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사냥감이 흘린 피를 따라 뒤를 쫒았다. 한 전사가 벽에 등을 기대고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 뭉개진 내장이 꿀럭꿀럭 흘러나와 그의 다리를 적시고 있었다. 전사의 얼굴은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 행성의 모든 것이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지만, 이 백부장centurion의 얼굴은 가히 그 정점이었다. 이 행성에서 치뤄지는 싸움 그 자체가 그의 얼굴에 나타나 있었다. 온전한 얼굴은 절반뿐, 나머지는 프라이마크의 도끼에 찢겨나가 금가고 조각난 해골만이 남아 있었다. 그런 와중에도, 전사는 비명 한번 지르지 않았다. 전사는 정신을 잃지 않으려 이를 앙다문 채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도저히 살아있을 수 없는 부상이었다. 허나, 그는 이 지경임에도 볼터를 들어올렸다.
가히 아름다울 정도인 반항이었다. 앙그론은 미소지으며 웅웅거리는 도끼 옆면으로 볼터를 쳐냈다.
'끝이다.' 그가 말했다. 이 전사, 그리고 자신의 손에 죽은 그의 형제들은 훌륭하게 싸웠다. 아비된 이로써 전사들의 마지막 순간을 모욕하는 것은 안 될 일이었다.
그의 다른 아이들, 그를 따르는 아이들은, 저 너머의 폐허에서 그의 이름을 소리높혀 찬양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가 아직 붉은 모래의 주인이었을 적 노예-조련사가 그에게 붙혀준 이름을 찬양하고 있었다. 앙그론. 앙그론. 앙그론. 그는 황제가 자신에게 붙혀준 이름을 알지 못했다. 그 따위에 관심이 없었기에 여태껏 묻지 않았었고, 이제 영영 다시 물을 기회가 없을 것이었다.
'주군.' 죽어가는 백부장이 입을 열었다.
뇌 뒷편에서 똑딱, 똑딱, 똑딱이는 도살자의 손톱을, 입술 위로 흘러내리는 한 줄기 코피를 무시한 채, 앙그론은 아이의 위로 몸을 굽혔다.
'듣고 있다, 카우라가.'
월드 이터는 가냘프게 숨을 들이켰다. 필시 그의 마지막 숨결이 되리라. 그의 하나 남은 눈이 프라이마크의 얼굴을 흝었다.
'목에 그 상처...' 피거품을 부글대며, 카우라가가 입술을 달싹거렸다. '제가 낸 겁니다.'
앙그론은 목으로 손을 가져갔다. 손가락이 축축하게 젖어왔다. 몇 주만에 처음으로, 그가 웃었다.
'잘 싸웠다.' 프라이마크가 낮디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 모두가 잘 싸웠다.'
'충분히 잘 싸우지 못했습니다.' 백부장이 피로 물든 이를 내보이며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말씀해 주십시오, 아버지. 왜 대반역자의 편에 서신 겁니까?'
앙그론의 얼굴에서 미소가 싹 사라졌다. 아이의 무지함 때문이었다.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다. 다른 모두는 그가 군단을 이끌게 된 것이 너무도 영예로운 일이라 여겼다. 그가 선택한 삶은, 그의 진짜 형제자매 옆에서의 삶은, 제국이 그를 납치한 그날 빼앗기고 말았는데도.
'나는 호루스의 편에 선 것이 아니다.' 앙그론이 고백했다. '나는 그저 황제에 맞설 뿐이야. 이해할 수 있겠나, 카우라가? 나는 이제 자유야. 자유. 왜 이 간단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냐? 왜 너희들은 나에게 노예로써 살아가는 것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냐? 그때 나는 자유인으로써 죽을 수 있었는데?'
카우라가는 프라이마크에게서 눈을 돌려 저 멀리 천둥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전사의 벌어진 입으로부터 한 줄기 피가 흘러내렸다.
'카우라가. 카우라가?'
백부장이 천천히 지친 한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숨을 들이키지 않았다.
앙그론은 죽은 아이의 하나 남은 눈을 감겨주고는 몸을 일으켰다. 땅에 놓인 두 도끼를 집어들자 손목에 매인 쇠사슬이 갑옷에 부딛히며 짤랑짤랑 울렸다.
여기서는 도살자의 손톱도 무시하고
용맹하게 싸운 아들을 치하해주며 눈도 감겨주는데
아마 유일하게 괜찮은 일화가 아닐까.
펄그림 같았다면 눈이 뒤집어졌을텐데.
물론 이스트반 학살이 배경이라는거 생각하면 미담이 아니라고 봐도 할 말은 없는 일화긴 하다만
어쨋든 저것도 그렇고 31시간도 그렇고
앙그론은 자신에게 충성스런 자들보단 용맹하게 반항한
아들을 더 좋아한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ㅁ 을 ㄱ, ㅗ 로 바꾸는 야민정음인가
뭐 대충 앙그론 치고는 미담이라고 좀 넘어가주라
ㄹㅇ 앙그론 치곤 미담인데. - dc App
자식죽이는 애비 미담;
언제나 똑같지만 로가는 개새끼가 맞다
자식 죽여놓고 자유라면서 생떼쓰는게 미담인지는 잘..
이정도면 미담이지... 충성파든 반역파든 가리지 않고 가장 월드이터다운 방식으로 보여준 최고의 존중 아니겠나 다른 군단 다른 프라이마크라면 상상도 못할 방식의
12 - dc App
이정도면 미담이지. 그렇게 자기 군단 학대하다가도 자기한테 한방 제대로 먹이긴 했다고 칭찬해주는 앙그론이라니 상상이 됨?
누구건가 했더니 믿고보는 ADB였군
객관적으로 보면 배경부터 이스트반 학살에 애비가 자식 죽이는 패륜적인 상황인데, 그걸 이렇게 감성 돋게 쓰는 점에서 실력 참 확실하다 싶었다
그렇게 자유를 외치던놈의 선택은 신의 노예로 들어감 ㅋㅋㅋㅋ
응 코른 노예
미담 (앙그론 치고는)
아비된이로서라... 대가리에 지꺼랑 똑같은거 박으니까 이제는 아들 취급은 해주나봄?
앙그론 모티브가 스파르타쿠스니까 지배받지 않고 반역하는 애들을 더 좋아할껄? - dc App
나름 미담이네 펄그림이 저상황이면 저 마린으로 시체파티함
앙그론한테 이 정도면 미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