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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이 빗발친다. 폭발이 일어난다. 동력 무기에서 일어난 전기들이 뒤엉키며 서로를 부수고, 죽이기 위해 휘둘러진다. 

대성전. 이 고귀한 인류 통합의 전쟁에서 항상 일어났던 광경이다. 인류의 적들은 쓰러졌고, 제국의 이름을 거부하는 인간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전쟁은 달랐다. 제국의 이름을 내건 자들이 서로를 죽이기 위해 일어난 싸움이니.


"프로토콜 작동. 7번 좌익의 취약함 발견. 전진하라."


황금의 군단, 하지만 이제 황금의 위에 흑색을 칠한 이들이 전진하며 갑옷에 내장된 그들의 아버지가 친히 설계한 프로그램에 따라 볼터를 겨누고, 탄환은 적을 쫓아가며 허술함을 분쇄하기 시작했다. 

분쇄당한 취약함을 막아내기 위해 이동하기 시작하는 적군의 흐름. 하지만 갑작스러운 흐름의 변동에서는 처음 이상의 허술함만이 보일 뿐이었다. 


"포메이션 변경. 23-D에서 7-A로 변경한다." 


들려오는 중대장의 목소리. 모든 군단원들이 볼터를 허벅지의 홀스터에 고정시키고, 체인 소드와 파워 소드 등 근접 무기의 날을 드러내며 착검했다.


"돌격."


마치 암석처럼 딱딱하기 짝이 없는 중대장의 목소리가 중대원들의 귀에 들려오고, 중대원들은 아무런 번뇌와 상념 없이 일제히 돌격을 시작했다. 

제일 먼저 달려든 것은 군단의 깃발을 내들고 있는 기수였다. 가장 용감한 자들만이 들 수 있는 기수가 돌격의 최전방에 없는 것은 이상한 일이니까. 


기수는 왼팔에는 군단의 주먹을 내 건 깃발을 들고서, 파워 소드의 빛을 전장에 뿌리며 돌격했다.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투입된 군단원들은 무시해라. 아버지의 프로그램은 7번 좌익을 메꾸며 생겨난 1번 우익, 그리고 5번 좌익의 빈틈을 파고들라고 지시한다. 


그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프로그램에 따른다. 그들의 딱딱하기 짝이 없는 전투 기술이 혼란한 전장에서는 마치 질서처럼 보였다. 아그리 월드의 농부가 추수 시기에 수확물을 베듯, 그들은 절제되고 감정 없는 동작으로 빈틈을 파고들며 진영을 파쇄시킨다. 


파쇄당하는 진영에서는 공포나 다름없는 기분을 느꼈다. 임페리얼 피스트의 동작과 태도는.. 그들이 반역에 가담하기 전의 행동과 전혀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연합 작전 때의 든든함이 이제는 변화를 두려워 한다고 생각될 정도의 경직됨과 완고함에 대한 공포로 다가왔다. 


...


팔랑크스

기술의 암흑기 시절의 유물이자, 임페리얼 피스트 군단의 프라이마크 로갈 돈이 그의 고향 인위트에서 가져온 전쟁 병기. 

로갈 돈은 그곳의 가장 핵심부, 지휘실의 관측창으로 인류의 고향을 바라보았다. 허나, 그가 기억했던 홀리 테라와는 너무나 달라져버렸다. 


전쟁. 그것으로 인해 테라의 공기는 오염됐고, 하늘. 그것은 갈색과 빨강. 파괴의 색으로 더럽혀져버렸다.

로갈이 설계했던 황궁은 그가 떠난 후 페투라보의 기술이 개입됐는지 우주에서 보더라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페투라보 또한 기반마저 황궁을 갈아엎지는 못했을 터. 로갈, 그가 설계했기에 알 수밖에 없는 취약점들의 존재는 이미 숙지해두었고, 이는 라이온에게 보고되어 황제 폐하를 구출하기 위한 작전은 진행 중이었다. 


"거짓된 제국에게는 죽음이 있을 뿐이다. 호루스 루퍼칼. 나의 형제여."


로갈은 저 아래에 있을ㅡ황제를 우롱하고, 인류를 절망의 언덕으로 던져버리려는 형제에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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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만 년이 흘렀다. 

라이온은 잠들었으며, 거짓된 자들이 세운 거짓된 제국은 여전히 존속하고 있었다. 

로갈 돈은 이것이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혐오스러웠다. 그렇기에 대성전은 지속됐다. 

진실로 인류를 구하기 위해 태어난 제국이 거짓의 손에 더럽혀지는 꼴은 대전사의 눈에는 너무나 수치스러운 시체의 모습이나 다름없었다.


거짓에 속아 넘어간 형제들에게 동정과 연민을 가진 적이 없다고 하면 거짓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암석이 자신의 길을 바꾸는 일따윈 없었다. 암석은 그저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존재니까. 설령 억겁의 시간이 지나 먼지가 되더라도,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것이 암석이니까. 


황금의 검은 전사, 로갈 돈은 관측창에서 눈을 떼며 그의 아들들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따라 황금에 흑색을 칠하고서 진실된 제국을 위한 성전을 행하는 아들들을.


"변화. 번뇌. 전환. 상념. 이것들은 암석에게 있어 가장 쓸모없는 단어들이다."


로갈 돈은 주먹을 움켜쥐며 말하였다. 제국의 주먹(Imperial Fist). 그의 칭호에 걸맞은 행위였지만, 그 주먹에 얽힌 내막을 아는 자는 이제 없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그의 아들들에게는 그저 침을 삼키는 고요함만이 들려올 뿐. 볼터의 탄환을 점검하는 필멸자들과 갑옷의 손상 부위를 확인하는 서브 스컬들도 침묵이라는 말에 걸맞게 고요했고, 이 팔랑크스의 넓은 대지에 소리를 내는 자는 없었다. 


"제국. 나의 아버지가 세운 위대한 인류의 보금자리. 그것이 누구에게 더럽혀지고 있는가. 거짓말을 일삼는 반군, 더러운 오탁에 몸을 담군 신봉자들. 일소하라. 전멸시켜라. 그들의 먼지마저도 나의 아버지의 시야에서 부숴버려라."


로갈 돈, 암석 같은 자. 워마스터가 거짓을 말해 자신을 꾀어냈다는 발상조차 하지 못하는 무지한 대전사여. 

설령 그것을 알아차렸다 한들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어둠을 향해 나아가는 무심한 자여.


어둠은 소리친다. 이것이 스스로를 인류의 주인이라 칭하는 자의 실패의 결과물이 아니면 무엇이겠냐고. 

어둠은 조소한다.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는 종족의 주인은 얼마나 불쌍한 존재일 것이냐고. 

하지만 그럼에도 어둠은 두려워한다. 언젠가 계몽이 찾아와 먼지가 된 암석의 자리에 바람이 불지도 모를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