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멘토와 나는 그날 저녁의 목표였던, 그동안 행방이 묘연하던 천문학자를 찾는 것을 완수한 셈이었다. 나는 이제 다시 조용히 잠적해야 할 때가 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만, 아이젠호른은 계속 밀고 나갈 작정이었다. 그는 그날 밤, 더 많은 것을 파헤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우리가 크루클리의 소란스러운 일행들을 따라서 <두 곡스(Two Gogs)>로 가는 동안, 아이젠호른은 싸이킥 메시지를, 근처에서 우리 뒤를 따라오고 있던 나머지 팀원들에게 신속히 전송했다. 그는 나일과 메데아와 데스로우에게 우리 근처에 있으면서, 크루클리의 일행 언벤스와 함께 있는 프레드릭 댄스의 신원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그 시간 부로 그는 감시되어야 하며, 추후 질문을 하기 위해서 추적되어야만 했다. 데몬호스트에게는 그는 수집 명령을 내렸는데, 그게 무엇에 대한 것이었는지는 나는 나중에 되어서야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크루클리의 흥청거리는 일행들을 뒤따라 걸어갔지만, 우리의 말소리를 듣지 못할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

“더 알아낼 것이 있는 건가요?” 나는 물었다.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일과 다른 이들이 포착을 확인할 때 까지 댄스와 함께 할 것이다” 그는 대답했다. “크루클리와 친구가 되는 것도 제법 유용할 거라고 생각한다. 여기 집단의 사람들을 다 아는 것 같으니, 우리가 들어갈 수 없는 곳에 들어가게 해 줄 문이 되어 줄 수도 있을 것이야””

“<친구>라구요?” 나는 물었다.

“완곡어법(euphemistically)이었다”

“아하” 나는 말했다 “친구가 없어 보이셔서요”

“충분히 잘 만들 줄 알거든” 그는 답했다. “그저 친구를 오래 간직하지 못할 뿐이지. 크루클리를 조심해라. 그는 역겨울 정도로 방종한 자다. 그의 정신은 음탕함의 구렁텅이로구나. 하지만 제법 쓸모가 있겠지.”

“그가 왕에 대해서 알고 있을까요?” 나는 그에게 질문했다.

“저들 중 다른 이들 만큼만 알고 있겠지” 아이젠호른은 대답했다. “난 그의 생각을 읽었고, 그의 일행의 생각 역시도 읽어보았다. 하지만 노란 옷을 입은 왕, 오르페우스 왕은 이 지역의 전설이지. 이 도시에 사는 사람 중에 그것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고는 생각치 않는다. 그들에겐 민간 전승이나 다름없으니깐. 애초에 진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을거다. 크루클리와 그의 친구들은 어설픈 신비주의 따위를 논하는 것에 관심이 더 많아. 그걸로 자신들이 마치 은밀한 비전의 계몽된 입회자들이라고 상상하고 있지.”

“언벤스와 댄스는 어떻게 된 것이었죠?” 나는 물었다. “그들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니, 당신 답지 않은데요”

“나도 설명 못하겠다” 아이젠호른이 말했다. “어쩌면 내 통찰력이 흐려지고 혼란되어 있었을지도 모르지. 그라엘들이 친 일종의 싸이킥 장막일지도.”

“그리고 진짜로 나왔잖아요” 나는 말했다. “그라엘이 두 놈이나. 바로 우리를 찾아왔죠. 어떻게 우리를 찾았을까요”

“아니다. 그들은 영매를 찾아서 입을 다물게 한 것이다. 우리는 놈들의 목표가 아니었어.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멀쩡한 거다”

“하지만 사기꾼이었잖아요. 확실히--”

“나도 동의한다. 톤텔 여사에겐 싸이커 소양이 거의 없었다.” 불안스럽게도 그의 얼굴에는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이 드러나 있었고, 그의 눈에는 보라색 빛이 번뜩였다. “어쩌면 사기를 치면서 돈을 벌 정도만 있었을지도 모르지. 아니다, 베이타. 그것은 빙의 현상이었다. 무엇인가가 그녀의 속으로 들어간 거야. 그것은 그녀의 순응하는 마음의 이점을 이용해서 우리에게 말을 걸었던 것이지.”

“우리에게요?” 나는 물었다.

“렝무르가 특정함에 대해서 추궁한게 옳았다. 우리에게 제공된 그 상세한 내용은 오직 극소수만이 알고 있을 내용이었지. 그 중에 특히 너 말이다. 그것들은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진실성을 증명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끝까지 말하진 못했지요”

“그라엘들이 그녀의 목소리를 가로막은 것이지” 그는 동의했다. “하지만 우리를 위한 메시지였다”

“도와달라는 요청이요? 누구에게서 였을까요?”

“나도 모르겠다” 그가 말했다.

“릴레안 체이스일까요?”

“바보같은 소리 하지 말거라”

“그럼 발투스 블랙워즈, 아직 살아있다면요? 아니면 그의 가족들이라던지요? 그 역시도 책의 상세한 특징을 잘 알았어요”

“어쩌면”

“하지만 어째서죠?” 나는 물었다. “그는 제 친구가 아니에요”

“네가 완곡적으로 말을 한게 아니라면, 이 바닥엔 친구 따위란 없다. 그는 말했다. “확실한 적이라는 것도 없는 법이지. 모든 자들이 둘 다 아니거나 둘 다 맞는 것이야.”

“당신을 따르면서 확실히 그건 잘 알게 되었네요.”

그는 마치 내가 그를 비난하거나 상처를 입혔다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당신이 그레고르 아이젠호른을 만난 적이 없다면, 비록 제정신에 그를 만날 이유 따윈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은 제법 어려울 지도 모른다. 나는 그의 외모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간단했다. 매우 키가 크고, 비록 나이와 부상들로 인해 피폐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건장한 체격의 남자였다. 그는 거의 항상 그날 밤과 같은 길고 무거운 코트를 입고 다녔다. 그의 등과 다리에는 근력 보조용 프레임이 덧대여져 있었고, 그의 옷깃 아래에서 올라와서 두개골의 기저부에 삽입되어 있는 신경 플러그와 같은 것들이 그가 역경을 겪어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이런 부상들을 입었는지 절대로 말해주지 않았고, 그것들이 하나의 큰 사고에서 겪은 것인지 아니면 어두운 길을 오랫동안 걸어오면서 축적된 것인지 가르쳐 주지 않았다. 나는 후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말하는 것은 그의 태도였다. 그는 무서웠고, 몸집만으로도 위협적인 남자였지만, 그의 엄숙하고도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있는 듯한 얼굴에는 종종 우울한 표정이 드러날 때가 있었다. 나는 그가 안쓰럽다는 생각을 한번 이상 했었다. 그가 자기 자신이어야 하는 것이 안쓰러웠다. 선택에 의해서였든 우연에 의한 것이든, 그는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는 인생에 몸을 바친 것이다.

보통 나일이나 메데아와 함께 있을 때, 나는 그가 웃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지만 실제로 벌어진 일이었다. 메데아가 나에게 은밀히 귀뜸하길, 20년 전 게르숌(Gershom)에서의 임무 이래로 그가 가끔씩 미소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며, 그 이전에는 오랜 시간 동안 그는 웃지 못했다고 했었다. 그녀는 이것이 무언가 그의 신경이 --일종의 중풍이나 안면 마비 같은 것이-- 교정된 것 때문이 아닐까 하고 넌지시 비췄지만, 나는 그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 멀리 떨어진 행성 게르숌에서 그에게 무언가가 일어났다. 그의 눈에 기이한 보라색 안광이 깃들게 한 무언가가.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는 몰랐다. 진실은 나에게서 가려졌고, 오직 그것의 암시만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가 산쿠르로 오게 만든 것이었다. 그는 이미 그 당시에도 코그니타이를 추적하고 있었고 --그는 이미 오랜 세월 동안 그들을 추적해왔다-- 게르숌에서 그는 범위를 좁힐 수 있었다. 그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간에, 그는 노란 옷을 입은 왕의 은신처를 찾아낼 수 있었고, 우리가 지금 간신히 알고 있는 것들을 짜맞출 수 있었다. <왕>의 존재, 먼지의 도시, <8인>이라고 불리우는 왕을 섬기는 우악마적(eudaemonic) 존재인 그라엘들. 그리고 에눈키아, 체이스와의 연결점, 코그니타이, 그리고 그들의 <저쪽의 세상>을 건축한 지옥같은 행보들.

그리고 그것은 그를 나에게 이끌었다. 우리를 대적하는 자들은 나와 같은 공허한 자들(null)이 (불가촉자(untouchable) 내지는 <블랭크>라고도 불리우는, 선천적으로 싸이킥에 비활성적인 존재들) 그들이 수행하고 있는 과업에 어떻게든 중요한 도구라고 믿고 있었다. 코그니타이는 <지독한 미궁(메이즈 언듀)>라는 이름으로 그들을 양성하는 학교까지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명백하게도 단순한 도구 중 하나가 아니었다. 아이젠호른은 게르숌에서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는 <첫번째 나>를 찾았고, 내 생각에는, <나>를 지키고 있었다. 나는 이미 죽은 여자인 알리제베트 베퀸의 클론 내지는 클론 기술로 태어난 딸이었다. 그녀 역시도 공허한 자였으며, 아이젠호른과 함께 봉사했다. 메데아는 내게 그 둘이 매우 각별한 사이였고, 어쩌면 심지어 연인 관계일지도 모른다고 내게 암시했는데, 그런 인간적인 개념이 비인간적이고 마음이 꽉 닫힌 아이젠호른 같은 양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이젠호른은 산쿠르에서 완수할, 어쩌면 그의 인생의 마지막이자 가장 위대한 업적이 될 임무가 있었고, 내가 바로 그것의 일부였지만, 나는 또한 그의 부가적인 임무이기도 했다. 그는 나를 지켜봐 줄 생각이었고, 내가 단지 그의 위대한 임무의 일부분이라서가 아니라, 내가 바로 나였기 때문이었다.

나는 앞서, 그를 따르지 않을 수많은 이유가 있었고, 심지어 악마와 함께 다니고 배반자 아스타르테스를 동료로 삼았는데도 불구하고, 내가 어째서 그와 함께하길 선택했는지 스스로 고민했다고 적은 바 있다. 이것이 바로 그 이유였다. 그가 날 돌봐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이들도 날 돌봐주었다. 메데아, 불쌍한 라이트번, 그리고 아마도 나일 까지도. 하지만 아이젠호른은 그의 임무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인간이기에, 그의 이러한 인간성의 작은 불꽃은 더욱 의미가 있었고 진실된 것 처럼 느껴졌다.

나는 내가 죽은 알리제베트를 생각나게 해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많은 이들이 내가 그녀와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으니깐. 가끔씩 나는 그가 나를 딸이라고 생각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한다. 우리 사이에는 그 밖에는 다른 친밀의 유대가 없었다. 그가 나를 그의 죽은 연인의 대용품으로, 죽은 알리제베트가 기적적으로 다시 환생해서 돌아온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내겐 너무나 확실했다.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 나는 당분간 그가 내게 아버지와 가장 비슷한 존재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비록 그와 진짜 아버지 사이의 간격은 산쿠르와 홀리 테라 사이의 거리보다도 멀겠지만 말이다.

나와 레이브너와의 짧은 만남은 이곳 산쿠르의 퍼즐에 한가지 조각을 더해주었다. 그는 노란 옷의 왕이 잊혀진 힘을 가진 언어인 에눈키아를 재구축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 언어를 추적하기 위해 레이브너는 그의 커리어 중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왕>은 에눈키아를 손에 넣어서 이 우주의 현실 그 자체를 직접 지배하길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특별히 그는 그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권능을 가져올 단어 하나를 찾고 있었다. 바로 인류의 신-황제폐하의 유일한 진명이었다.

가끔씩 나는, 죽은 톤텔 여사도 언급했던, 그 비망록에 수기로 적혀있던 그 기이한 문장들이 에눈키아를 표기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봤지만, 그것은 이미 알려진 에눈키아의 표기와 전혀 닮지도 않았다. 나는 그것이 암호화된 에눈키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 속에 우리의 황제 폐하의 특별하고도 진실된 이름이 숨겨져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상상도 해 보았다.

“뭘 그리 생각하나?” 아이젠호른이 내게 물었다.

“걍 잡생각이요” 나는 대답했다.

“그딴 생각 할 틈은 없다” 그가 말했다. “톤텔을 그토록 냉혹하게 사용한 자는 싸이커이거나, 싸이커를 부리는 자일 것이다. 우리는--”

“레이브너는 어떤가요” 나는 질문했다. “그가 적수가 없는 강력한 싸이커라고 하셨잖아요. 그리고 당신을 쫓고 있구요”

“그 놈은 아니야” 그가 말했다.

“당신을 유인해내려는 것이 아닐까요? 그에겐 지금 체이스의 비망록이 있잖아요. 그것에 대해서 알고 있기에 충분히 이용 가능하죠. 그가--”

“네 생각으론 그게 속임수 같다는 게냐?” 그가 물었다. “날 유인해 내기 위한?”

“그럴려고 한 것이 아닐까요?” 나는 물었다.

“아니야”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런 수작을 부릴 놈이 아니다. 난 녀석을 매우 잘 알지.”

“정말로요?”

“그래” 그가 말했다. “내 제자였으니깐”

“아.” 나는 말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기데온은 날 내버려 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가 말했다. “우리가 서로 마주치는 것은 맨 마지막이 될 테니깐 말이다. 그는 나를 화형시키겠다고 맹세했고, 나는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그가 나를 적대하려고 움직인다면...그가 움직일 때에는 직접적이고 유혈사태도 불사할 것이다. 장난이나 속임수 따윈 쓰지 않을 것이야.”

“그것 참 다행이네요” 나는 말했다.

“그라엘들이 톤텔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온 것이라면” 나는 덧붙이듯 말했다. “그 메시지는 정말 중요하다는 뜻이겠지요. 그것이 단순히 우리를 속이려는 속임수가 아니고, 그들이 우리가 듣는 것을 원하지 않는 무언가 진실된 것이겠죠.”

“아니면 그 누구도 들어서면 안된다던가.” 그가 대답했다.

“하지만 메시지는 우리를 위한 것이라면서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비올레타! 데숨! 빨리 오시오!” 한동안 웃던 크루클리가 우리를 향해 소리쳤다. “거의 다 왔소!”

우리는 <두 곡스>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