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크론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멸의 리빙 메탈 육체는 여전히 온전하였으나 불행히도 그 안에 들어있는 네크론의 정신은 그러지 못했다.

그의 정신을 이루는 회로와 그 회로를 식혀주는 냉각수 주입선이 덜덜거리며 괴로운 신음소리를 냈다.

네크론의 정신은 점점 조각나고 있었다.



침묵의 왕이 주도한 네크론 신체 전이는 성공했다.

그러나 온전하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인간들의 방해로 일부 섹터의 몇몇 인간들에게만 네크론의 정신을 이식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다시 영혼을 얻게 된 것은 좋았으나 그 신체 전이는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하나가 둘이 되었다.

하나는 리빙 메탈의 몸체에 갇혀 있었고 다른 하나는 다시 한번 영혼을 그리고 유기물로 이루어진 육체를 얻어 기뻐하고 있었다.

강철 속에 갇힌 불멸자의 영혼은 그 순간 조각났다.



모든 생명은 죽지만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잊고 살아간다.

생명이 자신의 죽음을 매 순간 자각하고 살아간다면 모두가 공포에 질려 어둠 속으로 발 한 발짝 내딛는 것조차 할 수 없으리라.

그리고 강철 속에 갇힌 영혼들의 말로가 그러했다.

그들은 두번 다시 영혼과 몸을 얻을 수 없다는 걸 생생히 깨닫고는 완전히 미쳐버리고 말았다.



복사된 영혼, 아니, 정신. 아니면 그것을 따라한 프로그램.

그들의 육체는 그 프로그램을 담은 용기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이 지난 영겁의 시간동안 자기 자신이라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던 존재들은 이미 영영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 오랜 시간동안 그들은 내내 텅 비어 있었던 것이다.



누군가는 다른 모든 생명을 파괴하는 파괴자가 되었다.

누군가는 스스로 정신을 좀먹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인간의 살과 피를 그리고 가죽을 탐하는 존재가 되었다.

그런 변화는 왕족과 그 아래를 가리지 않고 일어났다.



네크론은 느낄 수 있을 리 없는 끔찍한 두통을 느꼈다.

천장에 달린 전등에서 나오는 빛조차 그를 끔찍하게 괴롭혔다.

넓디 넓은 공간 안에 그는 혼자였다.



그는 계속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오류들을 견뎌내며 리빙 메탈로 이루어진 다리를 힘겹게 옮겼다.

그는 그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다른 네크론들이 완전히 미쳐버려서 날뛰기 시작할 때 그 자신은 비교적 멀쩡한 편이었으니 완전히 틀린 가정은 아니었다.

어쩌면 필요할 때마다 이 의체에서 저 의체로 몸을 마구 옮겨대던 그의 습관 덕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역시도 영혼의 부재를 벗어날 방법이 영영 사라졌음을 앎으로써 발생하는 고통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의 강철 사지는 그의 명령을 제대로 듣지 않고 떨렸다.

마치 노쇠해 망가진 인간이 신경증에 걸려 입가에서 침을 질질 흘리고 허리는 굽어 휘어지고 관절이 뒤틀리는 것처럼.

그 또한 비슷한 오류의 증세를 겪고 있었다.




이만하면 오래 버텼지.


그는 생각했다.


안 그런가, 친애하는 나의 친구여.




그는 발걸음을 옮겨 혼자만의 공간에서 나와 수많은 테서렉트 미로로 가득한 넓은 광장으로 걸어나오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의 발걸음은 어느 네크론 앞에서 멈추었다.




"그렇지 않은가, 나의 친구여 "




그는 다시 한번 중얼거렸다.

이번에는 속으로 중얼댄 게 아니었다.

그의 데스 마스크 입 근처에서 조소를 뜻하는 불빛이 번쩍거렸다.

이제 네크론의 앞에는 또 다른 네크론이 있었다.



눈 하나 달린 얼굴의 뱀 같은 데스 마스크.

앙상한 사지와 흉물스럽게 달린 꼬리.

그 모든 것이 붉은 피와 인간 가죽으로 뒤덮여 있었다.

살아있는 듯 생생하지만 죽은 듯 멈춰 있는 그 네크론의 아래에 달린 이름표에는 다음과 같은 이름이 붙어 있었다.

멍청이 오리칸.




"네놈의 추악한 본성에 딱 맞는 최후로군."




네크론은 오리칸에게 말했다.

하지만 오리칸의 초점 잃은, 살과 피를 탐하느라 미쳐버렸음을 상징하는 녹색 눈동자는 정지한 채로 허공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것을 네크론은 한참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는 곧 다른 문으로 향했다.



문 너머에는 먼지가 가득 쌓여 있었다.

그 공간을 만든 네크론이 그 너머에 가고 싶지 않았던 탓에 설계 후 제작을 해 놓고 단 한번도 드나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네크론은 한숨을 푹 내쉬며 먼지구덩이 속으로 향했다.

이젠 저 먼지를 치워 줄 시종들도 없었다.



네크론은 모든 것을 기억했다.

살이 아닌 기계로 아루어진 그들의 육체는 끝나기까지 10년 동안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연극의 각본조차 외울 수 있었다.

네크론은 눈을 감을 수 없었기에 손으로 시각 센서를 차단하고 한숨을 쉬는 음성을 입으로 출력했다.

점점 눈앞에 지지직거리고 오류가 심해지고 있었다.



네크론은 자신의 옷매무새를 천천히 점검했다.

바닥에 가득 쌓인 먼지가 몸에 묻지 않도록 세심하게 가다듬었다.

벌벌 떨리고 망가진 손으로 하는 작업 치고는 꽤 성공적이었다.



그는 자신의 망토를 다시 한번 몸에 둘렀다.

그리고 지팡이를 치켜올리고 방 한가운데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 한가운데에서 그는 구부러진 허리를 꼿꼿히 폈다.

망가진 모터들이 리빙 메탈 몸체를 세우기 위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결국 성공했다.



그는 이제 방 한가운데 홀로 서 있었다.

이제 그가 제정신인 마지막 네크론이었다.

적어도 그 스스로가 자신이 제정신이라고 생각하는 한 말이다.



그는 마지막 순간 다시 한번 모든 것을 기억했다.

자신 종족의 찬란했던 과거를.

이 넓은 박물관 안에 영원히 잠든 그들 선조의 기록들과 물건을.

크탄과 올드원.

신을 죽이는 자들.

그리고 신체전이와 영면의 끝.

인류.

수집품들.

그리고 이제 마지막으로 그 자신.



그 모든 것들이 아무 소용도 없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른 네크론들과 같은 최후만은 거부했다.

모든 것이 먼지로 돌아가고 광기에 잠식되더라도 그는 만물의 파괴자가 되거나 미쳐서 살가죽을 탐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는 가장 그다운 최후를 택했다.



눈앞에 지지직거리며 더 잡음이 심해지기 전에 그는 마지막으로 정신을 가다듬고 지팡이에 체중을 일부 실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당당한 자세로 그는 몸을 고정시켰다.

기계로 된 낡은 허리를 힘겹게 지탱하는 모터들이 완전히 고장나 휘어버리기 전에 마지막 절차가 자동으로 실행되었다.



그리고 그는 그 자세 그대로 멈추었다.

그것이야말로 그가 바라던 것이었다.



먼지투성이 방.

두 번째 무덤.

그 한가운데 서 있는 네크론의 발 밑에 박힌 이름표에는 다음과 같은 이름과 설명이 새겨져 있었다.



최후의 네크론.

영겁의 트라진.



솔렘나스는 잠들었다.

영원히 그 모습 그대로.

그 안에 그 주인과 주인의 모든 것을 담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