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령들의 침공 속에서 케모스 역시 피해를 입기는 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케모스의 주둔군들 사이에서는 네 팔의 거대한 투사를 부리는 여인에 대한 소문이 널리 퍼져 있었고, 이에 의문을 품은 한 연방 요원이 그들에게 그 연유를 물어보자, 그들은 스스로의 두 눈을 가리키며 그들이 절대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며 그들이 무엇을 보았는지 입을 모아 설명했다.



케모스에 침공한 망령들의 군세를 힘겹게 막아내던 주둔 군의 병사들은 얼마 못 가 그들 모두 죽을 것이라며 공포와 좌절 속에 잠식되어 있었다.


비록 운 좋게 지원 병력이 6시간 내에 케모스로 도착할 것이라는 희망 찬 소식이 들려왔지만, 곧 있을 침공 앞에 그 때까지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은 병사들은 물론 지휘부에게도 썩 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망령들의 물결이 밀려오기 시작하자, 주둔군은 이제 그들의 마지막 순간을 받아들이며 말 없이 적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하지만 그들이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한 외계의 여인이 피비린내 나는 땅을 걷는 동시에 박수를 치자 병사들의 눈 앞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커다란 워프 균열과 함께 여인의 뒤에서 걸어 나온 거대한 네 팔의 투사는 실로 이질적인 존재였다.


각 팔마다 닿는 순간 무엇이든 열기와 함께 갈라버릴 것 같은 핏빛 도끼, 


생명과 죽음이 동시에 오고 가는 듯한 가시들이 잔뜩 박힌 황동 도리깨, 


마치 속삭임이 들리는 듯한 푸른 불이 일렁이는 검, 


그리고 너무나도 아름답게 세공된 예리한 곡도까지.


네 팔의 투사는 그것들을 마치 이쑤시개처럼 다루며, 망령들의 군세가 몰려오는 전장 한복판에 섰고, 침묵을 지키던 여인은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


"콰드누스, 내 투사여.


저들에게 네 힘을 보여주어라."


병사들이 눈을 깜빡인 그 순간, 여인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거대한 투사는 함성과 함께 네 팔의 무기들을 휘두르며 망령들에게 달려들었다.



그 후부터 병사들의 머릿속에는 딱 두 가지 생각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망령들을 막아냄과 동시에 거대한 댐 그 자체인 투사를 돕는 것.


중화기 사수들은 비명과도 같은 함성을 내지르며 육중한 중화기들의 화망으로 망령들을 갈아버렸고, 참호에서 사격 중인 병사들의 발 밑에는 탄피와 방전된 라스건 탄창들이 마치 웅덩이처럼 고여 있었다.


지휘부도 투사의 영향을 받았는지 안전한 벙커에서 나와 군기를 휘날리며 권총으로 저항했고, 저 멀리 피투성이가 된 투사의 발 밑에는 바스러져가는 수 많은 망령들의 몸뚱이가 나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연방에서 파견된 지원군들이 탄 수송선들과 공중 병력들의 화망이 잔존한 망령들을 갈아버리자, 투사는 마치 제 역할을 끝내기라도 한 것인지 비틀거리며 한 쪽 무릎을 꿇었고, 그제서야 제정신을 차린 케모스의 병사들이 투사를 찾으려 했지만, 투사는 그들의 시야에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 후, 케모스에서는 병사들의 목격과 증언을 참고한 예술가들과 학자들이 네 팔의 투사와 여인에 관한 그림을 그리고, 탐구하며, 분석하는 움직임이 늘었고, 어쩌면 예술의 성지인 케모스가 망령들에 의해 잿더미가 되지 않길 바란 신의 작은 도움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필멸자인 그들에게는 더 이상 알 길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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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대놓고 필멸자들의 세계에 끼어들었구나, 하르모니아.


설마,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갈 생각은 아니겠지?"


산츠로는 케모스에서 일어나는 네 팔의 투사와 여인에 관한 상황들을 지켜보며 이를 갈았고, 초췌한 표정으로 셀레스틴의 간호를 받던 하르모니아는 이에 헛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내 듣자하니 너희 올드원들은 그 '조명등'을 필멸자에게 던져줘서 사단을 벌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라고 못할 게 무엇이 있겠느냐?"


순간 저 멀리서 돈 코르네가 사례로 통곡하는 소리가 들리자 산츠로는 더더욱 이를 갈며 계기판을 내리쳤다.


"그 침묵의 공간에서 2주 씩이나 갇혔는데도 반성하지 못한 것이냐!


그...'조명등'에 관해서는 어떻게든 넘어간다 쳐도, 이건 엄연히 규칙을 위반한 것이다!"


산츠로의 잔소리에 신물이 났는지 하르모니아는 병자처럼 신음하며 더더욱 셀레스틴에게 몸을 기댔다.


"너희 올드원들은 너무나 속이 좁구나!


병자를 죄인으로 몰아세우다니, 이 얼마나 졸렬한 이란 말인가!


그러니, 네크론티르에게 당한 것 아니더냐?


안 그런가, 내 '유일한' 친우여?"


하르모니아의 머릿결에서 흘러나오는 향유의 냄새에 잠깐이나마 홀린 셀레스틴은 고개를 끄덕였고, 산츠로는 깊은 한숨과 함께 미간을 짚었다.


"이 일에 대해서는 나중에 논의하도록 하지.


그리고, 내 '이렇게' 부탁하는데, 저 스웜로드인가 뭔가 하는 흉물의 식사량을 좀 조절 시키도록 해라!


도대체 얼마나 처 먹이려는 것이냐!"


산츠로가 가리킨 곳에서는 네 팔의 투사가 다마스코스가 준비한 연회 음식들을 마구잡이로 먹어 치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