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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기오 인비질라타의 심볼)


4

인비질라타



수석 모데라티 발리안 카소미어는 수염자국으로 거뭇거뭇해진 아래턱을 긁적였다. 그의 시간은 제한되어 있었고, 그는 그것을 분명히 했다.

“이 위치에서 넌 혼자가 아니다.” 그리말두스가 지적했다.

카소미어는 음울하게 미소를 지었다. 약간의 이입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죽을 생각이 없습니다, 레클루시아크. 제 최고 프린켑스는 인비질라타가 헬스리치에서 걸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기사는 난간 쪽으로 움직였다. 그의 갑옷 관절이 부드럽게 움직이며 소리를 냈다. 관측 플랫폼은 지휘용 요새의 중앙 첨탑 꼭대기에 있는 적당한 크기의 공간이었지만, 그리말두스는 매일 밤 이곳에서 전쟁을 준비하는 하이브를 응시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희미하게 보일 정도로 먼 거리, 도시 벽 너머로 그의 유전적으로 강화된 시력은 수평선에 있는 타이탄들의 골격을 세밀하게 볼 수 있었다. 황무지에서 인비질라타의 엔진들 또한 준비를 마쳤다. 뚱뚱한 선체의 착륙선들은 제국 병력 배치의 마지막 단계에 참여했다가 삐걱거리며 궤도로 돌아갔다. 머지않아 며칠 내에, 행성 지표에 무언가 착륙할 거라는 희망은 없어지리라.

“이곳은 아마겟돈의 항구 도시들 중 가장 거대하다. 우리는 인류 제국이 그동안 견뎌낸 것 중 가장 규모가 막대한 그린스킨-종 제노의 공격을 받겠지.”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는 타이탄 조종사에게로 몸을 돌리지 않았다. 그는 머나먼 먼지 폭풍의 모래 안개로 흐릿해진 거대한 전쟁 기계들을 지켜보았다. “우리는 타이탄이 필요하다, 카소미어.”

장교는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의 옆으로 걸어갔다. 여러 겹의 옥색 렌즈로 이루어져 황동 받침대에 설치된 그의 두 의안이 도시와 그 너머를 바라보는 기사의 시선을 따라가자 소리를 내며 회전했다.

“당신의 필요는 잘 알겠습니다.”

“내 필요? 하이브의 필요다. 아마겟돈의 필요지.”

“당신의 말대로, 하이브의 필요입니다. 하지만 저는 최고 프린켑스가 아닙니다. 저는 하이브의 방어에 대해 그녀에게 보고할 것이고, 결정은 그녀가 내릴 것입니다. 인비질라타는 다른 도시와 병력으로부터 강력한 청원을 받았습니다.”

그리말두스는 생각에 잠겨 눈을 감았다. 깜빡임 없이, 그의 해골 투구는 머나먼 타이탄들을 계속 응시했다.

“그녀와 대화해야겠다.”

“전 그녀의 눈과 귀이자 목소리입니다, 레클루시아크. 제가 알면 그녀도 아십니다. 저는 그녀의 명령대로 말합니다. 원하신다면, 어쩌면 복스로 회담을 주선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여기에 있음으로써, 결코 사소하지 않은 주둔지에 있음으로써 인비질라타가 당신과 협상하는 데 진지하다는 걸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그리말두스는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점은 인정하겠다. 난 네 계급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지 않는다. 말해다오, 모데라티. 네 최고 프린켑스와 직접 대화할 수 있나?”

“아니오, 레클루시아크. 인비질라타의 전통에 어긋납니다.”

그리말두스의 눈이 다시 한 번 뜨여, 수평선에 있는 전쟁 기계들을 잘 보이지 않음에도 자세하게 들여다보았다.

“네 반대는 알겠다.” 기사가 말했다. “당연히 무시하겠다.”

“무슨?” 타이탄 조종사가 자신이 정확히 뭐라고 들었는지 확신하지 못한 채 말했다.

그리말두스는 답하지 않았다. 이미 복스로 말하고 있었다.

“아타리온, 랜드 레이더를 준비해라. 황무지로 나간다.”


4시간 후, 그리말두스와 그의 형제들은 거인들이 드리운 그림자 속에 섰다.

가벼운 모래 폭풍이 잔모래를 흘려보내 그들의 전쟁-갑주에 끼워 넣었지만, 그리말두스가 카소미어가 이 임무의 성격에 대해 성나게 항의한 것을 무시했던 것처럼 쉽게 무시되었다.

서비터들은 지상에서 노동했다. 정신이 소거되어 육체적 고통을 처리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했지만, 황무지의 거친 모래는 그들의 드러난 피부를 문지르고 기계 부분을 투박하게 마모시켰다.

타이탄들은 엄숙하게 경계하며 황무지에 서 있었다. 총 19대였고, 19명의 승무원이 탑승하는 소형 워하운드급부터 보다 큰 리버급, 그리고 워로드급까지 있었다. 신과 같은, 모래에 영향을 받지 않는 타이탄들은 각성의 의식을 진행하는 기술-어뎁트들과 보수용 드론들로 꾸며져 있었다.

잠에 들었음에도, 어느 것 하나 조용하지 않았다. 작동하려는 내부 플라즈마 반응로의 갈리는 듯한, 어마어마한 기계-칭얼거림은 태곳적 악몽으로부터 온 소리였다. 인간이 거대한 파충류 포식자들과 그 땅을 울리는 포효를 두려워하는 세계에서 나온.

로브를 입고 타이탄 무리 내에서 기계-신과 잠든 전쟁-거인들의 영에게 찬송하고 기도하는 수백 명의 기술-사제들을 상상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말두스와 형제들이 워로드급 한 대가 드리운 그림자 속을 걷자, 강철과 강철이 집요하게 갈리는 소리가 온 힘을 다해 지르는 뇌성이 되어 공기를 소닉붐처럼 깨부쉈다. 뜨거운 공기가 타이탄의 몸체에서 뿜어져 나왔고, 그 주변에선 수천 명의 사람들이 부활의 여파 속에서 바로 모래바닥에 무릎을 꿇고 타이탄을 마주하며 경외감을 속삭였다.

타이탄의 탄생의 울음이 경고 사이렌과 함께 울려 퍼졌다. 순수한 기계적 소음과 유기체의 환희 사이에 있는 소리였다. 완전한 노동력을 갖춘 백 개의 공장만큼이나 컸고, 새로 태어난 신의 분노만큼이나 끔찍했다.

그것이 움직였다. 빠르지는 않았다. 몇 달 동안 근육을 사용하지 않은 인간의 더듬거리고 불안정한 걸음이었다. 랜드 레이더도 쉽게 격파해버릴 만큼 거대한 발 하나가 몇 미터 떨어진 땅에서 발톱을 벌리고 솟아올랐다. 잠시 후 대지를 강타해 사방으로 먼지를 흩뿌렸다.

“성물께서 깨어나신다!” 복스로 변형된 수백 명의 목소리가 외쳤다. “성물께서 걸으신다!”

타이탄은 아래의 숭배자들의 경건한 외침에 답했다. 그것은 다시 포효했다. 스피커 나팔에서 울려 퍼져 황무지에 메아리치는 외침이었다.

인상적인 광경이었으나, 그리말두스가 이곳에 부하들을 이끌고 온 이유는 아니었다. 그들의 목표는 여전히 더 거대한, 이 강대한 워로드 타이탄조차 초라해지는 것이었다. 그들이 높은 위치에 있는 그것의 무기-팔 주변에 서거나 걷는데도 그것은 그들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 이름은 폭풍의 전령이었다.

전투용 타이탄은 걸어 다니는 무기 플랫폼으로서 하이브 구획도 평지로 만들 수 있었다. 폭풍의 전령은 걸어 다니는 요새였다. 다리는 이 60미터짜리 거대한 전쟁 기계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었고, 내부에 실린 보병들이 타이탄이 짓밟는 적들에게 사격할 수 있는 포탑과 아치형 창문을 갖춘 요새 겸 병영이었다. 구부러진 등 위에 폭풍의 전령은 총안이 있는 흉벽과 기계-신의 모습을 한 황제에게 바쳐진 신성한 중장갑 성당의 일곱 첨탑을 싣고 있었다. 그 건축물 가장자리에는 가고일들이 방어용 포탑과 스테인드글라스 창문 주변에 조각되어 매달려 있었다. 그것들의 소름끼치는 아가리는 땅 위에 있는 신성한 성채에서 조용히 적들에게 울부짖고 있었다.

팔에 달린 포와 흉벽에는 깃발이 달려, 전쟁 기계가 태어난 이래 수천 년 동안 살해한 적들의 이름을 나열하고 있었다. 성물이 내지른 탄생의 외침이 희미해지자, 기사들은 폭풍의 전령의 거대한 어깨에 실린 요새-성당에서 종교적 모임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틀림없이 경건한 영혼들이 자신들의 영적 주인에게 이 가장 위대한 기계-신이 일어나도록 축복해달라고 탄원하는 것이었다.

타이탄의 발톱 달린 발은 종아리의 장갑 두른 방으로 이어지는 계단이었다.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 거대한 구조물과 함께, 그리말두스는 서둘러 움직이는 하급 기술-사제들과 서비터들을 헤치고 나아갔다. 그의 부츠 신은 발이 첫 번째 계단을 밟자, 그가 예상했던 방해물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잠시.” 그가 형제들에게 말했다. 보병들, 이목구비는 가려져 있었고, 아치 길부터 타이탄의 사지-내부까지 줄지어 서 있었다. 기사는 출입을 시도했으나 메카니쿠스 추종자들에게 막혔다.

그들을 마주한 군인들은 스키타리였다. 어뎁투스 메카니쿠스 보병 병력 중에서도 정예에 속했다. 무기화된 증강물과 인간의 형태가 융합한 모습이었다. 다른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처럼 그리말두스는 그들의 조잡한 육체-개조와 그들의 사지에 무기를 합체시키는 날것의 수술이 그들을 좋게 보일 뿐 여전히 비참한 서비터로 만들 뿐이라고 여겼다.

이 인공신체 달린 생명체들은 12명이었다. 그들의 피부는 바람에 맞서 로브로 덮여 있었다. 그들은 소리를 내는 플라즈마 무기를 다섯 기사에게 겨눴다.

“나는 그리말두스, 블랙 템플러의 레클―”

―당신의 신원은 우리에게 알려져 있다― 그들 모두가 동시에 말했다. 합창한 목소리에 통일성은 거의 없었다. 몇몇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깊었고, 비인간적이고 기계적인 것도 있었으며, 여전히 완벽한 인간도 있었다.

“한 번만 더 내 말을 끊으면,” 기사가 경고했다. “너희 중 한 명을 죽이겠다.”

―우리는 위협받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여전히 동시에, 여전히 서로 다른 목소리의 합창으로 말했다.

“나한테 설교하지 마라. 너희는 아무것도 아니다. 너희 전부 노예고, 서비터보다 조금 더 나을 뿐이지. 이제 비켜라. 너희 주인과 일이 있다.”

―우리는 복종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의무가 요구하는 대로 남을 것이다―

인간이라면 그들의 통합된 말에서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을 테지만, 그리말두스의 감각은 그들이 말하는 방식에서 미세한 편차를 느낄 수 있었다. 그들 중 넷은 다른 이들보다 몇 분의 1초 정도 말을 늦게 시작하고 끝냈다. 어떤 것이 12명의 전사들의 정신을 연결했든, 다른 이들보다 더 능률적인 자들도 있었다. 그는 기계-신의 하인들을 자주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이것이 기이한 결점이라고 느꼈다.

“성당에 대고 소리를 질러야 하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인비질라타의 최고 프린켑스와 대화할 것이다.”

그들은 이런 행동을 어떻게 처리하라고 명령을 받은 적 없었고, 그들의 상급자에게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할지 계산할 인식력이 부족했다. 따라서 그들은 침묵을 유지했다.

“레클루시아크님…” 프리아무스가 복스로 말했다. “이 어리석은 모욕을 참아야 합니까?”

“아니.” 해골 투구가 붉은 눈을 깜빡이지 않고 스키타리들을 하나씩 스캔했다. “전부 죽여라.”


79년 동안 그래왔듯, 그녀는 우윳빛 양수가 담긴 관-수조 속에서 부유했다. 액체의 화학적 쇳기와, 풍부한 산소의 질척거림은 거의 한 세기를 살아오며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것이었다. 호흡에서 공기를 대체한 그것의 맛, 느낌, 폐에의 침입은 항상 어느 정도 이질적이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그것이 불편하다고 말할 순 없었다. 정반대였다. 그것은 영원히 불안정하지만, 부자연스럽지도 않았다.

항상 너무 적고 너무 멀었던 것 같은 전투의 순간에서, 최고 프린켑스 자르하는 자궁 내 임신은 이런 느낌일 거라고 차갑게 확신했다. 그녀를 유지하는 냉각수는 폭풍의 전령의 핵에 있는 플라즈마 반응로와 공명하여 따뜻해질 것이었다. 쿵쾅거리며 대지를 울리는 발소리는 강력한 심장박동처럼 커져서 그녀 주위에서 메아리쳤다.

절대적인 힘과 완벽한 보호가 연결된 느낌. 폭풍의 전령의 폭력적으로 망가진 정신이 갑작스러운 힘으로 그녀의 의식을 지르고 그녀를 압도하려고 하는 그 날카로운 광란의 순간이 찾아오면, 그녀는 그녀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그것에만 집중해야 했다.

그녀는 자신의 조수들이 마지막 순간 그녀의 플러그를 뽑을 날이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기계의 영혼으로 돌아가길 거부할 것이었다. 그 타고난 기질과 개성이 그녀의 보다 약하고 너무 인간적인 정체성을 삼켜버릴까 두려웠으니.

하지만 그날이 지금은 아니었다. 오늘은 아니었다.

아니었으므로, 자르하는 가짜 자궁으로 돌아오는 데 집중했다. 폭풍의 전령의 솔직하고 원시적이며 끈덕지고 고집스러운 접근을 옆으로 치워두는 데 그것이면 됐다.

그녀의 내이 연골이 있던 자리에 이식된 복스-수신기와 그녀를 감금한 수조 측면에 설치된 수용 장치에도 불구하고, 바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언제나 소리가 죽여져서 둔하게 그녀에게 닿았다.

그들이, 그 목소리가, 침입에 대해 말했다.

최고 프린켑스 자르하는 이 상황에 대한 그들의 평가는 알지 못했다. 그녀는 불경한 고대 테라의 이야기 속 바다의 님프처럼 우아하게 우윳빛 액체 속으로 돌아왔다. 넓은 관에 담긴, 증강되고, 쭈글쭈글하고, 털 없는 생명체는 결코 사랑스럽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녀의 발은 다시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서 제거되었다. 그녀의 뼈는 약하고 연했고, 몸통은 말려서 굽어 있었다.

그녀는 그들에게, 부하들과 형제자매들에게, 생각으로 찌르듯 답했다.

침입자들과 대화하고 싶구나.

“침입자들과 대화하고 싶구나.” 그녀의 관에 달린 복스-발화기가 단조롭게 말하자 그녀의 말이 조용히 메아리쳤다.

그들 중 한 명이 수조의 깨끗한 벽에 가까이 다가와, 부유하는 껍질을 매우 존경스럽게 바라보았다.

“프린켑스님.” 론이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론을 좋아했지만 총애하지는 않았다.

안녕, 론. 발리안은 어디 있니?

“안녕, 론. 발리안은 어디 있니?”

“모데라티 카소미어는 하이브에서 돌아오는 중입니다, 프린켑스님. 우리는 당신께서 한동안 주무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시끄러운데? 그녀의 얼굴에 남아 있던 것이 미소로 바뀌었다.

“이렇게 시끄러운데?”

“프린켑스님,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가 들어오려고 합니다.”

들었단다.

“들었단다.”

알고 있지.

“알고 있지.”

“무엇을 명령하시겠습니까, 프린켑스님?”

그녀는 다시 수중에서 몸을 틀었다. 관의 발전기와 그녀의 척추, 두개골, 사지를 잇는 케이블과 전선, 끈들에도 불구하고 해양 포유류처럼 우아했다. 그녀는 물에 담긴 고대의 쇠약해진 꼭두각시였고, 고요하게 웃고 있었다.

접근 허가.

“접근 허가.”

―접근 허가― 12 목소리가 동시에 말했다.

전기에 휩싸인 망치의 가장자리가 멈추었다. 선두 스키타리의 두개골과 손가락 두께 정도만 떨어져 있었다. 전기적 힘의 작은 스파크가 무장된 파워 웨폰에서 군인의 얼굴로 튀어서, 그는 물러나야 했다.

―접근 허가― 그들 모두가 두 번째로 읊었다.

그리말두스는 크로지우스 망치를 끄고 강화 인간 군인들을 옆으로 밀쳤다.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니까.”


그들이 조종실로 향하는 봉인된 격벽 밖에 설 때까지, 좁은 복도를 지나고 승강기로 올라가는 여정은 짧고 편안했다. 조종 층으로 가는 과정에는 기술-어뎁트들을 조용히 응시하는 것도 상당한 비중으로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의 눈을 대체한 초록색 렌즈는 회전하고 초점을 맞추며 스캔하거나 인간의 얼굴 표정을 오싹하게 본떴다.

타이탄의 내부는 어두웠다. 증강되지 않은 인간이 작업하기에는 너무 어두웠다. 기사들이 벙커나 교전 중인 함선에서만 보았던 붉은 비상등으로 밝혀져 있었다. 그들의 유전-강화된 눈은 투구 바이저의 시각 필터 없이도 쉽게 어둠을 꿰뚫었다.

지휘 층으로 향하는 거대한 이중격벽 바깥에선 경비가 서 있지 않았다. 기사들이 기다리자 큰 소리와 함께 문이 레일을 따라 열렸다.

아타리온은 그리말두스의 두루마리가 늘어진 견갑을 잡았다.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형제여.”

채플린은 살해된 주인의 은빛 얼굴을 통해 자신의 기수를 바라보았다.

“날 믿게.”


지휘 층은 원형 구획이었다. 가운데에는 다섯 개의 화려하고 케이블로 뒤덮인 옥좌에 둘러싸인 연단이 솟아 있었다. 방의 가장자리에는 로브를 입은 기술-어뎁트들이 레버, 다이얼과 버튼이 어지럽게 가득한 콘솔에서 작업하고 있었다.

거대한 창문 두 개가 광대한 시야를 제공했다. 거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깨달음의 전율과 함께 그리말두스는 자신이 신-기계의 눈으로 보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연단에는, 깨끗한 유리 수조가 소리를 내는 기계들로 지탱되며 서 있었다. 그 우윳빛 심연에서 벌거벗은 노파가 부유하고 있었다. 세월과 그녀의 목숨을 이런 상태로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인공신체가 그녀를 파괴했다. 그녀는 한때 인간의 눈이 있었던 자리를 대체한 벌레의 눈 같은 증강물로 응시했다.

“반갑소,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 그녀의 관에 내장된 복스-스피커가 말했다.

“최고 프린켑스.” 그리말두스가 수영하는 껍질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만나게 되어 영광이오.”

그녀가 말하기까지 침묵이 선명하게 흘렀다. 그녀의 시선은 결코 그를 떠나지 않았다. “당신은 무척 나와 대화하고 싶은 모양이오. 즐거운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마시오. 폭풍의 전령은 깨어났고, 곧 나는 걸을 것이오. 말하시오.”

“헬스리치로 파견된 대사이자 타이탄 조종사로부터, 인비질라타가 우리의 방어선 내에서 걷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소.”

다시, 침묵.

“그렇소. 나는 이 군단의 3분의 1을 지휘하오. 나머지는 당신의 형제들, 샐러맨더와 함께 이미 헴록 지역의 방어선 안을 걷고 있지. 강대한 인비질라타의 내 몫을 달라고 청원하러 온 것이오?”

“애원하는 게 아니오, 프린켑스. 내 눈으로 직접 당신을 보고 얼굴을 마주해 당신에게 우리와 함께 싸우고 죽어달라고 요청하러 온 것이오.”

쇠약한 여자가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 같으면서도 즐거움에 찬 표정이었다.

“하지만 당신은 의도한 임무를 아직 완수하지 못했구려,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

“그렇소?”

이번에, 침묵은 더욱 길었다. 늙은 여자는 거품이 이는 수조 속에서 웃음을 터트렸다. “얼굴을 마주하고 있지 않잖소.”

기사는 갑옷 목깃에 손을 뻗어, 봉인을 풀었다.



투구가 없어지자, 성유의 냄새와 양막 수조의 화학적 기운이 훨씬 더 강해진다. 그녀가 내개 처음 말한 것은 내가 어떻게 답할지 모르는 것이다.

“아주 친절한 눈을 가지셨구려.”

그녀의 눈은 오래 전 두개골에서 제거되었다. 안와를 덮은 구근 모양의 렌즈가 나를 지켜보며 뒤틀린다. 나는 그녀가 한 말에 답할 수 없고, 내가 뭐라고 말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름이 무엇이오?”

“블랙 템플러의 그리말두스요.”

“이제 우리는 얼굴을 마주하고 있소, 블랙 템플러의 그리말두스. 당신은 대담하게 이곳으로 와서 자신의 얼굴로 직접 나를 예우했구려. 나는 바보가 아니오. 채플린이 형제가 아닌 자에게 인간적 면모를 드러내는 일이 얼마나 드문지 알고 있지. 묻고 싶은 것을 물으시오. 답해주겠소.”

나는 더 가까이 다가가 관의 표면에 손바닥을 댄다. 내 갑옷의 진동과 함께 관이 떨린다. 난 메카니쿠스의 부하들이 나를, 내 검은 세라마이트를 지켜보는 걸 느낀다.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 전쟁-갑주로 대표되는 기계공의 기술의 완벽함을 만지고픈 그들의 동경이 드러나는 경건한 시선을.

그리고 나는 우윳빛 수중을 부유하는 프린켑스의 기계 눈을 들여다본다.

“프린켑스 자르하. 헬스리치가 당신을 부르고 있소. 함께하시겠소?”

그녀는 다시 미소를 짓는다. 썩어가는 이빨을 지닌 눈 먼 노파가 나와 손을 맞댄다. 오직 강화 유리만이 우리를 갈라놓는다.

“인비질라타는 함께할 것이오.”

일곱 시간 후, 도시의 사람들은 머나먼 황무지로부터 기계의 울부짖음을 들었다. 더 작은 타이탄들의 외침을 가려버릴 정도였다. 그것은 거리와 첨탑 꼭대기에서 메아리쳤고, 하이브의 모든 영혼들의 피를 오싹하게 만들었다. 들개들은 근처에 더 큰 포식자가 있다고 느낀 듯 짖었다.

회의 도중 사렌 대령은 몸을 떨었으나, 다른 이들에게 미소를 지었다. 잠기운으로 무겁고 충혈된 눈으로 그는 모두를 바라보았다.

폭풍의 전령이 깨어났군.” 그가 말했다.


약속대로, 3일 동안 도시는 신-기계들의 발걸음으로 진동했다.

인비질라타의 기계들은 걸었다. 북쪽 장벽의 거대한 관문이 열려 그들을 환영했다. 그리말두스와 하이브의 지휘 참모들은 관측 플랫폼 꼭대기에서 지켜보았다. 기사는 눈을 깜빡여 망막 디스플레이에 룬을 띄워 암호화된 채널에 접근했다.

“좋은 아침이오, 프린켑스.”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헬스리치에 온 걸 환영하오.”

먼 거리에서, 걸어 다니는 성당-요새가 느리고 위풍당당하게 첫 번째 도시 구획을 지나고 있었다.


“반갑구려, 채플린.” 노파의 목소리는 에너지를 간신히 억제하느라 괴로워하고 있었다. “나도 이런 하이브에서 태어났지.”

“그렇다면, 여기서 죽어가는 쪽이 어울릴 것이오, 자르하.”

“그렇게 말하시겠소, 기사 경? 오늘 날 보기는 했소?”

그리말두스는 멀리 떨어진 폭풍의 전령의 형태를 지켜보았다. 그것을 둘러싼 탑만큼이나 키가 컸다.

“어떻게 보지 않을 수 있겠소, 프린켑스.”

“그렇다면 나를 죽일 수도 없을 것이오. 명심하시구려, 그리말두스.”

이전에는 어떤 인간도 그의 이름을 그렇게 감히 격식 없이 사용한 적 없었다. 기사는 며칠 동안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도시가 마침내 봉인되었다. 헬스리치는 준비되었다.

그리고 밤이 되자, 하늘이 화염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