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바루스 행성; 과거]
자신을 헤템레라고 부르는 오버로드는 자신의 소유가 아닌 땅을 차지한 뒤, 정당한 소유자에게 돌려주자 않아 바르바루스 지배자들의 불만을 샀었다. 비명을 내지르며 살인적인 분노를 느낀 헤템레는 자신의 영토로 물러나는 대신, 그 지역의 천민과 노예들을 몰살하고 진창을 불태워 복수를 하기로 결심했다.
무의미한 교전이 끝이 없어 보이는 시대에 이건 그저 또 다른 악행이었다. 바르바루스 지배자들은 이 황폐한 세계의 절대적인 주인이며, 하늘과 땅에도 이들의 독재에 거스를 자들은 없었다. 외부의 위협이 없으니 영악하고 전투적인 기질이 발산될 기회가 없었고, 타고난 잔혹성은 독으로 변질되었다.
이들은 망상 속의 사소한 일, 다시 떠오른 오래된 원한, 단순히 지겨운 일상 속 절망 같은 아주 사소한 이유로 서로 싸우고, 비난하며 비뚤어진 쾌락을 누렸다.
하지만 오버로드족은 적어도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쉽게 죽일 수 없었고, 대면 전투를 벌이는 순간에도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은 거의 없다고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직접적인 충돌보다는 거점을 파괴하고, 노예에 불과한 인생을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끊임없는 만행을 가하는 방식으로 피해를 입혔었다.
이것이 바르바루스에서의 '열등민'들의 삶이었다. 이 안개가 치감긴 세계에서 인간으로 살아가려면 오직 공포만을 가지고 태어나, 생명의 가치조차 없이, 새벽녘마다 사신의 낫이 자신의 생명을 거두길 기다리며 살아가야 하는 삶을 짊어져야 한다. 저 고대의 섬뜩한 생명체들이 발톱으로 우리들의 삶을 움켜쥐고 언제든지 파멸시킬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서. 열등민들은 저 구울을 닮은 지성체가 자신을 무시하길 빌며 하루라도 더 연명하길 바랄 뿐이었다.
바르바루스에는 어떤 공포가 도사리고 있었을까. 자신의 생명이 레지사이드 판 위의 폰보다 못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인생은 얼마나 두려울까.
헤템레가 새로 만들어낸 폐허가 된 황무지는 로드스카 공장의 불타는 잔해로부터 하데아 평야까지 펼쳐져 있었지만, 남은 건 재와 숯검댕 뿐이었다. 분노에 찬 오버로드는 메마른 땅 아래서 주술로 타오르는 녹빛 화염을 만들어내고, 불꽃을 습지 사방에 퍼트려 축축한 이끼와 날카로운 풀까지 불태워버렸다. 짙고 끈적이는 연기가 대지를 감싸며, 굽이치며 퍼져 나가는 불은 모든 것을 태워버렸다. 이 황무지에서 벌어진 참화에서 도망친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정착촌의 외벽을 에워싸 숨통을 조이듯 다가오는 겁화를 누가 피할 수 있겠는가. 다른 곳에서는 제방 도로를 달리던 짐마차들이 역병 개떼가 흘린 산성물질에 녹아 흘렀다. 헤템레가 좋아하는 살해법 중 하나다. 황야에 흩어진 시체들은 수분이 빠져나와 바스러지는 껍질과 가루가 된 유해로 전락했다.
헤템레는 생각해둔 전술도 없고, 권력이나 영토를 차지하려는 거창한 군사 계획도 없었다. 그저 땅에 소금을 치고, 애초에 오버로드의 소유가 아니었던 것을 파괴하는 치졸한 보복일 뿐이었다. 그의 악랄함의 극치는 퀴퀴한 실험실 독방에서 꿰매어 만든 되살아난 존재들과 생명체 무리를 풀어놓는 것으로 달했다. 이 무리가 지껄여대며 불이나 산성물질로 죽지 않은 운 좋은 열등민을 찾으려 들쑤시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이 모든 파괴적인 악행을 끝냈다면 용서를 받았을지도 모르지만, 아둔하지만 호전심만은 넘쳐나는 헤템레는 다음 순간과 행동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살육에 눈이 멀은 하급 오버로드의 병력은 생존자들을 쫓으며, 헤템레의 흉포한 대적자들이 요새와 보루를 지어 놓은 거대한 회색 산맥의 가장 낮은 산기슭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다른 오버로드들의 소중한 영토를 함부로 침범했다.
모타리온은 얕은 동굴에 숨어있던 생존자들을 처치한 헤템레의 괴물들을 발견했다. 열등민들은 떠도는 괴물들로부터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낮은 산비탈을 따라 끝없이 맴도는 독성 안개로부터 벗어나려 숨어있었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 덫으로 걸어 들어간 셈이었다. 아래로 내려가면 괴물들의 이빨 속으로 빠져들지만, 위로 올라간다면 대기의 독성이 짙어지는 곳으로 내몰리는 상황이다.
모타리온이 도착했을 무렵엔 대부분 열등민들이 죽어 있었지만, 들려왔던 비명소리는 괴물의 관심도, 모타리온의 발걸음도 끌어들였다.
모타리온이 산등성이 뒤에서 지켜보는 동안, 그의 골렘 병사들 -한때 인간이었던 이들에게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은 그의 등 뒤에서 무언갈 쑥덕이고 있었다. 야만성은 높고 지능은 낮은 존재인 골렘들은 오래 살아남은 덕에, 가장 큰 골렘보다 머리 하나 더 키가 크고 마른 청년의 명령에 복종하는 법을 배웠다.
표백된 뼈처럼 창백하고 병약한 외모와, 검은 가죽 갑옷은 채찍끈처럼 여위고 강인한 육체라는 진실을 감추고 있었다. 헝클어진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비치는 굳은 핏빛을 머금은 짙은 눈동자는 다음 위협을 찾아 끊임없이 주변을 탐색했다.
길고 야윈 손가락은 묵직하고 녹슨 펄션의 칼자루를 움켜쥐고 앞뒤로 휘두르고 있었다. 이 전장에서 찾은 무기는 부러지지 않는 한 계속해서 써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써왔던 모든 검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손에 맞는 무기는 아니었다.
그는 짙고도 탁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이 지독한 안개는 아무리 강한 열등민들에게도 독만 될 뿐이지만, 이 고지대의 독은 모타리온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의 체질은 보통 인간들과는 달랐다. 이 점은 그의 존재에 대해 밝혀지지 않은 비밀 중 하나며, 열등민들이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계곡의 공기는 무슨 맛일지 의문을 품은 적도 있었다.
물론 모타리온의 아버지는 이 사실을 알아내지 못하게 금지했었다. 모타리온의 등에는 주제넘게도 자신의 주인의 시야를 벗어날 정도로 멀리 떠나다 뼈가 드러날 정도로 채찍질을 당한 흉터가 남아 있었다. 그때는 어렸을 적이지만, 마치 어제의 일처럼 생생히 기억난다.
바르바루스에서는 몇 달, 심지어 몇 년이 지난다 해도 시간을 헤아리기란 힘든 일이다. '낮'이라고 할 만한 시간은 매번 방향도 없이 누리끼리한 빛만 몇 시간씩 희미하게 내리 쬘 뿐이고, 밤은 길고 꿉꿉했다. 특별한 계절도 없이, 하늘은 멍든 듯한 잿빛으로 파리하게 바래다 가끔씩 검고 기름진 눈물을 쏟아내는 폭풍만 격렬히 몰아 칠 뿐이었다.
“살려줘!” 깊숙한 곳에서 울려 퍼지는 비명소리가 모타리온의 몽상을 깨뜨렸다. 한 남자가 빌기만 하면 누군가 구해줄 거라는 헛된 희망에 빠져 이성을 잃은 채 절박히 울부짖고 있었다.
'어리석기는,' 청년은 생각했다. '여기서 누가 듣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걸까? 그렇다고 누가 신경이나 쓸까?'
골렘들은 남자의 목소리에 담긴 공포에 자극받은 듯 그르렁대며 가는 다리로 움직였고, 모타리온의 의문이 마음의 협곡 속에 메아리쳤다.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메아리를 무시하고, 허리에 차고 있던 흑색화약 연발 권총을 꺼내 들고 흔들어 화학 작동식 배터리를 작동시켰다. 골렘 병사들은 그 소리를 잘 알고 있었고, 사살 명령이 내려질 때까지 흥분은 커져갔다.
모타리온은 산 채로 먹히며 죽어가는 남자의 절규를 들으며 헤템레의 괴물들을 보았다. 지금까지 겪었던 걸 생각해보면 쓸데없이 지저분할 난투전이 될 판이다. 아버지께서 오버로드의 전차 단 하나만이라도 쓰게 해줬다면 순식간에 끝날 일이었다. 강철 스토커 전차 한 대라면 화염방사기나 포탄으로 적의 짐승들을 도륙냈겠지만, 아버지는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 전투는 모타리온의 인생에서 벌어진 모든 순간처럼 자신이 치러야 될 시험이었다. 만약 폭력만으로 승리를 거머쥘 수 없다면, 그렇게 할 만큼 강하지 않다면... 자신은 열등민과 다를 게 없었다.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타오르자 모타리온은 산등성이를 넘어 질주하기 시작했다. 골렘들이 기쁨에 겨워 침을 튀겨대며 울부짖고, 창을 휘두르면서 모타리온을 쫓아갔다. 모타리온의 권총이 불꽃을 일으키며 울부짖으니 망자와 헤템레의 분노가 풀어놓은 누더기를 향해 발포했다.
총의 육중한 탄환이 곪아 가는 살점에 부딪히자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탄자에는 모타리온이 아버지가 지어준 요새 탑의 빈 방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만들어낸 소이제가 가득 차 있었다. 총의 탄창이 비어 찰칵이는 동안에도 시체는 계속해서 쓰러지고 있었다. 총이 비었으니 이제 클리버 펄션을 꺼내 근접전으로 들어갈 때다. 그는 누더기의 사지를 잘라내며, 여전히 경련을 일으키는 손을 찍어 눌렀다. 권총의 묵직한 페퍼박스형 총열은 두개골을 부수는 망치가 되었다. 한걸음 씩 발을 내디딜 때마다 진하게 굳은 피와 끈적이는 초록 체액이 갑옷에 흩뿌려진다.
가장 큰 위협이 누구인지 본능적으로 알아차린 괴물들은 동료들이 골렘 창병에게 쓰러지는 도중에도 모타리온에게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급작스럽게 몰려온 짐승에 둘러싸인 청년은 권총을 재장전하려 했지만 떨어트려 버리고 말았다. 무기는 권총집에서 안전 사슬까지 끌어내리며 잿더미에 파묻혔다. 모타리온은 잃어버린 총을 무시하고 가장 가까운 시체 한 구의 목을 잡아 방패로 삼았다. 다른 손에 쥔 펄션은 진즉에 썩은 살점을 베어내러 분투했지만, 날은 점점 무뎌져갔다.
결국 난전은 기교 하나 없는 처참한 도살장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발톱이 모타리온의 몸을 할퀴어대고, 찔러대며, 적의 엄청난 무게 때문에 모타리온의 전진은 기어가는 속도나 다를 바 없었다.
신발 바닥 밑으로 무언가 연약하고 축축한 게 으스러지고, 청년은 비틀거리며 자신이 밟은 아직 온기가 남은 시체를 보았다. 비명을 지르던 남자의 찢겨 나간 얼굴이었다. 그 남자의 생명을 끝낸 무수한 물린 상처와 자상에서는 김이 피어오르는 채로, 이제는 싸늘히 식어갈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주저하던 순간 망자가 모타리온을 밀치자, 그는 욕을 내뱉으며 넘어지고 말았다. 악취가 진동하는 거대한 살덩어리가 모타리온을 깔아 뭉개려 하며, 기름진 눈물을 흘리는 혼탁한 눈동자 아래에는 검게 변한 이빨이 입 안에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 종이처럼 바싹 마른 피부의 썩은내가 삼각을 이룬 검푸른 물집에서 흘러나오는 고름의 씁쓸한 금속 냄새와 어우러져 모타리온의 콧속을 가득 매웠다.
모타리온은 이를 갈고는, 근육을 조이면서 무게 중심을 찾아 척박한 땅에 몸을 단단히 붙였다. 야만적이고 격렬한 힘을 터트리면서 망자들을 밀쳐내고, 상처와 금이 간 검날로 육신을 도륙냈다. 대담하게도 어둠의 투사와 정면으로 맞붙은 수십 명의 적들이 일격에 찢겨 나갔다.
하지만 이 청년이 겨우 포위에서 벗어난 순간, 독성 안개 속에서 더욱 위험한 적이 뛰쳐나왔다. 바르바루스 지배자의 증기 궤도차량만큼이나 큰 이 살인 괴물은 인간과 짐승이 서로 엮어진 존재였다. 이 집합체는 고통에 미쳐 한때 한쌍의 그록스였던 것을 자르고 꿰맨 두 쌍의 콧구멍에서 가래를 흘려대며 울부짖었다. 일그러진 둥근 몸은 일곱 개의 근육질 다리로 균형을 잡고 있었다. 일부는 인간에게서, 일부는 동물에게서 이식되었고, 눈은 떨리는 근육 조직 한 뭉치에 몰려 있었다. 마치 미친 아이가 그린 거미 그림 같은 기형적인 생물과 닮았다.
짐승이 담즙을 뿜어내자 끈적이는 액체가 닿은 잿빛 땅은 증기 서린 웅덩이로 녹아내리고, 모타리온의 골렘 몇 마리가 이 액체에 휩쓸리자 터져버렸다.
모타리온은 시체를 집합체에 던지고 뿜어지는 독성 액체를 피해 가장 가까운 다리의 무릎 관절을 내리쳤다. 펄션이 피부와 근육을 뚫고 들어가도, 연골과 뼈에 걸리자 멈춰버렸다. 이 충격이 모타리온의 팔을 타고 올라오고, 괴수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모타리온은 무기를 빼내려 했지만, 손아귀에서 휘어지던 칼날은 두 동강이 나버렸다. 청년은 집합체의 거센 반격에 맞서기 위해 칼자루를 쥔 채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거인의 넓게 세 갈래로 갈라진 손이 달린 사지로 모타리온을 붙잡고 계속해서 땅바닥에 내리 꽂았다. 모타리온의 머리가 울리고, 정신이 흐트러진다 해도 부숴진 펄션을 사지에 꽂아 넣었다. 이제 손아귀에 남아있는 무기가 없다. 모타리온은 허우적대며 연발 권총에 달린 사슬을 잡으려 했지만, 광분에 찬 짐승이 그를 붙잡고 흔드는 와중에 잡을 수가 없었다.
다음 일격은 갑옷이 찌그러지고 뼈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 모타리온의 머리는 땅바닥에 박혀 입과 목구멍에는 헤템레의 불길이 태운 재가 가득 찼다.
모타리온은 강했다. 그 어떤 열등민와 바르바루스의 정복자가 내세우는 그 어떤 투사보다 강했지만, 무적은 아니었다.
잿더미가 그의 강력한 폐를 틀어 막으며 질식시키고 있다. 모타리온은 깨달았다. 이 드물고도 찰나의 순간에 진정한 공포라는 감정이 무엇인지. 이 강렬한 감정의 중압감이 그를 뒤흔들었다.
낯설지는 않은 감정이었다. 어둠이 내려온 시간에 그의 완벽한 기억력은 자신이 거의 이해할 수 없는 순간을, 자신의 태어나기 전 일종의 자궁 같은 공간에서 있었던 기억들을 조금씩 회상하곤 했었다. 이 기억에는 알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공포가 서려 있었다. 자신이 누구인지도, 목적도 없이, 버림받았다는 가슴이 찢어질 듯한 믿음까지.
모타리온은 늘 하던 대로 이 감정을 연로 삼아 생존 의지를 불태웠다. 그는 죽지 않으리라. 절대 잊히지 않으리라. 밝혀내야 할 의문은 너무나 많고, 자신의 기원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도 헤아릴 수가 없다. 죽음의 그림자는 그의 생명을 거두는 게 아닌, 수호자가 되려 내려왔다.
모타리온은 마지막 숨을 몰아쉬면서, 한 순간이라도 더 버티려 죽음의 괴수의 발톱이 짓누르는 엄청난 압력에 저항했다.
그리고는 빛이 보였다. 거대한 시미터의 칼날에 담긴 황금빛이. 진실보다도 밝게 타오르는 빛이여.
검이 천둥과 같은 기성과 함께 허공을 가르는 순간, 모타리온은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흠잡을 곳 없이 찬란했던 빛깔이 사라지니, 눈 앞에 있던 무기는 녹투성이 흉물로 변했다. 오늘의 시험이 실패로 끝났다는 사실을 깨달은 모타리온의 심장이 싸늘히 식어갔다.
칼날이 자신을 누르고 있던 팔다리를 잘라내자 모든 압박감이 사라졌다. 청년은 자신의 숨통을 막던 재를 토해내며 재빨리 일어서자, 칼날이 다시 한번 참혹한 일격을 가하는 걸 보았다.
이번에는 시미터가 집합체의 배를 갈라 안개가 자욱한 산공기에 내장을 흩뿌렸다. 죽어가는 짐승의 애처롭고 어린아이 같은 통곡이 산비탈에 울려 퍼졌다. 짐승이 쓰러지자 산등성이에서 나타난 스토커 전차의 포탑이 발사한 불덩어리가 검은 연기를 그리며 날아들었다. 오버로드 헤템레의 잔당들은 도망치다가 폭사당하고, 폭파지역을 벗어나지 못한 모타리온의 골렘들도 같은 운명에 처했다.
모타리온은 뒤에 누가 서있는지 아는 채 돌아섰다. 양아버지의 로브에서 풍기는 악취가 공기를 찌르는 듯했다.
“얘야.” 바르바루스의 지배자 중 가장 위대하고, 최고위 오버로드인 네카레가 말했다. “실망스럽구나.” 이 한마디에 경멸이 흘렀다.
모타리온의 큰 체격을 내려다볼 만큼 키가 큰 오버로드의 모습은 병든 종이 위에 골탄으로 그린 골격도와 같았다. 주변의 빛을 집어삼킬듯한 시커먼 범포 망토를 두른 네카레의 죽은 살로 뒤덮인 얼굴과 손은 악몽 같고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그의 조상이 인간과 혈연 관계가 있다 해도, 그 역사는 불타 잊혔을 것이라. 다른 오버로드들처럼, 네카레는 우주가 잔혹함이라는 단어를 살아 숨 쉬는 생명체로 표현한 듯한 공포의 존재였다.
괴물을 반으로 가르던 거대한 검이 크기에 걸맞지 않은 그의 옷 주름 속으로 사라지고는, 오버로드는 그을린 땅 위를 미끄러지듯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걷는다는 단순한 행동조차도 할 필요도 없었다.
“언제까지 네 목숨을 지켜줘야 되느냐?” 네카레는 지겹지도 않은 지 항상 모타리온에게 이 질문을 던졌다. 모타리온이 걸음마를 떼기도 전에 굶주린 들개 소굴에 던져 넣은 뒤에도, 산성비가 몰아치는 날에 벌거벗겨 놓고 깎아지른 절벽을 오르도록 내버려둘 때도, 골렘 군단을 계속해서 맨손으로 죽이도록 밀어붙인 후에도 같은 질문이 돌아왔다. 언제나 냉소적이고, 조롱 섞인 질문이. 대답에 만족하는 날은 절대로 없었다.
“도움 같은 건 필요 없습니다.” 모타리온이 땅에 침을 뱉으며 말했다. “저 혼자서도 죽일 수 있습니다.”
네카레가 몸을 가까이 구부리자, 청년은 이 연극이 천천히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걸 느꼈다. “넌 그럴 자격이 없단다, 얘야. 넌 내 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명심하거라. 항상 내 덕에 살아가고 있잖니.”
“알고있습니다.” 모타리온은 고개를 숙였다. 감사를 표하는 게 아닌, 그저 양아버지가 원하는 행동이기 때문이었다. 양아버지가 자신을 살려 둔 이유를 오랫동안 증오해왔으며, 오버로드가 자신을 발견했을 적에 그냥 죽여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암울한 날도 있었다.
바르바루스에서의 출생은 자신의 혼탁한 기억과 네카레가 모타리온의 감은을 유지하려, 아니면 그를 매질했을 때 들려주었던 이야기로 알고 있었다.
최고위 오버로드는 다른 오버로드들 사이에서도 잔혹하기로 악명이 높았지만, 변덕 또한 심한 자였다. 네카레가 황량한 산봉우리를 대적자의 피로 물들이고, 시체를 내려다보며 비웃었던 날이 있었다고 한다. 그의 적은 무언가를, 오버로드의 노예들의 말에 따르면 하늘에서 떨어진 귀중한 전리품을 숨기고 있었다고 한다. 네카레는 순수한 악의와 원초적인 질투심으로 그 물건을 뺏기로 결심했었다.
하지만 전리품은 그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다. 산비탈을 가로질러 펼쳐진 시체들의 들판에서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곰팡이 피는 주검들의 침묵을 깨트렸다. 그 어린 생명체의 기이한 생명력에 흥미를 느낀 오버로드는 잠시 살육을 참았다. 열등민, 인간처럼 보이는 생명체는 죽었어야 했을 텐데. 그래야 했을 텐데...
네카레는 그가 변종 돌연변이 일거라며, 이 이야기로 어린 모타리온을 조롱하곤 했다. 어쩔 때는 모타리온을 찾아냈다는 이야기는 재미삼아 지어낸 거짓말이며, 사실 모타리온은 납치해온 열등민 노예의 유전 물질로 만든 실험의 실패작이라는 이야기도 했었다.
모타리온의 기원이 어떻든, 네카레는 그 아이를 데려가 바르바루스의 하이 고딕 방언으로 “죽음에서 태어난” 이라는 뜻의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리고 오버로드는 뒤틀리고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모타리온을 후계자로 길러왔다.
그는 모타리온의 한계를 시험해봤다. 아이가 견딜 수 있는 독소의 농도를 알아내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산맥의 능선을 따라 성곽을 세울 곳을 결정했다. 오염된 대기가 빠르게 자라나는 소년을 억제할 만큼 높은 곳에, 밑 계곡의 열등민과도, 네카레의 어두운 성에도 함부로 다가갈 수 없을 정도로 먼 곳으로 말이다.
이 관계에는 애정 비슷한 감정도 없었다. 양아버지에게만 유리한 가혹하고도 이기적인 관계일 뿐.
아이는 청년이 되고, 청년은 오버로드의 도구가 되었다. 모타리온은 애초에 이것이 그의 목표였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를 증오와 분노만이 담긴 무기로 벼리는 걸.
“아들아, 넌 언제나 충성스럽구나.” 네카레가 단호하고 진솔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아직 배울 것도 많고, 갈 길도 멀군.” 그가 고개를 저었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또 나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살을 깎는 놈들에게 던져버리마.”
오버로드는 화려한 장신구와 위엄 있는 충성의 사슬로 장식된 증기 궤도차량을 향해 사라져갔다. 모타리온은 궤도차량이 안개를 뚫고 가장 높은 봉우리의 옆면으로 속도를 높여가며 나아가는 광경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저 머나먼 곳, 독 눈이 죽은 바위 위에 잠들고, 공기 자체도 독해 걷기조차 힘든 그곳에 모타리온의 양아버지의 검은 성이 서있었다.
이 청년이 절대로 알지 못할 따뜻함과 평화처럼, 영원히 닿지 못할 곳에 있으리라.
Lesser라는 단어를 열등1종자로 번역하여 했는데 금지어라 열등민이라는 단어로 갈아 치웠습니다 악
모타리온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