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실 중앙에 설치된 본인의 자리에서 고뇌하는 호루스였다. 그의 표정에는 인류제국의 모든 짐을 짊어진 가장의 표정이었다. 



"어떻게 하면 저 둘을 단 번에 잡을 수 있을까..."



그렇다. 평화롭게 미개척 행성에서 전원생활을 하는 앙그론과 길리먼을 어떻게 여기로 끌고올 것인가. 그것이 문제였다.



"길리먼만 있다면....길리먼만 있다면...! 지금 행정업무의 절반은 수월해질텐데."



눈 앞에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는 불칸의 최후의 발악으로 더욱 늘어난 상황이었다. 마그누스의 의도적인 직무유기로 웹웨이에서 발생한 12시간의 대규모 정전으로



일주일간 행정부 직원들의 퇴근을 막아버리기엔 충분한 양을 넘어선 상태였다. 그러나 불칸의 마지막 발악은 또 다른 서류를 불러올 뿐이었다.



"형제여. 왜 서류를 태웠는가."



호루스의 말을 무시하고 좀비처럼 서류를 넘기는 불칸. 



옆의 천사같던 생귀니우스의 눈에는 다크서클이 짙게 깔려 있었고 천사인지 타락천사인지 구별하기 힘들 정도였다.



"히히히히히히...."



기묘한 표정과 웃음을 내며 미친놈마냥 서류를 좍좍 넘기는 생귀니우스.



불칸이 일으킨 화재소동으로 소실된 항의문을 다시 재요청한 결과 항의문과 더불어 보상금 청구서 및 행정민원 서류들이 첨부되어 날아왔기 때문이었다



"활화산처럼 생기있던 내 눈을 마지막으로 보고 싶었다네."



기계처럼 서류를 검토하고 넘기는 일을 무한반복중인 불칸의 무미건조한 대답이다. 



"나는...나는....엘다 어린이들을...어린이들을 학살한..."



한창 서류를 넘기다가 갑자기 상태가 안좋아지는 불칸이다. 기겁하는 호루스. 또 시작이라는 표정이다. 



"나는.. 검토다.."



"나는.. 공공이다.."



"나는.. 나는.. 나는.."



홀리테라 행정실에서 들려오는 무미건조한 목소리였다.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는 호루스다. 



불칸의 주기적이고도 의도적인 정신질환에 맞춰 호응하는 알파리우스와 오메곤은 중얼거린다. 



"잠시 마그누스와 대화하고 오겠네."



"나는.. 검토다.."



"나는.. 공공이다.."



"나는.. 나는.. 나는.."



"히히히히히히히...."



모두가 맛이 간 행정실을 빠져나와 전용 퍼라이어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황금옥좌로 몸을 옮기는 호루스. 



진입부터 강한 사이킥 결계가 느껴졌다. 자신이 미친놈마냥 마그누스에게 달려들었기 때문에 마그누스 직속 친위마법사들이 더욱 강한 사이킥 결계를 쳐 놓았던 것이다.



힘들게 문을 여는 호루스. 마그누스에게 소리친다.



"형제여. 신규 아그리월드의 상황은 어떠한가?"



"역시 길리먼은 최고의 행정가가 맞는 것 같다네."



자신의 앞에 날아든 사진의 모습에는 더욱더 확장된 농장부지와 주거단지의 모습이 보였다. 곳곳에 건설되고 있는 마크라지와 보트 양식의 집단 주거단지 건설현장이 눈에 띄었다. 



누군 하루종일 서류랑 씨름하는데 저것들은 한가롭게 전원생활을 한다는 사실에 뚜껑이 열린 호루스였다. 분명히 길리먼과 앙그론은 자신들의 모성에서 몰래 인구를 징발해 미개척지를 새로운 모성으로 삼으려는 것이 분명했다. 



"숟가락으로 가택연금에서 도망치더니 저기에 가 있었나!!!"



"저기가 곧 뉴 보트, 뉴 마크라지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네."



망원경으로 하나하나 세세하게 살펴보는 마그누스는 건면을 후루룩 넘기며 말했다. 



"길리먼....앙그론....!"



이를 부득부득 가는 호루스였다. 황금옥좌실에서 나와 자신을 기다리던 시종에게 말했다.



"선 오브 호루스 5개 대대 병력을 준비시키게."



"5개 대대 병력은 너무 많은거 아닙니까?"



"또, 칙령을 선포해야하고. 어서 준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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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이이이이잉- 투두두두두둑-



체인 엑스를 부메랑으로 개조한 칸은 수확철이 다가온 과수원의 결실들을 수확하고 있었다. 또 다른 체인 엑스 부메랑을 준비한다.



"언제 그 기술을 익혔지?"



"일일이 손으로 따는 것보다 더 편할 것 같아서 발상을 전환시켰습니다. 아버지."



"거기! 사과나무 묘목을 더 심고! 상태 안 좋은건 베어버리고!"



계획서를 보며 하나하나 꼼꼼히 지시하는 길리먼. 2달 전 보트와 마크라지에서 비밀리에 충원된 이주민들은 길리먼과 앙그론의 지시를 잘 따라주었기에 삽시간에 미개척 행성은 울창한 숲과 계곡, 호수, 농장으로 잘 정돈되었다. 



검은색 옷을 입고 이동하는 민간인들 틈에 끼여 관찰하는 두 명의 거인들이 있었다. 



"완전 새로운 마크라지 입니다. 아버지."



"여기가 곧 우리의 새로운 자경단 활동을 시작할 곳이지. 나의 사이드 킥이여."



"곳곳이 마린들 천지인데 이런 곳에 범죄자들이 등장할 것 같습니까?"



"비록 대성전이 끝났지만, 사람들은 항상 정의를 필요로 하고 정의에 목말라 있는 법이네."



"모두 각자 배정된 임시 거주 호텔로 가주십시오! 당분간 여기서 생활할 것이며 식량 배급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입니다."



울트라마린 아너가드 라이브러리안 티그리우스가 사이킥 확성기로 지시사항을 나열한다. 



"우린 여기서 자경단 활동을 평생 지속할 수 있는 미래를 보았지. 아무런 방해도 없이, 서류 한 장도 없는 이 전원생활의 낙원에서."



"홀리 테라의 간섭이 닿지 않기 때문입니까?"



"쉿! 그런 저주받은 서류로 오염된 지역은 입에 꺼내지도 말게."



"그래도 플랜 B는 준비해놔야 겠지요."



창백한 눈으로 이주민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는다.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인간들은 언제든지 나타나기 마련이지."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한다. 가로등 불이 천천히 켜진다. 



"벌써 저녁이군. 오늘 하루도 정말 알차게 보냈어."



잘 가꾸어진 농장과 거주단지를 보며 흡족해하는 길리먼과 앙그론이다. 



"형제여. 여기에 설마 호루스가 찾아올까?"



"이 행성은 마그누스도 발견하지 못 한 지역이라네."



앙그론은 웃으며 말한다. 



"우린 노예가 되지 않을 것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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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한 표정으로 사열을 받는 아바돈 휘하 선 오브 호루스 부대원들과 천천히 훑어보는 호루스. 



"나의 아들 아바돈. 또 다시 중요한 사명을 부여받을 것일세."



"형제들을 홀리 테라로 데려와야 한다는 것 아닙니까."



이미 일상적인 일이어서 살짝 심드렁하게 답하는 아바돈이다. 



"이번엔 어디 행성입니까?"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미개척 지역으로 파병될 것이네."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형제인 커즈 각하가 길리먼, 앙그론과 함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최우선적으로 길리먼과 앙그론을 홀리 테라로 데려오게."



"커즈 각하는 어떻게 합니까?"



"만약 둘 다 도망칠 것 같다면, 커즈라도 데려오게나."



"알겠습니다. 아버지."



비장한 표정의 아바돈. 다크서클이 더욱 짙게 드리워진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자신이 분발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언제 서류의 바다에서 헤어나올까. 나도 정말 궁금하기도 하지. 하지만 형제들이 속속 복귀하는 모습을 보고 힘을 내기도 한다네."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그 말에 뒤를 돌아보는 호루스. 



"만약 한 명이라도 데려오지 못 한다면, 자네의 머리를 깎아버릴 것일세."



"예?"



당황하는 아바돈. 



"농담일세."











이번편은 조금 재미없을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