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가 집권한지 200년이 흘렀다.


필멸자들에겐 영겁에 가까운 반면 불멸자들에겐 그저 흘러가는 시간 동안,


인류제국은 광대한 영토를 얻어 그 영향력을 우주 곳곳까지 뻗치기에 이르렀다.


웹웨이와 임페리얼 트루스가 제국을 수놓았고,  황제의 분노를 표출하는 초인 군단도


사람들의 일상 속에 녹아내렸다.


이는 프라이마크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들의 이름과 행적은 


황궁 도서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정도였으나,


펄그림은 예외였다.






그는 군단이 휴면기에 접어들자 마자 온갖 사업을 들쑤시기 시작한 것이다.


오페라나 미술등의 교양부터 엔터테인먼트, 박물관은 물론이요, 요식업에 


까지 분야가 방대하기 그지없었는데, 이러한 행보에 대한 메스컴의 질문에


펄그림은 '보다 더 완벽해지기 위해서' 라는 대답만 반복했다.


분명 페니키안의 행보는 마땅히 제재를 받아야 할 사항이었지만


제국 행정부는 문화 발전에 기여한다며 묵인했다.


그러던 어느 날, 펄그림이 본인의 사업들을 군단의 다른 이들에게 이양하고


잠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민들이 프라이마크의 행방에 술렁이던 와중, 


페러스 매너스만이 그와 접촉하는데 성공했다.


펄그림의 초대를 받아 3군단의 어느 함선에 당도한 페러스는


보랏빛 파워아머를 입은 마린의 안내에 따라 보이는 창가의 자리에 앉았다.


그를 안내한 마린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메두사는 마린의 


눈빛에 생기가 없는 것으로 보아, 펄그림이 또 무슨 


지랄을 떨었을지 상상을 하며 한숨을 쉬었다.


'쯧쯧, 심신을 기계로 단련했으면 피곤따윈 아무것도 아니거늘...'


이런 생각을 하며 창가를 보던 와중 펄그림이 모습을 드러냈다.


3군단의 프라이마크, 페니키안이라고도 불리는 초인은


아주 본격적인 여장을 하고 있었다.





같이 딸려 나온 마린들이 우릴 구원해 주십사 하며 페러스에게


도와달라는 시선을 보냈으나, 이 양반의 여장을 본 적이 있는


그는 애써 고개를 돌렸다.


마린들이 물러가니 펄그림이 여성을 모사한 목소리로 말했다.


"페러스, 내 친우여, 내가 여장을 한 건 이유가 있어서 그렇네."


'아무렴 그렇겠지. 내 볼에 키스도 한 바이새낀데.'


페러스는 오늘은 어떤 신체개조물을 보며 해피 타임을 가질지


속으로 생각했다. 펄그림의 말은 한 귀로 흘려보낸지 오래였다.


"~허나, 나로써도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쓸 생각은 아니었네."


나름 고민거리를 가진 펄그림에겐 미안하지만 페러스는 이 상황이


매우 우스웠다. 펄그림의 외관이 그의 말과 모순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본래 완벽함이란 개인의 정체성을 불문하고 깃드는 것이라


생각했다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나는 완벽해질수 없었어. 


이름 앞에 달린 수식어만 달라졌지.


프라이마크에서 사장으로 말이야."


페러스는 비록 내면은 아닐지라도 여성으로써는 


완벽하지 않냐고 말하고 싶었다. 농담적인 투로.


"그래서 생각해 봤네. 완벽해지는 방법을 말이야."


페러스는 펄그림의 돌발 행동에 웃음을 거두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치마를 풀어헤쳐 하반신을 노출한 것이다.


페니키안은 술에 골아 걸걸해진 목소리로 검을 빼들며 말했다.






"올바른 정신은! 올바른 몸에 깃드는 법!


완벽한 정수는! 완벽한 그릇에 담기는 법이지!"


페러스는 다급히 주위를 둘러봤다. 보라돌이가 기어코


워프가루를 흡입한 것인가. 완벽함을 추구하더니


황제의 업적을 부정해 버린 것인가!


이번에는 주변의 마린들이 메두사의 시선을 피했다.


'저희들이 말려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라고 말하는 듯 했다.


페러스가 체념한듯 펄그림을 돌아보니, 그는


좌중을 압도하며 두 팔을 벌려서


"오늘! 나 프라이마크 펄그림은! 새로이 태어나리라!"


라 외치고는 검을 휘둘러 자신의 그것을 잘라버렸다.


유유히 떨어지는 그것을 한 마린이 고운 천으로 회수했고,


펄그림은 식은 땀을 흘리며, 그러나 당당하게 선 채로


"아포세카리!"


의사양반을 불렀다.





페러스는 눈 앞의 광경에 머리가 아찔해졌다.


한때 군단을 이끌었던 황제의 유전적 아들은 아포세카리의


응급조치를 선 채로 받으며 웃음을 짓는 한편,


휘하 마린들은 펄그림의 그것을 성스러운 반중력 정지장에 


넣고는 떠받들어 반강제적으로 찬양하고 있었다.


'어서 여기를 빠져나가야 해! 헤러시고 나발이고 저 놈이


드디어 미친게 분명하다!'


페러스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다.


그의 뇌리에서 정확히 언제 다시 방문하라는 펄그림의 말이


잊혀지지가 않았다.





몇 개월 간 수십번의 해피-타임을 가짐과 동시에 기존의 기계를


다른 것으로 교체하는, 머신 체인징 테라피를 종일 받아도


흐릿해지기는 커녕 점점 선명해졌다.


분명 0과 1의 화합으로 구동되는 자신의 몸 일부가


펄그림의 함선쪽으로 향하기에 이르렀다.


'이 불쾌함은 기계만으로는 해결 할 수 없다.


펄그림을 만나야 해.'


페러스는 무언가에 홀린 것 처럼 펄그림의 함선으로 향했다.



함선은 꽤나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전만 해도 마린들의 눈은 고통에 찌들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익히 볼 수 있는 평정심만이 자리잡았다.


이것이 근원이 해탈인지 행복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펄그림의 개인실로 갈수록 함내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황제의 영광과 저네들의 위업을 아로새긴 3군단의 그것이건만,


곳곳에서 보이는 미묘한 차이가 자아내는 인상이


페러스로 하여금 다른 관점으로부터 가미된 것임을  


알 수 있게 하였다.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몰라도 펄그림이 뭔가 달라진건 분명해'


그는 마침내 펄그림의 개인실로 통하는 문 앞에 도착했다.




페러스의 발걸음이 끊기자 문 너머에서


펄그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페러스, 자넨가?"


페러스는 흠칫했다. 이 여성적인 목소리가 펄그림이 성대를


조절해서 말하는건지, 아무 조치 없이 나오는건지 알 수가 없었다.


메두사는 문고리를 잡고 망설였다. 여기서 돌아간다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순 있지만 뇌의 한 구석에는 찝찝함과 이물감이


남을 것이다.


문을 열면 현재 펄그림의 상태를 알고 개운해지겠지만


이전과는 다른 나날을 보내야 할 지도 모른다.


"페러스, 어디 아픈가? 힘들다면 돌아가도 괜찮네."


펄그림의 말에 페러스의 의구심이 사라졌다.


'나는 알아야만 한다.' 페러스의 머릿속을 잠식했다.


페러스는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열었고, 그곳엔-















크게 벌렸다가 결말 묘사를 잘 못한거 같아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