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무스 함대는 워프를 뚫고 파르메니온 성계의 중심과 수도 세계를 향해 지체 없이 돌진했다. 울트라마 전역에서 온 지원군덕에 함대의 규모는 크게 증가해 있었다. 몇몇 기동 부대들은 흩어진 데스 가드의 함대들을 몰아내 침략한 행성들을 안전하게 지켜내는 임무를 완수하고, 나머지는 세그멘툼 전역에서 온 지원군이었다. 아뎁투스 메카니쿠스는 스키타리 군단, 전투 로봇과 오베론, 포티스, 아타루스 반-군단으로 주력군을 형성해왔다. 수십 개의 아스트라 밀리타룸 연대, 전투수녀원, 밀리타룸 템페스투스 타격대 또한 이곳에 왔다.


길리먼은 이런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 프라이마크는 북부 지역을 섬멸한 후 프리무스 함대의 알푸스 전투함대를 제외한 모든 함대를 다른 전선으로 보냈었다. 동시 공격이 길리먼의 전략의 핵심이건만, 그럼에도 지원이 들어왔다.


마크라그의 영예의 지휘 갑판에 선 길리먼은 함대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었다. 프라이마크가 모든 일을 지켜보는 지휘대 앞에는 거대한 화면들이 반원형으로 펼쳐져 있었다. 그의 오른편의 측근들과, 왼편의 수많은 하인들은 언제든지 길리먼의 명령을 따를 준비가 되어있다. 


함선들은 하루 종일 엔진을 최대로 가동하여 빛의 1/10에 가까운 속도에 도달한 후, 내부 경계에 들어서고 긴 감속을 시작했다. 취약한 수송선은 호위선의 보호를 받으며 함대 진형의 중앙에 위치해있었다. 주력 전함들은 날카로운 삼각진형을 형성했고, 맨 앞에는 마크라그의 영예가 서 있었다.


공격 준비는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프라이마크의 곁에 여러 사람들이 오가도 길리먼은 자신의 자리를 떠나지 않으며, 그 자리에서 식사를 한다 해도 한시도 쉬지 않았다. 그는 온 작전을 감시하고, 드넓은 정신으로 모든 것을 처리하며, 끊임없이 조정해갔다. 프라이마크의 지휘대 앞에선 한없이 작은 케스트린 함대장은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휴식만 취하고, 길리먼이 취침을 허가할 때만 자리를 떠났다.


여전히 속도를 줄이는 채, 역병과 전쟁으로 황폐해진 행성들을 힘겹게 지나며 행성계를 통과했다.


"파르메니오의 작은 행성들이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길리먼의 전 시종무관이었던 테트라크 펠릭스가 말했다. 그의 역할은 파르메니오 상륙을 지휘하는 것이고, 자신의 전사들을 통솔하려 따로 떨어져 있을 때가 많았지만, 종부의 곁에서 무언갈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시간을 내어 지휘갑판으로 찾아왔다.


"저 행성들은 때가 되면 구원받을 것이다. 파르메니오를 먼저 해방하지 않는다면 우린 그저 포위망이 될 뿐이야. 부패의 중심부를 빠르게 강타한다. 저 외곽의 워밴드들은 내 형제가 죽는다면 쉽게 처리할 수 있는 문제다. 더 이상 지체해선 안 된다." 길리먼이 말했다.


아무도 프라이마크의 의견에 반대하지 않았다. 모두들 암울한 표정이다. 역병 신의 재앙으로 오염된 울트라마의 완벽한 세계를 보고 있자니, 모두의 마음과 머릿속에 복수심만이 들이 찼다.


파르메니오의 빛은 점점 커져갔다. 수많은 별들 사이 하나의 빛은 점점 밝아지더니, 태양 주위를 도는 유사한 행성들의 점들보다도 밝게 타올랐다. 길리먼은 자신이 세운 전략을 무시한 채, 경로로 날아드는 발사체도 무릅쓰고 함대를 행성으로 곧바로 이끌었다. 이 대담한 행동으로 자신의 형제에게 '여긴 네가 있을 자리가 아니다. 떠나지 않으면 죽을것이다.' 라는 뜻을 전하려 했었다. 파르메니오가 다른 행성들보다 커지자, 펠릭스는 부하들을 준비시키기 위해 자리를 떠났다.


길리먼의 시선 아래 파르메니오는 빛에서 점으로, 구체에서 행성으로 커져 갔다. 파르메니오의 지표면에는 세 개의 대륙이 자리잡고 있었다. 가르다마우스는 머나먼 남쪽 바다에 홀로 있었고, 다른 두 대륙인 헤카톤과 켈레톤은 서로 가까이 붙어 북반구를 지배하고 있었다. 두 대륙은 불과 백만 년 전에 서로 떨어진, 지질학적으로는 최근에 갈라졌다. 켈레톤의 냉담하고도 스산한 언덕을 갈망하듯, 강처럼 좁은 바다로 갈라진 헤카톤의 곶이 뻗어 나가 있었다.


행성의 암흑면에 적도를 따라 안정된 궤도를 도는 새로운 불빛이 시야에 들어왔다. 


"적 함대가 보입니다, 주군." 케스트린 함대장이 선언했다.


"내게 원거리 스캔과 적 함선 능력 분석치를 신속히 보내다오. 주 탐지기로 즉시 행성을 수색하도록." 길리먼이 명령했다.


길리먼은 역병함대의 규모를 낮게 생각하고 있었다. 전투함대 알푸스의 1/10에 불과한 규모인데다, 주력함은 3 척 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무시해서는 안 될 문제다.


함선들은 여러 단계의 부패가 진행 중이었고, 작동하는 함선보다는 옛 전장에서 볼 법한 중력장에 갇혀 버려진 폐선 같은 모습으로 전락해버렸다. 이런 녹슨 고철 같은 모습이라도, 병든 심해의 포식자처럼 파르메니오의 부서진 궤도의 잔해밭을 헤집으며 공허를 떠돌았다. 두 척은 악마의 은총을 받은 듯, 너글의 변덕에 완전히 변질되어버려 선체가 무르고 흘러 넘치는 살덩이로 뒤덮였다. 부패가 극심한 나머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길리먼은 적들을 잘 알고 있었다. 길리먼은 이 함선들을 최우선 목표로 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모타리온의 기함은 없습니다." 행성으로 접근하는 내내 홀로 프라이마크의 곁을 떠나지 않고, 금빛 갑주를 두른 채 생각에 잠긴 아뎁투스 쿠스토데스의 트리뷴 말도바르 콜콴이 말했다. "이곳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 놈의 함선이 여기 있을 필요는 없어." 길리먼이 말했다. "모타리온은 더 이상 프라이마크가 아닌데다, 워프의 어두운 에너지로 힘을 얻고 있는 상태야. 악마는 별 사이를 가로지르기 위해 함선이 필요 없는데, 모타리온도 마찬가지다. 놈은 여기로 올 것이다. 실질적으로 그 사실을 진작에 알려준 꼴이야. 저 함대의 힘에 속지 말거라. 이건 초대장이야. 자세히 보거라, 모타리온이 이곳에 주둔시킨 함대는 군단원들이 아니라 하급 이단들의 함선이다."


"미끼군요." 콜콴이 말했다.


"그렇긴 하지만, 이 미끼에 기꺼이 걸려주마." 길리먼이 말했다.


"타락한 챕터들은 과거의 반역자들보다 더욱 혐오스러운 존재입니다." 콜콴이 말했다. 그의 갑주 안에서 분노가 끓어올랐다. 콜콴이 말을 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입을 열 때는 분노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입에서 나오는 음절마다 총탄의 힘이 서린 단어를 내뱉었다. 프라이마크께서 깨어나기 전 자신의 명령이 그렇게나 미흡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수치심은 모든 인간에게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친다. 콜콴에게는 분노로 표출되었다. 길리먼이 황제 폐하의 자리를 찬탈해가는 분노와, 이 은하계의 상황에 대한 분노가. 하지만 대부분은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였다. 자신은 천 명의 적을 도륙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죽은 적들을 보니, 자신이 테라에 갇혀 있지 않았다면 자신의 검으로 베어낼 수천 명의 적들이 떠올랐다. "자기네들 발로 저주받을 길로 걸어 들어간 족속들이죠. 대가가 무엇인지도 똑똑히 봐 놓고선 받아들인 놈입니다."


"다들 각자만의 이유가 있지 않더냐. 배신의 정도에 순위를 매기는 데 집착하지 말거라. 저들이 누구고, 어떻게 싸우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그저 배반한 군단보다 전투 능력이 떨어지는 타락한 놈들입니다." 콜콴이 말했다.


"그래도 만만치 않은 적들이지. 공격전대 아티쿠스, 이탈하여 역병함대를 공격하라. 우리가 행성에 가까워질 때까지 놈들을 막아라."


부하들은 서둘러 그의 명령을 전했다. 그 자체로도 함대의 규모와 맞먹는 공격전대는 진형을 이탈했다. 본대와 아티쿠스 사이에서 소함대에서 소규모 편대가 분리되어 돌파를 시도하는 모든 역병함선을 요격했다.


"주군, 워프 에너지의 잠재적 원천을 발견했습니다." 케스트린 함대장이 보고했다. "동부 대륙의 중심지인 헤카톤에 있습니다."


"보여주게." 길리먼이 명령했다. 


택티카리아 홀로리스 구체가 깜빡이고, 그 안에서 파르메니오의 실사 그래픽이 나타났다. 동부 대륙은 영향을 받지 않았고, 남부도 보기에는 멀쩡해 보였다. 이 두 대륙은 건강히 살아 있는 세계의 녹빛과 갈색, 수정처럼 청명한 푸른빛을 띄었지만 주요 도시에선 길고 어두운 연기가 늘어져 있었다.


헤카톤은 병든 안개로 뒤덮인 채 고통받고 있었다.


"대륙을 보여줘라." 프라이마크가 말했다.


"대기상태를 보정하겠습니다." 탐지장(master auguru)이 읊조렸다. 이미지가 깜빡이더니, 난해한 과학기술이 홀로그램에서 안개를 걷어냈다.


길리먼이 마지막으로 헤카톤을 보았을 적엔 선명한 에메랄드 같았던 비옥한 평원과 둥그런 밭, 찬란히 빛나던 대리석 도시와 네모난 회색빛 교통 센터가 박혀 있던 세계였다. 이토록 아름다웠던 세계가 더럽혀졌다. 대륙을 둘로 나눈 산의 동쪽은 잿빛 황무지만이 남아있다. 농경지, 도심 모두 죽은 검은 땅으로 전락했다. 켈레톤 대륙과 가장 가까운 서쪽에는 역겨운 습지가 생겨났다. 헤카톤 평원을 뒤덮은 늪은 리버 시의 해안과 항구 도시 티로스까지 범람했다.


"헤카톤 도시를 보여다오." 길리먼이 명령했다.


택티카리아는 헤카톤이 길리먼의 눈앞에 나타날 때까지 회전했다.


"확대하겠습니다." 탐지장이 말하자, 홀로그램이 확장하면서 보는 사람들을 산악 도시의 지상으로 끌어들였다.


헤카톤의 이름난 계단식 광장은 거무죽죽한 잡초로 뒤덮이고, 수경 정원 사이의 수로는 한 줄기의 시커먼 죽음의 줄이 되어버렸다. 이미지에 덮어 씌워진 오버레이는 생동감 있는 색깔을 보여주었다. 열상감시와 야간투시와 유사한 효과지만, 이 특별한 필터는 에테르 에너지를 표시하는 난해한 장비인 함선의 사이-오큘러스에 의해 생성되었다.


이 거짓된 요술의 시야 아래, 헤카톤은 세계를 에워 싼 맹렬한 소용돌이로 변질되었다. 행성 전체로 뻗어 나간 소용돌이가 닿는 곳마다 부패가 뿌리를 내렸다.


"이 헤카톤이 모타리온의 시계가 있는 행성이다." 길리먼이 말했다. "궤도 공격이 더 적합한 상태다. 그걸 파괴하고 놈이 울트라마 전역에 쳐 놓은 망을 끊을 수 있겠지. 방어막을 확인해보아라."


"스캔 결과 워프 필드의 존재가 감지됩니다." 탐지장이 말했다. "보이드 쉴드는 없습니다."


"내가 주 탐지기를 조종하마." 길리먼이 말했다.


"본부대로."


길리먼의 손가락이 수많은 젤 패드와 황동 키보드 위를 오가고, 시시때때로 멈추면서 여러 화면들을 번갈아 살펴보았다. "이곳이 유력한 핵심지다." 홀로그램 구체에서 핏줄에 뒤덮인 밀집된 에너지가 평평한 이미지로 나타났다. "워프 필드로 방어되고 있군. 사이크-아웃(psyk-out) 미사일로 저 방어막을 뚫을 준비를 해라. 균열은 오래 가지 않을테니, 원천은 지상에서 파괴해야 한다. 테트라크 펠릭스, 시카리우스 중대장." 길리먼의 목소리는 공중을 맴도는 복스-체럽을 통해 전사들의 강하기에 전달되었다. "즉시 전개 준비."


경적이 고함을 질렀다.


"사이크 아웃 미사일 장전하겠습니다, 주군." 병기장(master ordinatum)이 선언했다.


길리먼은 자신의 선봉 함대와 역병 함선들이 벡터화된 구체 안에서 숫자가 붙은 삼각형이 되어 격돌하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내 발포 명령을 기다려라. 케스트린, 온 화력을 행성에 퍼부어라."


"저희에겐 이런 미사일은 많이 없습니다만, 주군." 콜콴이 불평했다.


"그러니깐 빗나가면 안 된다." 길리먼이 말했다.


이단 스페이스 마린 함대는 마크라그의 영예가 호위함으로부터 이탈하는 것을 보았다. 이 틈을 타 구축함 편대가 제국군의 방어선을 뚫고 기함을 향해 돌격했지만, 케스트린은 포수들에게 경로에 포격을 명령했다. 몇 분 후면 저들에게 죽음이 찾아올 것이다. 


"행성까지 거리는?" 길리먼이 물었다.


"3만 2천 마일,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역추진기를 최대 출력으로." 케스트린이 명령했다.


"주군, 무기가 장전되어 발사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병기장이 보고했다.


"2600 마일까지 사격 중지." 길리먼이 명령했다. "국지방어 레이저와 하전입자 포탑은 대응사격에 요격 준비." 그는 콜콴을 바라보았다. "절대 빗나가지 않는다."


마크라그의 영예가 우주를 가로지르자, 파르메니오의 부숴진 궤도 정거장으로부터 떨어져 나간 잔해들이 전면의 보이드 쉴드에 부딪히며 번개 폭풍과 소멸의 불꽃이 번쩍였다. 함선은 감속과 파르메니오의 중력에 시달리며 신음했다. 이것 말고는 모든게 고요했다. 인간, 서비터, 아뎁투스 아스타르테스 모두 각자의 임무에 집중하고 있었다.


"2600마일입니다." 병기장이 보고했다. "국지방어 포탑 조준과 사격 준비 완료."


"테트라크 펠릭스, 시카리우스 중대장. 발사." 프라이마크가 명했다.


마크라그의 영예의 승선 갑판과 격납고에서 수백개의 플라즈마 광선이 쏟아져 내렸다.


길리먼은 공격기가 함선을 지나쳐 행성을 향해 속도를 낼 때까지 기다렸다.


"무기를 발사해." 길리먼이 말했다.


"무기 발사." 케스트린이 중계했다.


"발사 완료." 병기장이 확인했다.


"궤도 강하를 하기엔 너무 멉니다. 지금이라면 공격에 취약합니다." 콜콴이 말했다.


"보통이라면 그렇지." 길리먼이 말했다. "수천 마일이 아닌 수 백마일 이내가 일반적이지만, 이 위치라면 마크라그의 영예가 역병함대의 주의를 끌어줄테고, 내 형제가 우리에게 어떤 기습을 가할지라도 대응할 준비가 되어있네. 보고 배우거라, 커스토디안."


마크라그의 영예는 가벼운 숨을 내뱉듯 미세히 떨렸다. 쟁기날 닮은 뱃머리에서 작은 함선들만큼이나 거대한 어뢰 네 발이 미끄러져 나왔다. 공허 엔진이 후면의 1/3이나 차지하는 어뢰는 광범위한 코지테이터 시스템에 연결된 서비터로 제어되고 있었다. 이 귀중한 탄두를 보호하기 위해 국지 방어 무기, 전파 방해 장치와 유인체 발사기를 탑재하고 있었다.


이 무기들 말고도 스텁 리볼버의 약실 속에 잠든 슬러그탄처럼, 어뢰 깊숙한 내부에 관이 숨겨져 있다. 6개의 캡슐이 3열로 배열된 18개의 캡슐들은 보호수단에 비해 위력은 적지만, 적합한 대상에게는 치명적이다.


캡슐 안에는 침묵의 자매들처럼 워프 내의 존재감이 적고, 존재 자체만으로도 워프의 생명체와 에너지가 혐오하는 퍼라이어의 정제된 유해가 들어있었다. 일부는 그러한 무기를 이단으로 간주했으며, 존재조차 불분명할 정도로 희귀하다.


길리먼은 이 무기를 사용하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기함에 비해 느리게 움직이던 어뢰는 엔진의 추진력으로 행성을 향해 날아갔다. 어뢰에 탑재된 발사기가 30초마다 빛을 반사하는 채프 구름을 뿜어내 우주에 반짝이는 흔적을 남겨간다.


미사일이 행성에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 그 어떤 대응사격을 받지 않았다. 파르메니오의 저주받은 땅에서 방어 사격으로 번쩍였지만, 미사일의 자체 시스템이 보복 사격을 가했다. 초고속 탄환이 미사일에 흩뿌려지고, 마이크로 레이저가 탄두를 불태웠다. 적의 라스빔은 채프에 흩어져 내렸다.


"충돌까지 3분 남았습니다." 병기장이 보고했다.


"기동 부대가 행성 지표면에 접근 중."


미사일이 펠릭스의 선봉대를 앞질렀다.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뭉툭한 탄두에 주홍빛 불꽃이 타오른다 해도, 열차폐막에겐 하찮은 온도다.


마크라그의 영예의 포가 뒤흔들리며 아래의 행성에 소량의 탄환을 발사했다. 적을 파괴하는게 아닌, 대공 방어망을 무력화하는 것이 목표였다. 길리먼은 파르메니오에 너무 많은 폭격을 퍼붓는 걸 원치 않았기에. 


눈부신 섬광이 오큘러스를 통해 깜박이며 천천히 죽어가더니, 적 함선이 아무도 모르는 새 폭발했다. 모든 시선이 사이크 아웃 미사일에 쏠렸다.


표적이 되어버린 미사일 하나가 폭발하여 반 사이킥 낙진이 성층권으로 쏟아지자 길리먼이 갑자기 몸을 앞으로 숙였다.


찰나의 시간이 흐른 후, 살아남은 어뢰들이 목표물에 충돌했다. 택티카리아 화면에서 사이킥 소용돌이가 불붙은 종이처럼 사그라들다가, 소멸 직전에 다시 천천히 살아 올랐다.


"주군, 워프 방어막이 무력화되었습니다." 탐지장이 보고했다. "하오나 사이-오큘러스를 보아 에테르 활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방어막은 10분 이내로 최대 강도로 투영될 것이며, 최소 예상 시간은 5분입니다."


길리먼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악의 예상치라도 펠릭스는 워프 방어막에 부딪힐 염려 없이 착륙할 수 있으리라. 그는 헤카톤을 뒤덮어 휘몰아치는 부패의 눈을 바라보았다. 곧 영원히 닫힐 것이다.


그는 함대 전체에 복스 채널을 열었다. 


"이 시설을 공격하는 건 위험하고도 불쾌한 경험이 될 것이다. 이 임무를 경솔히 맡긴 건 아니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모타리온의 워프망은 우리 세계 전체의 물질 구조를 오염시키고 있다. 놈의 전사들에게 힘을 가져다주고, 악마들에게 존재를 유지할 어두운 기운을 불어넣어주며, 기이한 역병의 확산을 가속화시키는 근원이다. 하지만 파르메니오에 있는 워프 시계를 부순다면 이곳에서의 승리를 더욱 쉽게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이 전투, 이 초기의 전투는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전투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황제의 이름으로 고하노니 전진하라. 그분께선 너희 모두의 헌신을 기다리고 계신다. 그분께선 너희에게 가장 강력한 전사가 될 수 있는 힘을 내려주셨으니, 약자를 지키고 우리 은하계를 덮친 이 악으로부터 인간들을 구원할 진력을 바라신다. 너희가 전투를 치르는 도중에도, 내가 너희를 지켜주마." 길리먼은 잠시 침묵하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내 아버지께서도 보우하시리라."


프라이마크는 고위 감시관을 바라보았다. "2차 침공대 드랍 포드를 준비하라. 모든 병력 수송선과 타이탄 관선에 워프 시계가 사라지는 순간 즉시 전개할 준비를 하란 통신을 보내. 케스트린, 안정된 고궤도로 진입해라. 발사 위치를 헤카톤 대성당으로 조준하고, 적 방공망에 진압 폭격을 계속 하도록."


승무원들은 승인의 합창으로 화답했다. 마크라그의 영예는 속도를 늦추고 선회하여 도시 상공에 정박했다. 랜스 포대가 충전되고, 매크로캐논으로 무장한 갑판의 포병들은 파괴적인 마그마 포탄을 장전하려 분투했다.


"2차 침공 지휘관들이 준비태세를 보고했습니다." 고위 감시관이 말했다.


"발사." 길리먼이 명했다.


프라이마크의 명령에 따라 12척의 함선의 발사관에서 불을 뿜어내며, 울트라마의 스페이스 마린들은 역병함대의 죽어가는 잔해를 지나 병든 행성을 향해 우주를 가로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