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폰은 행렬의 최후미에 서있었고, 영광스레 줄줄이 늘어 세워진 여러 개의 깃발들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내리막 계단으로 된 대리석 대로의 양편에는 여러 개의 깃발들이 열을 이루고 늘어서 있었다. 직물 재질로 된 각각의 깃발들은 이름들과 숫자들, 상징들과 행성들, 혹은 제국의 연대들을 상징하는 위풍당당한 짐승들로 꾸며져 있었다. 제국의 독수리를 지고 황제의 비호 아래 싸웠던 그 모든 연대들이 깃발에, 군기에, 전승 기념기와 삼각기들에 새겨져 있었다. 수만 개의 빛나는 조명들이 황제의 옥좌실 문까지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따라 뻗어 있었다.
내리막길의 끝에는 영원의 관문의 거대한 문짝들이 활짝 열려 있었다. 200m에 달하는 높이의 문짝들은 동굴의 둥근 천장에까지도 닿고 있었다. 퇴적암으로 된 하늘에서는 습기가 눈물처럼 흐르고 있었고, 흐르는 눈물은 일천의 빛나는 시내가 되어 금속 문의 표면을 따라 흘렀다. 관문 위에 그려진 황제의 그림은 두 문짝 사이의 균열로 인해 갈라져 있었다. 양각으로 새겨진 거대한 벽화 속에 그려진 인류의 주인은, 용을 닮은 괴물들과 옛 밤의 공포스러운 기계들에 맞서 창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넓은 문의 사이에는, 오직 어둠 만이 놓여 있었다.
몇 시간 만에 처음으로, 그 어떤 기계장치도 벽이나 바닥에 박혀 있지 않았다. 그 어떤 작업장이나 보관용 상자들도 그의 눈앞에 놓인 아름다운 장관을 가리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폰은 미궁 전체를 거미줄처럼 가로지르고 있는 동력이 오가며, 군홧발 아래에서 전력 케이블들이 아음속으로 진동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과시적인 장식들이 이곳, 영원의 관문에 드리운 실용적인 면모를 가리고 있을지는 몰라도, 오직 그 과시적인 면모들만이 이곳의 모든 것은 아니었다.
제폰의 시야 가장자리에 그림자들과 유령들이 늘어서, 아직 전해지지 않은 이야기들로 제폰의 사실적 감각들을 덮어씌우고 있었다. 시선을 돌릴 때마다 또 다른 유령의 메아리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무언가의 기척이 제폰의 눈에 띄었다.
거대한 관문에는 경비병이 배치되어 있지 않았으나, 아치의 양편에는 거대한 리버 타이탄이 각기 한 기씩 배치되어 있었다. 타이탄들의 장갑판에는 화성 직속 레기오 이그나툼의 저돌적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망망대해처럼 이어진 깃발들의 행렬은 바람도 없이 침묵 속에 서있었으나, 여전히 그곳에는 자신들의 조상들로부터 벗겨낸 살가죽을 몸에 두른 채 그곳을 거닐고 있는 꼽추 사제들의 무리가 있었다. 꼽추 사제들은 향로를 흔들며, 황제의 성상 아래서 싸우다 죽은 은하계 전역의 남녀들의 영혼에 바치는 기도를 찬양하고 있었다.
관문으로 이어지는 대로(大路) 위의 허공은 텅 비어 있었으나, 여전히 그곳에는 케루빔을 닮은 흉한 모습의 반중력 드론들이 선회하고 있었다. 아기 천사를 닮은 클론들이, 허공 위에서 빙빙 원을 그리며 날고 있었다. 케루빔들은 발꿈치에 매단 깃발을 휘날리며, 손에 든 종을 흔들어 자신들의 존재를 알게 된 자들을 기리고 있었다*.
(*역주: 원문은 ~ and rang hand-held bells, tolling who knew what. “who knew what”이 뭐야, ㅅㅂ. What이 뭔데. 일단은 what을 케루빔으로 해석해서 위처럼 번역하기는 했는데 정확히는 뭔 소린지 모르겠다.)
관문은 활짝 열려 있었으나, 그 에테르적 반향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 그림 속에 그려진 황제는 회전하고 있는 우주 속에 둘러싸여 있었고, 그 우주는 악마들과 신화적 짐승들로 가득했다. 태양을 후광처럼 두른 황제가, 뿔 달린 뱀을 닮은 무언가의 꿰뚫린 몸을 짓밟은 채 의기양양하게 우뚝 서있었다.
바로크 형식의 희미한 흔적들 하나하나가, 황궁 지하실이 연구소라기보다는 성소에 더 가까운 무언가였을 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황제가 경외보다는 숭배에 더 가까운 무언가를 받고 있었을 적의 이야기를.
그리고 그 중 마지막, 다른 모든 메아리들과는 부조화를 이루고 있는 그 존재가 그곳에 있었다…. 영원의 관문 앞에, 천사가 서있었다. 피로 물든 황금 갑주를 입은 채, 은빛 화염검을 들고 있는 천사가. 크고 새하얀 천사의 두 날개는 도전적으로 활짝 펼쳐져 있었고, 백조를 닮은 깃털들은 거칠게 헤진 채 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버지시여.” 감각이 사라진 입술 사이로 제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제폰이 앞으로 걸음을 내딛는 순간 천사의 모습은 사라져버렸고, 목소리는 그의 등 뒤로 흩어져 사라져 버렸다. 관문은 여전히 그의 눈 앞에 활짝 열려 있었다.
추적/말살 서브루틴 외의 방식으로는 주위를 인지할 수 없는 서비터들은 무한 궤도를 덜컹거리며 앞으로 나아갔고, 제폰을 그것들을 따라 황제의 옥좌실로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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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거짓이었다. 어둠에 휩싸인 관문을 통과한 그 즉시, 제폰은 그것을 명확히 깨달을 수 있었다. 제폰의 감각을 가장 먼저 강타한 것은, 망막 위로 얼룩을 드리우며 편두통을 일으키는 빛이었다. 그 빛은 너무도 밝아, 그에게 심겨진 오큘로브 장기로도 그의 시력을 보호해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제폰은 눈가를 찡그려 실눈을 뜨며, 한 손을 들어 올려 맹렬한 빛을 가렸다.
그를 강타한 두 번째 감각은, 혹사당한 금속이 뿜어내는 기계 타는 냄새였다. 제폰은 여러 행성들에서 공장에서 전투를 치르며, 가동부가 닳아 서서히 죽어가는 기계장치들이 내는 숯덩이와 그을린 철의 냄새를 맡은 적이 있었다. 제폰은 전기 띈 오존 특유의 산성 내음이 섞이기는 했지만, 이곳에서 나는 냄새 역시 그와 동일한 냄새임을 즉각 깨달았다.
세 번째는 소리였다. 고함을 지르는 소리. 기계장치들이 불똥을 튀기며 번개 줄기를 채찍처럼 휘두르는 소리. 기관장치가 가동하며 원시적으로 웅웅거리는 소리. 제폰은 그 소리들을 단지 듣는 것만이 아니라, 느낄 수 있었다. 그의 핏속에서, 뼛속에서 그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계속 걸어가도록.] 디오클레티안의 목소리였다.
제폰은 계속 걸어갔다. 눈에 보이는 것은 적었지만, 감각으로는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앞쪽에서, 누군가가 비명을 질렀다.
[계속 걸어라!] 디오클레티안의 고함소리가 복스를 통해 들려왔다.
비명을 지른 사람이 누구인지를 찾기 위해 제폰은 제자리에 서서 고개를 돌렸지만,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오직 흐릿하기 그지없는 실루엣들뿐이었다. 미치겠군. 내가 미쳐버린 게야. 제폰이 받은 유전 조작은 황제 그 자신의 천재성을 통해 탄생한 것이었다. 스페이스 마린은 거의 완벽한 암흑과 눈이 멀 정도로 밝은 빛, 그 모두를 마찬가지로 간단히 극복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폰은 지금 거의 아무 것도 볼 수가 없었다.
또 한 번, 이번에는 그의 곁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리를 가늠할 수 없는 어딘가에서 금속 기둥이 떨어지며 콰장창 소리를 내었다. 어쩌면 지지대가 쓰러진 것일지도 몰랐다. 어차피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내가 눈이 멀어버린 것인가?
“눈이 안 보입니다!” 제폰이 큰 소리로 외쳤다.
[볼 필요도 없다.] 디오클레티안이 대꾸하였다. [앞으로 움직여라. 계속 걸어가라.]
제폰의 눈은 빛에 적응해 나가긴 했지만, 그 속도는 그가 이전까지 경험했던 그 어떤 때보다도 느렸다. 제폰은 자신의 군홧발 아래에 놓인 창백한 석조 바닥을 보았다. 그리고 시야 가장자리에서 짙은 청동색의,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기계가 웅웅거리고 있는 것 또한 보았다. 행렬의 앞에 무엇이 놓여 있는 것인지를 보기 위해 고개를 들어 올리자, 칼날로 눈구멍을 서투르게 저미는 듯한 통증이 밀려 들었다.
그곳에는 아치형 통로가, 문이, 입구가 있었다. 빛에 얼룩진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어떤 구조물이, 그들이 있는 방 안에 황금빛 안개를 토해내고 있었다. 제폰은 그 문의 정확한 형상을 분간해낼 수가 없었다. 원형인가? 타원형인가? 그 정확한 경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낯선 안개가 어디서 끝나고, 이 구조물의 양 측면이 어디서부터 시작하는지, 전혀 분간해낼 수가 없었다.
[뒤돌아보지 마라.] 다시 한 번 디오클레티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명령에 대한 것 외에는 모든 사고가 삭제된 배틀-서비터들이 줄지어 황금빛 안개 속으로 굴러 들어갔다. 잠시 후 크리오스 전차-Krios tank* 한 대가 뒤이어 안개 속으로 삼켜졌다. 안개는 전차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흩어지지 않았다.
(*역주: 크리오스 배틀 탱크. 대성전 시기 기계교의 주력 전차 중 하나.)
자야 휘하의 기사들 중 한 기가 다른 서비터 무리와 함께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문이 내쉰 숨결에 휩싸였다. 또 다른 기사 한 기가 문의 경계 옆에서 동작을 멈추고 섰다. 황금 안개가 뻗은 촉수에 붙잡힌 기사는 몸을 반쯤 돌려 나머지 행렬을 돌아보았다. 제폰은 남작이 그녀의 신하에게 앞으로 계속 전진하라며 고함을 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기사의 조종사가 충격에 빠져 더듬더듬 내뱉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제 폐하. 나의 황제시여. 나의 옴니시아시여.]
[뒤돌아보지 마라!] 디오클레티안의 날 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작, 네 신하들을 이끌고, 지금 당장 문을 통과하라.]
자야의 거대한 기사가 휘청이며 묵직한 걸음을 내딛었고, 그녀가 앞으로 걸어갈 때마다 철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지면이 진동하였다. 나머지 기사들 역시 흐트러진 행렬을 이루고 자야를 뒤따랐다. 기사들이 서비터들의 무리 사이로, 혹은 그들의 머리 위로 걸어갔다.
제폰이 문의 끝자락에 다다랐을 때 즈음, 구불구불한 안개 줄기들이 촉수를 이루고는 그의 파워 아머 위를 매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안개에는 그 어떤 내음도, 맛도, 그가 볼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존재감도 없었다. 제폰의 머리 위에서, 경외심에 압도당한 기사가 멍하니 몸을 흔들거리고 있었다. 제폰의 양편에서는 탈락스 사이보그들이 안개 속으로 행진해 들어가고 있었다. 피로 가득 찬 사이보그들의 돔형 안면부에 황금빛 안개가 비치고 있었다.
제폰은 몸을 돌려─ 그곳에 멈추어 섰다. 뒤돌아보면 무엇을 보게 되길래? 태양의 플레어처럼 강렬한, 지면 위에 세워진 이 구조물을 진동시키는 빛? 번개 폭풍의 섬광 심장부에 놓인 어둠의 핵심인가? 아니면 에너지의 코로나에 휩싸인 옥좌와 그 위의, 그 인물은─
“뒤돌아보지 마라!!” 디오클레티안이 그곳에 있었다. 디오클레티안은 창대로 제폰을 떠밀어 대었다.
하지만 황제 폐하께서…. 테라의 옥좌 그 자체가…!
“움직여라, 슬픔을 가져오는 자. 지금 당장!”
제폰은 마른침을 삼키고는, 고개를 돌려 황금빛 안개를 똑바로 마주보았다. 그리고, 웹웨이를 향해 첫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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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황제시여, 나의 옴니시아시여.
황제보고가네 지렸다
힙스터새끼 까칠하네
음..혹시 황제와 그 주변부에서 희생되어지는 사이커들 사이로 통과한 건가요 ㄷ
사이커는 언급 안됨
억 그러면 저기서 비명 지르는 사람이 설마 황제인가..
그보단 누가 황제보고 비명지른듯
저 아기 케루빔 밴다이어 이전에도 있었나? 그리고 저 선조의 살점 쓴 곱추사제들은 커스터디안을 섬기는 그 자들임?
글쎄. 정체가 뭔지는 안 나옴.
사이킥적 예지나 환영 같기도 하고
이거 무슨 불국사 석굴암 관광임? ㅋㅋㅋ
저 사제인지 뭔지는 어떻게 감히 저기서 기도니 찬양이니를 할수가 있는거지?
비명은 누가지르는걸까 황제,황제에게 빨아먹히는 사이커,지나가는 무리들중 하나가 사이킥에 못이겨 타죽음,황제의 방어막을 뚫으러다 개쳐맞는 워프의 부정한것들
좀 보게 냅두지 평생 황제 볼 기회가 몇번이나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