 짜 가시뼈 세 개를 강제로 뚜둑, 툭, 뚝! 하고 뽑아내고는, 가슴의 피부 덮개에 가려진 널찍한 주머니에 손을 넣어 상아 마우스피스를 꺼냈다. 셉티쿠스는 끈적한 즙을 핥아 닦은 다음, 위 주머니에 매달린 관을 집어 들고 너덜거리는 끝을 마우스피스로 막았다. 주머니를 팔 아래로 끼우고 시험삼아 쥐자 뼈 파이프에서 너글링이 터져나갈 정도로 혐오스러운 소음이 울려 퍼졌다. 셉티쿠스는 물집 잡힌 입술로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마우스피스를 물고 숨을 들이쉬었다.
쿠가스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역병 공장 전체가 경악했다. 그의 거구가 나무에 부딪혀 부숴져 통로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역병의 아버지는 셉티쿠스를 노려보다가 느슨한 눈알이 튀어나와 뺨에 매달렸다.
“일곱 번째 저택의 셉티쿠스 세븐, 내가 들을 수 있는 곳에서 그 끔찍한 파이프를 분다면 네 역겨운 창자를 뜯어 눈 앞에서 먹어주마.”
셉티쿠스는 오그라져 절을 했다. “주인님.” 그는 훌륭한 예의를 갖추며 마우스피스를 뱉고, 쿠가스의 나머지 여섯 부관들에게도 함께 가자고 외치며 자리를 떠났다.
너글링들은 깩깩대며 웃어대고, 플레이그베어러들은 행복한 웃음소리를 세어보려고 광분했다.
“그리고 너네들도 좀 닥쳐!” 쿠가스가 포효했다. 자신의 커다란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맹렬한 눈빛으로 모든 것을 침묵시켰다. 부하들은 공포에 질려 조용해지고 플레이그베어러들조차 머릿속으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쿠가스가 깊은 감사의 한숨을 내쉬니 짜증이 가래방울로 응축되에 스튜에 비처럼 쏟아 내렸다. 이 정도는 들어가도 괜찮다. 피부가 살짝 가려울 뿐인 성가신 점은 좋은 병에 나쁠 게 없었다. 쿠가스는 눈알을 핥아 미끈하게 만들고 다시 눈구멍에 집어넣었다.
주걱을 저어주자 근심이 사라졌다. 잠시 평온을 만끽하던 순간, 셉티쿠스의 파이프가 역병 공장 벽 너머로 빽빽대기 시작했다. 너글링들은 다시 웃음을 터뜨렸고, 겁에 질린 플레이그베어러들도 다시 수를 세기 시작했다. 통로가 수리되는 동안 망치 소리가 머리를 울려 댄다.
쿠가스는 지친듯 고개를 저으며 가마솥 앞에 몸을 웅크려 앉아 시커멓게 썩은 마음으로 저들이 모두 사라지기를 바랐다.
닼임 시리즈 보면서 느끼는게 너글의 숫자 7말고도 3이란 숫자도 굉장히 강조되는 느낌이다 아마 기독교에서 많이 쓰는 숫자라서 그런가?
그리고 번역 핑계: 왜 모타리온이 쿠가스 부를 때 그대/당신 섞어 씀?
모타리온은 쿠가스를 무시하지만 일단 상급자니 억지로 예의를 차리는 느낌으로, 좀 아부떨땐 그대를 쓰는 식으로 번역함
어색해보인다면 ㅈㅅ
쟤네들에 '네 역겨운 내장'운운하는건 일반 기준으로 보면 '네 예쁜 선홍색 내장을 뜯어먹어줄테니' 이런 느낌일거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좀 묘하네
3은 아마 너글의 상징이 서클 3개라 그런거 아닐까? - dc App
플레이그 워가 갓블라이트 후임? 전임?
갓블라이트 전
쿠가스도 화도 내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