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군은 스타스피어호의 지휘 갑판을 향해 걸어갔다. 갑작스럽게 내려진 소집명령에 그는 내심 의아해했다. 제뮬란이 칸 전원을 소집하는 건 흔히 있는 일이 아니었다. 노얀 칸은 휘하 세력들을 다룰 때 초고리스식 용인술을 사용했다. 탈 중앙 집권화와 다수의 형제단에게 보다 많은 재량권을 보장하는 게 그의 방식이었다. 그런 그가 형제단의 사령관들에게 집합 명령을 내렸다. 매우 긴급한 사인인 듯 했다. 명령을 받은 칸들이 하나 둘 씩 자신의 함선에서 셔틀을 타고 스타스피어호에 모여들었지만, 몇몇 이들은 본대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사람을 보내지 못하고 원격 통신으로 소식을 받게 되었다.
“집합 명령의 의도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토르군의 루테넌트인 만주가 옆에서 걸으면서 물었다. 금발 머리에 밝은 안색을 띈 만주의 얼굴이 불안감으로 일그러졌다. 스페이스 마린 치곤 너무나 앳된 얼굴이었기에, 얼굴에 새겨진 군단의 흉터가 어딘가 이질감이 들었다.
“짐작조차 가지 않아,” 토르군이 말했다. 전에 들은 소문에 의하면 우주에 드리워진 베일에 균일이 생기는 바람에 이 틈을 지나 일말의 메시지가 전송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섣불리 믿기엔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말도 함께 들려왔다.
“새로운 임무가 하달된 건 아닐까요?” 만주의 목소리엔 어딘가 희망이 섞여 있었다.
“시간이 되면 알게 되겠지.”
화이트 스카는 군단 특유의 파편화된 구조 때문에 집단적인 의사 결정에 난항을 겪곤 했다. 아직도 많은 형제단들이 제노 세력의 숨통을 끊기 위해 우주 저 멀리 나가 있었다. 그 외의 다른 이들은 잿빛 세계의 궤도에 몇 주 동안 머물면서 스워드스톰호에서 새로운 지시가 떨어지길 기다리면서 검술 수련에 매진했다.
초고리스인들은 이런 독립적인 분위기에 만족하는 듯 했다. 그들은 자신의 불가해한 프라이마크와 그가 내리는 다소 충동적인 의사결정 방식에 익숙했다. 하지만 테라인들에겐 군단의 무계획적인 지휘와 통제 방식은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다. 결국엔 다들 체념하고 마지못해 받아들였지만.
“제 생각엔 그들이 어느 정도 나아질 기미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만주가 말했다. “그들이 데려온 테라인 말입니다.”
“그래봤자 여자 한 명일 뿐이다.” 토르군이 씩 웃었다. “사람 하나 왔다고 다 바뀔 리 없지.”
복도를 벗어나자 널찍한 대기실이 나타났다. 대기실 위엔 반짝이는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돔이 위치해 있었다. 선내의 수행원들이 데이터 슬레이트 더미를 움켜쥐고 대기실 안을 부산스럽게 만들었고, 서비터의 도움 없이 잰걸음으로 돌아다녔다. 멀리 보이는 벽의 석고와 점판암에는 군단의 번개 치는 문양이 세공되었다. 그 옆에는 초고리스의 대지를 상징하는 인장이 걸려 있었다. 그 문양에는 산봉우리가 그려졌는데, 토르군이 듣기로는 군단의 모성에 있는 테무단이란 이름의 성산의 모양을 본 뜬 것이라 한다.
인장 아래엔 거대한 문이 있었다. 제뮬란의 알현실로 향하는 이 방폭문은 아다만티움으로 만들어졌다. 제뮬란의 케쉬그 전사 두 명이 무거운 언월도 들고 출입구 양 옆으로 서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마크 III 파워 아머의 경사진 창살로 가려졌다. 헬멧엔 검게 물들인 말총이 장식되었다.
소환된 칸들이 알현실을 향해 갔다. 견갑에는 자신들의 형제단을 나타내는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두 개의 화살촉, 송골매 그리고 새벽녘의 하늘. 황금빛 태양 주위로 창 형태의 빛이 내뿜어지는 문양에 눈길이 가자 토르군은 히보우와 눈을 마주쳤다.
토르군은 인사 차원에서 아주 약간 머리를 숙였고, 히보우도 마찬가지로 응답했다.
모두 알현실 안으로 들어오자 뒤편의 문이 닫혔다. 방 안은 하얀색 벽에서 비치는 빛으로 환했다. 황동으로 만든 전등이 머리 높이에 떠 있었다. 대략 칠십여 명의 화이트 스카가 타일 바닥 위에 서있었고, 그 중 몇 명은 홀로리틱 영사기에서 내뿜는 아우라에 몸이 반짝였다. 방안은 낮은 웅성거림으로 가득했다.
마지막으로 제뮬란이 도착하고 방 맨 끝 쪽의 연단에 올랐다. 노얀 칸은 토르군의 승격을 축하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범상치 않은 존재감을 뿜어냈다. 매를 본 뜬 얼굴은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더욱 거칠어졌고, 뺨의 지그재그 모양의 흉터가 더욱 도드라졌다. 그가 입은 갑옷은 오래되고 수수했지만, 갑옷 곳곳엔 오랜 전투 동안 얻은 그을림, 생채기, 파인 흔적이 있었다.
“형제들이여,” 그는 청중에게 눈길을 주며 형식적으로 목례를 하며 말했다. 얼굴이 초췌해 보였다. “먼저 갑작스런 소집에 이 자리에 모인 자네들에게 미리 감사를 표하는 바이네. 생각건대 자네들 모두 다음 원정을 위해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겠지. 비록 다음 원정지가 어딘지 모르지만 말이야,”
토르군과 만주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제뮬란은 매우 지쳐보였고, 막 전투라도 치른 기색이었다. 그 목소리는 토르군이 처음 그와 만났던 때와는 다르게 이 늙은 전사의 나이를 드러냈다.
“중요한 사안이 아니었으면 자네들 전부를 이리 부르지 않았을 거다,” 제뮬란이 말을 이었다. “자네들한테 더 좋은 소식을 전해줄 수 있길 바랐다. 본인은 절대...” 그는 잠시 말하기를 머뭇거렸다. “스워드스톰호에서 막 돌아온 길이다. 거기서 카간과 대화를 나눴다. 그분께서 이르시길, 카간 자신이 자네들이 이곳에서 이룬 것을 자랑스레 여기고 이에 치하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분께선 지금까지의 승리가 있기까지 우리의 피가 얼마나 흘렀는지 알고 계신다. 분명 기억될 만한 희생이었다라고 내게 일러주시더군.”
뭔가 심상치 않아, 토르군은 미간을 좁혔다. 우리에게 말을 건넨 적이 그리 흔히 있는 일이었던가.
“자네들도 이미 알다시피, 아스트로패스들이 제국과 교신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있지만 부분적일 뿐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지만, 기함 내 스타-스피커들이 계속 환시를 얻고 있다. 우리 측 분석가들이 정보 해석에 심혈을 기울였고, 마침내 온전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제뮬란은 잠시 말을 멈췄다. 마치 어떻게 말을 이어나갈지 자신이 없어 보였다.
해석에 성공했다면 어찌됐든 좋은 소식이잖나. 어째서 말하길 주저하는 거지?
“우리가 알게 된 걸 자네들한테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감도 안 잡히는군,” 제뮬란이 말했다. “이걸 어떻게 잘 말해줘야 할지 본인은 알 도리가 없지만, 최대한 가감 없이 말하도록 하겠다. 대성전이 분열되었다. 대대적인 반역이 일어났다. 생각지도 못한 사태가 발생했다. 프라이마크가 광기에 사로잡혔다. 행성이 폐허가 되었고 충성스런 전사들이 도륙 당했다. 얼마나 많은 군단이 이에 가담했는지 모른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조차 알 수 없다. 다만 우리에게 쿤닥스를 떠나 사태에 개입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제뮬란의 목소리는 주괴를 매단 것 마냥 무거웠다. 말을 듣던 이들 모두 입을 열지 않았으면 말대꾸도 없었다. 토르군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너무 놀란 나머지 말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집단적인 마비가 방 안을 덮었다.
“자네들에게 말한 시점부터, 모든 원정 함대에 이 소식이 빠짐없이 전달된 걸로 간주하겠다. 우리는 전군을 집결시키고, 함대를 전시체제로 전환시키란 명령을 하달 받았다. 아직 많은 부분이 불명확하지만, 이거 하난 확실하다, 대대적인 이단이 레기오네스 아스타르테스 사이에 발생했다. 이를 뿌리 채 뽑으려면 단 하나 방도만이 있을 뿐이다. 이는 곧 전쟁을 뜻한다. 전에 형제라 불렀던 이들과 칼을 맞대고 싸워야 한단 뜻이다. 그들의 죄는 분명하다. 그들은 살인자들이다. 실로 배은망덕한 살인자.”
제뮬란은 마지막 단어를 독기를 품으며 내뱉었다. 그의 건틀릿은 꽉 쥐어졌고, 분노로 인해 손이 떨리는 걸 애써 참았다.
청중들 사이에 수군거림이 퍼졌다. 처음에 닥친 충격은 소름끼치는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평범한 자라면 계속 질문을 이어가면서 사건의 윤곽을 파악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과 같은 초인들은 본능적으로 무슨 일이 터졌는지 알 수 있었고 격앙된 감정을 진정시키기 힘들었다.
“누굽니까?” 그들 사이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처음엔 한 명이었지만, 나중에 가선 함성으로 변했다. 토르군은 어느 순간 그 떠들썩한 아우성에 자신도 모르게 따라하고 있음을 알아챘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이었기에 그 목소리엔 분노로 가득했다. “대체 누굽니까?”
제뮬란은 손을 들어 소란을 진정시켰다. 그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이게 우리가 알고 있는 전부다,” 그가 입을 열자 방은 다시 조용해졌다. “사우전드 선의 모성이 파괴되었고, 군단이 전멸했다. 마그누스 더 레드는 살해당했고, 부러진 등과 함께 자신의 도시에서 쓰러졌다.”
제뮬란은 자신도 본인이 한 말에 완전히 확신하지 못하는 듯 했다.
“이 소식들은 워마스터가 직접 보낸 것이다. 그의 서명이 이를 보장한다,” 그는 말했다. “베일이 걷힌 이후로 그들은 우리에게 진짜임을 증명하는 소식을 보내왔다. 아직 더 확인해야할 부분도 남아있지만, 마침내 우리는 이름을 알게 되었다.”
제뮬란은 어두운 표정으로 방 전체를 훑어봤다. 그 얼굴엔 확연한 분노가 피어올랐다. 배신한 동지에 대한 분노였다.
“배신자에겐 죽음만이 있을 뿐,” 그는 선언했다. “그 자는 바로 리만 러스, 제국의 배반자인 동시에 이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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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ars의 핵심인물 중 하나인 제뮬란 노얀 칸의 등장
과연 제뮬란은 충성파일까? 어쩌면 거짓 정보를 근거해 러스를 제거하려는 반역파가 아닐까?
전대미문의 반역을 둘러싼 의문은 더욱 미궁 속에 빠진다
것보다 토르군 보다보면 사람이 은근 순진해서 웃김
구라치네 저놈 ㅋㅋ
일러스트 투구 너무 멋있게 생긴거 아니냐
근데 루테넌트 이름이 만주라니 너무 맛있을 것 같은데
루테넌트가 군단시절에도 있었구나
일러스트 정말 멋있다
진상알면 쪽팔려서 어쩌냐ㅋ
일러 개간지다 - dc App
선무당이 이걸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