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로가를 그냥 신앙심 깊은 불쌍한 찐따 정도로 보는 사람들이 있음.


떨어진 모성이 콜키스가 아니었다면, 양부가 코르 파에론이 아니었다면, 황제가 달래줬다면 변했을 거라고.



내 생각은 다름. 이 새끼는 그냥 찐따도 아니고, 태생부터 뒤틀리고 이기적인 위험한 광신도임.



개인 소설에서의 행적을 하나하나 짚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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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콜키스 사막에 떨어진 로가는 어느 유목민 부족한테 주워짐.


그러다 도팔이 코르 파에론의 무리와 만나고, 이 아이가 권능(카오스)이 내려준 다섯 번째 예언자라고 생각함.


그래서 자신이 고등교육을 시키겠답시고 데려가려 하고, 로가는 코르 파에론에게 흥미를 느끼고 그를 따라가게 됨.


그리고 파에론은 예언자의 출현을 숨기기 위해 갑자기 그 부족을 싹 다 죽여버림.


근데 어린 로가는 갑자기 배은망덕한 학살이 벌어지는데도 차분하기만 함.



아무리 어려서 뭘 몰라도 사람이 어찌 이럴까? 어쩌면 더 흥미 있는 존재가 나타나니 신경을 꺼버린 게 아닐까?




2. 그렇게 코르 파에론을 스승으로 모시게 되는데, 말이 교육이지 학대와 매질의 연속임.


명색이 프라이마크인데 그걸 그냥 처맞고 질질 짜며 살고 있음. 다른 프마들 유년기 보면 한숨만 나오지.


그런데 로가가 자꾸 맞는 이유는, 코르 파에론의 교육에 계속 반항하고 의문을 제기해서임.


스승이자 양부라고 무조건 따르고 말을 들은 게 아니었다는 거.


그러다 로가를 불쌍히 여긴 다른 노예(원래 평등을 주장하던 사상범이었음)가 몰래 또다른 스승이 되어주고.


그리고 마침내 로가는 기어이 코르 파에론을 아버지라고 부르게 됨.


파에론은 처음엔 예언자에게 아버지 소리를 들으니 희열을 느끼는데, 나중엔 자괴감에 쪽팔리고 분노함.


이 애새끼가 나한테 아첨해서 가지고 놀려는데 내가 넘어갔구나, 라는 걸 깨달았거든.


그리고 진짜 그렇게 됨. 코르 파에론의 부하들은 예언자를 자꾸 패면 저주받지 않겠냐고 불만이 쌓이고 있었음.


결국 반란을 일으켜 코르 파에론을 실각시키고, 집단의 권력의 중심은 로가에게로 옮겨짐.



여기까지 로가가 한 건 그냥 가만히 맞고 있었던 것밖에 없음. 하지만 그게 정말 아무것도 안 한 걸까?




3. 코르 파에론은 이제 죽겠구나 하고 절망하고 있었는데, 로가는 양부를 계속 살려둠.


겨우 살아난 파에론은 이제 교활하게 로가를 자기보다 높게 대우하면서 간접통제로 전환함.


사상범은 파에론이 자꾸 로가한테 마수를 뻗치는 걸 경계하지만, 로가는 신경도 안 쓰고 오히려 옹호함. 양부를 사랑해서?


전투 경험이 없는 로가 대신 전술 지휘 능력을 발휘하는 등 나름의 쓸모를 입증해서가 아닐까?




4. 이제 로가는 기존의 4대 신 종교가 아니라, 새로운 단일신 종교를 내세우고 콜키스 통일을 시작함.


이건 종교개혁 수준이 아니지만, 파에론은 다른 길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로가만 믿고 감.


또 사상범의 교육 때문인지 노예해방으로 민심을 얻고, 신분질서를 옹호하던 양부도 씹어버린다.


파에론은 무력으로 사생결단을 내자고 주장하지만, 로가는 프로파간다로 콜키스를 순조롭게 통일한다.


이렇게 콜키스 통일 과정을 보면 양부의 말을 듣지 않고 상당히 주도적으로 행동한다.


또다른 스승이었던 사상범의 교육 영향도 있겠지만.




5. 다만 이렇게 콜키스를 통일하는 과정에서, 로가는 내정을 양부한테 싹 맡김.


권력을 틀어쥔 코르 파에론은 당연히 국정을 마음대로 농단하지만, 로가는 역시 신경도 안 씀.


계속되는 단일신에 대한 계시와 환상이 머리를 파먹어서 신경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었긴 함.


그리고 마침내 로가는 코르 파에론과 사상범에게 이렇게 천명한다.



나는 아버지의 생각과 달리 예언자가 아니며, 그것을 초월한 존재이다.


단일신의 도래를 대비해서 모든 신성모독을 쓸어버릴 정화의 사도라고.


더불어 이 통일은 시작일 뿐이며, 숙청은 이단자와 불신자뿐만 아니라 그들을 낳는 사상까지 확장될 거라고.



그저 기존 4대 신 종교를 개혁할 예언자인 줄로만 알았던 양부의 영향에서도,


자유와 평등을 주장하던 사상범의 영향에서도 벗어난, 로가 혼자만의 뒤틀린 결론이 내려진 것이다.




6. 로가한테 영합해서 교리에 반대하는 놈들은 모조리 조져야 한다는 파에론과,


자유에 대한 관용을 지켜야 한다는 사상범이 로가 앞에서 충돌함.


로가는 너네 둘은 왜 항상 싸우냐고, 언제까지 지배자와 수호자의 역할을 나한테 요구할 거냐고 비난한다.


사상범은 로가를 위해서 파에론을 죽여버리려고 하지만, 오히려 결국 로가가 사상범을 죽이고 만다.



과연 쓰레기같은 양부를 너무 사랑해서, 벗어나지 못해서 진짜 참된 스승인 사상범을 죽인 걸까?


자기 사상이랑 조금 더 잘 맞고 쓸모 있으니까, 수호자보단 지배자 노릇이 더 쉬우니까 내린 선택이 아닐까?




7. 다시 시점은 3만년대로 옮겨져서, 코르 파에론은 로가가 황제 대신 다시 카오스를 선택한 걸 기뻐함.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왜 로가는 그동안 나한테 당하고만 산 걸까? 정말로 당하기만 한 걸까?


내가 쓸모있어서 살려둔 걸까? 이제 내가 밑천이 떨어지면 나는 어떻게 될까?' 두려워하며 소설은 끝남.



그리고 정말 로가는 코르 파에론을 버려버린다. 양부가 칼스 침공과 그림자 성전에서 죽든 살든 신경도 안 씀.


뭐 통제를 '못' 한 것도 있긴 하지만, 뒤늦게라도 군단의 통제권을 다시 못 잡을 것도 아닌데. 안 한 거지.


4만년대 현재까지도, 양부랑 에레부스가 권력다툼을 하건 말건 틀어박혀서 염불만 외우고 있고.




이렇게 행적을 하나하나 정리해보면 공통점이 보인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 같으면서도,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쪽으로 상황을 유도한다는 점.


순박한 것 같지만, 자신의 흥미와 쓸모를 위해서는 누구라도 얼마든지 이용해먹는다는 점.


그리고 마침내 자기한테 흥미와 쓸모가 없어지면 신경도 안 쓰고 헌신짝처럼 버린다는 점.



이런 소름끼치는 로가의 이면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론 설령 로가는 마크라그같은 다른 좋은 행성에 떨어졌을지라도, 언젠간 유일신 사이비 종교를 만들었을 새끼라고 봄.


그래도 뭐 굳이 실드를 쳐보자면, 어릴 때부터 자꾸 머리속에서 계시가 내려오니 광신도가 안 되긴 힘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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