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들의 갑작스러운 기습은 엘다의 생각보다 더 효과적이었다.
적들은 바르파의 등장에 제때 반응하지 못했고, 그가 든 방패의 에너지 방벽을 작동시킬 시간을 내주고 말았다.
그 직후 뛰어내린 인간은 빠르고 정확하게 어설픈 엄폐를 한 인원들에게 사격을 가하였다.
치명적인 불빛이 동료들을 꿰뚫은 뒤에야 정신을 차린 반군들이 비로소 그들의 무기를 쏘기 시작하였으나, 중화기는커녕 제대로 된 개인화기마저 갖추지 못한 그들의 나약한 무기는 바르파의 역장조차 뚫어내지 못하였다.
좁은 복도와 한정된 진입로는 수비군들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지형이었으나, 양측의 격차가 압도적인 상황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어서 뛰어내린 엘다는 곧바로 앞으로 나아가며 어둠을 이용하여 적들에게 다가갔다.
반군들은 비상 발전기에 연결된 희미한 전등과 총구의 불빛에 의존하여 조준하여야 했기에 가장 가까이에 있던 반군의 목에 칼이 박힐 때까지 엘다를 제대로 겨누지도 못하였다.
칼에 맞아 기도가 끊어진 노동자의 목에서 끄륵거리는 소리가 다 나오기도 전에 엘다는 검을 뽑아 다음 희생자를 향해 달려갔다.
반군들 중 그나마 제대로 된 오토건을 갖춘 사람이 지휘관인 듯 자리를 지키라고 소리쳤다.
그는 군사훈련을 받은 것인지, 제대로 된 엄폐물 뒤에 숨어 신체 노출을 최소화하고 사격을 이어갔다.
그러나 그의 총구가 세 발의 탄환을 쏘기도 전에 바르파의 뒤에서 나온 레이저가 그 총의 노리쇠를 꿰뚫었다.
노리쇠가 손상된 총에서는 더이상 탄환이 나가지 않았고, 당황한 적 지휘관이 무언가 해보기도 전에 엘다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엘다는 놀란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그의 옆구리를 통하여 심장 부위에 칼을 꽂아 넣었다.
상대 지휘관을 무력화시킨 케이타는 이어서 전등을 전부 깨버리고 엘다를 노리는 적들의 총이나 신체를 저격하며 엄호를 계속했다.
바르파는 여전히 역장을 작동시킨 체 자리를 지키며 케이타와 인간의 엄폐물이 되어줬다.
가끔 역장이 미치지 않는 그의 다리를 향하여 사격이 가해졌으나 두꺼운 그의 아머를 뚫는 총알은 하나도 없었다.
적의 지휘관이 복도의 제일 끝에 있었기에 적들은 우습게도 단 4명에게 포위당한 형세가 되었고, 이에 어느 쪽을 조준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하지만 그들이 어느 쪽을 향하였든 간에 그들의 무기는 아무도 맞추지 못했고, 칼 또는 라스건에 죽어 나갈 뿐이었다.
결국 몇몇 인원들은 공포에 질려 싸움을 포기하고 자리를 박차고 도망치거나, 반대로 더욱 몸을 웅크리거나, 아예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함을 나타내었다.
그들의 행동에 엘다는 어떻게 해야 할지 인간 쪽을 힐끗 보았다.
인간은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 가를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적들을 쐈고 이에 엘다도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는 적들을 베어 넘겼다.
적들의 사격이 잠잠해지자 바르파도 방패를 내리고 인간이 자신의 옆에 내려놓은 해머를 들어 적들을 말 그대로 박살 내기 시작했다.
항복하기 위해 몸을 드러낸 자들은 레이저를 맞아 쓰러졌고, 도망가는 자들은 목이 베였으며 마지막 저항을 하려고 달려든 자들은 해머에 부서졌다.
가장 구석에 몸과 얼굴을 처박고 숨이 넘어갈 듯 울고 있는 자를 쏘는 것으로 전투를 끝낸 인간은 총의 배터리를 갈아 끼웠다.

"반군들의 무장이 생각보다 더 빈약하군."

바르파가 살아남은 적들이 있는지 확인하면서 말했다.

"우리한텐 다행이지."

케이타가 조금 안심된다는 듯 말했지만, 인간은 긴장을 늦추지 말라며 주의를 주었다.

"아직 최심부가 아니니까. 적들도 정예는 아닐 거야."
"그래도 나름 지휘관으로 보이던 사람이 들고 있는 무기가 고작 오토건이었던 걸 보면 괜찮을 것 같은데."
"언제나 최악을 생각해야 하는 법이지. 알지?"
"그래서, 다음은 어떻게 하나?"

엘다가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자 인간이 그녀를 바라봤다.

"일단은 우리 임무가 적 지휘부를 찾아서 섬멸하는 거니까, 그들을 찾아내야지."
"그들의 신상을 알고 있나?"
"아니, 그것도 우리가 알아내야 해. 자세한 건 적당한 반군을 심문해봐야지."
"그럼 한 명 정도는 남겨둘 걸 그랬군."

바르파의 말에 인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앞으로 적은 많이 만날 거고, 가능하면 혼자 떨어진 인원을 찾아서 잡는 게 나을 거야."
"그나저나 이렇게 큰 소란이 났는데 적들이 더 오지 않을까?"

케이타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럴지도. 그러니 가능한 한 빨리 움직여야지."

그렇게 말한 인간은 가장 앞에 자신이 서고, 바르파가 후미를 담당하도록 했다.

"적들은 어둠 속에 있거나, 아니더라도 우리가 먼저 빛을 볼 수 있으니까, 후방 기습만 조심하면 될 거야."
"천장이나 벽면에 부비트랩이 있을 가능성은?"

바르파가 물어봤다.

"주의 깊게 살피는 수밖에. 그리고 전선도 아니고 적들의 점령지니까 그렇게까지 방비를 해놓진 않았을 거야."

그렇게 말한 인간은 더이상 질문이 없으면 더 나아가자고 말했고, 팀원들이 인간의 뒤를 따랐다.
엘다는 처음엔 최대한 발소리를 죽이고 걸었으나 이내 그런 행위를 그만두었다.

"몬-케이. 우리가 기습을 할 수 있나?"
"무슨 소리야?"
"바르파의 발소리가 너무 크지 않나."

파워 아머를 입은 바르파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큰 소리와 진동이 복도를 타고 흘러나갔다.
인간은 여전히 앞을 살피며 엘다의 물음에 답해줬다.

"적들이 긴장은 하겠지만, 그게 우리라고 확신은 못 할 거야."
"어째서지?"
"여긴 채굴 행성이고, 저것보다도 두꺼운 채굴 장비가 많지. 그리고 적들 중에는 그걸 입고 돌아다니는 인원도 있을 거고."

인간의 설명을 들은 엘다는 다른 질문은 하지 않았다.
전력이 들어오지 않는 지하는 몹시 어둡고 공기마저 고요했다.
그래도 엘다의 팀원들은 다들 이 정도 어둠은 극복 가능한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기에 아무런 지장도 없었다.
엘다는 인간의 기술력이 원시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쓸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벽면에는 언제 생겼는지 모르는 흠집들이 가득 나 있어 이 통로가 오래되었음을 짐작하게 해주었다.
천장에는 아마도 전등이 내장되어있으리라 생각되는 유리들이 있었지만 지금 그것들은 차갑게 식어있었다.
또 천장 중간중간 있는 구멍들도 이전에는 공기가 오갔을 것이나, 지금은 그저 뚫린 구멍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어쩌면 그것들은 만들어진 이후 처음으로 고장 나지 않은 상태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살짝 뒤를 돌아본 엘다는 조금 긴장한 듯 보이는 케이타와 그 뒤에서 묵묵히 따라오는 바르파를 곁눈으로 보았다.

"케이타."
"응?"

엘다가 부르자 케이타가 조금 놀란 목소리로 답했다.

"이런 장소는 처음인가?"
"아니. 비슷한 곳은 여러 번 가봤지."
"그런 것 치고는 지나치게 긴장하는군."
"그야 당연하지."

케이타는 조금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선 내 장기가 하나도 안 드러나는걸. 나는 정확하게 쏘는 게 특기지, 빠르게 쏘는 거랑은 거리가 멀다고."
"그런 것 치고는 방금 전투에선 기민하게 움직이지 않았나."
"칭찬이야?"

엘다는 그녀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인색하긴. 아무튼, 난 비교적 근접전에 약해. 그러니 이런 곳에서는 평소보다 더 긴장할 수밖에."
"지나친 긴장은 오히려 위험을 불러올 뿐이다."
"와, 씨. 지금 소름 돋았어. 바르파, 설마 네가 말한 건 아니지?"

케이타의 말에 바르파가 짧고 건조하게 아니라고 답했고, 케이타는 한숨을 내쉬었다.

"됐다 그래. 농담을 받아줄 거라 생각한 내가 나쁘지."
"농담이었나? 미안하군."
"늦었어. 그걸 그렇게 곧이곧대로 대답하냐."

케이타가 나무랐으나 강철로 온몸을 감싼 바르파가 그 말을 들었는지 그냥 흘렸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잡담이 효과가 있었는지 케이타의 걸음걸이가 조금 이완된 것을 본 엘다는 이번엔 앞을 걸어가고 있는 인간을 살펴보았다.
케이타가 너무 긴장했었다면, 인간은 그와는 정반대였다.
언뜻 보면 그는 적진의 한 가운데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안방을 걸어 다니는 것만 같았다.
라스카빈에 달린 끈을 어깨에 매달아 놓고, 총을 거의 늘어뜨리다시피 잡은 상태로 주변을 살피지도 않으며 당당하게 걸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며 엘다는 속으로 혀를 찼다.
마음만 같아서는 엘다는 인간에게 한소리하고 싶었으나, 그의 실력을 알기에 입을 다물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자존심이 상했다.
저렇게 적당적당하게 행동하는 자에게도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의 동시에 엘다는 그 기억과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혔다.
언제 적과 만날지 모를 상황에서 이런 감정은 그저 심란하게 만들어 위험에 빠트릴 뿐이었다.
대신 엘다는 규칙적으로 울리는 발걸음 소리에 신경을 조금 집중했다.
금속과 금속이 맞닿으며 텅 빈 복도를 채우는 소리가 엘다의 정신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팽팽하나, 경직되지 않게.
가벼우나, 무르지 않게.
자신이 배운 것을 되새기며 엘다는 오른손에 쥔 칼을 고쳐잡았다.
겉으로 드러난 손가락에 감기는 손잡이의 감촉이 엘다에게 묘한 안정감을 주었다.
잡담을 끝낸 엘다와 인간들은 다시 어두운 복도를 조용히 나아갔다.
중간중간 일종의 방과 같은 장소들이나 다른 방향으로 나 있는 복도에서 인기척이 느껴졌으나, 인간은 그들을 피해 다녔다.
적들은 아직 전력이 차단된 상황에 대처를 다 마치지 못한 듯 여기저기서 비상용 발전기를 가져와 전등을 설치하고 있었다.

"젠장, 빛은 그렇다 쳐도 공기는 어떻게 하지?"
"다 생각이 있겠지."
"씨발, 생각은 개뿔이. 이렇게 며칠만 지나면 지하에서 다 숨 막혀 죽을 거야."

팀원들이 갈림길에 들어섰을 때, 가까이에서 전등을 설치하고 불을 켠 사람들이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은 이번에도 그들을 피해가려고 했으나, 상대측에서 먼저 소리쳤다.

"어이, 거기 누구 있어?"

엘다는 그들을 향해 총을 겨누었으나 인간이 작게 모두에게 무기를 내리라고 말하고 걸어갔다.

"순찰 중이야."

인간을 선두로 팀원들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한쪽 팔을 걷어붙인 사람이 그들을 올려다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와우, 제대로 무장했네. 멋있는걸?"
"겉보기에만 그렇지. 이런 거 던져줬다고 잠도 안 재우고 계속 순찰만 돌린다."

인간이 능청맞게 그들의 말에 대답하며 점점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엘다는 언제라도 앞에 있는 두 사람을 공격할 수 있도록 머릿속으로 움직임을 그려보고 있었다.

"이렇게 어두운데 빛도 하나 없이 돌아다니는 거야?"
"나는 이 장비 덕에 어느 정도 보이거든."

인간이 손가락으로 가볍게 자신의 눈 부위를 두들기자 상대가 고개를 끄덕였다.

"허, 척 봐도 비싸 보이네. 어디서 난 거야?"
"다 같이 탈영할 때 무기고에서 슬쩍했지."
"아, 군인 출신이었구먼? 하긴. 노동자들이 그런 고급장비들을 어디서 구하겠어."

인간은 어깨를 으쓱하는 것으로 답했다.
인간이 모습을 드러냈을 때부터 계속해서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던 사람이 말했다.

"어디서 오는 길이지?"
"어디서 오긴. 저기서 왔지."
"농담하는 거 아니야. 어디서 왔어?"

그가 손에 쥔 렌치를 고쳐잡으며 다시 물었다.
그 행동에 먼저 말을 걸었던 노동자가 조금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엘다 역시 근육을 긴장시키며 당장이라도 공격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인간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채굴구역 멕들리-2612의 거주지 숙소였지. 전원이 나갔을 때는 2611에 있었고. 중간에 마주치면서 만났던 특이사항이라면 2611 지역의 노동자 숙소에 있는 인원들이 빛과 물자가 없어서 빠른 지원을 요구한다는 것과, 2611 지역에서 2612 지역을 잇는 승강기에서 교전이 발생하였다는 무전을 들은 정도야."
"그럼 왜 그쪽으로 가지 않았지?"
"우린 정찰조야. 이미 드러난 적들을 공격하러 가는 것보다는, 그사이에 침투하는 적이 있는지 확인하는 역할이지."
"하지만 교전이 있었다는 소식을 우린 못 들었는데. 언제 그랬지?"
"자자, 그쯤 하자고."

엘다의 뒤에서 케이타가 앞으로 걸어 나오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우리가 의심스러운 건 알겠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입장에서도 너희가 엄청 의심스럽거든? 무전기 하나 없이 둘이서만 작업하고 있었단 말이야?"
"그야..."
"알아, 알아. 개개인한테 모두 무전기를 나눠주기엔 물자가 적었겠지."

노동자가 무언가 말하기 전에 인간이 그의 말을 막았다.

"우리들도 무전기를 가지고 있는 건 나밖에 없어. 저 뒤에 있는 덩치도 채굴 장비에 이것저것 떡칠해서 만든 갑옷 입고 돌아다니는걸.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아마 더워서 죽으려 할걸."
"난..."
"조용히 해, 떡대."

바르파가 뭔가 말하려 했으나 케이타가 그의 말을 잘랐다.
렌치를 든 노동자는 조금 누그러들긴 했으나 여전히 그들을 경계했다.

"하지만, 우리 지역에서 너희 같은 사람이 있단 소리는 못 들어 봤는데."
"그야 우린 원래 이 지역에 있던 노동자가 아니니까. 그리고 최소한 너도 군인으로 보이지도 않으니, 우리가 만날 일이 없었겠지."

인간의 말에 노동자가 입을 다물었다.
렌치를 든 노동자가 조용해지자 다른 노동자가 분위기를 바꾸려는 듯 말했다.

"하하,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는 마. 이 친구가 원래 좀 의심이 많아."
"어쩔 수 없지. 상황이 상황인걸."

인간이 그렇게 말하자 조금 덩치가 있던 노동자가 웃었다.

"하하하, 말이 통하는 친구구먼! 크흠."

말을 하던 그의 목소리가 마지막에 가서 조금 갈라졌고, 그는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그 모습을 본 인간은 허리춤에서 물통을 꺼내 그에게 내밀었고, 노동자는 고맙다며 물통을 받아들었다.
뚜껑을 열고 주둥이를 물어 물을 마시는 노동자의 울대뼈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입 주변으로 물이 흐를 때까지 마신 노동자가 감탄사와 함께 물통을 돌려주자 인간은 그걸 다시 다른 노동자에게 내밀었다.
그는 조금 머뭇거리며 손을 뻗어 그 물통을 받아 들었다.

"고마워."
"뭘."

인간이 준 물로 입을 조금 축인 노동자가 다시 물병을 돌려주며 감사를 표했다.

"그건 그렇고, 혹시 보급소가 어딨는지 알아?"

물병을 다시 허리춤에 차며 인간이 가볍게 물었다.
그의 질문에 계속해서 의심을 하던 노동자가 다시 물었다.

"그건 왜?"
"인마, 적당히 해."

처음 말을 건 노동자가 그의 팔을 가볍게 치며 말렸으나 인간이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말 못 할 것도 아닌데, 뭐. 보급품이 다 떨어져 가서 그래. 원래 있던 곳에 가서 보급받기엔 좀 귀찮거든. 급하게 튀어나오느라 물 말고는 식량도 다 떨어졌고."
"길이 좀 복잡한데..."

남자가 길을 설명해주자 인간은 고맙다고 말하고 그들을 지나쳐 걸어갔다.
팀원들도 인간의 뒤를 따라 노동자들의 옆을 지나쳤다.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지자 뒤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있던 남자가 아직도 그 소리냐고 옆 동료를 나무라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몬-케이."
"왜?"

엘다가 작게 묻자 인간이 계속해서 걸어가면서 답했다.

"저들을 그냥 둬도 되나?"
"그게 나아."
"왜지?"

엘다는 추가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저들이 무전기가 있으면 모르겠지만, 아무것도 없다고 했잖아. 그럼 돌아가서 우리에 대해 말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겠지."
"하지만 그들이 우리에 대해 말하는 순간 바로 추적이 시작될 거다."
"그러니까 그전에 빠르게 움직여야지."
"정말 그게 다야?"

케이타가 인간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투로 말했다.

"이미 우리가 들어오면서 치른 전투로 시간은 촉박했어. 그들을 처리하고 치울 시간도 아까울 만큼."
"그런 것 치고는 느긋한데."
"괜히 부산떨다가 의심을 살 필요는 없으니까."

인간의 적당한 답변에 케이타가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인간이 작게 웃은 뒤 다시 말했다.

"그래도 서둘러야 하는 건 맞아. 우리는 정말 특이한 복장을 입고 있으니까. 더욱이 반군들 중에 이런 조합을 갖춘 무리는 없을 테고."
"그럼 보급소는 왜 물어본 거지?"
"바로 지도부를 물어봤으면 의심을 샀을 테니까. 급할수록 돌아가야지."
"언제나 말은 잘해."

케이타가 인간의 답변에 투덜거렸다.

"그럼 정말로 보급소에 들릴 건가?"

침묵을 지키던 바르파의 질문에 인간이 음 하는 소리를 길게 냈다.

"사실 고민 중이야. 한 번 들릴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긴 한데, 거기까지 갔다가 발각되기라도 하면 답이 없거든."
"필요한 보급품이 있나?"
"딱히 없긴 한데, 뭐든 더 있으면 좋지."
"그럼 그냥 가자."

애매한 인간의 말에 케이타가 딱 잘라 말했다.

"필요하면 보급소에서 무언가를 얻어 나오는 사람들을 습격하면 되잖아."
"그것참 매력적인 선택지네."

인간이 케이타의 제안에 동의했다.

"하지만, 팀장."
"응?"

바르파가 인간을 불렀다.

"적들의 지휘부가 어디인지 모르지 않나?"
"당연히 모르지."
"그럼 어떻게 그 장소를 찾지?"
"뭐, 나아가다 보면 어떻게든 되겠지."
"너무 무책임한 거 아냐?"

케이타의 말에 인간은 고개를 옆으로 살짝 움직이는 것으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