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니턴트 - 2화 -
· 페니턴트 - 3화 -
· 페니턴트 - 4화 -
· 페니턴트 - 5화 -
· 페니턴트 - 6화 -
· 페니턴트 - 7화 -
· 페니턴트 - 8화 -
· 페니턴트 - 9화 -
· 페니턴트 - 10화 -
· 페니턴트 - 11화 -
· 페니턴트 - 12화 -
“그가 다시 돌아올까?” 라이트번이 물었다.
나는 암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이성적인 말을 좀 해줘서 고마웠어요”
“뭘 그 정도를 가지고” 그는 답했다.
“레너” 나는 말했다. “당신도 가도 되요. 언제든지 원하는 때에요.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당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여기에 굳이 말려들지 않아도 되요”
“한동안 계속 머무를 생각인데” 그는 말했다. “나한텐 아무 것도 없거든. 내가 진 죄와 친구 한명 빼면 아무것도 없지. 그러니 남아있겠어”
“그 <친구>의 퍼라이어의 영혼이 바로 옆에서 드러나게 될 텐데, 억지로 참지 않아도 된단 말이죠”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래도 난 이해할 테니깐요”
“더 심한 것도 겪어봤지” 그는 말했다. “그냥 당신, 너무 많이 하지는 말아줘”
나는 내가 그에게 가르쳐 준 대로 코드 전송을 부탁한 뒤에 밖으로 나갔다. 늦은 아침이었고, 마치 톨타운의 대화재를 끄느라 힘이 다 빠진 것 처럼 그동안 내리던 비가 처음으로 잦아들고 있었다. 빈민촌 상점가는 이제 완전히 문을 열었고, 장보러 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나는 포장업체의 공장건물과 버려진 궤도선착장을 지나며 숏홀(Shorthalls)의 거리를 계속 걸어갔다.
나는 걸으며 내 마음을 정리하고 내 생각들을 가다듬었다. 이제 모든 것이 나에게 달린 것 같았다. 완수해야만 하는 매우 중요한 임무가 생겼고, 이제 그것은 나의 손에 떨어졌다. 이제 내가 알파의 역할을 수행할 때가 된 듯 싶었다. 그러다가 클리어스토리 오르막길(Clerestory Rise)을 지나서야 비로소 내가 탁 트인 곳에 몸을 노출시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프로스트와, 어쩌면 데스로우 조차도 습격했던 자들이 아직도 도사리고 있는 와중에, 나는 마치 나 자신이 사건을 수사하는 심문사(interrogator)라도 된 것 처럼 작전과 접근에 대해 온갖 건방진 상상을 하면서, 훈련도 받지 못한 초짜처럼 굴고 있었다.
나는 즉시 내 손목의 리미터를 해제했고서, 주위 시선을 덜 끌거나, 최소한 원하지 않는 자들이 내게 관심을 가지고 다가오는 것을 억제할 수 있게 하였다. 그리고 나는 몸을 돌려서 다른 길을 통해 더 빠른 걸음으로 되돌아갔고, 주위를 좀 더 날카롭게 살펴보았다. 만일 내가 지금부터 이 일을 주도할 것이라면, 나는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었고, 내가 받았던 모든 훈련을 기억해내야만 했다. 코그니타이에서 내가 지금까지 받았던 모든 기량과, 그들의 손으로 담금질 된 나의 모든 것들이, 이제는 이단심문소를 위해서 사용될 때가 되었다.
숏홀의 반대편 길을 통해서 벙커로 되돌아가던 도중, 나는 그가 상점가에 있는 주점인 스타리게이지(Starry-Gazey, 총총한 별 바라보기) 안에 앉아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술집의 정문은 목마른 상인들을 맞이하기 위해서 정오의 길거리를 향해 활짝 열려져 있었다. 그는 술집 안, 햇빛이 들어오는 자리에 혼자서 앉아있었다. 그가 날 발견하기 전에 나는 그를 보았다.
나는 리미터를 다시 켜고는 술집 안으로 들어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나일이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지금 돌아가려던 참이었는데” 그가 말했다.
“나도 알아요”
“진짜인데”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겠죠” 나는 말했다.
“사실은” 그가 말했다 “뭔가 기억이 난게 있어서 다시 돌아오려던 거였지. 아무튼 돌아가려던 것은 맞다.
널 그냥 두고 갈 수는 없었지. 네가 끝까지 밀고 나갈거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거든.”
“끝까지 갈 거에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그는 말했다. “이 판에서 난 죽게 되겠지. 난 알고 있어. 하지만 누군가는 죽어야만 하거든.”
“당신이 기억났다는게 뭐였죠?” 나는 질문했다.
“이름들이었지” 그가 말했다. “여기 앉아있다 보니 생각이 나더군. 불이 난 이래로 너무나 많은 것들이 벌어졌으니깐. 조야(Zoya). 그리고 코노트(Connort)였다.”
“그게 누구인데요?”
“심문 도중에 톤텔의 나불거리는 시체가 내뱉었던 두 이름이었지.
그런 짓을 하면 내 속이 울렁거려서 난 자세히 듣지는 못했다만, 내가 방에서 나가기 전에 그 여자의 죽은 입술에서 그것들을 말하는 것을 들었다.”
나는 곰곰히 생각했다.
“조야...는 잘 모르겠는데. 하지만 코노트라면...”
“평범한 이름이지” 나일이 말했다.
“그렇지만 한명 알고 있어요. 코노트. 코노트 티무린. <그> 유명한 음악가에요. <두 곡스 Two Gogs>에서 크루클리와 함께 있었던 일행이었어요”
“그래서 그 작자가 그날 밤 있었다는 건가?” 나일이 물었다. “톤텔이 비명횡사했던 그날 밤에 말이지?”
“네” 나는 말했다. “그 자도 렝무르 살롱에 있었다가 우리와 함께 두 곡스로 갔었죠.
그 뿐만이 아니에요. 톤텔이 연극을 시작하기 전에, 그가 살롱의 문 앞에서 한 여자와 대화하고 있던 것을 봤었죠. 무엇이던 간에 아주 심각한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까지만 해도 난 그가 누구인지 몰랐었고, 나중에 가서야 소개 받았죠. 하지만 그와 함께 있던 여자는...”
“그 여자가 어쨌는데?”
“어디선가 본 것 같았어요”
“그 여자를 알고 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어디서 봤었는데, 베이타? 난 네 기억능력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얼굴만 척 봐도 아는 것 아니겠냐”
“그게 문제에요” 나는 말했다. “나는 그녀를 알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고, 그녀의 이름이나 만났던 장소를 모르겠단 말이죠”
“그게 무슨 소리인데?”
나는 그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녀가 변장을 하고 있다는 말이에요 할론. 아주 좋은 위장이었어요.
대체 누구인 척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그 아래에 숨은 배우를 알아볼 수 있었단 말이죠”
“변장이라고?” 그는 그의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저 옷을 다르게 입는 것을 말하는게 아니에요, 나일. 변장을 훈련받은 사람이었어요.
그 여자는 무언가 임무를 수행 중이었죠. 그녀는 누군가의 요원이었어요.”
“그게 누구였는지 내가 안다는데 내 주머니 속에 있는 동전을 다 걸지” 그가 말했다.
우리는 함께 시장 바닥을 걸어갔다.
“우리에겐 선택지가 있어요” 나는 말했다. “하지만 먼저 걸어 볼 것이 뭔지 알 것 같아요”
“두 곡스에 가 보는 것 말이야?” 그가 제안했다.
“그건 두번째 선택지인걸요.” 나는 말했다. “우선 케루바엘이 날 비프로스트로 다시 데려왔을 때부터 생각해오던 계획대로 가는 거에요”
“네 계획대로 밀고 간다 그건가?” 그가 말했다.
“그래요”
“그리고 그 계획이라는 것이 뭐지?”
“레이브너와 만날 거에요” 나는 말했다.
“아 놔” 그가 답했다. “메데아한테서 예전에 들었었는데. 그에게 돌아가서 마치 네가 배신한 것 처럼 굴겠다고?
이중 간첩질을 하겠다고? 그들 사이에 잠입하려고? 그러기엔 너무 늦었어.”
“그렇긴 하죠” 나는 말했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위장을 잘 한다고 해도 탈론은 그것을 다 꿰뚫어 볼 거구요.”
“그래서 이젠 어쩌지?”
우리는 옆문에 도착해서 벙커의 입구로 향하는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그냥 그한테 찾아가는 거죠” 나는 말했다.
“꾸밀 필요도 없어요.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하는 거죠. 무엇이 걸려 있는지 말해주고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을 공유해 주자는 거죠.
그는 오르도의 요원이잖아요, 할론. 최고의 요원 중 하나죠. 우리에겐 공동의 적이 있고, 우린 지금 워밴드가 필요해요.”
우리는 안으로 들어갔다. 라이트번은 고개를 들더니 나일에게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 처럼 평범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이젠 괜찮소?” 그가 말했다.
“이젠 됐소” 나일 역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했다. “저 애한테 정신 좀 차리게 하는 것 좀 도와 주시구려”
라이트번은 똑바로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녀의 계획은” 의자를 앉기 위해 끌어당기며 나일이 말했다. “굳이 거창하게 말해서, <계획>은 바로 레이브너에게 가자는 거요”
“무슨 핑계를 대고 말이오?”
“아무 핑계도 대지 않고요” 나일이 그에게 말했다.
“우리를 이단이라고 사냥하고 있는 그 레이브너라는 작자에게 말이오?” 라이트번이 말했다.
“바로 그 사람 맞소.” 나일이 말했다.
“난 그 양반은 만나본 적은 없지만” 라이트번이 말했다.
“다만 예전에 만나봤다지만, 이 레이브너라는 작자가 내 기억을 마치 달궈진 부지깽이로 종이를 지지듯 지워버렸다고 하니깐 전혀 기억을 못할 뿐이지.
아무튼 내 생각에도 그건 참 병신같은 계획이오”
나일은 실실 웃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자 봐라” 그가 말했다. “심지어 부외자인 이 친구도 그렇게 생각하잖냐”
나는 미소를 지었다. “레이브너는 <왕>을 원하고 우리도 <왕>을 원하지요.” 나는 말했다.
“도시 안에는 적들이 바글거리고, 적어도 우리 둘 모두를 적대시하는 세력들이 도사리고 있단 말이죠. 우리도 수적 열세이고, 레이브너도 마찬가지에요.
그를 만나서 우리가 가진 패들을 책상 위에 늘어놓아 보자구요. 휴전이고 일시적인 동맹이죠. 황금옥좌께서도 그 둘이 규칙을 구부릴 줄 안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겁니다. 아이젠호른과 레이브너 말이에요. 필요에 따른 타협이죠. 그래서 한명은 이단이고 다른 하나는 불량 요원이라고 낙인 찍혔구요.
아무튼 둘은 대의를 위해서 규칙을 굽히는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법 위에 서 있기도 하죠. 그것이 바로 이단심문관의 특권이니깐요. 그들은 쓸모가 있는 것들의 편을 들기도 하죠...악마들 같은 것들 말이에요. 그러니 휴전을 하고 서로 가진 지식과 자원을 공유하자는 거죠...그것이 대립하는 것 보다 훨씬 이득일 테니깐요.”
“나는 그저 하나만 지적하고 싶은데” 라이트번이 말했다 “좀 전에 레이브너 그 친구를 당신의 친구들을 죽인 용의자라고 말하지 않았나. 제법 그럴싸하게 말이지.”
“난 여전히 그가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나는 인정했다. “하지만 이단심문관은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자들이고, 그것은 <노란 왕>이지 우리가 아니에요. 우리에겐 레이브너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고, 그가 전혀 알지 못하는 단서를 갖고 있죠. 그는 우리와 협력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것을 알 겁니다. 적어도 일시적인 협력일지라도요.”
나일은 입을 열어서 뭔가를 말하려고 했지만, 아직 내 말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나는 손을 올리며 말했다. “대면해 보면 알게 될 거구요. 그의 짓이었는지 아닌지 알게 될 겁니다. 그가 비프로스트에 불을 지른 적이었는지 알게 될 거에요. 우리는 그와 만나서 친구가 되거나, 복수를 하게 되는 거죠.”
“네 생각에 우리가 그 양반을 잡을 수 있을 거 같냐?” 나일은 웃기다는 듯 질문했다. “그하고 카라와 페이션스를 말이지?”
“난 카이스를 이겨본 적이 있어요. 사실 서로 비겼지만요. 하지만 네,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당신도 그들의 수법을 알고 있고, 당신 역시도 매우 유능하죠. 그리고 난 암흑의 영혼을 가진 블랭크이고, 그의 가공할 싸이카나에 대항할 비장의 수단이죠.”
“나에겐 총도 있는데” 라이트번이 손을 들며 말했다.
나일과 나는 그를 쳐다봤고, 그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서 열심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유혈 사태로 번지는 것은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데” 나일이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피할 수 없겠지. 그러니 어쩌면 끝장을 보는 것이 최선일지도 모르겠군.”
그는 나를 힐끔 바라보았다.
“네가 이걸 그만두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정말 아무 것도 없을까?” 그는 물었다.
“내 말은 말이야, 엄밀히 말해서 넌 나보다 계급이 높은 것도 아니잖아. 나이 순서대로만 따져 봐도--”
“하지만 여기까지 왔잖아요” 나는 말했다.
“그래 그렇긴 하지만” 나일이 말했다. “너 정말로--”
“내가 하는 대로 하자구요” 나는 말했다. “오늘 아침에 당신의 마음이 찢겨져 있고, 따라서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없다고 했잖아요. 당신 스스로가 인정했구요.”
“당신 입으로 비스므리하게 말했었지” 라이트번이 말했다.
“당신은 객관적으로 할 수 없어요 할론.” 나는 말했다. “하지만 나는 가능하죠. 내 판단이...바로 우리가 이것을 하는 이유에요.”
나일은 한동안 앉아있다가 지친듯 숨을 내뱉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복스캐스터 쪽으로 다가가서, 그것의 다이얼을 조심스럽게 조작한 뒤,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그것의 꼬인 케이블은 덜렁거렸다.
그는 전송 스위치를 눌렀다.
“쏜이 탈론을 원한다 (Thorn wishes Talon)” 그가 말했다.
----
이쯤 되면 눈치챘겠지만 Thorn은 아이젠호른의 콜사인, 탈론은 기데온 레이브너의 콜사인.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