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 오류 있으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개념글 보내주어 감사합니다ㅠㅠㅠㅠ
“귀관은 181 연대의 아이라던대, 겨우 이 정돈가?”

양 팔을 바이오닉 의수로 대체한 남자가 위압적인 목소리로 연병장을 뛰고 있는 아린에게 소리쳤다. 아린은 어릴 적 머리가 핑 돌아쓰러졌던 것 만큼 어지러워졌다. 어깨는 군장에 짓눌려 감각이 없고, 들썩이는 군장에 허리춤 살이 비벼져 피가 나는 것 같다. 멜빵에 맨 라스건은 덜렁거리며 개머리판으로 연신 무릎과 허벅지를 쳐댔다. 그렇다, 존나 힘들다.

“너가 아린이구나, 우리 연대의 아이!”

메카드 상병과 아린은 커미사르와 함께 연대 커미사르를 찾아갔다. 아린은 16살이 되었고, 대부분의 시간을 우주 속에서 보냈지만 짬짬이 글과 제국 군사 문화를 메카드에게 배웠고, 그의 분대, 소대원들에게도 배웠다. 차츰 커가는 아이의 모습은 소대장 뿐만 아니라 소대원 모두가 자랑스러웠다. 또 자랑스러운 만큼 그들은 아린을 위해서라도 더 청결하고 모범적이며 친절하게 굴었다. 들리는 소문에 소대장이 커미사르에게 큰 그림을 보고 허락한거냐고 묻자 커미사르는 웃으면서 회의실을 나갔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게 좋은 것은 아니었다. 바인 행성 전역에서 연대는 큰 피해를 입었고 후방으로 빠지게 되었다. 메카드는 혼란스러운 와중에 다른 분대원을 찾는 아린을 달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린도 시간이 지나면서 주인이 없어진 침상과 물건을 정리하는데 익숙해졌다. 또 돌아온 소대원들을 위해 짬내어 연습한 노래도 부르며 기를 복돋아주려 애썼다.

메카드는 아린이 뿌듯했다. 그렇지만 동시에 마음이 아렸다. 이렇게 위험한 곳에서 덜 떨어진 자신에게 자랄 필요가 없는데.. 더 나은 환경이 있을텐데. 메카드는 커미사르의 조건이 생각났고, 그녀를 데리고 조심히 찾아갔다.

“우리 황제 폐하의 선물이 왔구나!”

커미사르는 아린 앞에서 늘 그렇듯 다정하게 대해줬다. 메카드는 뻣뻣하게 기립자세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아린은 커미사르를 안고 할아버지를 만난 마냥 상처 난 볼에 뽀뽀하며 좋아했다. 커미사르도 그런 아린을 한쪽 의수로 바쳐 안으며 장교용 간식거리를 쥐어주었다. 아니면 행성의 특산품이나.

“아린아, 잠시 나가있어줄래? 아빠는 잠깐 커미사르님과 얘기 좀 할게.”

메카드가 부동자세에서 아린을 바라보고 말했다. 아린은 천진난만하게 끄덕였고, 아린이 나가자 조용한 적막함이 약간 감돌았다. 커미사르는 다시 위엄을 찾았고, 메카드는 정해진 형식대로 움직이고 말했다. 2분이 채 안되는 논의 아닌 논의에 커미사르는 메카드에게 아린을 준비시키라고 말했다. 메카드는 커미사르에게 자기도 연대 본부로 갈 수 있겠냐고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싸늘했다.

아린은 복도에 부상당해 쓰러진 밥 아저씨와 카엘리우스 아저씨의 붕대를 갈아주고 있었다. 메카드는 아린에게 짐을 챙기라 무겁게 말했고, 아린은 따라와 짐을 챙겼다. 처음 느끼는 이상한 기운에 아린은 아버지의 얼굴을 보고 싶었으나, 볼 수 없었다. 보려고 할 때마다 빨리 짐이나 싸라는 생전 처음 듣는 불호통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짐을 다 싸고 아린은 막사에서 나가려 했다. 그러자 메카드는 조용히 아린을 불러 하얀 천에 싼 무언가를 쥐어주었다. 그러고 제일 중요한 건 황제 폐하에 대한 충성과 너의 목숨이라며 아린을 밀쳐내고 막사 문을 닫았다. 닫히는 짧은 그 순간에 아린은 어린 아버지의 진짜 얼굴을 봤다.

커미사르는 아린에게 눈 안대를 하라고 다정히 말했고, 곧 어떤 차량에 탑승했다. 아린은 묻고 싶은 게 한 가득이었지만, 아버지가 커미사르는 원래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이 아니라 했었던 기억이 났다. 좋으신 분인데... 이따금 차량은 덜컹거렸지만, 그때마다 커미사르는 아린에게 다치지 않았냐고 물어봤다. 운전병은 장난스런 말투로 ‘아씨, 아씨’거리며 커미사르에게 더욱 조심하고 빠르게 몰겠다고 답했다. 아린은 빙긋 웃었다.

도착하고 한 참을 걸어 겨우 어떤 방에 들어가 눈 안대를 풀었다. 넓직한 사무 테이블과 개인용 책상 하나, 그리고 여러가지 라이플과 라스건이 진열된 벽장. 커미사르 할아버지보다 훨씬 많은 상처와 훈장, 주름이 보였다. 커미사르는 딱딱한 보고를 올렸고, 연대 커미사르는 바이오닉 의안을 통해 흘끗 쳐다보고 업무를 중지했다.

“크리그놈들한테 잡혔으면 어떻게 됐을련지.”

연대 커미사르가 펜을 물리며 말했다. 그러고 일어나 아린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너가 아린이구나, 우리 연대의 아이!”

그렇게 아린은 늦은 나이에 스콜라 프로제니움에 들어가게 됐다. 이 과정에서 아린은 연대 커미사르에게 다시 입양되었고, 그녀는 팔렌시르 드 아린이라는 새 이름으로 수송선에 실려 거대한 첨탑의 행성으로 갔다. 아린은 소대의 아이로, 연대의 아이로 자라났으며, 이제 제국의 아이로 자라나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