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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난간을 향해 다가갔다. 나는 내 통신기를 사용해 봤지만, 이제 레너나 사우르에게서도 응답이 없었다. 비드의 통신 거리가 충분치 않거나, 아니면 나와 그들 사이의 수많은 금속과 다른 소재들이 신호를 방해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나는 성 마르좀 순교자 성당을 찾아보았다. 그것은 거의 나의 바로 앞에 있었고, 그것이 보이는 각도는 내 머리속의 이미지에서 본 것과 거의 비슷했다. 굳이 말하자면 나는 다소 너무 높이 올라와 있었다.
나는 트론스바세 권총을 꺼내서 장전 상태를 확인하고, 옥상 정원의 안쪽에 있는 아파트 속으로 들어갔다. 창문과 문에 달려 있던 유리는 다 사라져 있었고, 거주구 내부는 썩어가는 폐허였다. 수년간 내린 비와 폭풍과 긴 겨울이 한때 호화로웠던 주거지를 축축한 쓰레기 동굴로 만들어 버렸고, 책가지들과 휘장들은 모두 다 부식되고 시커먼 점액질로 썩어 있었다. 공기 중에는 톡 쏘는 냄새가 났다. 나는 천천히 걸어가면서 표면과 문틀마다 보호의 표식이 있는지 확인하였다. 습기 때문에 썩어서 부풀어오른 문틀에 달린 문은 몇번 강하게 밀치자 무너져 내렸고, 나는 안쪽 홀 안으로 들어갔다. 몇몇 창문에 먼지가 가득 묻어있었기에, 내부는 어두운 공간이었다. 차갑고 습한 냄새가 강하게 나고 있었고, 천장에서는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커다란 호텔의 층계참 처럼 생겼고, 검은색의 철제 계단이 그 아래 층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최소한 여기서 부터는 발 디딜 곳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이곳 우아한 주거지는 우주공항의 원본 구조물 중의 일부였고, 나중에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급조된 추가적인 구조물과는 달랐다.
나는 권총을 든 채로 철제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나는 어깨 근육을 풀었고, 어깨가 아파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날 밤 티무린의 칼이 내 어깨를 찔렀고, 비록 상처는 세척되고 드레싱된 후에 플라스텍 바늘로 꼬매지긴 했으나, 그것은 매우 깊었다. 천사가 나를 들고 이동하는 동한 힘을 주면서 어깨 근육에 힘을 주었고, 어쩌면 지금 막 나으려고 하던 상처가 다시 열렸을 지도 모른다.
아랫층의 아파트들 역시 모두 폐허가 되어 있었다. 새어들어오는 바람이 더러운 층계참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흩날리고 있었다. 한 층 정도 더 내려가면 될 듯 싶었다. 그 아래에는 여전히 더 많은 폐허가 있었고, 별로 눈에 띠지 않는 문이 하나 있었다. 그 문은 깨끗하게 닦여있지 않았고, 부서진 난간의 파편에 반쯤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내 예상으로는 그것이 정확한 장소였고, 먼지는 바로 주변의 폐허 속에서 너무 튀지 않게 하기 위한 위장인 것이었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그 문은 확실히 튼튼했다. 녹처럼 슬어있는 때 아래로 나는 거미줄의 문양과 같은 장식용 패턴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흑단으로 된 문틀에 헥사포일(hexafoil) 인장이 새겨진 것이 간신히 보였다.
나는 내 접근방식을 고려하였다. 다른 경로는 있지 않을 것 같았다. 가끔씩은 직접적인 것이 속임수보다 낫다는 것을 나는 되새겼다.
나는 문을 내 권총의 손잡이로 두들겼다.
“여보세요?” 나는 불렀다. “당신을 찾으러 왔어요.”
놀랍게도 자물쇠가 딸깍거렸고, 문이 활짝 열렸다. 그 안으로 창백한 조명이 보였다.
“당신이 허락하신다면 안으로 들어갈께요.” 나는 외쳤다.
답변은 없었다.
“당신이 설치한 이 보호부의 허락도 말이죠.” 나는 덧붙였다.
“네가 누구인지 말한다면 그들이 너를 들여보내 줄 거다.” 로우 고딕으로 멀리 떨어진 목소리가 대답했다. 여자의 목소리였다. 나는 그 목소리를 알아듣지는 못했다.
“나는 베이타 베퀸이에요.” 나는 말했다.
“너는 알고 있어.”
나는 숨을 깊이 들이쉰 다음 안으로 들어갔다. 문지방을 넘을때 숨겨진 고통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 너머로는 따스함과 함께 깨끗하고 거의 향기가 느껴지는 공기가 차 있었다. 문 안쪽으로 주철로 된 패널로 덮여진 짧은 복도가 있었고, 철재를 구부려서 만든 대칭성을 가지는 정교하게 짜여진 거미줄 문양이 만들어져 있었다.
나는 계속 나아갔다. 빛이 복도 끝에 있는 큰 문 사이로 비치고 있었고, 그 문 역시도 거미줄 패턴으로 조형된 검은색의 철로 만들어져 있었다. 빛이 그 패턴의 그림자를 내 앞의 바닥에 드리우고 있었고, 복도의 화려한 셀지오니(Selgioni) 양탄자 위에 길쭉한 거미줄의 형태가 드리워졌다.
“나는 선의의 목적으로 왔어요.” 나는 큰소리로 불렀다.
“무기를 들고 왔구나.” 목소리가 대답했다.
나는 총을 허리에 꽂았다.
“이 건물에 위험요소가 있어서요.” 나는 대답했다.
“하지만 내 의도는 진실이에요. 당신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들었어요. 아군이 필요하다고요. 내 생각엔 당신이 이미 나와 접촉한 적이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당신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에서 말이죠.”
“무엇에 대한 도움이지?”
“우리 모두를 괴롭히고 있는 존재에 대해서요.” 나는 말했다.
“최근까지 당신이 오랜 시간 동안 섬겼고, 이제는 당신에게 포상과 표창을 주길 거부하고 있는 것에 대항해서요.”
“네가 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이지?”
“무엇이 아니라 누구에요. 노란 옷의 왕 말이죠.”
나는 안쪽 문에 도착했다.
“내가 너를 어떻게 접촉했었지?” 목소리가 질문했다.
“렝무르 살롱에서요.” 나는 대답했다. “영매를 통해서, 입막음을 당했던 자를 통해서요.”
“나는 내가 한때 알고 있던 사람에게 접촉했었지.” 목소리가 말했다. “내가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 사내와 동조했던 자였어.”
“이단자를 믿을 수 있겠어요?”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단자야 말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자들이지.” 목소리가 말했다.
“그들에게는 얻을 수 있는 모든 것과 잃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있으니깐. 하지만 너는 더 이상 그 사람이 아닌 것 같구나. 너는 너의 걷는 길을 바꾸었고, 내가 전혀 믿을 수 없는 자들의 편을 들고 있어.”
“어째서죠?”
“왜냐하면 이단심문소는 교묘한 도구가 아니기 때문이야. 그것은 내 존재를 용납하기 위해서 나와 같은 자들에 대한 태도를 바꾸려 들지 않거든.
“나는 다르게 생각하는데요.” 나는 말했다.
“이단심문소 전체라면 그렇겠죠. 하지만 내가 모시는 사람에 대해서 내가 보증하죠. 협상의 여지는 있어요. 우리는 당신을 도와줄 수 있고, 대신에 당신은 우리를 도와줄 수 있죠. 상호간의 협상을 말이에요. 나는 그의 명령으로 당신에게 이 제안을 할 권한을 받았어요.”
“오르도 놈들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슨 소리라도 할 놈들이야.” 목소리가 대답했다.
“어쩌면 그럴지도요.” 나는 말했다. “하지만 최소한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 해 봐요.”
한동안 침묵이 있었다.
“그럼 들어오렴. 하지만 그 리미터부터 켜도록.”
나는 내 수갑을 조작한 후에 열린 문으로 들어갔다.
아파트는 매우 크고 화려했다. 그것은 한때 대공이나 변경백과 같은 부유한 상류층들이 머물던 개인 접견실이었다. 남쪽을 향하는 긴 유리창의 벽은 오후 햇살을 줄이기 위해서 색이 입혀져 있었고, 공기는 서늘한 초록색의 불빛으로 차 있었다.창문 너머로 테라스가 펼쳐진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것은 폭이 넓고 널찍하고 잘 꾸며진 공간이었다. 거미줄 문양이 어두운 색의 벽지와 카펫과 심지어 가구 위에도 반복되고 있었다. 그것은 벽거울의 유리 위에도 새겨져 있었고, 방 안에는 많은 거울 들이 있었다. 다양한 형태와 디자인의 거울들이 있었고, 마치 애호가의 수집품을 방불케 했다. 몇몇은 침침하고 누렇게 얼룩이 져 있었고, 유리 뒤의 은박이 부식되어 있었다. 다른 몇몇은 맑고 크리스탈 처럼 깨끗했다. 줄마노(오닉스)로 만들어진 사이드 테이블 위에는 금으로 된 쟁반 위에서 향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매우 높은 등받이를 가진 갈색 가죽으로 된 안락의자(porter chair)에 나를 마주보며 앉아있었다. 그녀의 머리는 짙은 빨간색이었고, 지난번 내가 렝무르의 옆문에서 봤었을 때와 같은 녹빛(rust coloured)의 옷을 입고 있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그녀는 그녀 자신과 전혀 다르게 생겼다. 조야가 대체 누구이던 간에, 그녀는 티무린의 조야 파르네사였다.
하지만 이제 내가 나의 모든 감각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나는 그녀의 위장을 꿰뚫어 볼 수 있었고, 그녀의 변장을 벗겨낼 수 있었다. 그녀는 <지독한 미궁>의 스승이었던 모돈트 여사였다.
“안녕 베이타.”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나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녀가 나에게 조준하고 있던 매우 정교한 제노스-테크 권총은 웃고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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