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기체는 빅토릭스 마그나를 중심으로 도열하라." 프린켑스, 인디아스 카발레리오가 지시를 내리며 운전사에게 고갯짓했다. "수평 상태를 유지해 다오, 라쿠스-Lacus."


 "예, 프린켑스." 라쿠스는 그리 말하며, 율리시스 사구 북쪽의 깊은 크레이터를 둘러싼 위험한 애로를 따라 기계 화신을 능숙하게 조종했다.


 "어스펙스의 회신 빈도도 높여라, 팔루스-Palus. 이곳의 지반은 무르니."


 "예, 프린켑스." 워로드 타이탄의 승조원실 꼭대기에 있는 전탐실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카발레리오는 전탐관의 목소리에 섞인 어조를 놓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지나치게 조심하고 있는 나머지, 승조원들에게 불필요할 정도의 업무 지시를 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빅토릭스 마그나는 오랜 세월 복무해온 기체로서, 전장에서의 기나긴 삶에 걸쳐 일천 번에 달하는 땜질과 수리, 그리고 개장을 받아온 바 있었다.


 타오르는 빅토릭스 마그나의 심장은 긍지가 가득했지만, 카발레리오 자신과 마찬가지로 늙어 있었다. 몇 번이나 더 빅토릭스와 함께 진군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었다.


 사실 빅토릭스는 아직 레기오의 기술공들의 돌봄을 받고 있어야 하는 몸이었지만, 맥시멀 아뎁트의 원자로에 대한 공격이 있은 이후로 레기오 템페스투스에겐, 크레이터 비탈면에 모여 있거나 또는 율리시스 수로의 협곡들을 따라 배치되어 있는 남은 원자로들을 방치하는 모험을 할 여유가 사라져 있었다.


 그 원자로들까지 없어지면, 사랑하는 레기오의 기계들을 가동 상태로 유지시키는 데에 있어 애로사항이 크게 늘어날 터였다. 맥시멀에게 공격을 가한 것이 누구였건 간에, 그 공격은 매우 정확했다. 하필이면 아스크라이우스산 속 템페스투스 요새의 동력 대부분을 공급하는 원자로를 파괴했으니.


 카발레리오는 안락한 좌석 위로 등을 기댔다. 양팔과 머리는 살갗 아래로 은색 벌레처럼 파고든 케이블과 촉각 임플란트 장치들로 뒤덮여 있었다. 이러한 형태의 물리적 연결 방식은 빠르게 구식이 되어 가고 있었고, 화성의 프린켑스들 중 일부는 이런 조종 방식이 구태의연하다 생각하곤 했다. 이미 대부분의 프린켑스들은 가상 세계를 통해 정보가 액체처럼 흐르는 양막 수조 속에 전신을 담그는 방식을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카발레리오는 자신이 조종하는 기체와 실제적으로 연결되는 편을 훨씬 선호했다.


 점점 위축되어 가는 자신의 몸을 보면, 자신 또한 머지 않아 양막 수조 안에 들어갈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타이탄과 너무 많이 분리되는 통증과 스트레스를,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견딜 수 없게 될 테니.


 하지만 그 날은 아직 오지 않았고, 카발레리오는 당장의 임무에 집중하며 그 생각은 머릿속 한 켠으로 치워 버렸다.


 매니폴드와 연결된 카발레리오는 빅토릭스 마그나의 거대한 구조가 자신의 혈육인 것처럼 주변 세상을 둘러볼 수 있었다. 여기저기 크레이터가 파인 화성의 황폐한 대지가 사방으로 뻗어 있었다. 남서쪽에는 창백한 잿빛의 팔리두스 황무지들이 있었고, 울퉁불퉁한 암벽면의 쌍둥이 크레이터 위에는 맥시멀의 공장이 흡사 혹투성이 탑들이 모인 것처럼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저 앞쪽, 기가스 고랑지대에는 어지러이 뻗은 난개발 서브-하이브들이 지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숨막히게 더운 추한 형태의 탑들과 거주 구역들, 그리고 판잣집들의 모임은, 번개에 휩싸인 드높은 올림푸스산 비탈 위, 제조장관의 매뉴팩토룸에서 노동하는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을 위한 집이었다.


 켈보르-할의 영토는 이미 며칠 동안이나 들끓는 적란운에 둘러싸여 있었다. 산비탈과 공장들 위로 자주색 번갯줄기들이 지직거리며 내려쳤다. 제조장관이 대체 무슨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인지 카발레리오는 알 수 없었지만, 그로 인해 사방 수천 킬로미터에 걸쳐 고약한 기상 현상과 복스-통신 간섭 현상이 일어나고 있었다.


 다급한 목소리들이 하나의 주파수에 모여 합창을 하듯, 지리멸렬한 코드들이 모든 채널에 가득했다. 결국 카발레리오는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에 복스의 볼륨을 끄고, 헛소리나 재잘대는 코드들을 차단시킬 수밖에 없었다.


 제조장관에 대한 생각을 머릿속에서 치워 버린 카발레리오는 강화된 시야를 돌려 저 남쪽을 바라봤다. 다이달리아 고원의 정제소 지역으로부터 뿜어져 나온 짙은 구름이 대지를 뒤덮고, 지평선 위를 어스름한 영구적 어둠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카발레리오가 이끄는 전투단에 소속된 코발트 블루색 타이탄 3기가 제조장관과 이플루비엔 맥시멀의 영토 사이의 경계선을 따라 꾸준히 전진했다.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는 그 모습은 전설 속 세 거인을 연상케 했다.


 카발레리오의 왼편에서 위풍당당히 진군 중인 워로드 타이탄은 그의 전우, 수자크 프린켑스-Princeps Suzak가 조종하는 타르시스 하스타투스-Tharsis Hastatus였다. 하스타투스는 그야말로 살육 병기였고, 수자크는 가장 필요할 때에 치명적 일격을 날리는 데에 있어서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카발레리오의 오른편에는 리버 타이탄, 아르카디아 포르티스-Arcadia Fortis가 전투단의 약간 앞쪽에서 선두에 서며 열심히 전진하고 있었다. 아르카디아의 프린켑스인 이안 모르던트-Ian Mordant는 불같은 성격의 사냥꾼으로, 최근 들어 워하운드 타이탄의 프린켑스 직위에서 승급해 올라왔지만, 아직 한 마리 고독한 늑대처럼 활동하는 버릇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대열에 더 가까이 붙게, 모르던트." 카발레리오가 말했다. "내 전탐관의 말이 이곳의 지반은 물러서, 모래가 바닥의 틈새 위를 덮은 곳들이 있다고 하는군. 틈새에 빠진 자네 기체를 끌어올리러 대형 기중기를 호출하고 싶진 않네."


 "알겠습니다." 무뚝뚝하게 대답하는 모르던트의 목소리에는 간섭 현상으로 인한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껴 있었다. 모르던트는 아직 새로운 기체의 기벽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에 있었고, 모르던트와 아르카디아는 여전히 서로를 가늠하며 재어 보고 있었다. 모르던트의 대답은 늘 그렇듯이 퉁명스러웠다. 카발레리오가 그런 태도를 용인해 주는 것은 오직 모르던트가 자신 다음 가는 격파 기록을 자랑하는, 휘하 최고의 전사들 중 한 명이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자기가 워하운드를 조종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죠?" 마그나의 모데라티, 카이퍼-Kuyper가 말했다.


 "그런 모양이군." 카발레리오도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아르카디아를 타다 보면 곧 낫겠지. 아르카디아도 퍽 엄한 아가씨니까. 바섹-Basek으로부터는 아무런 전언이 없느냐?"


 "아직 없었습니다, 프린켑스." 카이퍼가 복스-로그를 찾아 보며 말했다.


 "전탐관, 불푸스 렉스-Vulpus Rex의 위치는 확인이 가능한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프린켑스." 팔루스가 대답했다. "하지만 이 빌어먹을 기상 상태 때문에 되돌아오는 신호의 특정이 힘듭니다. 우리 늙은 아가씨의 시야도 이전 같지 않고요."


 "그건 별로 좋지 않군, 팔루스." 카발레리오가 경고조로 말했다. "불푸스 렉스를 찾아라. 지금 당장."


 "예, 프린켑스." 팔루스는 대답했다.


 카발레리오는 잠시 시간을 두고 기다린 뒤, 전탐관에게 다시 물었다. "이제 찾았나?"


 "불푸스 렉스는 보다 남쪽에 있습니다." 팔루스가 약간 안도하는 목소리로 답했다. "바륨 공로(公路)-Barium Highway 끝쪽 기가스 서브-하이브 지역의 가장자리를 따라 은밀 기동하고 있습니다."


 "매복하기에 딱 좋은 지점입니다." 카이퍼가 말했다. "뭔가가 저희를 덮치려 든다 한다면, 그곳이 딱 적소일 것입니다."


 "그리고 놈들은 바섹 님께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꼴을 보게 되겠죠." 운전사, 라쿠스가 즐거워하며 덧붙였다.


 카발레리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섹이 조종하는 불푸스 렉스는 레기오 템페스투스가 보유한 최고의 워하운드 타이탄으로, 한껏 웅크린 그 야성적 체구에 비해 훨씬 더 큰 병기들도 쓰러트려 온 날쌘 살육자였다.


 매니폴드에서 주변 지형의 약도를 떠올려, 타이탄의 센서를 통해 제공된 지형도 시야와 합쳐 본 뒤, 카발레리오는 과연 카이퍼의 평가대로임을 확인했다. 타이탄들이 주변의 저택들 중 절반 이상을 부수지 않고 지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통로는, 오직 바륨 공로뿐이었다.


 하지만 서브-하이브 경계를 묘사한 복잡하게 뒤얽힌 빛의 윤곽선들은 오래되어 부정확할 가능성이 높았다. 타이탄의 안전이 달려 있는 부분에 대해서 안주하는 마음을 품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법이었다. 서브-하이브 지역에서는 너무도 많은 건물들이 지어지고 또는 무너지는 탓에, 서브-하이브들을 그린 대부분의 지도들은 거의 매일 단위로 쓸모없는 옛것이 되기 일쑤였다.


 "225도 방향으로 향한다." 카발레리오가 지시를 내렸다. 빅토릭스 마그나의 거대한 형체가 몸을 돌리자 근육이 움찔거리며 꿈틀대는 것이 느껴지고, 마그나는 맥시멀의 영토 가장자리를 따라 위엄 있게 진군하기 시작했다. "아르귀레 마고스-Magos Argyre. 현재 반응로 상태는 어떻소?"


 "평가: 아슬아슬합니다." 타이탄의 엔진시어, 아르귀레가 프린켑스가 앉은 연단 뒤편의 후방 격실에 꼼짝도 않고 서서 말했다. "진군을 해서는 안 됐습니다, 카발레리오 프린켑스. 반응로의 기계령이 불안해하고 있으니, 기계령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진정의 기도문 전체를 암송하지 않고서는 더 이상의 진군은 위험합니다."


 "그리 주의하겠소, 마고스 공." 카발레리오가 말했다. "완보 속도로 늦춰 주시오."


 "완보 속도로." 아르귀레가 되뇌여 말했다.


 카발레리오는 매니폴드 깊숙이 파고들며, 압력 센서와 대기 견본 검사기, 적외선 패널과 마이크로파 수용기로부터 전해지는 데이터들을 들이마시고, 주변 환경을 관찰했다. 주변 세계에 대한 카발레리오의 이해는 비견할 데가 없었고, 주변 환경에 대한 인식은 화성의 대지 위 그 누구도 따라잡을 수 없었다.


 맥시멀의 공장 주변 지형은 불안정한 곳이 많았기에, 카발레리오는 앞쪽의 지면에 정신을 집중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카발레리오의 집중은 계속해서 올림푸스산 위의 추하게 얼룩진 하늘로 이끌려 갔다.


 "도대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 거지, 켈보르-할?" 카발레리오가 중얼거렸다.


 "프린켑스시여?" 카이퍼가 되물었다.


 "흠? 아아, 아무 것도 아니다. 혼잣말을 너무 크게 중얼거렸군." 카발레리오는 대답했다.


 매니폴드를 통한 상호 연결에는 그 어떤 비밀도 존재할 수 없기에, 카이퍼는 카발레리오가 올림푸스산에 쏟는 관심에 바로 눈치를 챘다.


 "태산(太山, the Grand Mountain) 때문에 그러시는 거지요. 아닙니까?" 타이탄 조종사들이 올림푸스산을 부르던 옛 이름을 꺼내며, 카이퍼가 물어 왔다. 빅토릭스 마그나의 모데라티는 기대고 앉은 좌석을 돌려, 워로드 타이탄의 턱 부분에 설치된 자신의 좌석이 카발레리오를 마주보게끔 하였다. "태산이 뭔가를 불안해하고 있어서 말입니다."


 "그래, 태산 때문이 맞다." 카발레리오가 말했다. "태산은 화성의 목소리의 대변자인데, 뭔가가 그곳을 불안하게 하고 있어."


 "프린켑스!" 팔루스 전탐관이 외쳤다. "아스크라이우스산으로부터 복스 연락이 왔습니다. 샤라크 프린켑스-Princeps Sharaq께서 급히 대화를 요청하고 계십니다."


 "매니폴드로 돌려라." 카발레리오가 지시했다.


 등을 기대고 앉은 프린켑스의 눈앞으로 흐릿한 녹색 빛의 그물이 일렁이며 뚜렷해지고, 최초의 방에 선 샤라크 프린켑스의 홀로그래픽 이미지가 떠올랐다. 홀로그래픽 이미지는 신호가 재밍을 받고 있는 것처럼 떨렸고, 목소리도 코드가 오염된 것처럼 뚜렷해졌다 흐릿해졌다를 반복했다.


 "무슨 일인가, 샤라크?" 카발레리오가 물었다. "우리는 지금 임무를 수행 중이다만."


 [저도 알고 있습니다, 폭풍의 군주시여. 허나 지금 당장 아스크라이우스산으로 귀환하셔야겠습니다.]


 "귀환하라고? 어째서 말인가?"


 짐승의 노호성처럼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는 코드 때문에 샤라크의 대답은 가려져 들리지 않았다. 샤라크의 이미지도 일렁이는 아지랑이에 붙잡힌 듯 왜곡됐다.


 [.... 모르티스입니다. 놈들이 진군합니다!]


 "뭐라고? 마지막 말을 반복해 보게!" 카발레리오가 급히 말했다.


 샤라크의 이미지가 돌연 선명해지고, 카발레리오는 동료 프린켑스의 말을 바로 눈앞에서 들은 것처럼 선명하게 들었다.


 [레기오 모르티스입니다.] 샤라크가 반복해 말했다. [놈들의 타이탄들이 진군합니다. 놈들이 아스크라이우스산을 향해 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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