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갤이 멀정하던 시절에 썼던글입니다. 방문한 김에 남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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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퀴지터 맷 와드는 자신의 육감을 믿었다. 그는 지난 백여년의 세월간 수십의 세계를 황제 폐하의 품안에 지켜내었고 또한 품을 가치가 없는 수십의 세계를 황제 폐하의 화염아래 정화했다. 오르도 말레우스는 그의 신앙심과 능력을 존중하여 그에게 스페이스 마린 수술까지 지원해주었고 최근에는 헥터 렉스의 뒤를 이어 퓨리턴 학파를 이끌어갈 인재라는 평까지 듣고 있었다.

요 몇주간 그가 조사하고 있는 자들은 블러드 레이븐이었다. 볼터탄도 얻어다 쓰는 가난한 챕터로 유명했던 자들이 최근에는 재산에 등재되지도 않은 최신형 장비와 유물로 챕터 전원이 무장하고 일개 건서비터마저 스톰 트루퍼를 능가하는 장비로 도배한 것은 누가 보아도 이상했다. 또한 그들은 전투마다 큰 피해를 입었다 주장하면서 재건비를 지원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완편 규모에 가깝게 챕터를 보충해놓았다. 분명히 무언가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이단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군, 아직까지는."


그는 소소한 업무로 아우렐리아 인근 행성계에 출장을 갔다가 복귀중에 워프 항행에 문제가 생겼다며 순찰중이던 블러드 레이븐 정찰함에 우연을 가장해 접근했다. 그러나 배틀 바지에 탑승해도 예상과는 다르게 카오스의 흔적을 일절 발견할 수 없었다. 또한 조그마한 수상한 점이라도 파고들라 치면, 수행하던 사이러스라는 스카웃이 어떻게든 얼버무리는 바람에 결국 어떠한 단서도 붙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착잡한 기분으로 배틀 바지를 거닐고 있을 때, 어떻게 봐도 행동거지가 수상한 스카웃 마린이 한명 눈에 들어왔다. 울트라마린의 문양이 찍힌 박스를 옮기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 자네! 멈춰! 무엇을 옮기고 있지?"


"챕터 마스터께서 옮기라 명하신 화물이오. 내용물에 대해 누구한테도 발설하지 말라고 하셨소."


'이거다!'


인퀴지터가 손가락을 튕겼다.


'역시 카오스와 장물을 거래하고 있었군! 이전 챕터 마스터가 카오스에 물들었다며 처단한 것은 카오스와의 거래가 발각될 위기라 꼬리를 잘랐던 거였어. 황제폐하시여 감사합니다!'


횡재를 한 듯한 기분으로 인퀴지터가 명령했다.


"인퀴지터의 명이다. 이것을 당장 열도록!"


"당신에게는 나에게 명령할 권한이 없소! 챕터 마스터의 명령이 없으면 열 수 없는 것이오!"


"뭐? 네놈은 내가 누군지 아느냐! 나는 너희 챕터를 이단으로 선포할 수도 있어!"


인퀴지터가 볼트 피스톨을 꺼내려는 순간이었다.


"무슨 일이오?"


문이 열림과 동시에 블러드 레이븐의 챕터 마스터 가브리엘 안젤로스가 복도로 나왔다.

가브리엘은 카타프락티형 터미네이터 아머를 입고 있었는데 상반신 전체에 황금장식을 덕지덕지 붙이고 있는것이 마치 벼락부자가 된 졸부가 어떻게 하면 부티나 보일까를 고심하며 사치품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모습과 비슷했다. 그런 거인이 진중함이라곤 없이 방방뛰며 다가오는 모습을 보며 인퀴지터는 경박함과 혐오감을 느꼈다.


"무슨 일이길래 지금 그러고 있는 것이오?"


안젤로스가 재차 물었다.


'천박한 놈 같으니! 그래도 아직 방심하면 안되겠지...'


인퀴지터는 침착을 회복한 후 다시 말했다.


"이자가 인퀴지터한테도 공개할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군, 챕터 마스터 가브리엘 안젤로스, 이러한 행동은 분명..."


"아! 저것 말이오? 별거 아니오. 열어서 보여주게"


스카웃 마린은 박스를 열었다. 가브리엘의 말대로였다. 박스 안에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그저 포장도 뜯지 않은 스페이스 마린의 진시드 채취용 카니펙스 뿐이었다. 인퀴지터가 허탈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무엇때문에 굳이 비밀로 한 거였소...? 겨우 카니펙스잖소."


"아 그건 말이지... 마침 배틀바지에 들어온 깨끗한 진시드를 채취하기 위해서였소."


"마침 들어온 진시드? 설마... 윽..."


그 순간, 그의 뒷목에서 충격이 느껴지고 시야가 끊어졌다. 그것이 인퀴지터 맷 와드의 생에 최후의 기억이었다.


"바로 시작하게, 요즘들어 채취하는 진시드들은 뒤틀린 것들이 많아 시원찮아서 영...... 그러게 내가 테라단물로 세척이 끝나지 않은 장비는 사용을 자제시키라고 누누히 말했잖나."


가브리엘이 아포세카리에게 면박을 주었다.


"별 수 없지 않습니까. 뇌물로 보낼 장비들 먼저 세척하고 나면, 테라단물이 모자라서 챕터원들에게 쥐어줄만한건 오염된 장비들밖에 없으니... 그나마 깨끗한 진시드만 추린게 그정도입니다."


자신의 책임이라는 쪽으로 이야기가 진행될듯 하자 가브리엘이 황급히 주제를 돌렸다.


"크흠... 인퀴지터의 행적은 지웠겠지?"


사이러스가 답변했다.


"인퀴지터의 우주선을 아스트랄 클로 챕터 인근으로 경로를 설정해놓고 표류시켜놨습니다. 마침 그쪽 챕터 마스터가 이단의혹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가? 조만간 그쪽에도 전쟁여론을 부추겨야겠군."


"듣자하니 아스트랄 클로의 챕터 마스터가 가진 파워 피스트가 그렇게 유명한 명품 유물이랍니다."


"그것도 일단 목록에 올려놔. 그건 그렇고 마카리우스의 무덤 발굴이랑 월드 이터로 위장해서 아이언 워리어와 거래하기로 하던 건은 어떻게 되고 있지?"


"예. 그건..."


도둑들의 대화는 깊어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