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명의 리멤브란서와 그들을 호위한 여섯 명의 유카 연대원으로 이루어진 작전팀은 궁전의 회랑을 가로질러 궁 내부로 진입했다. 다른 궁전에 비교하면 외부 회랑임을 감안해도 볼 품 없는 곳이었다. 장식이라고는 띄엄띄엄 걸려있는 미술품이나 그림 몇 장이 전부였다. 주변에 보이는 것은 두터운 기둥과 아치형으로 뻗어나간 지붕들 뿐이었고, 카페트 하나 깔려 있지 않은 돌 바닥이 궁전 내부로 이어졌다.


아마도 이샤크가 기대했던 화려하고 따듯한 궁전의 모습은 그 너머에 있을 것이었다. 이샤크는 자신의 경호원들이 어디로 가야는지 알고는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아스타르테스 군단의 드랍포드가 착지하며 만들어낸 그을음이 보이자 그 의문이 해결되었다. 그들은 그저 시체가 널려진 방향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되었다.


아스타르테스가 지나간 흔적은 도처에 널려 있었다. 현재 이샤크 팀이 있는 구획에 살아남은 생명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전신이 성하지 않은 시체들과 파괴된 건물들만이 그들을 반겼다. 칼리아라는 호리호리한 체격을 가진 사진가는 이 모든 것들을 놓치지 않고 보이는 시체들, 파괴된 건축물을 발견할 때마다 멈춰서 사진을 찍었다. 찍는 각도로 보건데 시체들의 모습은 최대한 안 보이게 찍거나, 이미 찍힌 모습은 블러 처리를 하는 것 같았다.


이샤크는 이 살육을 기록할 마음이 없었다. 사실적으로든, 미적으로든 말이다. 야심에 찬 그의 머릿속은 그 모든 것들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에게 부와 명성을 가져다 줄 사진들은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소름끼치는 사진은 독자들에게 먹히지 않는 법이다. 테라에서 자신들의 업적을 기다리고 있는 이들은 인류 제국이 무엇을 창조했는지 보길 원하지 제국이 파괴하고 남긴 부산물들을 바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딱 하나, 자신들의 영웅들이 대업을 치르면서 맞이하는 영광의 순간들이었다. 자기들과 다를 바 없는 인간들을 도살하는 장면을 누가 보고 싶어할 것인가? 그가 해야 할 일은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뿐, 사실을 밝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샤크는 시체들을 찍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로 했다.


그는 일부러 시체들에 눈길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아스타르테스의 파괴는 지독할 정도로 완벽해서 지금 저쪽에 흩날린 육편들이 한때 사람의 형체를 이루고 있었다는 사실을 믿기가 힘들 정도였다. 이곳 사람들은 단순히 살해당한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파괴되었다. 경호원 중에 한명인 자미로프가 이사크의 시선을 감지했다.


"체인 블레이드요."


"뭐라구요?"


"당신 얼굴을 보니 알겠군. 저들이 뭐에 죽었는지 궁금하겠지. 체인 소드에 당한 시체들이오."


"별로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이샤크는 거짓말을 했으나 별 효과는 없었다. 자미로프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겁 먹었다고 해서 창피할 일은 아니오. 나는 서레이티드 선 챕터와 12년째 작전을 함께하고 있지. 첫 2년 동안은 작전에 나갈 때마다 구토를 했어. 진홍 군주의 부하들은 일처리가 아주 더럽기로 유명하지."


그들은 왼쪽으로 돌아 박살난 바리게이트를 넘었다. 조금 더 들어가니 저 멀리서 사격 소리가 들려왔다.


"듣기로는 워드 베어러 군단은 자신들의 적을 모조리 소각한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이오."


자미로프가 엄지 손가락으로 뒤쪽 바리게이트에 널려 있는 시체들을 가리켰다.


"소각은 항상 작전이 종료된 다음에 시작되지. 일단 모두 죽인 뒤에, 마지막으로 소각 처리까지 해야 마무리되오. 저들은 그걸 정화한다고 표현하더군."


"그럼 전투가 끝난 다음에 시체들을 소각하러 다시 돌아온다는 겁니까? 직접 그 모든 일을 다 한다구요?"


자미로프는 이샤크에게서 눈길을 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샤크는 그의 발걸음이 바뀌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유카 연대원 모두가 총소리를 듣자마자 발걸음을 한층 조심스럽게, 그렇지만 빠르게 했고 라스건을 몸에 더욱 밀착했다. 마치 하이브 시티를 거니는 길고양이가 쥐를 사냥하기 직전에 몸을 웅크리는 모습 같았다.


"모두 직접 하지. 워드 베어러 군단에는 화장을 전담하는 군무원이나 시체 처리 서비터가 없어. 하나부터 열까지 자기들이 다 해. 무슨 말인지 곧 알게 될 거요."


"안 봐도 알 것 같군요."


이샤크의 대답에 자미로프가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래? 그럼 뭐가 보이는지 말해보시오."


"무슨 질문이 그럽니까? 당연히 시체들이 보이죠."


이샤크가 의아하다는 듯 눈꼬리 한 쪽을 올렸다. 병사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 뿐만이 아니오. 궁전은 오래전에 함락되었지. 그런데도 우리는 죽은 시체들을 따라 몇 번이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어. 군단은 단순히 목표 지점을 점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야. 그들은 궁전의 모든 방들을 돌아다니며 청소하고 있는 중이오. 물론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다 처리 대상이고. 그들은 그것을 처벌이라고 말하오. 이 궁전에 있던 모두가 다 죽어야지 끝나는 작업이지. 이제 좀 감이 잡히나?"


이샤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간간히 들려오던 총소리는 이제 웅웅거리는 톱날음과 합쳐져 기괴한 합주를 시작했다. 이샤크의 심장이 두근거렸고 매 순간 빨라졌다. 이제 곧 볼 수 있다. 아스타르테스가 벌이는 전투의 현장을 직접 목격할 수 있을 것이고 거기서 그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 살아남아 모든 것을 기록하는 것 뿐이었다. 유카 연대 서전트가 으르렁거렸다.


"모두 정신 똑바로 차려라. 전방 경계."


이샤크는 총이 없었지만 자미로프만큼이나 굳은 얼굴로 사진기를 들어 올렸다. 마침내 그들이 아스타르테스들을 따라잡았을 때, 그가 목격한 광경은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도 달랐다. 첫번째로, 그 자리에는 오직 한 명의 워드 베어러 군단원만 있을 뿐이었고, 둘째로 그는 또한 혼자가 아니었다. 무엇을 보고 있는지 명확히 인지하지 못한 사진가는 그저 셔터를 누르기 바빴다.





현생을 사니 번역할 시간이 여의치 않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