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먼은 입이 찢어질 정도로 하품을 하며 담배갑을 만지작거렸다.


줄을 잘못 선 결과로 말년을 5평 감옥에서 보낼 뻔 했지만, 목숨을 건 자살 임무에 뛰어드는 대가로 자유를 얻는다는 계약을 맺은 것을 사이먼은 후회하면서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베코, 셀 에루나, IG를 볼 때마다 자신은 정말 정상인 그 자체라는 사실에 그는 안도하고는 했지만 최근 들어 무언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저 멀리 강화 격벽 유리 너머로 자신을 비롯한 킬팀의 대원들을 아니꼽게 바라보는 01 의식 공동체와 라 하라엘 여명회 소속의 의원들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저들이 우릴 죽이려 하면 어찌해야 할까?'


사이먼은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들었고, 불을 붙이는 와중에도 그들을 쭉 응시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카이르 의장님.


저들을 정말로 풀어주실 생각이시라면, 다시 한 번 재고해 주십시요."


라 하라엘의 심문관 바레스는 이제 꽤 많은 변이를 거친 에루나를 죽일듯이 노려 보았다.


수 많은 규율들을 어긴 것은 물론, 교단 동포들의 영혼을 자신의 사리사욕을 위해 끔찍하게 이용한 그녀를 교단에서는 어떻게든 죽이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물론 카이르의 지시가 있었기에 '살려는' 두고 있었지만 언제 돌변할지도 모를 괴물을 살려두는 것은 그들의 입장에서는 말이 안 됐다.


"전 분명 확실히 말씀 드렸습니다, 바레스. 


우린 약속을 지킬 거고, 그것은 결코 변치 않을 거라고요."


"네, 잘 압니다.


그렇기에, 저들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는 겁니다."


바레스의 손가락은 저 멀리 수 많은 변이를 거친 에루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등에 생긴 커다란 날개, 망령들의 에너지를 먹어 치우며 몸집이 베코만큼 커진 것은 물론, 이제 다리는 커다란 황소의 것으로 변해버린 에루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 마냥 실실 웃으며 기도문을 읊조리고 있었다.


"저 이단자는 우리 교단 동포들의 영혼을 강제로 추출하여 자신의 마법 재료로 사용한 것도 모자라, 죽은 이들을 간계의 신에게 제물로 바친다고 훼손까지 시켰습니다!


그 자리에서 바로 인격 말살 형에 처해도 모자랄 판에 의원님께서 개입하신 거고요!


이제 어떻게 되었는지 보십시요!


지금까지 의원님의 만류로 저 괴물이 이젠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저래도 저 흉물에게 '자유'를 선사 하시겠습니까?"


카이르는 한숨을 쉬며 지끈거리는 이마를 지그시 눌렀다.


최근 들어 에루나에 대해 여명회 측에서 항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었다는 건 짐작은 했지만, 그렇다고 이리 강경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


하지만 여명회의 청을 들어 주자니 자신의 말을 자기가 어긴 꼴이 될 것이고,  묵살한다면 여명회가 곧장 연방 의회에서 탈퇴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01 의식 공동체 역시 같은 의견.


해당 반역자, IG-019.


그것은 존재 자체 부적합 판정을 받음.


이는 현 시간대에서도 존재하면 안 되는 것."


또 시작이군.


이번에는 01 의식 공동체에서 불만 섞인 기계음이 나오자 카이르의 한숨은 더더욱 깊어져 갔다.


"이단 개체, 사피엔스 제국의 '아이언 핸드' 사상 심취.


은하계 전역을 강제적 기계화 시키는 것 주장.


이는 무분별한 은하계 멸망의 전조 그 자체.


존재 해서는 안 될 사상."


유리 벽 너머로 보이는 IG는 옛날과는 다르게 확연히 다른 모습을 띄고 있었다.


마치 인간 그 자체로 보이면서도 몸에 흉악한 부품들과 무기들을 내장한 채로 여러 사상에 대해 기록된 데이터 패드들을 한 번에 속독 하고 있었다.


"제가 몇 번이고 말씀 드렸지만, 우린 분명 계약을 했습니다.


전 제가 한 말을 반드시 지킬 생각이고, 만약 여러분께서 독단적으로 일을 키우시려 하신다면...


두 분께서는 아주 큰 실수를 하셨다는 걸 제 똑똑히 보여드릴 겁니다."


카이르의 말이 사실임을 보여 주었는지 와이셔츠 너머로 노스트라모의 문신이 선명하게 보였고, 바레스는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로회에 하나도 빠짐없이 보고하겠습니다.


반응은 안 봐도 아시겠지요."


"01 의식 공동체, 더 이상의 대화, 비 효율적으로 판단.


카이르 의장, 현명한 선택 필수적으로 내릴 것."


자신을 제외한 이들이 자리를 떠나자, 카이르는 깊은 한숨과 함께 유리벽 너머를 지켜 보았다.


저들은 분명 망령을 잡는 데에는 훌륭한 사냥개들이었다.


하지만 사냥이 끝나면, 그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사이먼은 카이르가 떠나는 것을 지켜 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그가 쥐고 있던 담배갑 안에는 그 어떤 담배도 없었다.


그저 정밀하게 만들어진 도청 장치가 들어 있었다.


"다 들었지, 얘들아?


저 새끼들, 애초부터 우릴 다 죽일 생각이었어."


반쯤은 안드로이드 형태를 띄게 된 IG의 기계음은 약간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이제야 알게 된 건가?


열등한 지능은 곧 인간의 열등함으로 이어지지."


"닥쳐, IG. 


그보다 넌 어쩔 생각이야, 에루나?


여명회란 것들이 널 죽이려 드는 것 같은데."


에루나는 고서를 덮으며 웃을 뿐이었다.


"오, 그런 건 상관 없어.


어차피 풀려나자 마자, 원로회부터 시작해서 한 놈도 빠짐 없이 지혜의 신께 제물로 바칠 테니까."


"뭥청환 위어드 계쥡.


구뤌 꽘냥이 되기는 하놔?"


꽤 몸집이 커진 베코가 자신의 엄니에 새긴 문신을 만지작 거리며 웃자, 에루나는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팔짱을 꼈다.


"오, 당연하지.


미개한 그린 스킨과는 다르게, 난 아주 방대한 꿈을 가지고 있거든."


"모두 닥쳐.    


이대로 가면 우리 모두 다 끝장이야.


당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쳐야 살 수 있다는 거라고, 알아 들어?"


"혹시 몰라서 우리가 있는 감옥 행성의 메인 시스템을 장악하고 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행성 내핵 통제 시스템부터 과부화 시켜서 완전히 날려버릴 수 있지."


"우리에게 필요한 건 감옥 통제권이야, IG.


우릴 제낄 생각이라면, 곧 다른 녀석들도 제낄 생각이라는 거겠지."


"오, 그래서 계획이라도 있나 보지?


여차하면 내가 불 놀이라도 벌여줄 수 있는데."


모두의 말에 사이먼은 고개를 저으며 낮게 속삭였다.


"간략하게 얘기해 줄게.


놈들이 우릴 죽이려 한다면, IG가 해킹한 걸 좀 손 써서 감옥 시스템을 완전히 마비 시킬 테고, 그럼 자연스레 폭동이 벌어질 거 아니야?


우린 그 틈에 조용히 격납고로 가서 수송선을 타고, 바캉스 하러 떠나는 거야.


어때?"


모두가 고민하다 이내 낮게 고개를 끄덕이자, 사이먼은 그제야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래야 딱 내 팀원들 답지."


난 당신을 믿었어, 카이르.


사이먼은 담배갑을 주머니에 넣으면서도 유리를 응시하고 있었다.


날 원망하지 마, 당신 친구들이 자초한 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