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관짝-옥좌에게서 물러났다. 그것의 시스템은 웅웅거리며, 그 육중한 무게를 비현실적이게도 돌바닥에서 들어올리고 있었다.

그것은 매우 위협적인 존재감이었다.

그것을 보면서 나는 진홍 사막의 원주민들이 죽은 족장들을 장사지낼때 쓰는 금도금된 석관을 떠올렸다.

무를레스 선생이 내게 그 공경받는 물체들의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었다. 고고학 탐험대들이 사막의 모래바다의 깊은 원통 무덤에서 찾아낸 것들이었다.

그 석관의 외관은 그 안에 안치된 자들의 형상대로 조각되어 있었다.

매부리코로 유명했던 왕이나, 비정한 미소로 사랑받던 여왕이나, 매서운 눈썹과 날카로운 눈빛으로 유명했던 왕자라던지.


그런데 이 아무 표식 없는, 녹이 슨 상자에 안치된 왕자는 얼굴이 없었다.

바깥에는 그 어떠한 부조도 없었고, 안치된 자의 형상을 딴 얼굴 따윈 없었다.

여기에 안치된 자는 심하게 부상을 입었고, 그가 앉은 옥좌에서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 생각이 들자 나는 매우 고민했다.

오직 앉은 황금의 옥좌에서 일어나시지 못할 강대한 군주는 단 한분 뿐이셨다.

하지만 그분의 힘은 모든 것을 봤고 모든 것을 지배하신다.


그 순간, 솔직히 말하기 창피하지만, 나는 내가 환시를 보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상상을 했었다.

혹시 내가 신성하신 신-황제 폐하의 묵시적인 현현을 목도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곧 이따위의 상상을 한 나의 어리석음과 건방짐을 깨달았다.

나는 그저 인류 제국 내의 수조의 수조의 수조명에 달하는 신민 중에 한명일 뿐이었다. 그리고 날 딱 골라 선택하다니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애시당초 따지고 보면 나는 오르도의 훈련 시설에서 촉망받는 훈련생도 조차도 아니지 않던가.

아니, 저 관짝-의자는 아무 생각도 없는 건물 침투용 공성 기계일 뿐이었다.

그것은 시가지 전투용 공성 기계다.


그것은 무언가를 말했다. 숨겨진 스피커에서 불쑥 흘려나온 목소리였다. 나는 그것을 무시했다.

관짝-옥좌는 무력한 것 처럼 보였고, 나의 리미터 없이 전개된 블랭크의 힘에 의해 다행히 그것의 사이오닉 드라이버가 마비된 것 보였다.

나는 그것이 뭔가 떠드는 것을 들었고, 복스 신호를 보내고 듣는 것을 들었다.

무언가가 그 안에 들어 있었다. 아마도 서비터였을 것이다.

그것은 나를 저지하진 못했지만, 나의 위치를 보고하고 있었다.


나는 내가 왔던 길을 되돌아 다시 달렸다. 우리의 적은 미궁을 사전에 잘 조사했다. 그들은 건물의 모든 출입구를 확보했다. 모든 중요한 것들뿐 이지만.

하지만 지독한 미궁은 낡고 넓게 퍼져있었고, 확실히 미궁이었다.

이 곳에서 수년간 직접 살면서, 어린아이의 호기심을 가지고 그것의 구석 구석을 탐험해 본 자들만이 그것의 모든 비밀 통로를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달렸다. 내 뒤로 불길한 관짝-옥좌가 그르렁 소리를 내며 추격하는 것을 들었다.

나는 바싹 마른 석회가 뒤덮인 싱크대와, 먼지가 떡져있는 작업대가 늘어선 지하 부엌으로 되돌아갔다.

낡은 냄비와 팬이 천장의 걸이대에 걸려있었고, 내 생애 동안 단 한번도 쓴 적이 없는 냄비들이 걸려있었다.


나는 부엌 안쪽 깊숙히 계속 달려가지는 않았다. 나는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막다른 골목이었어야 할 지하 저장고로 들어갔다.
저장고의 문은 좁았고, 그것을 지나면 가파르고 좁은 내려가는 계단이 나왔다. 저 관짝-의자는 날 쫓아오기엔 커서 들어오지 못했다.

그 아래의 문도 없고 창문도 없는 저장고에서, 나는 곰팡이가 슨 자루 더미를 치우고 벽의 패널을 들어올렸다.

그러면서 불쌍한 굼벵이들과 풍뎅이들을 건드렸지만 난 신경쓰지 않았다.

이곳에 미궁의 어린 아이들이 충분히 탐험하면 찾게 되는 비밀 공간이 있었다.

내가 제대로 몸을 낮춰 기어들어간다면, 축축한 벽돌로 된 작은 터널을 지나 기어가서, 서쪽 벽 아래를 지나서

우리가 마구간이라고 부르던 외곽의 한 지역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었다.

거기에는 길거리로 나가는 문이 하나 있었고, 눈에 잘 띠지 않는 문으로 하이게이트 대로의 한 귀퉁이로 나갈 수 있었다.

그 문은 아직 발각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나는 이제 미궁 건물 아래, 버려진 지하실 깊숙한 곳을 기어가고 있었다.
여전히 나는 저 위에서 처마 근처에서 위협적으로 비행하고 있는 건쉽들의 엔진 소리와, 쿵쿵거리는 침입자들의 발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두번이나 나는 총격이 벌어지는 소리를 들었고, 그 때마다 내 가슴은 철렁했었다.

대체 누구와 싸우고 있는 것일까? 누가 도망치지 못하고 싸워야만 했을까? 누가 죽어가고 있을까?

소위 마구간은, 비록 지난 몇년간 이 우중충한 방들에 와본 일은 없었지만, 내가 기억했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우리가 이곳을 마구간이라고 부르던 이유는, 단지 이 칙칙한 석재로 지어진 방 안에는,
가축을 나누어 가둘 수 있는, 나무로 된 칸막이가 설치되었던 흔적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벽에는 철제 구유가 설치되어 있었고, 여기에 여물을 부을 수 있도록 해 두었다.

나는 옆문에 도달하길 바라면서, 창백한 황혼이 비추는 듯한 마구간으로 도달했으나,

그 순간, 창백한 빛이 들어온다는 것은 옆문이 이미 열려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계속 벽에 바싹 붙어서, 내 가방을 뒤로 돌리고는, 휘어진 은비녀를 나이프 처럼 손에 쥐었다.


옆문으로 세명의 사내들이 문을 강제로 따고 들어와 있었다. 그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두명의 사내와 한명의 여자였다.

그들은 불쌍한 라우드와 조우했었던 침입자들과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어두운 색의 옷 위에는 방탄복이 걸쳐져 있었고, 둥근 렌즈를 가진 고글을 쓰고 있었다.

그들은 커다란 손전등 처럼 생긴 장비를 들고 있었으나, 그것에서는 어떠한 빛도 나오지 않았지만, 그들은 수색하면서 그것으로 구석 구석을 비추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수은등의 일종으로, 인간이 볼 수 없는 파장의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들이 착용하고 있는 고글은 손전등이 비추고 있는 물체들을 볼 수 있도록 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침입자들은 주변을 차가운, 파란 전자색으로 보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그들 세명 모두를 지나가야만 했다. 옆문은 너무나 가까이 있었다. 나는 기다렸다.


그들 중 한명이, 사내중 한명이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그 사내가 비가시광선 조명을 전방으로 비추면서 들어온 출입문 곁에 바싹 붙었다.

나는 은비녀를 옆에 쥐고 있었고, 그것의 뾰족한 끝이 내 손바닥에서 튀어나와 있었다.

재빠른 몸놀림으로 나는 그것을 사내의 방탄복 아래로 보이는 엉덩이 아래의 대퇴부에 찔러넣었다.


그는 고통으로 비명을 질렀다. 나는 그의 피를 느꼈다. 마치 난로위 주전자에서 흘러나오는 뜨거운 커피와도 같았고, 비녀를 뽑는 내 손 위에 뿜어져 나왔다.

그의 다리는 접혀졌고, 그는 쓰러질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고, 상단 돌려차기로 나의 힘을 집중했다.

이미 기습으로 부상을 입고, 움직이기 힘든 다리로 인해 쓰러지고 있던 중이었기에, 그는 어떠한 방어도 할 수 없었다.

나의 킥은 적중했고, 그의 얼굴은 옆으로 돌아가서, 그의 뒤에 있는 벽에 제대로 머리를 깨버렸다.

그는 충격에 튕겨나오면서 앞으로 털썩 쓰러졌다.


여자가 그의 바로 뒤에 있었다. 나는 내가 쓰러트린 남자의 수은등을 낚아챈 뒤, 그것을 그녀의 면상에 비췄다.

순간 장님이 된 그녀는 꽥하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뛰었다. 그녀가 휘청거릴 때, 나는 그녀의 머리 옆쪽을 손전등으로 후려쳤고, 그녀도 바닥에 쓰러졌다.


내가 이제 옆문으로 달려가려고 했을 때, 세번째 사내가 나와 통로 사이에 가로막고 있었다.

그는 이 소동을 듣고는, 나에게 달려들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거리 쪽에서 떨어져서 다시 미궁 속으로 들어갔다. 남자가 나를 쫓고 있었다. 여자도 다시 일어나서 뒤를 따랐다.


성급해 보이는 도주였지만, 그렇게 직관에 반대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나를 구석에 몰아넣지도 않았고, 나를 자신들의 동료에게로 몰아가고 있지도 않았다.

내가 향하고 있는 방향은 고의적이었다. 마구간의 입구에서 10 야드 (대략 9.144미터)쯤 지나서 나는 돌로 된 아치문으로 들어섰다.

내 뒤를 바싹 쫓아오던 나의 추적자들도 아치문에 들어섰고, 곧 마치 무슨 와이어에라도 걸린 듯 바닥에 널부러졌다.

그들은 뒤로 나둥그라져서 꿈틀거리며 목에서 숨넘어가는 소리를 냈다.


나의 수갑은 이 아치문에 설치된 고통 발생 장치를 취소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그 고통 발생장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나는 기다리지 않았다. 나는 몸을 돌려서 잽싸게 바닥에서 발작중인 그들 사이를 지나서, 열려진 옆문을 나서서 밖의 창백한 빛 속으로 나아갔다.


비는 여전히 매우 많이 내리고 있었다. 나는 아래쪽 하이게이트 대로로 나왔고, 차갑고 습기찬 공기와, 젖은 돌과, 도시의 쓰레기와 매연의 냄새를 맡았다.


이 도시 전체는 나의 교실이었었다.

그리고 이제 퀸 마브는 나의 은신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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