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2
잊혀진 진실들
온갖 자극제의 물결 속에서도 테티스의 감각은 뚜렷하였다.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망치 두들기는 소리가 귀를 가득 채웠다. 대장간 불길, 흙, 피와 씻지 않은 몸의 악취가 느껴졌다. 그는 자신의 손의 찌그러진 강철 헬멧을 내려다보았다. 테티스의 손이 망치로 헬멧의 철판을 두들겨 다시 재모습을 찾아갔다.
아니.
이것은 테티스의 손이 아니었다. 앙그론의 손이었다.
'이봐.' 목소리가 들렸다. 앙그론은 검투노예의 상처투성이 가슴을 보았다. 남자는 갑옷을 입은 한 손을 뻗어 헬멧을 받아들었다. '쿤글레스가 마지막으로 그것을 썻지.'
검투사는 손가락으로 헬멧 안을 매만졌다. 헬멧 안에서 약간의 머리카락과 두개골 조각을 꺼내며, 못생기고, 사이사이 이빨 빠진 그의 얼굴에 음울한 미소가 잠시 스쳤다.
'그는 죽었어. 좋게 죽지는 못했지. 빠르게 죽지도 못했고. 그의 그림자가 사라졌기를, 그리고 너가 똑같은 운명을 맞이하지를 않기를 기도하자꾸나.'
검투사가 헬멧을 떠맡기자 앙그론은 이를 잡아들었다. 검투사가 죽은 이가 남긴 몸 일부를 먹자 앙그론은 웃었다.
걸어다니느 무장한 기계들이 노예 투사들 주위를 돌아다녔다. 놈들의 전기 막대에 전류가 흘렀다. 검투사들은 동굴에서 터널 위로 올라와 어두운 대기실에 풀려났다. 다른 터널은 바깥과 이어져있었다. 방에는 넓은 나무 탁자와 남루한 무기와 갑옷이 있는 전열대 몇개 빼고 아무것도 없었다. 현명하고 경험이 많은 검투사들은 달려가서 가장 좋은 장비를 챙겼다. 도끼와 삼지창을 낚아채고, 미늘갑옷과 메일아머를 입으며 상대방을 견제하였다.
앙그론은 악마의 눈물 이후로 동굴을 떠난 적이 없었다. 앙그론은 사슬에 묶인 전사들과 그들의 방식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앙그론이 테이블에 도달했을 때 쯤에는 쓸만한 것은 전부 다른 이들이 챙기고, 헬멧만이 남았었다. 헬멧 안을 들여보자, 전 주인의 피냄세가 아직도 느껴졌다. 그는 헬멧을 머리 위에 썼다.
기계들이 말하기 시작했다. 앙그론이 서서히 이해하기 시작한 그들 주인의 언어로 시끄럽게 떠들었다. 많은 단어들은 알아듣지 못하였으나, 앙그론은 '뜨거운 먼지'라는 말은 알아들었다. 기계들이 검투사들 뒤로 대형을 이루고 막대를 앞세워 그들을 터널 밖으로 몰아세웠다.
거기에는 문이 있었다. 가장 큰 검투사의 키의 세 배정도 되는 커다란 문이 터널 끝에 있었다. 기계들이 막대로 가볍게 찔러 그들을 앞으로 나아가게 했으며, 앙그론은 무리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더 앞으로 나아가자, 벽과 땅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희미한 소리가 귀에 들려왔으며, 대부분은 드럼 소리같았다. 드럼과 시끄럽게 소리지르는 목소리들.
모래와 먼지가 천장의 균열로부터 흘러나왔다. 검투사들이 포효하며, 그들의 가슴에 주먹을 두들기고, 머리를 맞대며 쇠소리를 내었다. 앙그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뒤틀린 헬멧의 T자 구멍을 통해 거대한 문이 열리고 빛과 소리가 세어나오는 것을 보았다.
'잘 죽게,' 이빨빠진 그 검투사가 못난 웃음과 함께 그를 뒤돌아보며 말하였다.
그들은 빛을 향해 내몰렸다. 앙그론은 다시 경기장에 서게 되었다. 그가 악마의 눈물에서 살아남었던 바로 그곳이었다. 피라미드는 사리지고, 사람 녹이는 물 또한 안보였다. 그의 눈 앞에는 태양빛을 쬔, 갈라지고 흙먼지 투성이의 원형 땅만이 있었다.
그들 주위에는 수천의 수천에 해당하는 관중들이 있었다. 전에 피라미드를 올라가기 위해 노예들이 서로 죽여댔을 때 보다도 많았다. 그들은 하늘 끝 까지 높이 자리잡은 관중석에 꽉꽉 들이차 앉아있었다. 그들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커 경기장 바닥 위로 올라오는 먼지구름도 사라지게 만들었다. 앙그론은 관중들의 끝없는 열광과, 상상을 초월한 피에 대한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앙그론 옆에 있던 남자는 시야가 빛에 적응하기도 전에 죽었다. 뜨거운 피가 그의 엉굴에 튀며, 넘어지는 시체를 피해 뒤로 물러서는 앙그론의 시야를 거의 가렸다. 가장 강한 검투사들은 무리를 지어 똑같이 뜨러운 모래 위에 서있는 약자와 무장이 빈약한 노예들을 고립시키고 살육했다.
앙그론에게 가장 가까이에 있는 투사가 포효와 함께 도끼를 휘둘렀다. 하지만 앙그론의 눈에 공격은 매우 매우 느려보였다. 앙그론은 가볍게 피하고 이어지는 세 번의 큰 공격도 피하였다. 그는 남자의 팔이 이미 피로로 느려진 것을 알 수 있었다. 남자의 몸에 땀이 쏟아지고, 먼지가 엃혀 피부가 회색이 되었다. 앙그론은 다시 한번 옆으로 몸을 피하고, 검투사가 균형을 잃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본능에 몸을 맡겼다.
앙그론이 주먹을 날려, 남자의 심장을 향해 짧게 찔러넣었다. 작게 우지끈 하는 소리들과 함께 그의 주먹에 뼈들이 휘어졌다. 남자의 마지막 숨이 폐에서 사라졌다. 앙그론의 주먹은 검투사의 가슴에 구멍을 만들었고, 앙그론이 주먹을 빼자 검투사는 팔다리를 떨며 쓰러졌다. 앙그론은 검투사의 손가락에서 도끼를 잡고, 뒤에서 내려치는 스파이크 마울을 막아냈다.
앙그론은 싸우면서 관중들이 뭐라고 소리치는지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해안에 부딫히는 파도처럼, 그들의 목소리는 머나먼 소리로 들렸고, 자신의 등 뒤에 열기로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열기는 그의 도끼가 목숨을 거둘때마다 뜨거워졌다.
테티스는 자신의 팔과 가슴에 피투성이가 되고 뺨에서 피가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테티스는 소년 앙그론의 감각을 자신이 느끼는 것마냥 느낄 수 있었다. 도끼가 머리를 쪼갤때 손에 느껴지는 감각, 적을 죽일 때마다 가슴에 느껴지는 검은 고통. 마지막 검투사가 바닥에 내동댕이 쳐지고, 무기를 잃은 그의 적은 저주를 퍼부으며 뜨거운 모래 위를 기어가 도망치려했다. 앙그론은 그를 막아서며, 셀 수도 없이 데스 메치를 치루어온 상처투성이 베테랑의 공포와 절망을 느꼈다. 그는 대기실에서 보았던 이빨빠진 검투사였다. 이 사실이 앙그론을 약간 주저시켰고, 단도가 자신의 배에 박힐때까지 눈치채지 못했다.
앙그론의 몸에 박힌 칼날은 차가웠다. 심장이 한 번 뛰기전 고통이 뒤따르고, 곧 이어 분노가 뒤따랐다. 검투사를 발로 차고, 앙그론은 칼날을 빼내 모래 사이로 집어 던졌다. 관중들의 형체없는 환호성이 하나된, 그의 이름을 부르는 함성으로 변하였다.
'앙그론! 앙그론! 앙그론!'
앙그론의 손에 쥔 무기는 가볍게 느껴졌다. 마치 항상 그곳에 있기 위해 있는것만 같았다. 망설임은 사라졌다. 그의 귀에 피가 천둥을 쳤다. 그리고 그는 도끼를 휘둘렀다.
시야가 흔들렸다. 바닥에서 검은 것이 위로 솓구치고, 테티스의 감각이 혼란스러워졌다. 기억에서 추방당하면서 분해되는 것만 같았다. 그의 희미한 자각력이 점차 사라지는 것 같았다. 허나 다시 모든 것들이 돌아왔다.
경기장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테티스는 자신의 것이 아닌 피부 위에 차가운 공기를 느끼었고, 위에서 떨어지는 부드러운 물방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주변에는 거의 빛이 없었으나, 그의 아버지의 눈은 주위를 대낮처럼 볼 수 있었다.
남루한 옷과 노예 족쇄를 찬 남자와 여자가 동굴 바닥에 둘러앉아 있었다. 낮은 목소리들과 자면서 비명을 지르는 사람의 소리가 들려왔다.
나이든 남자가 앙그론 곁에 앉아있었다. 그의 얼굴은 오랜 상처들이 겹겹히 뒤덮혀 연결되어있으며, 철색 수염이 두드러졌다. 그는 앙그론에게 천조가리를 주었고, 어린 앙그론은 천조가리를 받아서 자신의 얼굴에 먼지와 달라붙은 피를 닦아냈다.
마지막으로 앙그론의 도끼가 내리꽃힐 때의 장면으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흐른건지는 알 수 없었다. 기억 속에서 테티스의 시간 감각은 혼란스럽고, 알 수 없었다. 그의 아버지는 이제 더 커졌으며, 강해졌고, 경기장에서 알아들을 수 없었던 말들이 자연스럽게 입에서 흘러나왔다.
'저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오노메우스(Oenomaus)?' 앙그론이 씩씩거렸다. 그는 마치 천장 위 경기장을 볼 수 있는 것 마냥 동굴의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저들은 도대체 무슨 괴물이길래, 이곳에 와서 우리의 고통을 즐기는 겁니까?'
'괴물들이라.' 앙그론이 오노메우스라고 부른 늙은 검투사는 상처투성이 얼굴에 어울리지 않은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다. '너는 산의 아이지, 그렇지 않느냐? 그 산의 정상과, 이 동굴과, 뜨거운 모래 외에는 본 것이 없지. 너는 이 괴물들이 사는 곳과 그들이 살 수 밖에 없는 삶들을 본 적이 없겠지.'
오네메우스가 자세를 바꾸었다. 신음소리와 함께 자신의 다리를 앙그론의 곁에 옮겼다. '나는 보았단다. 나는 슬럼가에서 태어났지. 절박한 삶이었단다. 매날 일어날 때마다 수 많은 다른 이들과 싸웠고, 그 날은 나와 싸우는 이가 적더구나. 무언가 함정에 걸린 듯 했었지.' 그는 주먹을 흔들어, 그의 사슬을 달그닥거렸다. '그리고 다른 이들 처럼 여기있게 되어지.'
'가끔은....' 그는 앙그론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가끔은 사람들은 자신보다 더 낮은 곳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어한단다. 얼마나 앞이 안 보일지라도, 정말로 자신이 가장 낮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시하지. 별반 다를 것 없는 처지지만, 이 세상의 사람들은 거기서 살아갈 힘을 얻는단다. 자신들은 살아숨쉬며 우리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 그것만이 그들이 살아가는 원동력이란다.'
오노메우스가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거두었다. 그는 아래를 내려보며, 그의 손가락을 천천히 풀었다. 그의 눈이 다시 앙그론에게 향하였다.
'그러니, 아니란다. 앙그론.' 잠시 후, 오노메우스가 무릎에 손을 내려놓고 말하였다. '저들은 괴물이 아니란다. 저들에게서 너의 분노를 거두거라. 진정으로 너의 분노를 받아야 할 괴물들은 따로 있으니깐.'
어째서인지 앙그론의 의붓아버지를 노예상 내지는 노예주인으로 알고 있는대,
사실 진짜 의붓아버지 포지션은 같은 노예검투사 오노메우스입니다.
그나저나 누세리아는 진짜 헬 중 헬...
참아버지...
앙그론이 도살자박히고 오노메우스 죽이지않나
ㅇㅇ
누세리아 저긴 카오스 신도 손절할거 같은 동넨데? - dc App
판타지에서 케인 신도 보는거 같음. 코른도 아니고 케인.
슬프군
이건 진짜 말살이 답이잖어.
황가놈이 앙그론 빡치게할라고 일부러 제국측 편입해준게 기정사실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