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입문에 눈팅하는 굴붕이에오, 설정 오류 있음 지적 좀.
아린의 눈에 베타마-4의 하늘은 너무 아름다웠다. 두 개의 태양은 하얀색과 붉은색을 머금고 교차하며 낮을 밝혔다. 그 후에 하늘을 채운 수 백 세계의 별들과 두 태양의 함빛을 한껏 머금은 달은 하나의 태양만큼이나 밝았다. 이런 행성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걸 아린은 후회한 적 없었다. 여기만큼 멋진 곳은 없을테니까.
적어도 그런 생각은 하늘이 찢어지고, 전쟁이 휩쓸고가기 전까지 그랬다. 세계는 더 이상 아린의 것이 아니었다. 찬란한 하늘은 내장을 터뜨려 쏟아내는 것처럼 찢어져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다. 밤을 밝히던 달은 자기보다 밝은 빛을 한 번 내고 산산조각나며 아린의 도시를 박살냈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졌다. 그렇게 베타마-4는 황폐해졌다.
싸늘한 밤 바람이 아릿하게 타는 냄새와 함께 아린의 코 끝을 자극했다. 무너진 제국 행정청 잔해에 쭈그려 있던 아린은 락크리트 조각을 발로 차고 밖을 나왔다. 냄새는 좀 더 강해졌다. 바람도 아린의 머릿칼을 한껏 흩뿌릴만큼 더 강해졌다. 문뜩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발을 내딛기 무서웠다.
‘도대체 뭘 태우는거지?, 사람? 음식? 옷?’
아린은 그 외에도 불타는 무수한 것들을 봤기에 더욱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한번 더 몰아친 바람에 아린은 팔을 꼬고 건물의 잔해로 들어갔다.
‘그래, 괜히 움직였다간 위험해.’
달도 없는 이 밤에 뭔갈 태운다는 건 자살행위에 가까운 짓이다. 하지만 그런 병신같은 짓을 한다면 둘 중 하나 일테다. 엄청 강하거나, 문자 그대로 병신이거나. 아린은 괜한 모험을 시도하고 싶지 않았다. 황제 폐하가 내려준 목숨은 허물 하나 걸친 자기나 지켜준다던 가드맨 아저씨나 하나였다. 꼬르륵. 아린은 길가에 널부러져있던 에너지 바 하나 말곤 몇 일간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쓰릴만큼 올라오는 배고픔에 미친듯이 거리를 쏘아다니고 싶었지만, 일어서면 하늘이 핑 돌았다.
또 다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살은 아린의 그림자처럼 짧아졌다 길어졌다를 반복하며, 떨어지지 않았다. 잊혀질 때면 등 뒤에서 귀에 숨을 불어넣곤 했다. 저주스럽다. 남들이 죽을 때 죽지 못한 게 서럽고, 이 행성에 태어난 게 고통이었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던 가드맨 아저씨들은 가증스러웠다.
‘바스락’
잔해물을 밟는 소리에 아린은 급하게 건물 잔해 깊숙한 곳으로 기어들어갔다. 무너져내린 방의 사이로 들어가 바닥에 얼굴을 붙이고 야밤의 사냥꾼이 누군지 조용히 숨 죽이며 지켜보았다. 부디 그냥 지나가길. 부디... 제발...
잔해 사이로 네 쌍의 부츠가 보였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도 아린은 부츠가 군용인지 민수품인지 구분 할 수 없었다. 네 쌍의 부츠는 아린이 쌓아둔 바람막이 벽 쪽에 다가가거나, 먹고 버린 에너지 바 포장을 발로 밟았다. 그들은 자신을 찾고 있다. 아린은 가볍게 내쉬는 숨도 거인의 발자국처럼 느껴졌다. 심장은 두드리다 못해 터질 것 같았다.
그들이 무언가 말을 시작했다. 아니 말일까? 내가 있단 걸 눈치 챈건가? 제발 식인종들만은 아니길, 죽는다도 미친놈들에게 빨리 죽기를 제발 제발. 부츠 한 쌍이 아린이 숨은 방으로 다가왔다. 뒷굽이 잔해에 부딪히는 소리는 판사봉의 사형 선고 마냥 더 커지고 가까이 들려왔다.
난 죽었다. 아린은 죽었다. 이제 도망칠 곳도 없으며, 남은 시간 동안 황제 폐하께 다음 생은 테라에서 태어나게 해달라고 비는 수 밖에 없어보인다. 그림자는 짧아졌다.
아린을 덮고 있던 무너진 지붕이 들렸다. 강력한 빛이 눈을 태우고 알아 들을 수 없는 함성들이 울려퍼졌다. 아린은 의식이 흐려졌다. 황제 폐하 감사합니다, 이렇게 깔끔하게 죽을 ㅅ...
————
메카드 일병이 행성에서 구출작전에 투입된 지 근 한달이 넘었다. 행성은 긴급한 구조신호를 보내왔고, 매카드의 연대가 도착했을 땐 부서진 위성과 조잡한 무기로 민간인을 쳐죽이는 컬티스트만 존재했다. 이런 곳을 수복한다는 것은 둘 째치고 이런 곳에 생존자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웃긴 이야기였다.
이 병신 같은 발상을 그는 동기들과 나눴고, 내기를 했다. 생존자를 찾는 사람에게 원하는만큼 아마섹을 구해주기로. 그리고 그의 눈 앞에 사지가 말라붙고 머리는 먼지와 기름으로 엉긴, 거죽 걸친 아마섹이 나타났다.
“생존자입니다! 생존자!”
메카드는 크게 외치고 잔해를 치우며 전술 조명을 비췄다. 인간 가죽의 아마섹은 빛을 받자 더 초라해진 몰골을 나타냈다. 소녀는 숨을 먹고 쓰러졌다. 메카드는 절박하게 잔해를 집어치웠다.
———-
아린의 눈에 하얀 태양이 보였다. 하늘이 무너지기 전 그녀의 세계를 비추던 하얀 태양이었다. 드디어 죽었다. 고통스럽게 죽지 않게 해주어 감사합니다 황제 폐하. 아린은 복받쳐오는 감정을 쏟아냈고,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는 걸 느꼈다. 죽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이제 소리내서 울기 시작했다. 목이 따끔해져도 더 크게 울부짖었다. 편하게 죽어서, 고통 없이 죽어서 너무 기쁘고 슬펐다.
“울지마렴, 울지마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황제 폐하...?”
아린은 코범벅에 껄떡이는 숨으로 간신히 물었다.
“그래 그래, 폐하께서 보우하셨어. 다 괜찮아 괜찮단다.”
커다란 손이 등을 다정하게 토닥여주었다. 이따끔 리듬감있게 두드려주며 알 수 없는 느린 노래를 흥얼거려주었다. 이제 마른 눈물을 끌떡끌떡 넘길 때 아린은 자신을 달래준 남자를 만져볼 수 있었다. 눈은 분명 뜨고 있지만 하얀 빛 외엔 보이지 않아, 더듬거렸다. 딱딱한 부분도 있고, 살 같은 부분도 있었다. 사람 같았다.
“폐하? 정말 폐하신가요?”
아린의 손목이 커다란 손에 이끌려 무슨 문양을 만지게 해줬다. 아린은 손 끝으로 빠르게 더듬었다.
“가드맨 아저씨?”
“그래 소녀 아가씨, 괜찮으니까 좀 더 자렴.”
메카드는 가드맨 아저씨라는 소리에 가슴이 아리고 따뜻해졌다. 동기들 중 제일 먼저 생존자를 찾았고, 소대장은 연대에서 첫번째 공을 세운 메카드를 서훈하고자 했다. 하지만 메카드는 거부했다. 훈장 대신 이 아이를 적당한 행성을 찾을 때 까지 자기가 입양해서 소대가 가족이 될 수 있게 해달라고 청했다. 소대장은 커미사르를 흘긋 봤다. 그러자 커미사르는 흔쾌히 수락하며, 아이는 소대뿐만 아니라 연대의 아이로, 나아가 제국의 아이로 키울 것이라 선언했다. 조건으로 메카드 이병이 철저히 기본 교육을 시킬 것과 좋은 아버지가 될 것 그리고 적당하게 자라면 커미사르에게 데려올 것을 달았다. 메카드는 훈련병 시절보다 큰 소리로 대답했다.
동기들은 아마섹을 구할 방법에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메카드가 소대장실에서 나오자, 동기 중 한 명인 양이 아마섹 대신 다른 건 어떠냐고 물었다. 메카드는 씨익 미소를 짓고 대답했다.
“곰 인형 그리고 공책이랑 색연필, 마지막으로 네가 꽁쳐둔 간식거리들 전부.”
아린의 눈에 베타마-4의 하늘은 너무 아름다웠다. 두 개의 태양은 하얀색과 붉은색을 머금고 교차하며 낮을 밝혔다. 그 후에 하늘을 채운 수 백 세계의 별들과 두 태양의 함빛을 한껏 머금은 달은 하나의 태양만큼이나 밝았다. 이런 행성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걸 아린은 후회한 적 없었다. 여기만큼 멋진 곳은 없을테니까.
적어도 그런 생각은 하늘이 찢어지고, 전쟁이 휩쓸고가기 전까지 그랬다. 세계는 더 이상 아린의 것이 아니었다. 찬란한 하늘은 내장을 터뜨려 쏟아내는 것처럼 찢어져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웠다. 밤을 밝히던 달은 자기보다 밝은 빛을 한 번 내고 산산조각나며 아린의 도시를 박살냈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졌다. 그렇게 베타마-4는 황폐해졌다.
싸늘한 밤 바람이 아릿하게 타는 냄새와 함께 아린의 코 끝을 자극했다. 무너진 제국 행정청 잔해에 쭈그려 있던 아린은 락크리트 조각을 발로 차고 밖을 나왔다. 냄새는 좀 더 강해졌다. 바람도 아린의 머릿칼을 한껏 흩뿌릴만큼 더 강해졌다. 문뜩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발을 내딛기 무서웠다.
‘도대체 뭘 태우는거지?, 사람? 음식? 옷?’
아린은 그 외에도 불타는 무수한 것들을 봤기에 더욱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한번 더 몰아친 바람에 아린은 팔을 꼬고 건물의 잔해로 들어갔다.
‘그래, 괜히 움직였다간 위험해.’
달도 없는 이 밤에 뭔갈 태운다는 건 자살행위에 가까운 짓이다. 하지만 그런 병신같은 짓을 한다면 둘 중 하나 일테다. 엄청 강하거나, 문자 그대로 병신이거나. 아린은 괜한 모험을 시도하고 싶지 않았다. 황제 폐하가 내려준 목숨은 허물 하나 걸친 자기나 지켜준다던 가드맨 아저씨나 하나였다. 꼬르륵. 아린은 길가에 널부러져있던 에너지 바 하나 말곤 몇 일간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쓰릴만큼 올라오는 배고픔에 미친듯이 거리를 쏘아다니고 싶었지만, 일어서면 하늘이 핑 돌았다.
또 다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살은 아린의 그림자처럼 짧아졌다 길어졌다를 반복하며, 떨어지지 않았다. 잊혀질 때면 등 뒤에서 귀에 숨을 불어넣곤 했다. 저주스럽다. 남들이 죽을 때 죽지 못한 게 서럽고, 이 행성에 태어난 게 고통이었다. 말만 번지르르하게 하던 가드맨 아저씨들은 가증스러웠다.
‘바스락’
잔해물을 밟는 소리에 아린은 급하게 건물 잔해 깊숙한 곳으로 기어들어갔다. 무너져내린 방의 사이로 들어가 바닥에 얼굴을 붙이고 야밤의 사냥꾼이 누군지 조용히 숨 죽이며 지켜보았다. 부디 그냥 지나가길. 부디... 제발...
잔해 사이로 네 쌍의 부츠가 보였다.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도 아린은 부츠가 군용인지 민수품인지 구분 할 수 없었다. 네 쌍의 부츠는 아린이 쌓아둔 바람막이 벽 쪽에 다가가거나, 먹고 버린 에너지 바 포장을 발로 밟았다. 그들은 자신을 찾고 있다. 아린은 가볍게 내쉬는 숨도 거인의 발자국처럼 느껴졌다. 심장은 두드리다 못해 터질 것 같았다.
그들이 무언가 말을 시작했다. 아니 말일까? 내가 있단 걸 눈치 챈건가? 제발 식인종들만은 아니길, 죽는다도 미친놈들에게 빨리 죽기를 제발 제발. 부츠 한 쌍이 아린이 숨은 방으로 다가왔다. 뒷굽이 잔해에 부딪히는 소리는 판사봉의 사형 선고 마냥 더 커지고 가까이 들려왔다.
난 죽었다. 아린은 죽었다. 이제 도망칠 곳도 없으며, 남은 시간 동안 황제 폐하께 다음 생은 테라에서 태어나게 해달라고 비는 수 밖에 없어보인다. 그림자는 짧아졌다.
아린을 덮고 있던 무너진 지붕이 들렸다. 강력한 빛이 눈을 태우고 알아 들을 수 없는 함성들이 울려퍼졌다. 아린은 의식이 흐려졌다. 황제 폐하 감사합니다, 이렇게 깔끔하게 죽을 ㅅ...
————
메카드 일병이 행성에서 구출작전에 투입된 지 근 한달이 넘었다. 행성은 긴급한 구조신호를 보내왔고, 매카드의 연대가 도착했을 땐 부서진 위성과 조잡한 무기로 민간인을 쳐죽이는 컬티스트만 존재했다. 이런 곳을 수복한다는 것은 둘 째치고 이런 곳에 생존자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웃긴 이야기였다.
이 병신 같은 발상을 그는 동기들과 나눴고, 내기를 했다. 생존자를 찾는 사람에게 원하는만큼 아마섹을 구해주기로. 그리고 그의 눈 앞에 사지가 말라붙고 머리는 먼지와 기름으로 엉긴, 거죽 걸친 아마섹이 나타났다.
“생존자입니다! 생존자!”
메카드는 크게 외치고 잔해를 치우며 전술 조명을 비췄다. 인간 가죽의 아마섹은 빛을 받자 더 초라해진 몰골을 나타냈다. 소녀는 숨을 먹고 쓰러졌다. 메카드는 절박하게 잔해를 집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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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린의 눈에 하얀 태양이 보였다. 하늘이 무너지기 전 그녀의 세계를 비추던 하얀 태양이었다. 드디어 죽었다. 고통스럽게 죽지 않게 해주어 감사합니다 황제 폐하. 아린은 복받쳐오는 감정을 쏟아냈고,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는 걸 느꼈다. 죽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이제 소리내서 울기 시작했다. 목이 따끔해져도 더 크게 울부짖었다. 편하게 죽어서, 고통 없이 죽어서 너무 기쁘고 슬펐다.
“울지마렴, 울지마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황제 폐하...?”
아린은 코범벅에 껄떡이는 숨으로 간신히 물었다.
“그래 그래, 폐하께서 보우하셨어. 다 괜찮아 괜찮단다.”
커다란 손이 등을 다정하게 토닥여주었다. 이따끔 리듬감있게 두드려주며 알 수 없는 느린 노래를 흥얼거려주었다. 이제 마른 눈물을 끌떡끌떡 넘길 때 아린은 자신을 달래준 남자를 만져볼 수 있었다. 눈은 분명 뜨고 있지만 하얀 빛 외엔 보이지 않아, 더듬거렸다. 딱딱한 부분도 있고, 살 같은 부분도 있었다. 사람 같았다.
“폐하? 정말 폐하신가요?”
아린의 손목이 커다란 손에 이끌려 무슨 문양을 만지게 해줬다. 아린은 손 끝으로 빠르게 더듬었다.
“가드맨 아저씨?”
“그래 소녀 아가씨, 괜찮으니까 좀 더 자렴.”
메카드는 가드맨 아저씨라는 소리에 가슴이 아리고 따뜻해졌다. 동기들 중 제일 먼저 생존자를 찾았고, 소대장은 연대에서 첫번째 공을 세운 메카드를 서훈하고자 했다. 하지만 메카드는 거부했다. 훈장 대신 이 아이를 적당한 행성을 찾을 때 까지 자기가 입양해서 소대가 가족이 될 수 있게 해달라고 청했다. 소대장은 커미사르를 흘긋 봤다. 그러자 커미사르는 흔쾌히 수락하며, 아이는 소대뿐만 아니라 연대의 아이로, 나아가 제국의 아이로 키울 것이라 선언했다. 조건으로 메카드 이병이 철저히 기본 교육을 시킬 것과 좋은 아버지가 될 것 그리고 적당하게 자라면 커미사르에게 데려올 것을 달았다. 메카드는 훈련병 시절보다 큰 소리로 대답했다.
동기들은 아마섹을 구할 방법에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메카드가 소대장실에서 나오자, 동기 중 한 명인 양이 아마섹 대신 다른 건 어떠냐고 물었다. 메카드는 씨익 미소를 짓고 대답했다.
“곰 인형 그리고 공책이랑 색연필, 마지막으로 네가 꽁쳐둔 간식거리들 전부.”
짧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군요. 가드맨의 동정으로 살아난 소녀, 허나 어둠 속에서 세상을 바라봐야만 하는 그녀의 두 번째 삶은 과연 또다른 선물이 될까요. 아님 불행이 될까요. 다음 편이 있다면 궁금해지는군요.
블갤 최고의 문학가께서 그렇게 얘기해주신다니ㅠㅠㅠㅠ감사합니다
굴붕이는 또 뭔고
커미사르가 그래도 착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