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부
종말의 서막
The Beginning of the End
“선과 악은 바람과도 같아 매 순간 가치가 변하는 변덕스러운 이상에 불과하다. 의무는 돌과 같으니, 쉽사리 움직이지 않으며 그 가치는 의무를 받아들일 정도로 용감한 자에게 무겁게 재어진다.”
에반더 가리우스, 임페리얼 피스트 456중대의 지휘관
759013.M31
호루스 헤러시의 끔찍했던 마지막 몇 년 동안, 크토니아가 공격받으리라고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당시 호루스는 충성파 군세를 흩어버리고 태양계 방어선을 무너뜨린 후 힘의 정점에 서 있었다. 호루스의 군대는 이제 무한한 대군이었고, 함대는 절정의 존재로 군림했으며 일신의 힘은 형제들을, 어쩌면 황제 본인까지도 능가하였다. 워마스터가 궁극의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선 테라를 짓밟고 아버지의 이마에서 왕관을 찢어발기면 될 뿐이었으니 이미 오래전에 젊은 시절을 보낸 빛 들지 않는 동굴에서 벗어난 그에겐 크토니아가 필요치 않았다. 선 오브 호루스 내부의 적지 않은 인원들은 크토니아에서 대성전이라는 영광스러운 시절의 모습을 비춰보며 임페리얼 피스트의 모성 강점을 군단 명예에 대한 모욕으로 여겼지만 말이다. 크토니아는 호루스의 전사들이 문장을 바꾸었을 때도 변치 않았던 군단의 불변하는 상징으로서 적의 손에 내버려 둔다는 건 그런 전사들에겐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따라서 크토니아 공략은 전략상의 필요보다는 상처 입은 자존심에서, 그리고 반역자 군단들이 까맣게 잊어버린 무언가, 바로 명예를 되찾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군단병 중 크토니아에 발 한번 붙인 적 없는 자들조차 크토니아를 전사의 귀감으로 여겼으며, 한때 지하 세계를 지배했던 갱단의 잔혹한 의례와 피비린내 나는 전통을 우상화하고 행성 지하의 어둠 속을 거닐던 이들의 방식을 흉내 내었다. 군단의 베테랑 전사 중 많은 이들은 그런 모조 행위가 대성전의 시련을 겪으며 싸워나간 전사들이 가졌던 특유의 규율과 자부심이 결여된 조잡한 모방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말이다. 그들은 옛 갱단의 표식을 지닌 채 그들만큼 치열하게 싸웠지만, 옛 크토니아의 갱단들이 피와 폭력을 생존하기 위한 필요로 여겼다면 선 오브 호루스의 막내 전사들은 그 자체를 즐기면서 정복에 선호하는 도구가 아니라 제 존재의 목적으로 여기었다. 전사에서 천천히 순전한 살인자로 변질되는 타락은 프라이마크가 로가와 에레부스의 영향력 아래 점점 더 추락해가는 와중에도 군단 전반에 걸쳐 계속되었고, 군단 일각에선 이런 쇠퇴가 비난받아 마땅하노라고 하였다. 군단의 희석화를 공공연히 비난한 베테랑들은 황제에 대한 반란과 호루스에 누구 못지않게 충성했으되 군단이 예전과도 같은 날카로운 검날로 유지되며 워마스터가 자신만의 제국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갖출 수 있기를 원하였다. 이들은 군단 내에서 간단한 이름으로 불리었으며, 트루 선 오브 크토니아가 그 이름이었다.
트루 선 오브 크토니아
The True Sons of Cthonia
트루 선은 선 오브 호루스의 대열 내에서 크토니아의 오랜 규범과 XVI 군단 전통을 따르는 이들로 구성된 전사 단체이다. 그들은 대성전의 고난에 필요했던 그대로 피투성이 손과 잔혹한 태도의 소유자였지만, 스스로를 방종한 도살자가 아닌 진정한 전사이자 명예로운 사람으로 바라보았다. 악독한 워프의 힘과 수년간의 가차 없는 살육에 영향받은 당대의 다른 반역자 군세가 피에 미친 광전사와 쾌락 살인마들로 이루어진 탐욕스러운 패거리에 불과한 존재로 전락한 모습을 본 트루 선 오브 크토니아는 선 오브 호루스 내부에서 그런 흐름을 저지하고자 하였다.
트루 선은 다른 어떤 추종자만큼이나 워마스터에게 헌신적인 존재로 남았기에 이는 속죄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된 게 아니요, 대신 군단의 순수성을 유지하고 군단이 황제와의 전쟁에서 프라이마크에게 유용한 무기로 쓰일 수 있도록 하려는 열망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군단이 지닌 미화된 크토니아의 유산은 옛 군단을 퇴락시키고 예전보다 못한 존재로 만들려는 세력과 에레부스가 가하는 영향력에 대항하는 무기로 변모한다.
크토니아에, 그리고 크토니아의 빛 들지 않는 지하 세계에서 싸우다 죽어간 이들의 전통에 대한 집착을 생각해보면 트루 선이 충성파의 모성 점령을 특히나 끔찍하게 여겼다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사건은 군단에 제대로 된 크토니아 혈통의 공급을 끊었을 뿐 아니라, 크토니아를 선 오브 호루스의 진정한 고향으로 여기는 이들의 명예와 자존심에 남은 오점이기도 했다. 그들은 오랫동안 모성을 탈환하고자 했지만 점점 더 외부인들의 영향력에 좌지우지되던 워마스터의 핵심 지도부 내에 지지 세력을 거의 가지지 못한 트루 선은 워마스터가 승리의 문턱을 밟고 선 뒤에서야 이 목표를 쫓도록 허락받을 수 있었다.
크토니아의 계율
Precepts of Cthonia
다음은 황제와 제국의 도래에 앞서 만들어진 크토니아어 저작의 몇 남지 않은 견본 하나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트루 선은 이러한 고대 저작을 신성한 유물이자 크토니아의 지혜를 보여주는 사례로 여기며 모방하고 또 군단 전체에 퍼뜨리고자 했다. 아래에 제시된 특정 견본은 진정한 전사는 명민함과 폭력을 동등한 수준으로 발휘해야 하며, 더 뛰어난 전사에게 패배해 그의 전설에 일부가 되기 전까지는 언제나 군단에 승리를 가져다주려 노력해야 함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다. 일각에선 이 문헌이 명예로운 적의 해골을 금으로 도금하는 크토니아식 전통의 기원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필자는 크토니아 최초의 심층 광부들이 사용한 고대어 원문과 임페리얼 고딕 표준어 Imperial Gothic Standard로 번역한 번역본을 모두 수록하기로 했다.
승리는 전사의 황금,
피와 교활함으로 얻어낸다,
시간에 흐리지 않는 광휘,
전투의 붉은 심금 속 새로워지니,
누군가 다시 거둘 때까지,
패배가 아닌 영원✲ 속에 이루어진다,
황금은 전사의 무덤이오니.
✲고딕에는 크토니아어 단어 '에케쿠 eqequ'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말이 없지만, 이는 불멸성의 한 유형을 의미하는 듯하다.
+ 저거 허락받았을 때가 이미 호루스 치매로 골골대던 시점 아니냐
+ 트루 선 오브 크토니아가 40k 트루 선 워밴드의 전신이겠지?
소설에서도 테라 공격하던 시기에 워마스터 옆에서 자르두 라약이 조언가랍시고 붙어서 아바돈조차 라약을 개띠꺼워했지만 호루스가 계속 감싸줌
다음편에서 트루 선 오브 크토니아가 워드 베어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적나라하게 나옴 ㅋㅋㅋㅋ
얘들 아바돈이 좋아할만한 애들인데 아바돈이랑 관련없나?
헤러시 시점에 워마스터의 핵심 지도부 안에 지지세력이 별로 없었다는 내용이나, 트루 선 오브 크토니아의 후신으로 추정되는 40k의 트루 선 워밴드가 프라이마크의 유산을 부정하는 아바돈과는 척을 진 입장이라는 걸 생각하면 별로 유쾌한 관계는 아닐 것 같음
그러고 보니 40K에서 동명의 트루 선이라는 선오호 출신 워밴드가 컬러스킴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는곳마다 호루스 신상세우고 다닌다는데 뭔가 연관이있을지도?
트루 선 오브 크토니아도 줄여서 True Sons라고 자주 적히는데 내가 보기엔 노린 것 같음. 애초에 트루 선 워밴드가 먼저 있었고 트루 선 오브 크토니아는 아주 최근에서야 만들어진 설정이니 영향이 없었다고 보기 힘들듯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blacklibrary&no=243871
이로서 테렌티우스는 나름 명예로운 적으로 인정받았던 것임을 증명할 수 있다
그러고보니 테렌티우스 해골도 금도금됐네 ㅋㅋㅋㅋㅋㅋㅋ 하긴 명예는 몰라도 강적이긴 했지
이랬던 애셔라돈도 나중가서는 카오스에 휘까닥 돈다는데 정말인가요
스포일러라 곤란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