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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2미크론*. 그리고 아래로 4미크론. 그래…….딱 거기야."

*(1mm의 1/1000)


 

3급 기술자(어뎁트) 팰라스 라바콜은 손가락에서 미끄러지듯 빠져나온 캘리퍼스를 조절했고, 아직 서비터의 뇌엽 절제시술과 숨뇌와 관련된 시술이 남아 있었지만 반도체 기판을 서비터의 뇌에 부드럽게 밀어넣은 채 그것을 바라보면서 우쭐하고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나만큼 서비터를 잘 알고 있는 사람도 없지."


 


그는 그렇게 말하며 꿈틀거리는 섬유 줄기를 서비터의 회백질 안으로 밀어 넣었다.


 


기판이 완벽하게 서비터의 뇌에 들어맞자 그는 서비터의 뇌를 보호해줄 합금 덮개를 뒤로 돌려서 들어 올린 후 휴대용 절단기와 볼트를 이용해 서비터의 머리와 덮개를 완전히 고정시켰다, 그리고 그는 손상된 기판을 멀쩡한 부품들과 섞이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그의 벨트에 매달려있던 주머니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는 고장 난 기판을 전투용 로봇에 장착했거나 전투와 관련된 시스템을 운송용 서비터에 장착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상상하며 몸서리를 쳤다.


 


"자, 끝났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 남은 볼트를 수술용 의자에 앉아있던, 마치 병에 걸린 것처럼 회색빛으로 물든 서비터의 머리에 끼워 넣으며 말했다.


 


절반은 인간이나 나머지 절반이 기계인 서비터의 팔은 압력으로 작동하는 화물운반용 집게로 교체되어 있었고 머리의 얼마 남지 않은 살점에는 시각 탐지장치(Visual mass reader)가 부착되어 있었다.


 


"자, 이제 가도 좋아. 돌아가서 기술자 제스의 화물 운반 팀과 합류하도록. 만약 워마스터께서 제63함대를 이끌고 이스트반을 진정 시키셔야 한다면 무기와 포탄이 잔뜩 필요하실 태니 말이지."


 


물론, 서비터는 대답하지 않았고 그저 고개를 돌려 방을 빠져나갈 뿐이었다, 그리고 그의 뒤로는 손상을 입어 대기 중이거나 아직도 육신(flesh)아래 갇혀 교화할 필요가 있는 서비터들이 6기정도가 남아있었다.


 


작업은 라바콜의 숙련된 기술 덕에 순조롭게 진행되었지만 그는 지금의 상황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화성 포지월드에서 찾아온 그의 새로운 마스터인 고위 기술자(Hight Adept) 루카스 크롬이 그의 작업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라바콜의 실력 덕분에 서비터 관련 작업들이 빠르고 정확하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진행된 덕분에 크롬은 라바콜 에게 관심을 보였고 결국 일주일 후 라바콜은 얼마 되지 않는 짐을 꾸려서 자신의 옛 스승인 우르치 말레볼러스(Urtzi Malevolus)의 곁을 떠나 화성의 몬두스 감마 시설로 재발령을 받게 되었다.


 


화성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기술자들은 서비터와 관련이 큰 뇌(腦)공학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나 라바콜은 이 일이 아주 즐거웠다. 어찌되었건 간에, 인간 두뇌 안팎의 메커니즘을 알아야지만 기계 두뇌의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이 그를 카반 프로젝트로 이끌었다.


 


그는 여러 잡생각을 떨쳐내고는 다시 작업에 착수했다, 전투용 프레토리안 서비터의 무장이 테스트 도중 오작동을 일으켜 폭발했기 때문이다.


 


무장은 이미 수리된 지 오래였지만 흉부에 장착된 조준 장치와 머리 부분이 완전히 쓸모없는 고철로 변해버렸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는 불에 그슬린 서비터의 머리를 바라보며 자신의 손에 달린 기계촉수로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긁적였다.


 


다른 기술자들과는 다르게 라바콜의 몸은 아직도 손을 제외한 많은 부위에 살점과 피가 남아있는 상태였다.


 


그의 관심은 카반에게 향해 있었다, 그렇게 그는 죄를 지은 듯 한 기분으로 손상된 서비터에게서 몸을 돌려 작업실을 빠져나와 포지 템플(forge temple)의 복도를 걷기 시작했다.

 


그는 이렇게 일을 미룬다면 일이 잔뜩 늘어나리란 것을 알고 있었지만, 카반과 좀 더 시간을 보낸 다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라바콜은 자신이 자연스레 로봇과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누가 카반 머신의 시스템을 구성하는 코드인 독트리나 웨이퍼를 작성했는지는 몰라도 그것은 그의 권한 밖이었다.


 


그는 기술자 크롬을 의심했다, 아주 똑똑했으나 전투용 두뇌에 관해서는 아주 조금, 혹은 전혀 관심이 없는 인물이었다.


 


포지 템플의 복도의 불빛은 희미하게 깜빡였다, 빛을 내는 구체(lumen globe)가 그의 위에서 어디든지 따라다니며 복도를 흐릿하게 밝혔고 그가 가는 곳이라면 낮과 밤을 가리지 않았고 딱히 밖을 내다보지 않는다면 정말로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구분을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메카니쿰의 기술자로써 낮과 밤은 그다지 신경 쓸 문제가 아니었다.


 


쉭쉭 거리는 꼭지, 두꺼운 파이프 꾸러미들과 케이블들이 복도를 매웠고, 서비터와 바퀴가 달리거나 가느다란 다리를 가진 메신저 로봇들이 혼잡한 복도를 분주히 움직였다.


 


그는 그의 옆을 지나는 기술자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들은 손과 머리의 많은 부분이 아직도 살점으로 이루어진 그에게 측은하거나 혐오스럽다는 시선을 보내며 슬며시 지나갈 뿐이었다.


 


저런 기술자들 중에서는 축복받은 옴니시아-화성 프리스트들의 기계 신을 섬기며 이식받은 사이버네틱스 기계장치를 이용해 생명을 연장 받아 수 세기를 산 사람도 있었다.


 


그가 기술자들을 스쳐 지나갈 때면, 그들이 얼마나 기계 신에게 고개를 숙이며 축복을 받았는지를 알 수가 있었다, 황제 폐하께서 질색하는 그런 것들 말이다.


 


그는 기술자 헤리스토(Herysto)가 백 년 전 테라와 화성이 전쟁이 벌일 당시 인도네식 구역(Yndonesic Bloc)에서 빼앗아온 기술을 개발한 곳인 마찰 없는 피스톤의 사원(Temple of the Frictionless Piston)을 지나고 있었다,


 


벨레르스크의 사원에서(Shrine of Velresk) 낮게 울리는 신도들의 기도소리가 들려왔다, 모두가 붉은 로브를 뒤집어쓴 채 완벽히 하나된듯이 늘어서서는 오래전 세라마이트 프레스기의(Ceramite Press) STC를 발견한 자의 크롬 도금이 되어있는 조각상에 목례를 하고 있었다.


 


라바콜은 포지 템플의 더욱 깊숙한 곳에 위치한 통제 구역으로 향하는 위치에서 존중을 담아 고개를 숙였다.


 


비밀스러운 작업이 진행 중인 사원의 안쪽으로 향하는 길에는 은빛 피부에 붉은 망토를 두른 경비병들이 사방에 깔려 있었다, 모두가 힘과 내구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바이오닉스 강화 장치를 이식받은 이들이었다.


 


"카반 머신에 볼일이 좀 있어," 그는 중화기를 지닌 스키타리 병사들이 지키고 있는 커다란 철제 문 앞에 멈춰 서서 용건을 말했다.


 


처음에 라바콜은 사원을 지키고 있는 전사들의 수에 놀랐으나 지금은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었고 어째서 이렇게 많은 파수꾼들이 필요한지 잘 이해하고 있었다.


 


"게노메크 키를 제시하시오,*" 왼손을 앞으로 내밀며 병사가 말했다.

(*Genomech Key-유전을 뜻하는 Genome과 Mech를 합성어)


 


"그래, 그래," 라바콜이 병사의 손을 쥐며 말했다. "넌 지난 육개월 동안 날 거의 매일 봤을 탠대 한 번도 못 본 사람인것 처럼 구는구나."


 


스키타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라바콜은 만약 자신의 앞에 있는 자가 두려움 이라는 감정뿐만 아니라 제거된 유머 감각까지 가지고 있었으면 어땠을지 생각해 보았다.


 


병사의 손에서 뻗어 나온 기계 촉수가 자신의 손 안으로 들어와 골수 조직에 닿자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다.


 


검사용 촉수가 라바콜의 기계식 코드와 유전자 검사를 마치자 스키타리의 눈이 황색으로 깜빡였다. 


 


"신원확인 완료," 말을 마친 스키타리가 자신의 뒤편에 있는 또 다른 스키타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문 위에서는 붉은 불빛이 깜빡였고 그것을 바라보던 라바콜은 불빛이 너무 과장되어 있다고 생각했다(theatrical), 3 미터 두께에 온갖 괘도 폭격도 막아낼 수 있는 커다란 문이 기름칠이 되어있는 철제 베어링 쪽을 향해 천천히 열리자 그는 뒤로 물러섰다.


 


라바콜이 사원 안으로 들어가자 곧이어 자신이 복도가 밝게 빛이 나며 살균 기능을 가진 반구형 방으로 이어지는 넓은 곡선형 복도 위에 서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안에는 여러 테크노맷*들과 칼큘러스-로자이**, 그리고 로브를 뒤집어쓴 기술자들이 은색 작업용 벤치에서 카반 머신의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기계 조정 및 작동용 서비터)

(**Calculus-logi, Lexmechanic-렉스메카닉으로도 불리며 주로 메카니쿠스의 사서, 혹은 서기 역할을 맡는다.)


 


라바콜은 자신의 바로 앞에 놓인, 방 안으로 가는 터널을 향해 걸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는 기계의 사원(Temple of the machine)을 향해 걸으며 유전자 인식형 잠금 장치를 수차례 더 거쳐야 했다.


 


다른 곳과는 다르게, 이 사원은 다른 기술자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오직 선택받은 몇 명만이 시설 안으로의 입장을 허가 받았기 때문이다.


 


4기의 전투용 서비터가 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와 동시에 서비터들은 라바콜을 목표물로 지정했고 사연장 로터리 캐논과 컨버전 비머, 에너지 클로등의 끔찍한 무기들을 겨누며 순식간에 전원이 들어오며 가동되기 시작했다.


 


"신원을 밝히시오!" 서비터가 소리쳤다, 그것의 목소리는 인간의 것이었지만 감정과 생기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3급 기술자 팰라스 라바콜," 그가 신원을 밝히자 시각, 그리고 청각 인식 프로토콜이 그의 음성, 외형, 그리고 생체 스캔을 시작했다.


 


검사가 끝나자 드디어 무기들이 거두어졌다.


 


그는 자신이 배틀 서비터들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자동 방어 절차 시스템은 자신이 설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에게 겨눠지는 총구들은 그를 몸서리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만약 하나의 프로토콜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그는 지금쯤 3가지로 변했을 태니, 뼈와 살 그리고 피 말이다.


 


라바콜은 배틀 서비터들을 지나며 회전하는 로터리 캐논의 포신을 가볍게 쓰다듬었고 카반 머신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그는 앞으로 다가갈수록 마치 일탈적 행위를 하며 느끼는 짜릿함과 두려움과 비슷한, 그런 친숙한 느낌에 빠져들었다.


 


그것은 방안의 맨 끝에 미동도 없이 놓여있었다, 구동 장치와 장갑을 두른 몸체가 아직 전체적으로 완성되지 않았지 때문이다.


 


기계는 폭이 6미터에 높이가 10미터 였고 고밀도의 견갑이 취약한 연결 부위를 감싸고 있었고 가동되지 않고 있는 팔의 끝에는 다량의 발사식 병기를 장착하고 있었고 반대편에는 전함의 강화 격벽도 뜯어낼 수 있는 무시무시한 위력의 에너지 클로와 톱날형 무기를 갖추고 있었다.


 


그물처럼 얽힌 본비계(scaffolding-本飛階)들이 기계를 둘러싸고 있었고 지난 며칠간 눈코 뜰새 없이 바빴던 기술자 라아누(Laanu)의 무기 정비팀이 여전히 부지런히 움직이며 무수히 많은 숫자의 플라즈마 병기와 레이저 병기들을 유연히 움직이는 강철 촉수에 설치중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기계의 센서 기관이 측면에 위치된 세 개의 불룩한 블리스터 안에 장착되어 있었고, 기계가 동면중임을 알리는 희미한 오렌지 빛 조명이 깜빡였다.


 


자는중인가, 라바콜은 자신의 기쁜건지 나쁜건지 확신할수가 없었다.


 


죄스러운 기분에 자신의 생각을 누르려 하는순간 어둑 어둑했던 센서 블리스터의 빛이 점점 밝아졌다.


 


"안녕 팰라스, 다시 만나서 반가워."


 


"나도 반가워 카반." 라바콜이 말했다.


 


 


 


"기분은 좀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