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더 이상 홀로가 아니었다.

비록 매우 어두웠고 창문에 휘장이 덮여있었지만, 서고의 창문에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 같았다. 대체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그림자가 질 수 있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무튼 그것은 방 끝의 창문을 지나고 있었다. 나는 한두명의 발자국 소리를 들었고, 마치 방 안을 엿보는 듯 그림자는 멈춰섰다.

우리는 기다렸다. 잠시 후 한 그림자가 방 옆의 창문을 지나갔다. 나는 처음에는 그림자 하나가 집 밖을 돌아다니면서 우리 주위를 서성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방 끝의 창문에서 무언가가 안쪽을 들여다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두 그림자들이, 두 명의 방문자들이 밖에 도사리고 있었다.

압박감이 느껴지는 고요함 속에서, 카라는 점멸검을 굳게 쥐었다. 나는 내 손목에 손을 가져댔다.

“수갑을 끌까요?” 나는 속삭였다.

“아직 아니다” 레이브너가 <의자>의 통신장치를 통해서 매우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 “우리는 보호받고 있다. 먼저 누가 우리를 찾아왔는지 알아보자꾸나.”

밖의 그림자들은 가만히 서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것들이 나의 착시인줄 알았으나, 하나가 다시 움직이더니, 두번째가, 아니 어쩌면 이제 세번째가 나타났다. 잠시 후, 방 끝의 창문의 창틀이 마치 누군가가 밖에서 창문이 열릴 수 있는지 확인하려는 듯 살짝 흔들렸다.

“너희 둘 다 바깥쪽 원의 내부에 머무르고 있도록.” 레이브너가 말했다. 티무린의 시신은 분필과 모래로 바닥에 그려진 마법진 한가운데 놓여져 있었지만, 우리 주변에는 소금을 부어서 만든, 벽까지 닿을 정도로 훨씬 큰 원이 감싸고 있었다. 우리는 그의 명령에 따라서 원의 안에 머물렀다. 공기는 차가워졌고, 셸릭의 남은 잔향이 퀴퀴하고 시큼하게 느껴졌다.

창문은 다시 흔들렸다. 그리고 무언가가 창문을 두들겼다. 똑 똑 똑. 문을 두들기는 사람의 주먹으로 빠르게 두들기는 소리가 아니라, 마치 비밀리에 찾아온 애인이 침실의 창문을 살짝 두드리는 것 같은, 손 끝으로 은밀하게 톡톡 두들기는 소리였다.

똑 똑 똑

“대답하지 마라” 레이브너가 말했다.

다시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티무린을 둘러싼 양초 중 세개가 꺼지면서 가느다란 연기를 뿜었다.

“그들이 우리의 봉인을 시험하는군.” 레이브너가 말했다. “카라?”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빨리 꺼진 촛불을 다시 켰다. 나와 마찬가지로 그녀 역시 불안해 하고 있었다. 그녀가 불붙이개를 다시 켜기 위해서 성냥갑을 쥐고 있을 때 그녀의 손은 살짝 더듬거렸다. 양초는 다시 불이 켜졌지만, 그 셋에서 나오는 빛은 약했고, 마치 공기가 희박해지는 것 처럼 그것의 불꽃은 매우 창백한 노란색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이번에는 다른 창문에서 두들기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창틀이 뭔가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고, 마치 누군가가 창문의 걸쇠를 강제로 열려고 미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조용해졌다.

갑자기 벽난로 쪽에서 퍼덕거리는 소리가 났고, 우리 모두가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치 누군가 굴뚝을 통해서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지 확인하려는 듯, 굴뚝에서 벽난로 안으로 재와 모래가 떨어졌다. 또다시 덜거덕거리는 소리가 났고, 다시금 모래가 떨어졌다. 그러더니 곧 이어서 바깥에서 서고 주변을 맴도는 듯한 발자국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침착해라.” 레이브너가 조용히 말했다.

“전 침착해요.” 나는 대답했다.

“카라한테 한 소리였다.” 그가 말했다.

카라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별로 신빙성 없는 억지 웃음을 지었다.

“누군가의 주의를 끈 모양이로구나.” 레이브너가 속삭였다. “우리가 누구의 관심을 끌었는지 알고 싶군.”

육중하면서도 부드러운 발자국 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들은 방 끝쪽의 창문을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림자가 돌아다녔다. 그러더니 발자국 소리의 톤이 달라졌다. 그들은 더 이상 포장된 도로 위가 아닌, 마루바닥을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들은 저택 안으로, 이 서고의 바깥의 복도에 들어온 것이다. 그들은 문을 열지도 않고 거리에서 집 안으로 들어온 것 같았고, 더욱이 서고 너머에 있는 복도에는 바깥으로 향하는 문 따위는 없었다.

발자국 소리는 다가왔다가 멀어졌고, 다시 다가왔다. 우리는 마치 출입문의 양쪽에 있는 복도와 서고 사이의 패널로 된 벽을 누군가가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만지면서, 문의 경첩이나 자물쇠를 확인하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

그러고 나서 발자국 소리는 다시 들렸다.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가 바깥의 복도를 한쪽 끝에서 다른 끝으로 걸어다니다가 다시 출입문 쪽으로 다가왔다. 누군가가 문고리를 열려고 시도하는 듯 흔들렸다.

“문은 잠겨있다.” 레이브너가 또렷하게 말했다.

문고리가 흔들리는 것이 멈추었다. 1초 쯤 지나자 대신에 방의 옆문의 문고리가 돌아가려고 하고 있었다. 그것은 흔들리고 덜컥거렸지만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있었다. 발자국 소리는 다시 복도로 돌아왔다.

방의 정문을 누군가가 두들겼다. 묵직한 노크 소리가 네번 울렸다.

“들어 올 수 없다.” 레이브너가 말했다.

잠시 있다가 다시 네번의 노크 소리가 들렸다.

“너희들에게 문은 닫혀있다.” 레이브너가 말했다. “그러나 너의 정체를 밝혀라.”

무언가가, 어쩌면 손가락이 두꺼운 정문 바깥에서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너는 우리를 안다” 한 목소리가 바깥에서 말했다. 그것은 두꺼운 문에 가로막혀서 잘 들리지 않았지만, 상당히 인상깊었다. 거인의 목소리와 같이 낮고 중후한 목소리였고, 철과 같이 밀도있고 묵직했으나, 한편으로는 무언가 공허했다.

“나는 모른다” 레이브너가 대답했다.

“너는 알고 있다.” 바깥의 목소리가 말했다. “네가 우리를 불렀다.”
목소리에서 마치 납덩어리가 우리를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그것은 마치 건조한 헤라트(Herrat) 지역의 사투리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악센트를 갖고 있었지만, 그 지역의 사투리는 아니었다. 그것은 매우 멀리 떨어진 곳의 악센트를 지니고 있었지만 나는 그것을 알 수 없었다. 그것은 격식을 차린 엔마빅어로 말하고 있었으나, 외국어를 공부한 사람 내지는 제2국어를 말하는 사람의 조심스러운 말투로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 누구도, 그 어떠한 것도 부르지 않았다.” 레이브너가 말했다.

“너는 불렀다. 우리의 이름을 너는 불렀다. 우리의 이름을 우리는 들었다. 우리는 누가 우리를 불렀는지 알고자 찾아왔다. 우리를 들여보내라.”

“나는 아무도 부르지 않았다.”

“우리의 이름을 누군가 불렀고 우리가 들었다.”

“나는 누구의 이름도 부르지 않았다.” 레이브너가 말했다.

“어떠한 힘을 지닌 이름도 아니었다. 누군가를 불러올 이름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너는 지혜와 지식이 별로 없는 것이다.” 목소리가 대답했다.

두 문의 문고리들이 동시에 흔들렸다.

“이것은 나의 집이다.” 레이브너가 말했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을 들어올 수 없고, 나는 오직 내가 아는 자만을 초대한다. 나는 너희들을 모르고, 너희들은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너는 우리 이름을 불렀다!” 옆문 쪽에서 한 목소리가 말했다. 그것은 다른 목소리였고, 마치 얼음이 깨어지는 듯한, 맑고 날카로운 소리가 쉭쉭거리며 말했다.

“너는 불렀다.” 첫번째 목소리가 정문 뒤에서 동의했다. “우리는 학회(College)에서 왔다.”

측면 문의 문틀이 흔들렸다. 더욱 불만스럽고 짜증나는 듯 문을 열려고 시도하고 있었다.

“알겠다.” 레이브너가 침착하게 말했다.

“이름은 언급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름일 뿐이었다. 평범한 단어 둘 뿐이었고, 그 어떠한 힘을 가진 단어가 아니었다.

설령 그것을 동시에 쓴다고 해도 그것들이 너희를 소환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사악한 요술은 그 어떠한 단어에도 힘을 부여할 수 있다.” 세번째 목소리가 방 끝쪽의 창문 바깥에서 들려왔다. 그것은 엄숙하고 근엄했다.
“이것은 내가 직접 깨달은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고 재능이 없다는 뜻이다.”

“장난은 그만 집어치우고 우리를 빨리 들여보내라!” 네번째 목소리가 방 옆의 창문에서 들려왔다. 그것은 마치 포식자와 같은 묵직하게 으르렁거리는 듯한 목소리였다.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레이브너가 말했다.

“문은 막혀져 있고, 너희들은 초대받지 못했다. 그래, 너희들은 너희들의 협회(fraternity)의 이름에 요술을 사용해서 힘을 부여했구나. 그래서 그 말이 내뱉어질 때마다 신호탄처럼 불이 켜지도록 말이다. 어떻게 그랬는지 이젠 알 수 있겠군...마법을 다루는 어리석은 자들이로구나.”

“우리는 협회 따위가 아니다.” 방 끝의 창문 쪽의 엄숙한 목소리가 선언했다.

“빨리 들여보내 달라고!” 옆문 쪽의 목소리가 쉭쉭거렸다.

“우리를 들여보내라.” 벽난로 쪽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마치 시체를 뜯어먹는 새와 같은 날카로운 톤으로 요구했다. 굴뚝 안으로 모래와 재가 떨어졌다.

“너의 불순종함에 지쳐간다.” 옆쪽 창문에서 으르렁거리는 목소리가 말했다.

“너희들의 목적은 무엇인가?” 레이브너가 물었다.

“우리의 목적은 너희가 어떤 자들인지 알아보는 것이다.” 정문 바깥에 있던 묵직하면서 공허한 목소리가 말했다.
“어째서 우리의 이름을 말했는지 알려고 왔다. 너희들이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다.”

“내 일은 나만의 것이다.” 레이브너가 대답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들어갈 수 있다. 어떤 문도 우리를 가로막지 못한다.”

그것은 또 다른 여섯번째 목소리였다. 그것은 묵직하고 락크리트 벽돌 마냥 무뚝뚝한 목소리였다. 그것 역시 정문 밖에서 들려왔다.

“너희들에게 장담하건데, 그것은---” 레이브너가 입을 열었다.

마치 무언가가 강하게 내려친 듯 정문의 문틀이 크게 흔들렸다. 무언가가 맹렬하게 강한 힘으로 빠르게 계속해서 두들기고 있었다. 낡은 나무 문이 문틀 안에서 마치 굴절된 거울처럼 휘어지고 비틀리는 것 처럼 보였다. 나는 움찔했다. 지금 문을 두들기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은 분명히 비인간적인 힘이었고, 당장이라도 나무를 불쏘시개로 산산조각 낼 것만 같았다. 그 공격을 버티고 있는 것은 물리적인 문이 아니었고, 레이브너가 설치한 보호부의 힘이었다.

두들기는 것은 거의 1분 가까이 이어졌다. 카라와 나는 매 타격마다 무의식적으로 화들짝 놀랐다.

나는 레이브너를 쳐다보았다.

“아직은 아니다.”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두들기는 것이 갑작스럽게 중단되었다.

옆문 쪽에 있던 얼음장처럼 쉭쉭거리는 목소리가 냉혹하게 웃었다.

“멍청한 놈” 그것이 말했다.

“닥쳐!” 정문에 있던 묵직한 벽돌같은 목소리가 대꾸했다. 나는 화가 부글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둘 다 그만 두어라.” 특이한 악센트의 공허한 목소리가 말했다. 비록 불길할 정도로 침착했지만, 그것은 다른 이들보다 지위가 높아보였다. 발자국 소리가 움직였다.

“우리를 들여보내라, 아니면 강제로 들어가겠다.” 그것이 우리에게 말했다.

“너희들이 덜 수수께끼같은 말로 너희 목적을 밝히고, 덜 의미없는 이름으로 너희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면,” 레이브너가 말했다.
“너희는 들어올 수 없다.”

“너희는 우리를 거부할 위치가 아니다.” 공허한 목소리가 말했다.

서고 안으로 두려운 감각이 기어 들어오고 있었다. 머리가 솟아오르며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내 등 뒤에는 나도 모르게 식은 땀이 흘렀다.

“마음 단단히 먹도록.” 레이브너가 우리 둘에게 말했다.

공기가 마치 폭풍 직전의 늦은 오후와 같이 나른하면서도 격양되어 있었다. 어둠이 짙어졌다. 하나 둘씩 티무린의 시체를 둘러싸고 있었던 촛불이 꺼져갔다. 그것은 흘들리다가 꺼지는 것이 아니라 매우 빠른 속도로 타들어갔다. 한번 켜면 며칠 동안 가는 두꺼운 성당용 양초가 단지 수초만에 다 타들어갔고, 비정상적인 속도로 촛농의 웅덩이로 녹아내려가더니 간신히 타들어가던 심지가 그 안에 잠기어 불꽃은 사라져 버렸다. 모든 창문과 문의 고리들이 부르르 떨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창문의 걸쇠와 문고리와 벽난로에 걸어둔 허브로 만든 부적들이 말라가기 시작했고, 마치 가을과 겨울이 수초만에 지나간 것처럼 말라서 쪼그라들더니 가루로 부숴져갔다. 공기 중에 잎과 허브가 썩으면서 곰팡이와 썩는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더욱 역겨운 냄새가 풍겨왔다.

내가 돌아봤더니 티무린의 시체가 썩기 시작하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말라가면서 썩어가고 있었고, 처음에는 부풀어올랐다가 점점 말라가면서 비틀어지고 있었다. 그러더니 살점이 부패하면서 초록색과 암갈색으로 물들면서 마치 다 타버린 양초의 촛농과 같이 녹아내렸다. 썩어가는 내장이 허브들처럼 쪼글쪼글해지더니 끈적한 점액질로 변해버렸다. 악취는 잠시동안 풍겼지만 매우 역겨웠다. 30초도 지나지 않아서 오직 뼈 만이 남았고, 처음에는 시커멓다가 새하얗게 변하더니 관절이 삭아버리면서 부위별로 흩어져 버렸다. 그리고 그 흩어진 뼈들 조차도 풍화되더니 먼지가 되었다.

바람이 돌연 불더니 우리의 얼굴을 차갑게 식혔고, 나와 카라의 머리카락이 펄럭였다. 그것은 한때 뼈였던 가루를 소용돌이처럼 흩날렸다. 그러고 나서 그것은 마치 해변을 휩쓰는 바닷바람처럼 모래와 소금을 불어버리기 시작하더니 심지어 분필 가루 마저도 흩어버리기 시작했다. 의식을 위한 마법진이 바람에 날려 사라졌고, 바깥쪽의 원 역시도 사라져갔다. 오직 희미한 분필자국의 흔적만이 오래된 방바닥에 남아있었다.

정문이 뒤틀렸다. 그것은 열리지 않았고 부숴지거나 무너지거나 불타오르지도 않았다. 문을 이루고 있던 낡고 두꺼운 나무가 그저 물처럼 흐르기 시작했고, 마치 고요한 연못에서 수면 아래에 있던 무언가가 공기 중으로 솟아오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것은 천천히, 그러나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자의 형상 주변에 마치 수은처럼 물결치고 있었다.

먼저 얼굴이 들어오더니, 이어서 어깨와 가슴이 들어왔고, 그리고는 한쪽 손이 나타나 장벽을 뚫고 들어오기 위해서 힘을 주고 있었다. 그 형상은 키가 크고 거대했고, 매우 거대한 덩치의 존재였다. 그것은 마치 유리나 혹은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것 같았고, 부드러운 우유빛 속에 푸르스름하고 희미한 빛이 비춰지고 있었다. 그것은 카라의 컬렉션에 있는 예쁜 향수병을 연상시켰다.

그것에는 고결한 듯한 머리의 형상과, 그 이목구비의 집중된 느낌을 제외하면 별 다른 자세한 디테일은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장벽을 상대로 힘을 주면서, 서고 안으로 서서히 강제로 들어오고 있었다. 발이 나타났고, 한쪽 다리의 일부가 들어왔다. 그것은 코무스 녹투르누스의 덩치와 몸집을 갖고 있었고, 그와 같은 힘도 가지고 있었으며, 순수한 의지력 만으로 워프의 힘으로 방호되고 있는 방 안으로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반쯤 들어온 상태로 문이 그의 주변에 물결치고 있는 와중에 그것은 우리를 쳐다보았다.

“이제 너희들이 보이는군.” 그것은 약간의 노력과 애쓰는 듯한 기색이 느껴지는 공허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너희가 보인다. 우리에게 반항하는 인간의 영혼 셋이로군. 너희들은 아무것도 아니다. 하찮은 것들. 실망스러운 것이지.”

“그럼 대체 우리에게 다가오는데 그토록 애를 쓰는가?” 레이브너가 물었다.

“너희들이 우리에게 반항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대답했다. 그것은 다시 밀고 들어왔고, 그것의 더 많은 부분이 문을 통과해 들어왔다.

그것은 혼자가 아니었다. 비슷한 덩치와 유리빛의 유리와도 같은 두번째 형상이 옆문을 통해서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그것의 긴 손가락들이 마치 유리로 된 발톱처럼 걸려져 있었다. 세번째가 방 끝의 창문가 벽에 기대어 들어오고 있었고, 네번째가 옆쪽 창문을 통해서 들어오고 있었다. 그들 중에 가장 크고 넓적한 다섯번째가 정문의 옆의 벽을 통해서 미끌어져 들어오고 있었다. 벽난로에서 먼지와 자갈들이 흩어져 떨어지더니, 여섯번째가 들어오면서 벽난로가 부풀어오르며 뒤틀리기 시작했다.

“기데온!” 카라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자리를 계속 지켜라.” 그는 대답했다.

“그들이 들어오고 있어요.” 나는 말했다. 헤큐터 자동권총이 내 허리에 꽂혀있었지만, 꺼내지 않기로 했다. 이러한 침공에 대해서 실탄을 발사하는 총이 대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자리를 계속 지켜라.” 레이브너가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다시 반복했다.

<의자>는 문을 뚫고 들어오는 주동자를 바라보았다.

“너희는 나를 제법 잘 시험하는구나.” 레이브너가 그것에게 말했다.
“너의 요술에 대한 구사력은 제법이지만 그 이단스러움이 참으로 실망스럽구나. 하지만 너는 초대받지도 못했고 환영받지도 못한다.

신성한 이단심문소의 칙령에 따라, 너희들이 들어오는 것을 금지하노라.”

“이단심문소 따위는 저주나 받으라지.” 유리같은 형상이 잔뜩 앙심을 품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언젠가는 받겠지.” 레이브너가 말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너희들에게 경고했다.”

그때까지 나는 기데온의 힘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고 제법 깊은 인상을 받았지만, 나는 어째서 그의 힘을 그토록 억제하면서 쓰고 있는지 의아해 하고 있었다. 이제 그는 자신의 제약을 집어던졌다. 나는 그가 자신의 모든 전력을 다하는 것을 목격한 몇 안되는 사람이 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째서 그가 자신의 힘을 자제하고 있었는지, 어째서 아껴가며 썼는지, 그리고 필요할 때만 썼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정말로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우리가 마치 주계열성의 눈부신 중심핵으로 뛰어든 것 처럼 공기가 불타올랐다. 쳐다보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찬란한 빛이 있었다. 방 안에 비명소리가 울려퍼졌고, 그 소리가 너무나 큰 나머지 유리창이 깨지고 바닥에는 금이 갔다. 기데온의 힘은, 오 황제폐하 저를 보우하소서, 실로 괴물같은 힘이었고, 우리에게 다가오기 위해서 서고 안으로 밀고 들어오려는 무시무시한 존재들 보다도 더욱 끔찍했었다.

레이브너의 무장된 의자에서 찬란한 에너지의 빔이 쏘아져 나갔고, 앞으로 전진하는 형상의 가슴에 명중하였다. 그 빔은 마치 빛의 기둥처럼 끊김이 없었고, 지직거리고 지글거리는 찬란한 은빛의 권능의 막대기였다.

다가오던 형체가 부르르 떨더니 걸음을 멈추었다. 그것은 퍼붓는 빔에 대항하려고 했지만, 그것의 흐름을 저항할 수 없었다. 그것의 하얀 크리스탈 같은 형상의 빔이 닿은 부분이 끓어오르며 녹아내리기 시작했고, 마치 유리가마에서 녹아내리는 유리처럼 흐르며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했다.

형체는 노성을 지르며 더욱 거세게 노력하기 시작했다. 레이브너가 쏘는 빔의 세기도 높아졌다. 포위된 방 주변으로, 다른 형상들은 비틀거리며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얼음장같은 목소리를 가진 자는 고통 혹은 분노에 비명을 질렀다. 보이지 않는 힘이 그들을 벽과 문과 창문 밖으로 밀어내고 있었고, 그들의 형상은 뒤틀리고 물결치면서 방울로 녹아내려서 방바닥에 떨어졌고, 마치 마그마 덩어리처럼 부글거렸다. 하나 둘씩 그들은 고통스러워하면서 뒤틀리고 비틀어지며 밀려나갔다. 그들이 하나씩 뒤로 밀려날 때, 마치 한 현실의 휘어진 껍질을 통해 다른 현실로 방출되는 것 처럼,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그들은 사라졌다. 벽을 통해 들어오던 거대한 존재가 마지막으로 사라졌고, 레이브너의 빔에 꿰뚫린 주된 침입자만이 홀로 남아있었다.

그것은 포기하지 않았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투지와 함께 그것은 타오르는 듯한 빔의 힘에 맞서면서 한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그것은 한손을 내밀어 가차없이 쏟아지는 싸이킥 광선을 막거나 덮으려고 시도했지만, 빔에 닿자마자 그것의 손가락과 손바닥이 마치 얼음처럼 녹아내렸다.

여전히 그것은 굴복하지 않았다. 그것은 또다시 초인적인 한 걸음을 내딛었고, 마치 태풍을 견디는 사람처럼 빔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베이타?” 레이브너가 싸이킥 화염의 성난듯 울부짖는 굉음 위로 간신히 들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네, 기데온?”

“지금이야. 부탁한다.”

나는 내 수갑을 껐다.

마치 뺨을 후리는 듯한 압력이 방을 뒤흔들었고, 카라와 나는 바닥으로 쓰러졌다. 남아있던 유리들이 바깥으로 터져나갔다. 빛은 사라졌고, 무시무시한 에너지의 빔은 깜빡거리며 사라졌다. 서고 안에 얼음처럼 차가운 수증기가 가득찼다.

다가오던 형체는 분노에 괴성을 지르더니 붕괴되었고, 그 형상의 파편들과 조각들은 땅에 떨어지더니 사라졌다.

나의 귀가 여전히 압력차로 인해 얼얼한 상태로 나는 일어섰다. 침입자들은 모두 사라졌다. 부서진 창문에서 장막이 떨어졌고, 장막의 봉은 휘어져 있었으며, 창백한 새벽의 빛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레이브너의 의자 위로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정문이 열렸다. 카라와 나는 재빨리 몸을 돌려서 무기를 조준했다.

나일이 중형 돌격 라스(Heavy assault las)를 손에 들고 문 앞에 서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그가 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