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물 107D-5H
카라돈 행성 ‘하멜의 탑’ 지구 벙커 207의 잔해에서 발견된 음성 기록을 해석한 결과, 로드 하이 커맨더 솔라 마카리우스의 시성을 건의하고, 전직 고위 이단심문관 히로니무스 드레이크를 제국에 반한 이단 및 반역죄로 수사해야 할 정보를 아우르고 있었다.
황제 폐하의 빛 속에서 걷기를.
옼스가 문을 걷어차고 난입한 순간 나는 이제 죽을 때가 되었음을 알았다.
평범한 사람보다 한배 반은 더 키가 크면서 거친 한 손에 체인소드를 쥔 옼스가 피같이 시뻘건 눈동자로 막사 내부를 훑어보았다. 놈이 고개를 약간 들고 엄니가 튀어나온 아가리를 벌리더니 죽은 자도 깨울 만큼 무시무시한 포효를 내질렀다. 그리고 우리가 자기 말에 따르리라 예상하기라도 한 듯 뭐라 지껄였다. 우리는 물론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더라도 그러진 않을 것이다. 우리는 황제 폐하의 군인인 임페리얼 가드이며, 옼스는 언제나 그 분의 적 가운데 다수를 차지했다.
그린스킨이 벙커 내부까지 이렇게 나타나서는 안 되었다. 이 사실만으로도 최소한 1개 중대의 아군이 죽었음을 일깨웠다. 빌어먹을, 어쩌면 ‘하멜의 탑’ 참호선 일대에 배치된 아군 전체가 몰살당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지난 며칠간 상부로부터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내가 뭐라 지시를 내리기도 전에 외계인이 벙커 내부로 난입했다. 놈의 체인소드가 번득이더니 보흐슬라브의 팔을 어깻죽지에서 절단하고 알라이네의 머리 윗부분을 쪼개며 피와 뇌가 벙커 내부에 흩뿌려졌다. 내 뒤로 의자가 내동댕이쳐지고 탁자가 뒤집히는 소리가 나더니 회색 전투복의 병사들이 당황해하며 침대에서 일어나다 아군 요새 지대의 이토록 깊숙한 곳에서 나타나리라 전혀 예상치 못한 공포와 마주했다.
옼스가 두 걸음 더 내딛으며 나와 거리를 좁혔다. 산탄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총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지난 30년의 복무 동안 단 한 번도 그러지 않았다. 얼마 되지 않는 옼스의 뇌가 벽에 흩뿌려지고 머리통이 사라진 몸뚱이가 엎어졌으나, 사지는 여전히 꿈틀댔고 체인소드 역시 한동안 계속 돌아가며 피범벅이 된 바닥과 금속 침대의 다리를 긁어댔다.
다른 옼스들이 이 벙커로 이어진 플라스크리트 계단을 내리달려오며 짐승같은 전투 함성을 내질렀다. 일부는 거친 열정에 휩싸여 허공에 총질을 했다. 다른 놈들은 톱날이 선 큼직한 막칼과 도끼 따위를 휘두르며 조만간 쓸 기회가 생김을 알고 추악한 즐거움에 환성을 질렀다.
나는 다시 산탄총의 방아쇠를 당겨 앞장선 놈을 자기들 패거리 복판으로 자빠뜨렸다. 이것으로 수류탄 한 발을 놈들 한복판에 던질 여유를 얻었다. 그 즉시 몸을 날려 폭발의 충격파가 벙커 내부를 찢어발길 무렵엔 넘어진 식탁 뒤로 엎드렸다. 나는 나머지 분대원들을 살폈다. 이들은 대부분 막 입대한 신병들이었고, 막 입대했던 무렵의 나보다 아주 약간 나이가 많았다. 이것이 마카리우스 장군을 따라 은하계를 누볐던 자랑스러운 군세의 잔존 병력이었다. 실로 슬픈 상념이었다.
나는 부하들에게 준비하라고 외쳤다. 착검하라고 지시하는 건 무의미했다. 이 애처로운 무리가 옼스와 어떤 형태라도 백병전을 펼치는 순간 살아남을 가능성은 애초에 거의 없었다. 일부가 어설프게 개인 화기를 잡았다. 두어 명은 헬멧과 산소호흡기를 착용하려 허둥댔다. 안드로포프는 전투화를 신으려 했다.
“빌어먹을 라스건이나 준비해라!”
나는 다시 일어나며 외쳤다. 산탄총 총구를 녀석들 쪽으로 확실히 지향하고 다시 외쳤다.
“최소한 사내답게 싸우다 죽어라! 젠장, 똑바로 쏘면 오늘 확실히 살 수도 있다!”
대부분의 가드맨들이 최소한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알기라도 하는 듯 각자의 무기를 들었다. 두어 명은 완전히 충격에 휩싸인 듯 했다. 아마 옼스를 이토록 가까운 거리에서 본 게 처음이겠지. 옼스와 가까이 마주하는 건 정말 대담한 이들이라도 겁에 질리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똑바로 행동하지 못하면 지금의 이 경험이 마지막이 됨은 뻔했다.
나는 외쳤다.
“너희들은 황제 폐하의 군인이어야 하지 않느냐!”
아마 내 입가에 거품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부하들이 이제 나를 두려움의 기색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옼스 보다 나를 두려워한다면 좋은 일이다.
“놈들을 쏴라!”
그린스킨 한 놈은 수류탄 폭발에 휘말리고 팔 하나가 거의 잘려나가 살점 몇 가닥에 겨우 이어진 상태였는데도 살아있었다. 옼스를 죽이기란 정말 더럽게 힘든 일이다. 놈이 벌떡 일어나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뭐라 지껄였다. 산탄총을 겨누고 한 발 더 쏘았다. 가슴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옼스가 뒤로 나자빠졌다. 나는 앞으로 나가 징 박힌 전투화로 쓰러진 옼스의 오른손 손가락들을 짓이기고 산탄총의 개머리판으로 놈의 골통을 내리찍었다. 이제 내가 옼스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으리라 생각할 것이다. 굵직한 손가락이 내 전투화를 튕겨내는 느낌이었다. 젠장, 체중을 실어 짓이겼는데도 초록 손가락 피부를 겨우 찢었을 뿐이다.
한 발 물러나서 총구를 바로 들이대고 확인사살을 했다. 그때 계단 쪽에서 더 많은 옼스들이 지껄이는 소리를 듣고 두 번째 무리가 조만간 들이닥침을 알았다. 리더십을 갈구하며 나를 응시하는 어린 신병들을 돌아보고 다시 질타했다. 회색 플라스크리트의 양쪽 벽을 따라 침대와 관물대가 쭉 이어지고 금속 탁자와 의자 따위가 한가운데 널브러진 벙커. 최후의 항전을 펼치기에는 퍽이나 이상한 장소였다. 모든 벽의 빈 공간에는 선전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놈들이 온다, 확실히 준비해라!”
나는 부하들에게 외치면서 그들 쪽으로 물러서 사선 밖으로 벗어났다. 라스건의 빛줄기에 쓰러지는 건 사양이었다. 이제 우리는 변방 행성의 반쯤 지어진 요새의 미완성 벙커인 이곳에서 영웅적인 마지막 항전을 펼칠 모양이다. 나는 조만간 죽기까지 염병할 만큼의 오랜 여정을 거쳤다.
옼스들이 문으로 난입했다. 문은 놈들이 라스건 집중사격에 죽어갈 병목지대였다. 섬광이 번뜩일 때마다 놈들이 쓰러졌다. 그러나 뒤에 있는 놈들은 멈추지 않았다. 옼스들은 절대 그러지 않았다. 다친 놈들을 밀쳐내고 이미 죽은 놈들을 짓밟으며 우리를 짓이기기를 갈구했다.
나는 옼스들만큼이나 크게 외쳤다. 그린스킨들이 한 명이라도 붙들면 모두가 끝장이었다.
“계속 쏴라! 총질을 그만 두면 내가 이 산탄총을 네놈들 궁둥짝에 찌르고 방아쇠를 당겨주마!”
신병들은 계속 쏘았으나 옼스들 역시 계속 몰려들며 이렇게 크고 괴상하게 생긴 놈들의 속도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빠르게 거리를 좁혔다. 어느새 나는 오그린 만한 덩치의 괴물 한 놈이 휘두르는 파워 액스를 피해 자세를 낮추고 최대한 빨리 뒤로 물러났다. 놈이 다시 도끼를 휘둘렀다. 그리고 등에 벽이 닿자 더 이상 물러날 수가 없음을 깨닫고 말았다. 도끼의 궤적 아래로 몸을 숙이고 산탄총을 앞으로 내밀며 무릎을 노렸다. 내 사격이 명중한건 운이 좋았다. 무릎이 박살난 옼스가 비명을 지르며 나동그라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도끼를 휘둘러 날 맞히려 발악했다. 거리를 벌리고 한 발 더 쏘자 폭발의 위력이 놈을 끝장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옼스들이 내 부하들과 근접전을 벌이면서 기계톱으로 나무를 베듯 찢어발기고 있었다. 나는 산탄총을 장전하고 다른 한 놈을 사살했으나, 그 순간 나머지 놈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로 인해 뭔가 효과가 있기는 했다. 신병 두어 명이 총검을 움키고 이제 곧 죽을 것임을 아는 이들이 무엇이라도 같이 무덤으로 끌고 가려는 절박함 속에 옼스들에게 달려들었다.
내게 한눈을 팔던 옼스 한 놈이 대여섯 번은 찔리고 나서야 무슨 일인지 알아차렸다. 나자빠진 옼스가 짓이겨지기 직전에 분노에 찬 괴성을 내질렀다. 다른 옼스 몇 놈이 벙커 안으로 더 달려들었다. 나는 처음이 아니었지만, 옼스들의 피가 초록빛을 띠며, 내 모성 벨리알에서의 버섯 스테이크와 비슷한 냄새가 남을 알았다. 놈들을 저지하기 위해 수류탄 한 발을 문가로 던졌다. 폭발이 일며 한 무리의 옼스들이 쓰러졌다.
이제 벙커 내부는 폭력이 난무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완벽한 혼란이었다. 연기가 내부를 채웠고, 폭발물과 찢겨나간 살점의 냄새 역시 그러했다. 라스건 빛줄기가 번득였다. 공기는 미친 소처럼 내뿜는 옼스들의 숨결과 체인 엑스의 굉음으로 진동했다. 머리통 하나가 바닥을 구르며 핏자국을 남겼다. 이제 안드로포프는 더 이상 전투화를 신느라 낑낑댈 필요가 없어졌다.
나는 앞으로 나가며 외쳤다.
“7중대는 내게 집결하라!”
옼스 한 마리가 내 앞에 나타났다. 산탄총 개머리판으로 아가리를 후려쳤다. 깨진 이빨조각이 튀며 놈이 자신의 흉기를 내게 겨누었으나, 부하 두 명이 놈을 덮쳐서 짓밟고 난자했다. 놈은 죽어가면서도 큼직한 손아귀로 한 명의 목을 움키고 으깨버렸다. 시체가 내동댕이쳐지자 대검이 목에 박혔는데도 계속 움직이면서 나머지 한 명과 드잡이를 벌이고 있었다. 로스토키를 잘못 쏠까 우려해 위치를 바꾸었다. 갑자기 옼스가 벌떡 일어나더니 내가 배낭을 내던지듯 태연하게 그를 옆으로 내던졌다. 깔끔한 기회였다. 산탄총이 포효하자 놈은 다시 쓰러졌다.
전투 도중에 벌어지는 특이한 전환점 중 하나겠지만, 갑자기 아직 서 있는 옼스가 몇 안 됨을 그제야 깨달았다. 더 이상 벙커 내부로 쏟아지던 그린스킨 무리는 없었다. 공포로 인해 너무나 많아보였을 뿐이지 애초에 그리 많지 않았다. 만약 우리가 빠르게 정신을 수습하고 침착하게 대응했다면 저 개자식들을 정말로 압도할 수도 있었음을 알았다. 물론, 그 누구도 옼스와 가까이 마주하면 그럴 수 없다. 놈들은 우리를 죽인 다음 먹어치우리라 결의했는데 거부당하기라도 한 마냥 미친 듯이 싸웠다.
나는 외쳤다.
“이 멍청한 놈들아! 현 위치를 고수하라! 이제 겨우 세 놈 남았다!”
사실 실제로는 다섯 마리였지만, 필요 이상으로 역경을 과장할 필요는 없었다.
“너희들이 놈들을 때려잡고 있다!”
내 말이 녀석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주었다. 라스건 빛줄기가 사방에서 번득이며 옼스 한 놈이 더 쓰러졌다. 남은 무리 가운데 다른 한 놈을 여럿이 달려들어 말 그대로 찢어발겼다. 순식간에 정말로 세 놈만 남게 되었다. 신속하게 산탄총을 쏴서 둘로 줄였다.
옼스 두 마리는 흉기를 휘두르고 고함을 질러대며 끈질기게 저항했다. 한 놈이 오토건 비슷한 것을 꺼내 내 방향으로 대충 난사했다. 바닥으로 몸을 날려 겨우 피했다. 다시 그쪽을 바라보자 총검 하나가 놈의 목줄기를 파고들었다. 바로 달려들어 산탄총의 총열로 배를 강타하고, 턱의 접합부를 개머리판으로 박살냈다. 쓰러진 옼스는 바닥을 기다가 내 부하들에게 끝장났다. 몇 초가 더 지나자 전투는 끝났고, 놀랍게도 우리가 이겼다.
“잘했다, 녀석들아! 옼스는 이렇게 뒈진다!”
아 샷건 훌륭한 대화수단
그나저나 라스건 집중사격이 강하긴 하나보네 손전등까지는 아니고 풍선정도는 터치는 레이저포인터급은 될듯
ㅊㅊ
마카리우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