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멀고 먼 은하계 옛날..

대략 호루스 헤러시라는 어마무시한 대격변적 우주 전쟁이 펼쳐지는 중이다.

물론 그 배경이라 함은 사실 모래알처럼 많은 은하계 중에 하나인 우리 은하계에 국한된 것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인류간 내전에 가깝지만 그건 그렇다치고..


호루스 헤러시도 말기인데,

어디 뭐시기 공업 행성에서 어느 뭐시기 듣보잡 갱단의 아새끼가 하나 끌려왔다.

군단은 뭐 대충 뭐..울트라마린이라 하자.

전세가 급하니까, 울트라마린의 우리 존엄하시고 더블로 존엄하신 로버트 길리먼께서는,

병력을 최대한 보강해서 테라로 올려가려는 역공 작전을 준비중이신 이 때인지라,

사실 이 친구는 그렇게 대단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급하게 선별되서

그대로 마린 신병이 된다.

그리고 대충 열심히 싸우는데..


싸우다보니 회의감이 든다.

그래 내 고향 내 집 지키기 위해 싸우는건 뭐 어쩔 수 없는 이시국 형세상 이해한다 이거지.

근데 매일같이 볼카이트 광선에 플라즈마 핵융합 폭격에..수십번씩 죽음의 위기를 거치는데,

이 울트라마 전쟁이 끝나도 거기서 끝이 아니야.

저 멀리 한 번도 본 적 없는 테라를 지키는게 목표라네?

어제는 동기 뭐시기가 전사하고, 오늘은 동기 저시기가 전사했다.

이제 남은건 나 한명 뿐인데,

싸움에 목표가 뭐라는 생각이 팍팍 드는거야..

과연 나는 뭘 위해 싸우는 것일까?

울트라마 영토의 수호와 외적의 처단, 선량한 시민의 수호..다 좋다 이거야.

근데 나는? 거기서 나는 왜 소외되는 느낌인걸까?

당연하게 좋은 의무이고 당연하게 해야 하는건 아는데,

그거 때문에 그냥 아무개 저시개마냥 죽어야 한다는게 뭔가 억울한거지.


그리고 뭔가 급하게 징병하느라 수술 과정에서 잘못 집도되었는지 몰라도,

그래서 아무한테도 말 못하는 비밀 같은 거지만..

이상하게 솔직히 황제 폐하에게 목숨을 걸고 싶지가 않아.

아니 충성파에서 배반하고 싶다는건 아닌데,

한번도 본 적 없는, 존재조차 모르는 양반을 위해 

어디 저 멀리 외지에서 죽고 싶지 않다는 그런 생각이 드는거지..


그래서 호루스 헤러시가 끝나고, 지각한 길리먼이 통한의 눈물을 흘릴 때

혼자서 몰래 안도의 한숨과 함께 자신이 이상한 사람인가..그런 고찰을 하는 스마도 한두명 쯤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