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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초 후 적대적 공역에 진입한다. 지표로 하강해라."


붉은 색으로 칠해진 커맨더 크라이시스 슈트에서 단조롭지만 명확한 명령이 떨어졌다.


"확인했습니다. 샤스'엘."


두쉬'욘은 그의 커맨더 노드를 통해 주어진 명령에 답신하고, 같은 타'로'차의 샤스'위 가까이로 비행했다. 여섯 대의 배틀슈트가 숲 가운데에 내려앉으면서, 벌레 소리로 가득 찼던 축축한 녹색 풀들이 짓밟혔다.


"두쉬'욘, 아스릴. 드론을 활성화 상태로 가동시키도록 해. 나머지, 경계해라."


"알겠습니다, 샤스'엘."


"경계중입니다."


두 배틀슈트가 드론을 그들의 등에 짊어진 거대한 드론 캐리어에서 꺼내 활성화 상태로 돌리는 동안, 나머지 배틀슈트가 적이 있을지 모를 곳을 와이드 스펙트럼 스캐너를 이용해 훝었다. 먼 곳에서 궤'라의 육중한 전차포 소리가 들렸다. 두쉬'욘은 건 드론을 활성화 상태로 바꾸면서, 얼마나 많은 동족이 방금 전의 포격으로 목숨을 잃었을지 생각하며 치를 떨었다. 궤'라는 막을 수 없는 녹색 물길과도 같았다. 하나를 죽이면 열, 열을 죽이면 백이 뛰쳐나오고, 조악한 광학무기를 비웃듯 타우가 한 차례 학살을 하고 나면, 마찬가지로 조악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무기들을 들고 훨씬 많은 숫자가 돌아오곤 했다. 그리고 그것의 기갑들은, 곳곳에 구멍이 뚫리고 찌그러진 채로 갑옷 달팽이처럼 기어와 아군의 전열에 기어이 큰 구멍을 뚫어버리곤 했다.


그마저도 타우가 막아낸다면, 그 다음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궤'론'샤였다. 신과 같은 전사들. 궤'라보다 네 배는 빠르게 움직이고, 열 배는 강하며, 역장을 두른 주먹으로 마치 배틀슈트가 오나거 건틀렛을 휘두르듯 요새를 두드려 부수는 존재. 악몽과도 같은 그들이 진영에 강철의 비를 타고 내려오면, 그 다음은 대학살의 물결이었다. 타우가 궤'라를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궤'라의 전력이 결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걸 이용해, 미리 궤'라 부대를 밀어내고 요새를 세워 대비하는 것 뿐이었다.


때문에, 커맨더 엑셀라이트가 이끄는 헌터 카드레 잠입팀의 임무는 막중했다. 궤'라의 전선을 후퇴시키고, 이 행성을 대의의 이름 아래에 두기 위해서는 궤'라의 보급기지가 없어질 필요가 있었다. 이 작전을 입안한 것은 엑셀라이트이고, 이끄는 것은 엑셀라이트였다. 두쉬'욘은 드론 컨트롤러에 각 드론을 연동하면서 그녀의 붉은 배틀 슈트를 선망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녀는 열 두 차례나 궤'라와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인물이었고, 그의 우상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그녀는 그가 불의 시험을 치르기도 전부터 전선에서 아군을 이끄는, 그야말로 승리를 향해 달려가는 여신이었다.


"전체 드론이 활성화되었습니다, 샤스'엘."


두쉬'욘은 그런 그녀의 옆에서 보탬이 된다는 사실에 자랑스럽게 미소를 띄우면서 몸을 일으켰다.


"잘 했다, 두쉬'욘. 이제-"


무겁고 탁한 줄이 숲 저편에서부터 엑셀라이트가 있는 곳까지 길게 이어졌다. 줄 끝에는 혜성처럼 불타는 금속이 있었다. 쉴드가 무지갯빛으로 일렁이며 박살났다. 배틀슈트에 검은 구멍이 뚫리면서 공기가 그 틈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갔다가, 거의 그와 동시에 배틀슈트 전체가 붉은 섬광으로 번쩍였다. 두쉬'욘이 느끼기에는 찰나와도 같은 그 순간에, 엑셀라이트의 배틀 슈트 안에 들어찬 죽음의 금속이 폭발했다. 공기를 찢는 날카로운 소리와 폭발의 충격파가 두쉬'욘의 채널을 강타한 것은 그 다음이었다.


"매복이다!"


저격 드론들이 벌집을 공격받은 벌떼처럼 일제히 날아올랐다. 아스릴과 무타크의 미사일 포드에서 조그마한 미사일들이 푸른 빛을 뿜어내면서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가 숲 저편으로 내리꽂혔다. 충격으로 두쉬'욘은 잠시 얼어붙어 있었다. 그의 슈트 AI가 그의 상태를 확인하고 재빠르게 각성제를 밀어넣자, 혈관이 증폭하고 혈류가 폭발하면서 눈 앞이 순간적으로 뿌얘졌다. 두쉬'욘은 쿨럭거리면서 상체를 숙였다가, 그 자신도 인지하기 어려운 속도로 몸을 굴리며 일어서 소리쳤다. 귓가에 벌떼가 스치고 지나간 것처럼 먹먹했다. 숲 너머에서, 낯익은 형체의 두꺼운 금속이 나무를 박살내고 숲을 밀어버리면서 그들이 있는 곳을 향해 움직였다.


"궤'라 전쟁 기계다!"


미사일이 그것에 유의미한 타격을 주지 못했나? 두쉬'욘은 그의 육중한 플라즈마 라이플을 들고 궤'라 전쟁기계의 전면을 신중히 겨누고 발사했다. 푸른 빛이 번쩍이면서 모든 걸 태울듯 작렬했지만, 궤'라 전쟁 기계에 닿기도 전에 그 빛이 옅어지더니 전면 장갑에 막혀 경사진 각도로 튕겨나갔다. 그제야 두쉬'욘은 저것이 처음 보는 형태의 전쟁기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의 긴 포가 두쉬'욘을 겨냥했다. 순간, 사신이 그의 목숨을 움켜쥔 것처럼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온 몸이 저릿거렸다.


거대한 폭발, 엑셀라이트의 죽음을 닮은 폭발이 그의 바로 앞에서 터져올랐다. 두쉬'욘은 그의 배틀슈트 인공지능이 그를 대신해 쉴드 드론을 그의 앞에 배치했음을 알고 감사를 표했다. 다리가 간신히 움직였다. 두쉬'욘이 있던 자리, 그가 피하는 자리의 나무, 그리고 엄호 사격을 하기 위해 날아올라 플라즈마를 쏘던 건 드론과 마커 드론에 이르는 모든 것들이 그 공격에 박살났다.


"퓨전 블래스트를 들고 녀석의 측면을 향해 가는 중이다!"


비명과도 같은 외침이 통신망에 울렸다.


"엑셀라이트를 위해!"


숲 한켠에 숨어있던 배틀슈트 한 대가 무모하게 궤'라 전쟁기계의 측면을 향해 뛰어올랐다. 제트 분사와 함께 위로 솟아오른 배틀슈트가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처럼 퓨전 블래스트를 겨누고 발사하려는 순간, 궤라 전차의 측면에서 붉은 섬광이 터져나왔다.


"아몬라이트!"


아스릴의 비명과 함께 아몬라이트였던 것은 매캐한 검은 덩어리가 되어 숲에 처박혔다. 궤'라 전쟁기계는 측면 멜타 포대에서 김을 뿜으며, 여전히 아군을 향해 오고 있었다. 그제야 두쉬'욘은 깨달았다. 미사일은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플라즈마는 그것이 닿기 전에 보호막 같은 것에 위력이 열화된 것이 아니었다. 그저 간단한 문제였다. 궤'라 전쟁기계의 사거리가 아군이 닿을 수 있는 거리보다 월등히 길었을 뿐이었다. 영악한 전쟁기계는 이런 배틀슈트를 몇 번이고 사냥해 본 것 처럼, 플라즈마 라이플이 꽂힐 정도의 거리까지 다가오자 연막탄을 터트렸다. 묵직한 손이 두쉬'욘의 어깨를 두드렸다.


"후퇴해라, 두쉬'욘."


두쉬'욘이 고개를 돌려 그의 샤스'위를 바라보았다. 아스릴은 이성을 잃고 전차를 향해 돌진하면서 플라즈마를 쏘고 있었다. 무타크는 그의 미사일 포드를 다시 쏟아붓고, 엄폐물이 많이 있는 돌무더기 뒤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따를 수 없습니다. 파'드레."


두쉬'욘은 연막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저 궤'라 전쟁기계를 부수고 임무를 완수하기 전까진-"


"임무가 바뀌었다. 형제."


파'드레는 단호하게 두쉬'욘을 두드렸다.


"이 인원으로는 궤'라 보급 기지를 파괴할 수 없어. 유의미한 타격을 줄 수도 없다. 가. 가서 궤'라가 새 전쟁기계를 전선에 투입했다고 알려라. 네 임무가 막중하다, 두쉬'욘."


두쉬'욘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아스릴은 연막 속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없어졌다가, 긴 비명을 남기면서 무선 채널에서 영영 침묵했다. 두쉬'욘은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섰다. 그의 등 뒤에서 제트팩이 푸른 섬광을 일으켰고, 두쉬'욘은 천천히 하늘로 떠올랐다.


"코'바쉬 샤스, 파'드레."

"코'바쉬 타우'바. 두쉬'욘."


두쉬'욘은 점점 잦아드는 통신 채널 속의 비명을 느끼며 이를 꽉 다물었다. 언젠가는 복수할 날이 오리라. 처음 보는 저 전쟁기계를 제거하고, 이 행성에 다시 대의를 세우고, 엑셀라이트와 파'드레의 갑옷을 수습할 날이. 이 행성이 대의의 이름 아래에 복속될 날이 오리라. 그리고 그 날이 오면, 두쉬'욘은 그의 타로차를 위해-


"명중했다 마틴. 솜씨가 굉장하군."


전차장은 마틴이라 불린 포수의 어깨를 두드렸다. 로갈 돈 전차의 오프레서 캐논이 방금 전 전장을 벗어난 배틀슈트의 제트팩에 정확히 꽂히면서, 불쌍한 타우 녀석이 푸른 연기 속에 사그라들었다.


"앤드류. 전차의 상태를 확인해라."

"오토캐논과 오프레서 캐논 장탄량이 좀 비고, 연막탄 랙 하나가 텅 빈 걸 빼면 흠집도 안 났습니다. 커맨디어. 아, 아까 그 옥좌 빌어먹을 놈이 플라즈마 건을 난사해서 왼쪽 궤도는 좀 손을 봐야 합니다."


정비병이 전차장에게 보고하면서 무언가 조이는 시늉을 하자, 전차 내부에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뭉근한 활력이 감돌았다.


"황제 폐하께 감사한 일이군. 바로 정비해서 본대에 합류할 준비를 해라. 복스 채널에 적 침투조를 제거했다 알리고."

"알겠습니다. 커맨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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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때 올렸던 거 일부 수정해서 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