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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로 뭐가 바뀌는 거죠?” 나는 질문했다.
“이것으로 거의 모든 것이 바뀐다.” 기데온이 대답했다.
“어떻게요?”
“만일 티무린이 말했던 것이 사실이라면--”
“사실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내 생각에는 그렇다.” 그가 대답했다.
“그 조건에서 영혼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지. 내 정신과 우리가 새긴 부적을 통해서 그의 영혼에서 거의 모든 거짓된 행동과 회피할 여지를 박탈해 버렸었지. 코노트 티무린은 거짓말을 할 수 없었고, 그가 강제로 자백하게 된 것에 대해서 확실히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다.”
“버너 체이스 말이로군요.” 나는 말했다.
“그래, 그였다. 지금까지 찾기 힘들었던 체이스 가문의 일원이, 마침내 최초로 드러난 것이지.”
“그것은 조금--” 나는 입을 열었다.
“왜?”
“다소 잔인해 보였어요.” 나는 말했다. “우리가 그의 영혼을 고문했잖아요.”
<의자>가 내 쪽으로 천천히 방향을 돌렸다. 다시금 레이브너가 그의 장갑판으로 뒤덮인 형상을 마치 얼굴이나 육체를 사용하는 것 처럼 행동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생각에 그는 비록 바디 랭귀지를 나타낼 수단은 제한되어 있었지만, 우리에게 그가 여전히 인간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려고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최근 너를 높이 평가하기 시작했다, 베이타.” 그가 말했다.
“비록 우리가 협력을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말이야. 너는 확실히 고도로 훈련을 받았고 매우 유능하며, 페이션스와 맞먹는 수준의 의지력과 평정심을 갖고 있는 것 같구나. 어쩌면 오르도의 멘토들은 코그니타이의 훈련 기법에 대해서 연구를 많이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이거 반칙인데요.” 나는 대답했다.
“미안하구나. 내 말의 요점은 말이다, 네 안에 진정한 뚝심을 가진 것 같다는 거지.
하지만 가끔씩 너는 허탈할 정도로 약점을 드러내는 것 같구나. 타인에 대한 동정심을---”
“연민이라고 해 주시죠.” 나는 대꾸했다.
“네가 좋을 대로 부르거라.” 그는 대답했다.
“코노트 티무린, 혹은 버너 체이스는 이단의 요원이었고, 그의 인생은 제국을 타도하는 것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그것은 그 자신도 인정했지.
그래, 우리는 그를 가차없이 다뤘다.
하지만 이단심문소는 결코 흔들려서는 안된다. 절대 그럴 수 없다.
우리가 항상 상대하는 위협들과, 우리가 추격하는 배반자들은 우리가 사는 삶을 파괴하는 것에 전념하고 있다.
오르도는 가혹하지. 이단심문소는 어느 누구의 친구도 아니다. 우리의 일에서 감정은 아무런 역할도 없어. 아무도 이 일이 쉽거나 쾌적하다고 하지 않는다.”
“할론도 비슷하게 말했었죠.” 나는 대답했다.
“그리고 저 역시도 충분히 봐 왔구요. 결국 대의 앞에서는 우리 그 누구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말이죠. 하신 말씀을 저에 대한 질책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저의 연민의 마음을 이단에 대한 동정심으로 혼동하지 마세요. 제가 비록 이단들에게 교육을 받긴 했지만, 그들의 뒤틀린 논리 덕분에 저는 옥좌를 신뢰하도록 성장했거든요. 저는 신-황제폐하의 신하에요, 기데온, 그리고 저는 제 과거를 벗어나서 당신에게 왔고, 폐하 앞에서 참회자(페니턴트 penitent)로 서있겠어요.”
우리는 이름없는 저택을 나와서 그 뒤에 있는 작은 정원으로 갔다. 여전히 이른 아침이었고, 도시의 첨탑들과 건물 옥상 너머로 아직 태양이 솟아오르지 않았다. 한때 잘 장식되었던 정원은 수년간 방치되면서 잡초로 무성했지만, 햇빛이 황금색으로 비추고 있었고, 아침 안개와 새들의 노래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마치 한 시간쯤 전까지만 해도 문 밖에 어떠한 위협도 도사린 적이 없다는 것 마냥 평온해 보였다.
나는 그가 지쳐있고 그토록 거대한 힘을 행사했으니 휴식과 회복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그는 마치 자신의 힘의 고작 일부만을 사용한 것 처럼 여전히 활기가 가득차 있었다.
“너도 이제 알 것이야,” 그가 논평했다.
“내가 어째서 내 정신에 제약을 걸고 사용하는지를. 이곳 퀸마브에서는...그리고 여타 다른 곳에서도...워프를 다루는 것은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그러한 힘을 쓰면 쓸수록, 그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 반작용도 더욱 커지기 마련이지.
나는 어둠에 대항하는 무기란다, 베이타, 하지만 또한 나는 그것을 불러들이는 등불과도 같지. 산쿠르에는 친구라 할 자가 거의 없기에, 우리는 우리 자신들을 방어하고 감춰야만 한다. 네가 앞으로 그것에 대해서 참견하지 않아준다면 고맙겠구나.”
“그들은 누구였을까요?” 나는 물었다. “그들은--”
“내 생각에는 그들의 이름을 말하는 것을 피하는게 현명해 보이는구나.” 그가 대답했다.
“사술을 사용해서 그들은 그 단어들에 힘을 부여했고, 그들의 명칭을 헛되이 부를 수 없게 해 놓았다. 대신에 그들을...방문자들이라고 부르자꾸나.”
“그래서 그들은...요술사(sorcerers)들이었을까요? 그...방문자들은요.”
“최소한 한명이 요술사였다.” 그가 말했다. “제법 상당한 실력자였지.”
“하지만 그들이 누구인지는 아시겠어요?”
“정확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의 리더의 말투는 제법 특이하더군.”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나는 이전에 들어본 적이 있다.” 그가 말했다.
“그것은 티즈카라는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자들의 악센트다.”
“그건 어디에 있죠?” 나는 물었다. 나는 산쿠르에 있는 모든 도시의 이름은 다 알고 있었다.
“이 행성에는 없지.” 레이브너가 말했다.
“그것은 매우 머나먼, 먼 옛날에 있던 행성에 있었다. 그 도시는 사라졌고, 그 행성은 죽었다. 그 행성의 이름은 프로스페로였다.”
비록 나일이 빌려준 코트를 걸치고 있었지만 나는 순간 싸늘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래, 맞다.” 그가 말했다.
“그것은 고대의 배반자들의 행성이었잖아요.” 나는 말했다.
“지금 그 악명높은 제15군단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래”
“그렇다면...그 자는 아스타르테스였나요?”
“어쩌면” 레이브너가 대답했다.
“나는 요즘 프로스페로 출신의 인물들이 어떤 꼴이나 위장으로 돌아다니는지는 모르겠다만, 그의 악센트는 틀림없는 티즈카 사투리였고, 15번째 군단은 악명높을 정도로 요술사들의 집단이었다. 우리는 다른 배반자 군단원들이 산쿠르에 돌아다니며 노란 옷의 왕을 대적하거나 동참하기 위해서 서로 경쟁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
“체이스도 비슷하게 말했었죠.”
“그렇지. 나는 마그누스의 일천 아들들(싸우전드 선즈)이 이 음모의 일부라는 사실에 순간 놀라긴 했지만, 그렇게까지 깜짝 놀랄만한 일은 아니로구나.”
작은 정원의 뒤쪽으로 무너져가는 벽을 지나, 낡은 잡초로 가득한 계단을 내려가면 저택 부지의 뒤쪽으로 지나가는 풋스텝 레인(Footstep Lane) 아랫길(holloway)이 나왔다. 우리는 유령과도 같고 버려진 길을 걸어 내려갔고, 버려진 건물들이 양 옆에서 우리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사나운 전쟁맹인(warblind) 갱단들이 돌아다니기엔 너무 이른 시각이었다. 창백하고 낮게 떠오르는 햇빛에서, 한때 도시의 일부였지만 이제는 버려진 유령과도 같은 아랫길은 기이할 정도로 평화로워 보였다.
“버너 체이스의 자백이 가장 중요했다.” 레이브너가 말했다.
“그 자는 코그니타이가 거의 해체되었다고 진술했고, 노란 옷의 왕에 의해서 해산되었다고 말했지. 힘의 균형이 바뀌었고, 우리의 적은 그의 세력을 재구축하고 있는데, 노란 옷의 왕의 과업이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체이스도 그렇게 말했었지.”
“그래서요?”
“따라서 우리의 시간표도 바꿔야 한다.” 그가 잡초와 부서진 자갈 포장 위를 천천히 떠다니면서 대답했다.
“이곳에서 우리의 수사는 지난 수년간 계속되어 왔었고,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진행되어 왔었지. 아이젠호른도 마찬가지였다. 수년간의 노력으로 여기까지 왔지. 이 비밀을 푸는데 네가 살아왔던 시간보다 더욱 긴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것이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지.
하지만 <왕>의 과업이 거의 완성 단계에 들어왔다면, 이제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나로서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제 우리는 더욱 다급하게 직접적으로 행동해야만 할 것 같구나. 우리는 강제력을 동원해야 할 것이야.”
“우리를 드러낼 위험이 있지요.” 나는 말했다. “그리고 <왕>의 권능 앞에 무력해질 위험도 있겠구요.”
“그렇다” 그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을 믿어야 한다. 그리고 서로를 믿어야 하지.”
그가 말하던 도중 무언가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마치 우리 주변의 빛이 번져나가는 듯 했고, 한동안 나는 주위를 마치 기름으로 범벅된 유리창을 통해서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아랫길의 버려진 건물들과, 좁은 골목길 자체가 사라지더니, 우리는 밝은 햇빛 속에 빛나는 고층건물이 가득한 도시의 넓고 웅장한 큰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우리 뒤로 거대한 기념비들이 맑은 하늘을 등지고 서 있었다.
“너무 놀라지 말거라.” 그가 말했다.
“당신이 한 것인가요?” 나는 물었다.
“내가 했지. 날 용서해다오. 가끔씩 나는 내가 옛날에 걸었던 곳을 다시 걸으면 안심이 되는구나.”
“이것은 기억인가요?”
“그래, 베이타.”
“절 당신의 기억 속으로 데려온 것인가요?”
“나는 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내 기억속으로 들어왔지. 너도 풍경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서 함께 데려온 것이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이곳은 산쿠르가 아니로군요.” 나는 말했다. “혹시 여기가 티즈카인가요?”
“아니, 그건 아니다.” 그가 대답했다. “이곳은 아마도 내가 자라왔던 행성이었다. 나를 만든 세계지. 그 예전 시절에, 내가 기억하는 모습이란다.”
“정말 정교한데요!” 나는 혀를 내둘렀다.
“베이타, 나는 많은 디테일들은 생략해 두었다. 하지만 난 안심이 되고, 또한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너는 나를 네 마음 속으로 들어가도록 허락했었고, 네 기억을 살펴보게 해 주었지. 나는 그 보답을 하려고 한다. 나의 신뢰의 표시라고 받아들이길 바란다.”
나는 숨을 들이쉬었다. 공기는 시원했고, 퀸마브의 공기와는 전혀 다른 냄새가 났다.
“그러면 이제 뭘 하죠?” 나는 물었다. “첫번째 목표는 여전히 먼지의 도시로 가는 길을 찾는 것이겠죠?”
“그렇다. 그리고 우리는 네가 알레이스 콰토르제의 저택에서 겪었던 일 덕분에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
“하지만 피버푸그는 불에 타버렸는걸요.” 나는 말했다.
“그리고 저는 그 밖에 장소에서 그걸 재현하는데도 실패했었구요. 프레디 댄스와 그의 다른 하늘의 천체에 대한 비전이 좀 더 가능성이 있는 실마리가--”
“어쩌면” 레이브너가 말했다.
“하지만 그가 무언가를 알고 있거나 아니면 우리에게 들어갈 길을 보여줄 수 있다는 증거가 없지.
댄스에 대한 조사는 유망한 가능성이 있지만,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고, 더 이상 소득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러면요? 무엇을 해야 되죠?”
“나는 좀 더 성과를 거둘 수 있고 좀 더 즉각적인 가능성이 두 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대답했다.
“하나는 코그니타이다. 체이스의 증언에 따르면, 코그니타이는 적어도 최근까지 노란 옷의 왕과 직접 거래하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먼지의 도시에 접근하는 수단을 갖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지.”
“그렇죠, 하지만 그것이 이제 막혔을 수도 있잖아요.”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체이스의 여주인은, 이 <조야 파르네사>라는 그가 보호하던 중에 죽은 이 여인은 <왕>의 총애를 너무나도 잃어버린 나머지 아이젠호른의 도움을 바랄 지경이 되었지. 그녀는 고위급 코그니타이의 일원이다. 누군가가 들어갈 길을 안다면 그녀일 것이야.”
“그리고 난 그녀가 누구인지 알겠어요.” 나는 말했다.
<의자>의 통신장치는 마치 웃음소리처럼 들리는 소리를 내었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가 말했다.
“나는 네 생각 속에서 그것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이제 그녀를 알아보겠느냐?”
“저는 처음에는 몰랐었죠.” 나는 인정했다.
“그녀를 제일 처음 봤었을때 말이죠. 하지만 저는 그녀가 제가 아는 사람 중 한명이 매우 솜씨 좋은 위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죠. 체이스가 말하는 것을 듣고 나니 이젠 확신이 섰어요. 그의 여주인은 한때 저의 여선생이었죠. 제 생각에는 그녀는 에우세베 데아 모돈트, 즉 <지독한 미궁>의 모돈트 여사라고 생각해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가 대답했다.
“그녀는 너를 키웠고, 너를 훈련시켰고, 심지어 널 믿었고, 네가 아이젠호른을 신뢰하는 것을 보고는 그녀도 그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겠지.”
그랬다. 그녀는 나를 키워주었고, 나를 갈고 닦아 주었지만, 그녀는 내게 있어선 계모, 그것도 사이가 먼 관계에 불과했다. 나는 과연 기데온의 말이 맞는지, 모돈트 여사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욱 깊이 신뢰하고 있었는지 궁금해했다.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나에게 더욱 애정을 갖고 있었을련지도 모른다.
“제가 열쇠의 역할을 할 수도 있겠군요.” 나는 제안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당신과 협력해야 한다고 설득하는 거죠. 티무린의 행동으로 보아, 코그니타이는 비록 다급한 상황에서도 이단심문소에 대한 확고한 적대감을 품고 있는 것이 명백해요. 하지만 그녀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는 모르잖아요.”
“전혀 그렇지만은 않아.” 레이브너가 대답하였다.
“티무린은 우리에게 답변하길 거부했고, 우리가 그에게 그녀의 위치나 정체를 드러내도록 강요하는 것에 저항했었다. 그의 정신은 죽은 뒤에조차 강력했고, 고문을 저항하도록 심리학적인 훈련을 받았고 심지어 싸이커가 살펴보는 것 조차도 어려웠지.”
“우리 모두가 그러한 것을 배웠죠” 나는 말했다. “제 생각에는 페르펙티라면 더욱 강한 훈련을 받았을 것 같아요.”
“과연 그렇지. 하지만 나는 그의 생각 속에 들어가 보았고, 나는 이단심문소에서 주기적으로 활용하는 싸이커 심문관들보다 더 유능하단 말이지. 그는 대답을 해 주진 않았지만, 우리가 그에게 그녀의 정체에 대해서 추궁했을때, 그는 자신이 그토록 지키던 대상에 대해서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인간의 정신의, 무의식적인 기본적인 특성이다. 너의 정신은 강하지만, 베이타, 한번 네가 자라온 고아원에 대해서 생각하지 말아 보려므나.”
나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시도해 보았다. 물론 그것은 불가능했다. 어떤 것에 대해서 생각을 일부러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자동적으로 그것을 머리속에 떠올려서 내가 잊으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 집중하게 만들었다. 그 노력의 무의미함에 나는 실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너도 알겠지?” 그가 말했다.
“정신의 그런 기작은 고도의 훈련과 다양한 테크닉으로 최소화는 가능하지. 마인드 블로킹이라던지, 탠서 구획화(Tanser partitioning)이라던지, 갈란트식 훈련법(Galantine Method)라던지, 아니면 심지어 강화된 기억의 궁전을 구축한다던지...하지만 완벽하게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티무린은 매우 강한 수준까지는 저항했다만, 나는 그의 뒤에서 그림자를 볼 수 있었지.”
“그의 뒤라구요?”
“그의 정신 속에서 말이다. 얼굴은 볼 수 없었다. 그는 그의 여주인을 매우 뛰어난 기술로 계속 감췄고, 오직 윤곽만 보일 뿐이었어. 그는 그녀를 지키는데 워낙 전념해 있었기에 오히려 다른 것들이 그 틈으로 빠져나왔지.”
“어떤 것들이요?”
“날 용인해 주겠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그림이 내 머리속에 마치 영사기의 사진 처럼 미끄러져 들어왔다. 나는 내 눈을 감았다. 그것은 고통이 서려있었기에 제법 고통스러웠고, 티무린이 느끼던 괴로움으로 인해서 뒤틀려 있었다. 나는 피와 공포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나는 실루엣을 보았고, 어쩌면 여성처럼 보였으나 확실히 말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흐릿한 어둠의 조각이었다. 그러나 그것의 뒤에 또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나는 기데온이 공유해주는 이미지에 집중했고, 그것에 동반된 불편한 감정들과, 토일게이트 뱀장어처럼 미끈미끈한 것이 내 한쪽 귀로 들어가서 머리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 같은, 괴로운 감각들을 무시했다.
그 실루엣 뒤에 펼쳐진 것은 마치 촛점이 일그러지고 과노출된 사진과 같은 장소의 영상이었다. 밝은 한낮의 흐릿한 햇살과, 지붕의 얼룩처럼 번진 윤곽들과, 이쪽에 보이는 첨탑(spire), 그리고 저쪽에 보이는 뾰족탑(steeple)이 보였다. 그것으로 무언가를 알아보는 것은 어려웠다. 그것은 아무 도시일 수도 있었고, 아무 곳일수도 있었다.
“저 탑은,” 나는 눈을 감은 채로 질문했다. “성 클라빈(Saint Clavin’s) 성당인가요?”
“아닌 것 같은데,” 그가 대답했다.
“하지만 좀 더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이 있지. 정확히는 두 군데다. 왼쪽에 저 멀리 있는 뾰족탑을 주목해 보거라.”
“간신히 보이는데요.”
“하지만 그 형상은 무엇이지, 베이타?”
“높은 뾰족탑이 하나...그리고 그 양 옆에 세워진 종탑들. 혹시 저건 성 마르좀 순교자(Saint Marzom Martyr) 성당인가요?”
“내 생각엔 그렇구나. 그것은 매우 특이하니깐”
“그렇다면 우리는 북쪽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겠네요.”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무엇일까?” 그가 물었다.
“잘 모르겠어요...전...우리는 매우 높은 곳에서 바라보고 있네요. 시야가 도시를 내려다 보는 매우 높은 장소에요.”
나는 눈을 열었다.
“따라서 성 마르좀 성당 북쪽에 있고 높이가 충분히 높은 건물은 무엇일까?” 그는 질문했다.
“스탠천 하우스(Stanchion House)요.”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좋아” 그가 말했다.
“너는 이제 넓은 범위에서 바라보는 것에 대해서는 세밀한 사항 까지도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간신히 묘사되는 것 같은,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그림자와 속삭이는 소리조차도 상당한 진실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이지.”
비록 산쿠르의 태양은 아니었지만, 햇빛은 내 얼굴에 따스하게 비추고 있었다. 거의 1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거리는 웅장하고도 텅 비어있었고, 아름답고 희망찬, 제국의 위대한 한 도시처럼 보였다. 나는 이곳이 어디에 있는지, 언제 있었는지 궁금해했다. 나는 문득 이 곳이 법과 질서가 준수되고, 고대 문명 이래로 우리를 갉아먹던 암과 부패가 척결된, 인류제국의 최선을 보여주는 번영하고 위엄있는 도시를 나타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기억 속의 도시는, 모든 제국내 행성에 있는 이 곳과 비슷한 위대한 장소들은 제국의 가능성을 시사해 주고 있었고, 우리가 지키고자 노력하는 우리의 이상적인 문화를 정확히 대변해 주고 있었다. 우리의 모든 노력들과 고통과 희생들은 이러한 곳을 지키기 위한 것이고, 인류의 평화와 열망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는 이런 곳들을 지키기 위해서 어둠 속에서 싸우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대의에 대한 유익한 일깨움이었고, 나는 레이브너가 이것을 나에게 공유해 준 것에 고마워했다. 나는 이것이 그가 마음 속의 이 장소에 즐겨 찾아오는 이유였고, 그의 업무가 고되고 불가능한 것 처럼 보일 때 마다 자기 자신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어째서 이토록 좋은 날에 아무도 없는지 의아해했지만, 이제 나는 드넓은 거리의 가장자리에 작은 점 처럼 사람들이 몇명 눈에 들어왔다. 한 사람이 우리가 서 있는 곳 부근의 넓은 대로의 한복판에 서 있었고,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 처럼 보였지만, 여전히 그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스탠천 하우스로 가는 건가요?” 나는 물었다.
“가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레이브너가 대답했다.
“오늘 당장 하도록 하자. 만일 우리의 추측이 옳다면, 우리가 모돈트 내지는 다른 코그니타이의 고위 인사를 확보할 수 있다면, 가치가 있을 것이야.”
“알겠어요.” 나는 말했다.
“하지만 너무 오랜 시간을 낭비하진 말아야 할 게다.” 그가 덧붙였다.
“만일 그녀가 거기 없거나, 다른 방해요소가 끼어든다면 우리는 중지하고 가망없는 일로 판단하여 포기하도록 하자. 우리는 고집을 부릴 여유가 없다.”
“그렇다면” 나는 물었다. “두번째 가능성에 대해서 관심을 돌릴 차례군요. 두개의 가능성이 있다고 하셨지요.”
“그랬었지.”
“그래서요?” 나는 추궁했다.
“<왕 문(King Door)>이다.” 그가 답했다.
나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건 별로 현명하지 않은 것 같은데요.” 나는 말했다.
“네가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다.”
“그것이 먼지의 도시로 들어가는 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말했다. “혹은 안전한 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내 생각에는 안전한 길 따윈 없는 것 같구나.” 그가 대답했다.
“하지만 길을 서둘러 찾아야만 하고, 그리고 가장 가망성 있는 선택지로 보인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의 마음은 굳게 결정되어 있었다. 그 나름의 방식대로 기데온은 그레고르 만큼이나 고집불통이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외딴 사람의 형상이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고, 긴 코트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다.
“당신은 내 마음 속에 들어왔었죠.” 나는 레이브너에게 말했다. “제가 허락했으니깐요. 당신은 왕 문을 보았고--”
“그랬었지, 베이타.”
“그렇다면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도 느끼셨을텐데요. 말로 설명하기엔 어렵지만, 그 문은...들어가는 문이 아니었어요. 저는 엄청난 공포를 느낄 수 있었어요. 레너 조차도 느꼈구요. 우리는 <아랫층>을 간절히 탈출하고 싶어했다구요, 기데온, 정말 미칠듯 말이에요. 그 와중에 한 문이 있었고, 그 너머로 희미한 풍경이 펼쳐졌지만, 우리 중 누구도 거길 지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구요.”
“나도 알고 있다.” 그가 말했다. “나는 그것이 네게 남긴 인상을 조사했지. 문이라기 보다는 창문에 더 가까울지도? 그 너머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는 장소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일종의 바다나 호수로 인해서 물리적으로 막혀져 있는 것 처럼 보였지. 그리고 다른 것들도 있다. 형용할 수 없는 공포의 감각과 너희 둘을 움찔하게 만든 불길한 예감 말이다. 그것은 사람이 살기 어렵고 위험한 영역의 경계를 엿본 것이지.”
“그렇다면 그냥 놔두는게 좋겠군요.” 나는 고집했다.
“그것은 어떤 방법으로도 건너갈 수 없고, 건너갔다간 파멸을 초래할 것 같은 기분을 도저히 떨쳐낼 수 없었거든요.”
바람이 거리에 강하게 불고 있었다. 우리 뒤에 있는 기념비에서 깃발이 펄럭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건넌 자가 있었지” 레이브너가 말했다. “너의 천사가 말이다.”
“하나, 그는 저의 것이 아니에요.” 나는 말했다.
“둘, 그는 우리의 필멸성을 초월하는 재질로 만들어져 있다구요. 그리고 우리가 견딜 수 없는 것도 견딜 수 있구요.
셋, 그러는 와중에 그는 거의 죽을 뻔 했던 것 같아요. 그는 내게 왔을 때엔 피에 굶주려 미쳐 있었고, 매우 지치고 고통받은 상태였죠. 그는 탈출하도록 내몰렸고, 그렇기에 완전히 어리석은 짓이나 다름없는 그 문을 건너는 선택을 한 거구요. 제 생각에는 그는 순전히 기적적인 확률 아니면 불굴의 용기 덕분에 탈출에 성공했다고 봐요.
기데온, 천사와 같은 존재가 그 모든 것을 각오하면서 탈출을 시도했고, 그러는 와중에 미쳐버렸다구요. 전 우리가 그것을 따라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시도하는건 무모하다고 봐요. 제 생각엔 왕문은 필멸자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럼 더 나은 선택지를 제시해 보거라.”
“전 할 수 없지만, 코무스는 필사적이었고--”
“우린 필사적이지 않고?”
나는 답답해하며 어깨를 으쓱했다.
“난 널 추궁하지는 않았지만 베이타” 그는 말했다.
“하지만 너는 그 천사를 너 자신만이 간직하고 있구나. 나도 그와 직접 이야기를 하고 그의 정신을 살펴보고 싶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던데요, 기데온.”
“그는 너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못했지. 하지만 그에 대해서 네가 한 말을 들어보니, 나는 그의 경험과 의심의 여지가 없는 고통이 그의 기억을 막아버린 것 같구나. 그는 자기 스스로 기억을 잊어버려서 그에게 남은 이성을 붙잡고 있는 것이겠지. 나는 그 자신이 깨닫는 것 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의 생각을 조사하는 것으로--”
“만일 그의 정신에 들어가서 그의 기억을 되살리려고 했다간, 그의 광기를 다시 불러일으킬 것 같은데요. 우리 한가운데서 그런 광기가 터지는 것은 너무 위험해요.”
“그렇지.” 그가 동의했다. “그랬다간 우리는 그를 죽일 수 밖에 없을 것이야.”
나는 <의자>를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그는 농담하고 있는게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목표를 쫓기 위해서라면, 만일 그 천사가 자신의 필요에 맞지 않는다면 그를 처형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자였다. 나는 그가 아스타르테스-천사를 죽이겠다고 덤덤하게 선언하는 것과, 아니면 그가 그를 스스로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 중에서 어떤 쪽이 더 당혹스러운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왕 문은 암울한 선택지지.” 그가 말했다.
“하지만 우리의 유일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것을 조사할 준비를 하고, 만일 가능하다면 침투할 준비를 해 두겠다. 적어도 내가 직접 살펴보고 싶구나. 그리고 온건한 방법으로 네가 너의 그 천사 친구에게서 정보를 더 뽑아낼 수 있다면 그렇게 하길 권고하마. 그러는 동안에 스탠천 하우스에서 좀 더 나은 경로와 정보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자꾸나. 나도 그렇게 빌고 있다.”
“제가 앞장서야 할 거에요.” 나는 말했다.
“모돈트 여사와 평화로운 접촉을 하기 위해서라면 제가 해야만 할 걸요. 그녀는 다른 자들은 믿지 않을 겁니다.”
“타데우스 사우르를 빼고 말이지.” 그가 말했다.
“그건 잘 모르겠네요.” 나는 대답했다. “그렇게 중요한 작업을 맡기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네 말에 동의한다.” 레이브너가 말했다.
“나도 네가 선두를 맡을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베이타. 네가 그래주길 바랐지.
따라서 네가 내 곁에서 일한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선포해야 할 것 같구나.”
그 와중에 우리 쪽으로 다가오던 외로운 인물이 마치 내가 등을 돌린 사이에 수백미터를 단숨에 순간이동한 것 처럼 갑자기 우리 곁에 서 있었다. 그는 <의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는 내게 가져가라는 듯 무언가를 내밀었다.
나는 그를 만난 적이 없었다. 그를 알지도 못했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그 미소를 이전에 몇번 나를 향해서 지어졌던 것 마냥 알아볼 수 있었다. 사실 그것을 직접 본 적이 없었을 뿐, 그 미소를 느꼈었다.
사내는 젊고 키가 컸으며 강건해 보였고, 매우 잘생겼다. 그의 매서운 회색의 날카로우면서도 친절한 듯한 눈과, 높은 광대뼈와 꽁지머리를 한 긴 검은색의 장발의 모습은 기묘하게도 내가 어렸을때 봤던 그림책에 나오던 아엘다리 종족의 사진을 연상시켰다. 하지만 그는 인간이었다.
“너를 위한 것이야, 베이타.” 그가 말했다. 나는 그의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 그것은 그의 입술과 목젖과 혀를 통해서 말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내 머리 속에 직접 울려퍼지던 그 목소리와 동일했다.
나는 그가 내게 건네주려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작은 가죽 상자와 은으로 된 목걸이였다.
나는 그것들을 그에게서 건네받았다. 목걸이는 레이스본으로 만들어진 호부가 달려있었다. 기데온의 워밴드 전원이 그것을 착용하고 있었고, 그것의 싸이킥 활성을 가진 소재를 통해서 유사시에 그가 팀원들을 직접 제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것은 도구였고, 팀 운영을 도와주는 기구였지만, 한편으로는 작은 가족의 일원임을 선포하는 소속의 상징이기도 했다.
참 이상한 가족이었지만, 여전히 가족이었다.
“내가 걸어주도록 하지” 젊은 사내가 말했다. 그리고 내가 머리를 뒤로 젖힌 사이에 부드럽게 그것을 내 목에 걸어주었다. 그의 얼굴은 내 얼굴에 매우 가까이 다가왔다.
“너에게 있어서는 이것은 상징에 불과하지.” <의자>가 말했다.
“아주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면 널 조종하지 않을 것이고, 네 수갑이 비활성화 되면 널 조종할 수가 없게 될 것이야. 비록 리미터가 걸려있다고 해도 너는 퍼라이어이기 때문에, 너를 통해서는 카라나 카이스만큼 유연하게 행동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잡고있던 내 머리카락을 놓았다.
가죽 상자는 묵직했다. 가죽은 완벽하게 가공된 네모난 작은 흑요석 상자를 딱 맞게 감싸고 있는 껍질이었다.
나는 그것을 열고 그 안의 파란색 비단 쿠션 위에 놓여진 이단심문소의 인장을 바라보았다.
<오르도 헤레티쿠스, 오피키오 트라키안 프리마리스. 시카루스 섹터>
“내 이름으로 행동하기 위해서는 나의 권한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의자>가 말했다.
“거짓된 기원에도 불구하고 너의 훈련받은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 이것은 내 재량으로 하는 야전 임관인 셈이다. 내 선택으로, 내 명령으로 하는 것이지. 그리고 물론 임시직이지만.”
“그렇겠죠.” 나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내 말은, 미정이라는 뜻이었어.” 젊은이가 말했다.
나는 상자를 닫고 그것을 내 코트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실망시키지 않겠어요.”
“날 실망시키는 것에 대해선 걱정하지 말거라.” <의자>가 말했다.
“네가 섬기는 것은 내가 아니잖느냐.”
“당신께 말한게 아니었는데요.” 나는 대답했다. 젊은이가 웃었다.
“고마워요.” 나는 둘에게 말했다. 나는 내 손을 평평하고 따뜻한 <의자>의 동체 위에 잠시 올렸다가 고개를 돌려서 젊은이의 뺨에 키스를 했다. 그는 얼굴을 붉히며 씨익 웃었다.
“제가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겠지요?” 나는 <의자>에게 질문했다.
“내 특별히 허가하마.” <의자>가 대답했다.
나는 군악대의 음악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도시 전체가 깨어나서 나의 승진을 축하해 주는 듯하는 환호성 소리가 들렸다.
이제 수많은 군중들이 거리에 늘어서서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깃발과 색 띠가 펄럭이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어디서 나타났는지 알 수 없었다.
“내가 풍경의 세부 사항 중의 일부를 다시 집어넣었다.” <의자>가 말했다.
“단지 장소 뿐만이 아니라, 그날 그 곳에 있었던 것들도 일부 집어넣었지.”
“그 날이 당신이 이단심문관으로 임명되던 날이었나요?” 나는 물었다. “군중들이 당신의 선발을 축하하러 나온 것인가요?”
“아니다” <의자>가 말했다.
“그것은 다른 것을 위한 것이었지. 신성한 노베나(Holy Novena)의 날이었다. 위대한 승리를 기념하기 위한 개선식이었다. 이단심문관이 임명되는거 가지고 군중들이 환호하지는 않아, 베이타. 그런 것들은 개인실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지. 이것은 내가 임명되던 날이 아니라, 네가 아는 이단심문관으로 거듭난 날이었다.”
젊은 청년은 <의자>를 바라보았다.
“내가 그가 되었던 날이지.” 그는 말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늘에는 꽃잎이 휘날리고 있었고, 마치 눈송이 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우리는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퍼레이드의 한 가운데 있었다. 아스트라 밀리타룸의 연대들과 전쟁 기계들과 빛나는 아뎁투스 아스타르테스의 거인들이 행진을 하고 있었다. 행진하는 병사들의 우렁찬 발소리와, 환호하는 군중들과, 우뢰같이 울리는 엔진 소리와, <프라이마크들의 행진곡>을 연주하는 북과 심벌과 금관악기와 목관악기들의 소리가 귀청을 찢을 듯 울려퍼지고 있었다. 나의 고막이 쩌렁쩌렁 울렸다. 하늘 위로는 전투기들이 열병식 대열로 낮고 빠르게 날아갔다. 공기는 소음과 움직임으로 진동하고 있었다.
젊은 청년이 나를 쳐다보았다. 우리 사이에 꽃잎이 휘날렸다.
“이곳은 트라키안 프리마리스의 하이브 프리마리스야” 그가 말했다.
“위대한 개선자의 광장(Avenue of Victor Bellum)이지. 이 날은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의 일이었어. 우리 뒤에 우뚝 솟은, 우리 위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것은 스파시안 대문(Spatian Gate)이지. 난 네가 내가 기억하는 대로 제 아무리 안전해 보이는 순간에도, 피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은 순간에도 언제든지 거대한 위험이 닥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라.”
그는 다시 미소를 지었지만, 그것은 쓸쓸하고 어쩌면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듯한 미소였다. 그는 내 눈을 바라보면서 내 뺨을 한동안 만지더니, 내 어깨에 묻은 꽃잎을 쓸어주었다.
“시간이 거의 다 되었구나.” 그가 말했다. 상공에서 날아다니는 전투기의 굉음 속에 그의 목소리는 간신히 들을 수 있었다. “이제 가야만 해.”
우리 사이에 그림자가 순간 스쳐갔고, 무언가가 밝은 햇빛 속에서 번쩍이더니---
그리고 풋스텝 레인의 아랫길은 텅 피어 있었다. 버려진 이름 아침 속에서 낮게 비추는 황금빛 태양과 새들의 노래소리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저택 안에서 보도록 하지.” 레이브너가 말했고, <의자>는 방향을 돌려 조용히 계단 위로 올라갔다. 나는 잡초가 가득한 푹 꺼진 거리 위에 홀로 남겨졌고, 인장의 무게가 내 주머니 속에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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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뜬금없이 분위기가 로맨스..........
참고로 저기서 언급되는 개선식은 아이젠호른 소설에서 이단들이 테러했던 그 개선식 맞음. 이곳에 그 부분 번역이 올라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blacklibrary&no=260287
아이젠호른) 인류제국의 개선식10시, 개선식이 시작되었다. 귀가 아플 정도의 함성과 사이렌이 울려 퍼졌고, 이어서 숨이 멎을 듯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거리는 20억명에 가까운 환호하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20억명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이는 광경gall.dcinside.com아무튼 레이브너는 자기 스승 따라서 개선식 보러 왔다가 테러에 휘말려서 전신 화상+마비 크리 받고 인퀴지터 드레드노트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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