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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갈레오를 찾아갔다. 카라벨라 호의 작전계획실은 수수하고 정리 정돈이 잘 되어있는 곳이어서 전함의 함교면서 동시에 기도실의 느낌도 났다. 석탄이 타오르는 화로가 지휘 패널 옆에 놓여져 있었고, 거기서 나오는 연향이 곧바로 배기구를 타고 올라가 깨끗한 공기로 정화되었다. 벽에는 무수히 많은 스크롤들이 붙여져 있었는데 내가 쓴 종이들도 내 선임자들이 기록한 종이들과 함께 벽에 붙어있는 것이 보였다.


프레스코 화풍으로 장식된 천장에는 9개의 깃발이 걸려 있었다. 그 깃발들은 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 저스티카 카스티안이 처음 분대를 창설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카스티안 분대가 참여한 전투들 중 그레이 나이트 용맹의 전당에 기록될 역사적인 승리들을 기념하는 깃발들이었다.


가장 최근에 걸려진 깃발은 아잔타에서 발생한 반란을 진압한 공로를 기리는 깃발이었다. 외로이 남은 기사 한명이 황금색 헤일로를 두른 모습이었다. 챕터의 시종들이 한 땀 한 땀 수놓은 그 깃발에는 9명의 형제가 원형으로 쓰러져 있었고, 최후의 기사가 악마의 두개골에 칼을 박아넣고 있었다.


퇴치되는 악마의 모습은 고대 신화에서 등장하는 괴물에게서 따왔다. 내 기억이 맞다면 저 모습의 상당 부분은 테라에 존재했었던 힌두교 신화의 괴물에게서 따왔을 것이다. 고증에는 맞지 않지만, 깃발을 만든 시종들은 악마를 본 적이 없을 테니 그럭저럭 이해해 줄만 했다. 깃발의 밑단에는 쓰러진 형제들의 이름과 살아남은 최후의 기사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하이-고딕어로 쓰여진 생존자의 이름은 갈레오였다.


아잔타 반란이 있은 지 6년이 지났다. 갈레오는 그 전투의 공로로 카스티안 분대의 저스티카로 승격되었고, 지금 우리 앞에 서 있었다. 그는 헬멧을 쓰지 않은 채 맨눈으로 행성의 3D 홀로그램 지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서 있었으나, 마음 속으로는 깊게 동요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무언가가 그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듯 했다.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자 갈레오가 몸을 돌려 우리들을 바라보았고, 로브를 깊게 눌러쓴 챕터의 시종들이 허리를 숙이며 뒤로 물러섰다. 물론 그 와중에도 서비터들은 우리가 있건 말건 아무 상관하지 않고 자기들의 임무에만 열중했다.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인공적으로 부착된 의수들이 금속 갑판을 두드렸다.


갈레오에게 다가가자 배의 선장인 탈윈 카스토르 함장이 보였다. 그는 사령석에 앉아 장갑 낀 손으로 데이터 슬레이트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그가 우리의 인기적을 느끼고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그가 얼마나 많은 업무에 시달리는지 잘 알았기에 굳이 귀찮게 하지 않았다.


그는 흉터를 마치 제복처럼 갖고 있는 자였다. 짙은 화상 자국이 목에서 왼쪽 얼굴 전체를 덮으며 길게 나 있었다. 물론 그 정도 위치에 있는 자라면 즉각 새 피부를 이식 받을 수 있었겠지만 그는 모든 걸 거부했다. 심지어는 사라진 왼쪽 눈을 의안으로 대체하지도 않고 안대만 쓴 채 업무에 복귀했던 자였다. 갈레오가 허리를 숙이며 우리를 맞았다.


+형제들, 그리고 이단심문관. 작전계획실(이하 스트라테기움)엔 어쩐 일들이오?+


갈레오는 텔레파시로 우리 모두에게 인사했다. 아니카는 마주 허리를 숙이지 않았다. 그것은 그녀의 문화가 아니며, 또한 그녀가 예를 표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대신, 그녀는 전통적인 펜리스식으로 자세를 똑바로 잡은 뒤 턱을 살짝 쳐들어 자신의 하얀 목을 내보였다. 마치 그녀의 고향에서 부족장이 같은 족장을 맞이할 때 했을 법한 인사였다.


"저스티카 갈레오, 방금 전 내 아스트로패스가 긴급 소환 명령을 수신했습니다. Cheth 행성의 일이 모두 끝났으니, 나는 그 명령에 따라 발다스카 카울로 향해야 합니다."


갈레오 역시 말카디엘처럼 그가 겪어온 전투의 흔적이 잘 남아있지 않은 기사였다. 목에 나 있는 흉터를 제외한다면, 아무도 그가 한 세기 하고도 50년 넘게 복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그는 무의식 중에 그 흉터를 긁는 버릇이 있었다.


+발다스카 행성이라...+


중얼거리는 그의 눈은 결코 그녀를 떠나지 않았다. 아니카 역시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펜리스인들의 평균 신장은 제국 기준으로도 꽤 큰 편이었다. 그녀 역시 일반 여성들보다 훨씬 컸으나, 그녀는 갈레오와 눈을 마주치기 위해 고개를 한참이나 뒤로 꺾어야 했다.


"나는 카스티안 분대가 인퀴지터 하룰의 작전을 도와야 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당신과 당신의 분대원이 나와 함께 발다스카 카울로 동행하길 요청합니다. 하룰은 타이탄 본부에 연락하여 다른 그레이 나이트 분대를 지원 받으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이 임무에 나와 함께 해주세요. 다른 그레이 나이트는 원치 않습니다. 나는 이 카라벨라 호와 카스티안 분대로 충분합니다."


갈레오가 미소를 지었다. 이단심문소와 그에 배속된 챔버 밀리턴트인 그레이 나이트는 유기적이고 효율적인 관계를 지향했다. 하지만 그 때문인지 사적인 교류나 친분은 거의 없었다. 그는 아니카의 행동이 꽤 유쾌한 돌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이단심문관 하룰의 작전은 그대의 것과 마찬가지로 중요하오. 우리의 맹약은 그대보다는 하룰에게 더 우선하고, 무엇보다 그의 작전 지역은 발다스카 카울보다 더 가까이 있소. 만약 그대가 그 점을 알면서도 우리가 계속 함께 하길 바란다면, 나는 그 이유부터 먼저 알아야겠소+


그의 말에 아니카가 처음으로 동요했다. 난 그녀가 그처럼 자기 스스로에게 확신이 없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는 건 꽤 놀라우면서 기묘하게 흥미로운 일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그녀가 나약한 인간으로 느껴졌다. 젊고, 무너지기 쉬우며, 필멸의 운명을 가진 인간 말이다. 그래, 나는 때때로 그들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 존재인지 잊곤 한다. 갈레오가 말했다.


+근심이 느껴지는군. 인퀴지터, 나와 따로 이야기 하겠소?+


갈레오가 미소 짓더니 우리와의 싸이킥 연결을 끊어버렸다. 마치 숨을 내쉬는 것만큼 간단하게, 아니카와 자신을 우리로부터 떼어내 우리가 그들의 생각이나 감정을 읽을 수 없도록 방어막을 쳤다. 그들의 싸이킥 대화는 길게 걸리지 않았다. 대충 심장이 세 번 뛸 정도였던가? 아니카가 눈을 감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화가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방어막을 해제한 갈레오가 우리들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이제야 이유를 알겠군. 헌데, 나의 형제들은 어째서 데리고 온 것이오?+


그녀는 언제나처럼 솔직히 대답했다. 가끔은 너무 정직해서 존경하고 싶을 정도다.


"난 당신을 설득하는데 도움을 받고자 했어요. 그래서 분대원들을 먼저 찾아간 거에요. 저들이라면 내가 세부적인 사항을 말해주지 않아도 날 믿어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 말에 갈레오가 우리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우리에게 의무를 저버리라고 요구하는군. 어떻게 할까? 인퀴지터 하룰과의 맹약을 깨고 그녀를 도와야 할까? 카스티안 분대의 저스티카로써 결정을 내리기 전에 형제들의 의견부터 듣고 싶네+


소티스가 가장 먼저 말했다.


"저는 인퀴지터 야를스도티르의 판단을 믿습니다. 그녀를 돕는 것에 찬성합니다."


말카디엘도 동의했다.


"저 역시 찬성합니다. 인퀴지터 하룰에게는 우리 말고도 다른 그레이 나이트 분대가 파견되면 될 일입니다."





2명 찬성했고, 나머지 2명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