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하늘의 불꽃
더 고귀했던 시절, 그것의 이름은 가장 순수한 의도였다.
소규모 포지 월드 셰빌라르에서 건조되어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의 섀도우 울프 챕터에 수여된 타격 순양함이었다. 제3차 아마겟돈 전쟁이 있기 32년 전, 제노 약탈자들에게 나포되어 망실된.
불타오르는 고철로 이루어진 거대하고 흉한 융합체가 요새화된 도시 위 구름에 나타나자, 경보가 다시 한 번 하이브 전체에 울렸다. 코르텐 바라사스가 이끄는 전투기 비행대가 그들이 교전할 수 없음을 복스로 알렸다. 폐선은 이미 불타고 있었고, 라이트닝 전투기의 라스캐논이나 장-포신 오토캐논으로는 타격을 입힐 수 없었다.
폐선이 하늘을 꿰뚫자 전투기 비행단은 달아났다.
거대한 장벽을 관리하던 수천 명의 군인들이 상공에서 난파선이 불길에 휩싸여 추락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것이 지나가자 공기 그 자체가 진동했다. 과로하여 죽어가는 엔진으로부터 온 게 명백한 떨림이었다.
그것이 도시의 벽을 지난 지 정확히 18초 후, 가장 순수한 의도는 전쟁으로 얼룩진 아마겟돈의 얼굴에 새로운 상흔을 남기면서 우주를 떠돌던 삶을 마감했다. 육중한 순양함이 대지를 강타해 검은 협곡을 깎아내자 온 헬스리치가 토대까지 흔들렸다.
충돌로 가해진 치명적인 충격이 울부짖은 거대한 엔진을 죽이는 데에는 2분이 더 소요되었다. 몇몇 추진기가 여전히 기체 플라즈마와 화염을 내뿜으며 별들 사이를 나아가려고 했지만, 그것이 자신의 무덤이 될 따가운 유황 모래에 반쯤 묻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엔진은 멈추었다.
불길이 식었다.
마침내, 침묵이 찾아왔다.
가장 순수한 의도는 죽었다. 그 뼈는 아마겟돈의 황무지에 흩뿌려졌다.
“가장 순수한 의도로 확인되었습니다.” 사람들로 붐비는 사령부에서 사렌 대령이 데이터-슬레이트를 읽어나갔다.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 선박, 타격 순양함이고, 소유는―”
“섀도우 울프.” 그리말두스가 그의 말을 잘랐다. 기사의 복스-목소리는 기계의 잡음으로 거칠어져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블랙 템플러는 그들이 최후를 맞을 때 함께 있었다.”
“최후요?” 사리아 타이로가 물었다.
“그들은 11년 전 바라돈 전투에서 전멸했다. 그들의 마지막 중대가 타이라니드-종 제노들에게 절멸당했지.”
그리말두스는 눈을 감고 순식간에 초점이 기억 속으로 빠져드는 것을 느꼈다. 바라돈. 돈의 피여, 그때는 아름다웠다. 그보다 더 순수한 전쟁은 일어난 적 없었다. 적들은 끝도, 영혼도, 자비도 없었고… 완전히 외계의 것이었으며, 완전히 증오스러웠고, 존재할 권리 따위는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기사들은 형제 챕터의 마지막 생존자들과 합류하기 위해 길을 뚫으려고 했지만, 적의 물결이 잔인하게 맹위를 떨쳤다. 외계인들은 교활하고 악의적이었고, 발톱과 살점-갈고리 부속물로 들끓는 조수는 두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 병력을 격파하고 서로 분리시켰다. 늑대들은 그곳에 모든 전력이 모여 있었다. 바라돈은 그들의 고향 세계였다. 그로부터 몇 주 전 그들의 요새-수도원이 적들에게 함락되었을 때, 아스트로패스들은 워프에 비탄의 외침을 울부짖었다.
바로 그 최후에 그리말두스는 함께 있었다. 마지막 한 줌밖에 남지 않은 늑대들은 칼날이 부러지고 볼터는 비었는데도 블랙 템플러와 공유하는 복스-채널에 증오의 연도를 읊조렸다. 그런 죽음이라니! 그들은 살해당하는 와중에도 적들에게 쓰라린 격노를 찬송했다. 그리말두스는 그 챕터의 마지막 순간을 결코 잊을 수 없었고, 잊지 않을 것이었다. 일개 전투-형제에 불과했던 마지막 전사는 끔찍한 부상을 입고 챕터의 군기 아래 무릎을 꿇었음에도, 제노 괴물들에게 찢기는 그 순간까지 깃발을 긍지 높게 꼿꼿이 세우고 있었다.
늑대가 한 명이라도 살아 있다면 깃발은 결코 쓰러지지 않을지니.
그런 순간. 그런 영광. 그런 영광은 전사들을 남은 생애 동안 그 업적을 기억하도록 하고, 그런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희망 속에서 더 열렬히 싸우게 고취시켰다.
그리말두스는 마지못해 감각을 현재로 되돌리며 짜증으로 숨을 내쉬었다. 그에 비해 이 전쟁은 얼마나 불결한가.
사렌은 계속했다. “함대의 최신 보고에 따르면 적함 37척이 봉쇄를 뚫었습니다. 31대는 궤도 방어 포대에 파괴되었습니다. 6대는 지표에 추락했습니다.”
“아마겟돈 전투함대의 상태는 어떻지?” 기사가 물었다.
“버티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적의 규모가 더 막대한 양으로 계산되고 있습니다. 4일에서 9일이었던 추정치는 30분 전에 폐기되었습니다. 이것은 제국이 여태 상대했던 것들 중 가장 거대한 그린스킨 함대입니다. 함대의 사상자는 100만 영혼에 이르고 있습니다. 기껏해야 하루에서 이틀입니다.”
“폐하의 옥좌시여.” 민병대 대령 중 한 명이 속삭이듯 욕설했다.
“집중해라.” 그리말두스가 경고했다. “추락한 배는.”
여기서, 대령은 말을 멈추어 그리말두스를 가리켰다. “버티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레클루시아크님. 그린스킨 생존자들은 벽을 공격하면 전멸할 양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오크라고 해도 공격을 시도하진 않을 겁니다.”
“적의 주 병력이 행성에 강하했을 때 생존자들이 머릿수를 더해주길 바라시는 겁니까?” 이번에는 사리아 타이로의 말이었다.
“소수의 적이 더해져도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오.” 사렌이 지적했다. “우리 모두 의도가 추락하는 걸 보았소. 선원이 많이 기어 나오진 않았지.”
“저는 전에 그린스킨과 싸운 적이 있습니다만, 경,” 라이켄 소령이 끼어들었다. “습지 도마뱀 가죽보다 질긴 놈들이었습니다. 거의 부숴버리기 불가능할 지경이었습니다. 추락에서 많은 양이 살아남았을 겁니다, 장담합니다.”
“타이탄을 보냅시다.” 커미사르 팔코프가 유머 없이 미소를 짓자, 방이 고요에 빠졌다. “농담하는 것이 아닙니다. 타이탄을 보내 잔해를 파괴합시다. 사람들의 사기를 북돋아야 합니다. 진정한 전투가 시작되기도 전에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줍시다. 강철 군단의 사기는 기껏해야 보통 수준입니다. 자원 민병대는 여전히 낮고, 징집병들 사이에서는 거의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니 타이탄을 내보냅시다. 이 전쟁에서 우리는 선제공격을 해야 합니다.”
“최소한 바라사스의 전투기들로 먼저 생명 반응을 스캔합시다.” 타이로가 덧붙였다. “그런 다음에 도시 바깥으로 병력을 내보내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 모든 말들이 오가는 동안, 그리말두스는 침묵을 지켰다. 결국 모든 이야기가 그의 침묵으로 흘러갔고, 얼굴들이 그를 돌아보았다.
기사가 일어났다. 느리게 움직였음에도 그의 갑옷 관절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커미사르의 말이 맞다.” 그가 말했다. “헬스리치에는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 인간 병력의 사기에 상당한 이점이 있을 테지.”
사렌은 침을 삼켰다. 탁자를 둘러싼 누구도 인간과 유전적으로 제련된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 사이의 종의 차이를 지적하고 싶지 않았다.
“내 기사들이 전장으로 나갈 때가 됐다.” 레클루시아크가 말했다. 그의 깊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기계적 으르렁거림으로 해골 투구에서 들려왔다. “인간들은 선제공격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원한다. 우리가 너희에게 승리를 안겨주겠다.”
“얼마나 많은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를 데려가시겠습니까?” 잠시 생각한 후 사렌이 물었다.
“전부.”
대령은 창백해졌다. “하지만 분명 그 정도 숫자가 필요하진―”
“물론 않겠지. 하지만 이것은 보여주는 일이다. 압도적인 제국의 힘을 과시하고 싶지 않았나. 내가 보여주겠다.”
“이런 방식은 어떨까요.” 사리아가 말했다. “도시를 나가시기 전에 열병식을 진행하는 겁니다. 헬스리치 전역의 모든 시각 단말기에 생방송하는 거죠…” 그녀는 만족스러운 미소로 얼굴이 환해진 채 말을 끌었다.
팔코프는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시작합시다. 흑기사들의 첫 행진을!” 그는 심술궂게 얇은 미소를 지었다. “살아 있는 모든 이들의 심장에 불을 지피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되지 않을 것이니.”
프리아무스는 검을 비틀어, 상처를 벌리고 검을 뽑았다. 괴물의 가슴에서 악취 나는 피가 흘러나왔고, 외계인은 불결한 발톱으로 기사의 갑옷을 긁으며 죽었다.
충돌한 배에서, 방과 방을, 복도와 복도를 뒤지며, 템플러들은 정화라는 이름으로 잡것들을 사냥했다.
“이건 나쁜 희극이야.” 그가 복스로 내쉬었다.
그가 받은 답은 무기가 부딪치는 흐릿한 소리로 끝났다. 약간 뒤에 있는 아타리온이었다.
“좀 떨어져 있어, 썅.”
프리아무스는 자신의 미래를 믿는 허영심에 대한 또 다른 훈계를 감지했다. 그는 계속 걸었다. 그의 소중한 검을 준비하고, 붉은 바이저로 어둠을 완벽할 정도로 쉽게 꿰뚫으며 더 깊숙이 들어갔다.
해충처럼 오크들은 난파선의 터널들을 쏘다녔고, 조잡한 무기를 든 채 돼지처럼 전쟁 함성을 소리치며 매복에서 튀어나왔다. 프리아무스의 경멸이 그의 혀에서 뜨겁게 불타올랐다. 그들은 더 나은 일을 해야 했다. 그들은 블랙 템플러였고, 칭얼거리는 인간들의 사기는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리말두스는 필멸자 사이에서 너무 오랜 시간을 보냈다. 레클루시아크는 그들처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생각은 프리아무스가 정렬된 대형에 서서 픽트-드론으로 기사의 이미지를 찍히도록 했고, 지금은 이 잔해에서 몇 안 되는 생존자들을 사냥하게 했다. 이것은 그에게 맞지 않는, 그들 모두에게 맞지 않았다. 이것은 제국군을 위한 일이었다. 어쩌면 민병대를 위해서일지도.
“우리는 선제공격할 것이다.” 그리말두스는 그것이 중요한 일인 것처럼, 그것이 마지막 전투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것처럼 그들 모두에게 말했다. “나와 함께해다오, 형제들이여. 나는 내 뼈를 붙잡은 이 혐오스러운 침체를 떨쳐내고 신성한 살육으로 내 피에의 욕구를 누그러뜨릴 것이니, 나와 함께해다오.”
다른 이들은 필멸자들의 이익을 위해 멍청하게 대열에 서서, 환호했다. 환호했다.
프리아무스는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담즙을 삼키며 침묵을 지켰다. 그 어느 때보다 그 순간 자신은 형제들과 다르다는 걸 더 명확하고 예리하게 알게 되었다. 그들은 지금 피를 흘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 감동적인 선전이 중요한 것처럼.
그를 허영심이 많다고 여기는 전사들은 진실을 보지 못했다. 영광에 허영은 없었다. 그는 경솔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기술로 어떤 도전도 이겨낼 수 있다고 믿을 뿐이었다. 블랙 템플러의 초대 대원수, 위대한 지기스문트가 같은 이유로 그의 기술을 믿었던 것처럼 말이다. 뭐가 약점이란 말인가? 챕터의 설립자이자 로갈 돈에게 총애받은 아들의 분노를 드러내는 것이 흠이란 말인가? 프리아무스의 업적과 영광이 이미 형제들보다 우위에 서고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여길 수 있는가?
앞으로 움직였다.
프리아무스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동공은 시야에 들어온 싸움터를 재빠르게 둘러봐 목표 고정용 그물을 넓고 어두운 복도에서 들끓고 있는 짐승 같은 형체들에 고정했다.
그린스킨 셋. 제노의 육신은 기름진 곰팡이 냄새를 십여 미터 떨어진 기사에게 닿을 정도로 풍겼다. 그것들은 쓰러진 골조와 반쯤 파괴된 격벽 문이 자신들을 가려줄 것이라고 믿으며 미숙하게 매복해 기다리고 있었다.
프리아무스는 그것들이 더러운 혀로 속삭이듯 서로에게 꿀꿀거리는 것을 들었다.
이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황제의 모습을 본떠 만들어진 전사들에게 행하는 교활한 매복이었다. 기사는 숨죽여 욕설했다. 그 욕은 결코 투구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았고, 그는 돌격했다.
아타리온이 강철 이빨을 핥는다. 나는 그가 투구를 쓰고 있음에도 소리를 듣는다.
“프리아무스?” 그가 묻는다. 복스는 침묵으로 답한다.
검사와 달리 나는 혼자가 아니다. 나는 아타리온과 함께 도륙하며 엔지나리움 갑판을 걷고 있다. 저항은 가볍다. 우리의 모험은 대부분 길 바깥으로 제노의 시체를 차버리거나 낙오자를 도살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템플러는 라이노와 랜드 레이더에 태워져 황무지로 보내져, 야생으로 숨으려고 했던 생존자들을 추적했다. 나는 그들에게 수급(首級)을 주었고, 사냥하게 해주었다. 더 많은 그린스킨이 지금 죽을수록 숨어 있던 것들이 진정한 침공에 야수 같은 동족들에게 합류하지 않는다. 나는 추락한 순양함에 소수의 전사들만 데리고 와 남은 것들을 정화한다.
“그를 내버려두게.” 나는 아타리온에게 말한다. “사냥하게 놔둬. 그는 지금 혼자 있어야 하네.”
아타리온은 고민하다가 답한다. 나는 그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는 걸 알 만큼 그를 잘 안다. “그는 자제해야 합니다.”
“신뢰가 필요할 뿐이네.” 내 어조는 더 이상의 논의를 막는다.
배는 박살나 있다. 바닥은 충돌로 찢어지고 비틀려 울퉁불퉁하다. 우리는 모퉁이를 돈다. 우리가 플라즈마 발전기 냉각실로 향하자 부츠가 비탈진 갑판에 달라붙는다. 성당의 기도실만큼 크고 널찍한 방은 배의 엔진을 식히는 데 사용된 변덕스럽고 불가해한 기술을 감싸는 거대한 원통형 금속 덮개로 가득하다.
살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살아 있는 것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신선한 피 냄새가 나는군.” 나는 아타리온에게 복스로 말한다. “생존자, 아직 출혈 중이다.” 나는 크로지우스로 거대한 냉각탑을 가리킨다. 내가 작동 룬을 누르자 철퇴가 번개로 번쩍인다. “저 뒤에 외계인이 숨어 있다.”
생존자는 묘사할 가치가 거의 없다. 그것은 금속 파편 아래에 깔려 위장이 관통당해 바닥에 꽂혀 있다. 우리가 다가가자, 고딕어의 원시적인 명령어로 짖어댄다. 찢어진 형태에서 흘러나오는 차가운 피 웅덩이로 미루어보건대 외계인의 삶은 몇 분 내로 끝나리라. 야성적인 붉은 눈이 우리를 응시한다. 돼지 같은 얼굴이 분노로 입을 벌리며 주름진다.
아타리온은 체인소드를 들어 올리며 모터를 작동시킨다. 톱니가 허공을 베며 흐느낀다.
“아니.”
아타리온이 얼어붙는다. 처음에는, 내 형제 기사는 무슨 말을 들었는지 확신하지 못한다. 그가 힐끗 나를 쳐다본다.
“무슨 말씀입니까?”
“말하지 않았나.” 나는 죽어가는 외계인에게 가까이 다가가 해골 가면으로 내려다보며 말한다. “…아니라고.”
아타리온이 검을 내린다. 톱니가 멈춘다.
“이놈들은 항상 고통에 면역인 것 같다.” 나는 그에게 말한다. 내 목소리가 속삭임이 된 걸 느낀다. 나는 피가 흐르는 외계인의 흉부에 부츠를 올린다. 오크는 폐에서 흐르는 피로 질식하면서도 나를 깨물려고 한다.
아타리온은 내 목소리에 담긴 미소를 분명 들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야. 놈의 눈을 들여다보게, 형제여.”
아타리온은 따른다. 망설이는 것을 봐선 내가 본 걸 보지 못한다. 그는 내려다보지만 무력한 분노만을 볼 뿐이다.
“격노가 보입니다.” 그가 내게 말한다. “좌절입니다. 혐오도 아닙니다. 분노일 뿐입니다.”
“그럼 더 자세히 보게.” 나는 부츠에 힘을 싣는다. 무게가 더 세게 내리누르자 마른 가지가 꺾이는 소리와 함께 갈비뼈가 하나씩 부러진다. 오크는 침을 튀기며 노호하고 으르렁거린다.
“보이나?” 나는 묻는다. 내 목소리에 미소가 역력한 걸 안다.
“아니오, 형제여.” 아타리온이 툴툴거린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나는 부츠를 들어 오크가 피투성이 턱으로 피를 토하게 해준다.
“나는 이 괴물의 눈에서 그것을 보았네. 패배는 고통이라는 것을. 놈의 신경은 격통으로 죽음에 이를지 몰라도, 영혼에 흐르는 것은 고통이 무엇인지 아는 게야. 적의 마음에 달린 일이지만… 놈의 얼굴을 보게, 형제여. 어떻게 놈이 우리가 여기서 이런 수치스러운 최후를 보고 있다는 이유로 괴로움 속에서 죽는지 보게.”
아타리온은 지켜본다. 나는 아마 그가 보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나와 달리 매료되지 않는다. “끝장내게 해주십시오.” 그가 말한다. “놈이 살아 있는 게 싫습니다.”
나는 고개를 젓는다. 아무런 의미도 없을 행동이다.
“아니. 놈의 수명은 얼마 남지 않았네.” 나는 죽어가는 외계인의 시선이 내 빨간 눈 렌즈에 고정되는 것을 느낀다. “이 고통 속에서 죽어가게 놔두지.”
네로바르는 망설였다.
“네로?” 카도어는 어깨 너머로 부른다. “무슨 일 있어?”
아포세카리는 망막 디스플레이에서 시각화 룬 몇 가지를 보고 눈을 깜빡였다.
“그래. 무슨 일이 있다.”
그들 둘은 그리말두스와 아타리온이 있는 곳 아래층의 파괴된 엔지나리움 방을 수색하고 있었다. 네로바르는 눈 렌즈에 나타난 디지털 판독이 그에게 말해주자 눈살을 찌푸렸다. 왼쪽 완갑에 설치된 묵직한 나르테시움을 보았다.
“그럼 알려줘.”
카도어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그랬듯 퉁명스러웠다.
네로바르는 완갑의 디스플레이 화면 옆에 달린 다양한 색깔의 버튼들을 눌러 코드를 입력했다. 룬 텍스트가 희미하게 적혀나갔다.
“프리아무스다.”
카도어는 호응하며 콧바람을 투덜거렸다. 그렇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다. “항상 그렇잖아?”
“그의 생명 신호가 잡히지 않아.”
“그럴 리 없잖아.” 카도어가 웃음을 터트렸다. “여기서? 이 오합지졸 사이에서?”
“난 실수하지 않아.” 네로바르는 답했다. 그는 분대의 공유 채널을 작동시켰다. “레클루시아크님?”
“말하라.” 채플린의 목소리는 산만했고 희미하게 즐거움이 묻어났다. “무슨 일이지?”
“프리아무스의 생명 신호를 잃어버렸습니다, 경. 높아진 수치가 전혀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냥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즉시 확인하라.”
“확인했습니다, 레클루시아크님. 연락드리기 전에 확인했습니다.”
“형제들이여.” 채플린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갑자기 얼어붙었다. “수색을 유지하고 명령을 파기하라.”
“네?” 아타리온이 항의하기 위해 숨을 들이마셨다. “하지만 우리는―”
“조용. 나는 프리아무스를 찾겠다.”
이번 편은 분량이 좀 있어서 여기서 한 번 자르겠음.
아주 개인적이고 쓸데없는 제안이지만 Sir 라는 단어에 대한 번역은 생략하는것을 제안하고싶음. Sir, yes sir를 그냥 ‘네 그렇습니다’ ‘네 중대장님’ 처럼 번역하는걸 생각하면 굳이 경이라는 단어를 넣는건 번거롭기도 하고 우리말엔 잘 안쓰니, Yes sir나 No sir은 네 그렇습니댜 / 아닙니다 정도로만 하는게 어떨까 싶슴다
음... 맞는 말 같긴 한데, 얘네가 진짜 기사라서 그런 분위기를 살린다는 관점에선 생략 안 하는 게 맞지 않나 싶기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