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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느 곳이든지 간에 밤은 찾아온다.


제 아무리 화창한 햇빛이 비추며 사람들 인적으로 북적이던 곳이라도 땅거미가 뉘엿뉘엿지고 해가 그 지평선 저 아래로 완전히 모습을 감추고 나면 짙은 어둠과 침묵이 깔리기 마련이다.

후타바 워해머 공원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낮엔 이용객으로 북적이던 광장과 산책길은 발길조차 드물어지고, 가로등의 희미한 불빛만이 밤의 어둠을 비춘다.

허나, 어떤 곳이든지 간에 사람이 없다고 해도 그곳을 마냥 방치해두어서는 안될 노릇,

적막이 짙게 깔린 밤이야말로 각종 때아닌 사건사고에 취약해지는 시기,

그렇기에 돌아다니면서 무방비한 밤의 거리의 치안을 지킬 최소한의 인원은 필요하다.

바로 순경이 그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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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암~ 아우 졸려..."


후타바 워해머 공원의 새벽 밤중,

가로등의 불빛만이 그 짙게 깔린 어둠을 희미하게 비추는 가운데, 어둠 속에서 훨씬 더 밝고 넓은 불빛이 합류하며 바닥을 이리저리 비추며 다가오고 있었다.

손전등을 쥐고 있는 손의 주인은 순경이다.

올해의 9급 공무원 시험 합격자이자 후타바 경찰서에 배치된 이윤철 순경(27세, 남)은 주택단지의 거리를 지나고 공원 입구를 지나 그 광장에서 순찰을 돌고 있었다.

야간 순찰 근무에 배치된지 2달이건만, 이 순경에게는 새벽 밤중의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이 여전히 영 익숙치가 않다.

본디 밤이란 사람을 고사하고 생물이라면 당연히 수면에 들어야 할 시간,

원체부터 잠이 많은 체질인 이 순경에게는 새벽에 깨어있는 순간은 힘들기 그지없었다.

덕분에 이 순경은 순찰을 돌아다니는 와중에도 5분에 한번 꼴로 계속 크게 입벌리며 하품을 하는 중이다.

이 순경은 또 하품을 하고 눈을 비비며 주변을 살피고 중얼거렸다.


"어우... 왜 하필 제일 꼭두새벽 근무조에서도 여길 걸려가지고는."


존나 넓네. 그게 이 순경의 머릿속을 스친 문장이었다.

말그래도 '존나게' 광활한 어둠이 또 광활한 공원의 광장의 사방을 채우고 있었다.

후타바 시에서도 가장 크고 넓은 규모를 자랑하는 후타바 워해머 공원,

길가에 몇군데 세워진 가로등 외에는 밤중의 어둠을 비추는 불빛도 없어 동네의 다른 곳에 비해서도 어두침침하기 그지없었다.

더군다나 시간대가 시간대인만큼 이 순경 외에는 공원을 돌아다니는 사람조차 없어 은근히 으스스했다.


"흐아암... 여기서 어딜 또 봐야하더라..."


이 순경은 하품을 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제 아무리 도시의 거리 치안을 책임지는 순경일지라도 밤중의 사람 한 명 없는 공원이 으시시하게 느껴지는 건 여느 사람과 다를 바 없었으니,

마치 귀신이 나올법한 분위기의 어둠 속에서 이 순경은 계속 머무르고 싶진 않았다.

그리고 이 순경이 꺼림칙해히는 것은 으스스한 어둠 때문만은 아니었으니,

혹여나 이 공원을 돌아다니는 도중에 소문의 그 해충들이 튀어나오지 않을까 때문이었다.

그도 공원에서 소문이 자자한 후타바 해충들에 대해서는 들어본적이 있었다.

공원에서 발생해 공원 뿐만 아니라 그 주변의 지역에도 각종 민폐를 끼친다는 미지의 각양각색의 외래종 벌레들,

실제로 제대로 본적은 없다만, 주변에서도 소문이 자자하고 공무원들도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고 하니 경계는 하고 있었다.

아니땐 순찰 밤중에 그런 놈들을 마주쳐서 봉변을 당하는 건 이 순경은 사양이었다.


"어우... 빨리 돌고 교대 시간 기다리든가 해야지..."


교대 들어오고 나면 한시라도 빨리 다시 들어가서 자자, 그리 생각하며 계속 하염없이 광장의 어둠을 가로지르던 그때,


"응...?"


가로등 아래의 저 멀리 있는 무언가가 이 순경의 눈에 띄었다.











전쟁이란 밤낮을 가리지 않는 법이다.

누군가가 자고 있을 시간에 누군가는 기회를 잡기 위해 움직이고,
누군가가 안일함에 빠져있을 때에는 누군가는 행동에 빠르게 나서며 경쟁에서 앞선다.

그렇기에, 전쟁에서는 조금의 쉬는 시간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내가 지체되는 순간, 상대가 바로 앞서버리는 것은 시간문제니 말이다.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은하계의 여느 곳에서나 그러했고,
여기 그 은하계의 주역들이 진출한 거대한 세상의 격전지(공원)에서도 그러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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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오스 워로드 타이탄, "복수의 가시"는 지축을 울리며 암석으로 이루어진 광활한 평야(중앙광장)을 걷고 있었다.

블랙 리전을 필두로 한 후타바 카오스 정복군을 따라 이 세상으로 나온 이 뒤틀리고 타락한 전쟁의 거신은,
대괴수(일반인)들을 비롯해 이 혹성의 토착괴수들의 활동이 둔해지는 밤중을 틈타 타락시킬 영지가 있는지 정찰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

원래 이런 임무는 스카웃 클래스의 하찮은 작은 타이탄들이나 맡아야 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하나하나가 정신나갈 정도로 거대하고 끔찍하기 그지없는 이 혹성 알파에서는 어중간한 크기의 - 본래 세상에서는 엄연히 거대한 크기였을테지만 - 전쟁기계들을 파견보냈다가는 토착괴수들의 눈에 띄여 반파된 상태로 발견되는 건 안봐도 뻔했기에,

거대 토착괴수들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은 체급의 병대로 정찰보내던가, 아니면 돌아다니다가 발각되어도 놈들에게 충분히 대항할 수 있을 정도로 체급이 큰 기체를 보내는 것이 정답이었다.

이는 격전지(공원)에 자리잡은 여느 진영에게나 해당되는 문제였고,
각 세력들은 정찰이나 영토 확보를 위해 주간에는 분대 규모 위주의 보병으로, 대괴수(일반인)의 인적이 크게 드물어지는 야간에는 타이탄이나 그에 준하는 괴수와 기갑 위주로 파견보내고 있었다.

뒤틀린 옥좌에 앉아있는, 아니 정확히는 융합되어 달라붙어있는 것에 가까운 프린켑스가 조종하는 이 타락한 타이탄 또한 그 중 하나였다.

한때 프린켑스 자이투르였던 옥좌에 달라붙어있는 이 육편의 형상은 타이탄 "복수의 가시"의 시각 센서를 통해 들어오는 주변을 살폈다.

사방이 암흑투성이였다.

레이더로도, 타락한 머신 스피릿을 통해 느껴지는 마녀-시야로도 주변에 별다른 활동 반응이 느껴지지 않았다.

한때는 모데라티 부조종수였을 - 이제 간신히 지각만 갖춘 채 타락한 기계신에 의지마저 속박되어 장기덩어리가 된 살덩어리들에서조차도 들어오는 별다른 정보는 없었다.

자이투르이자 '복수의 가시'인 카오스 타이탄은 계속 사방을 살폈다.

제 아무리 원래 세상의 전장에서는 거의 절대적인 힘의 화신이나 다름없는 워로드급 타이탄이라도 이 정신나간 혹성에서는 한순간이라도 경계를 푸는 순간 바로 죽음에 이를수도 있었으니까.

특히나 그는 어둠 속에서 혹여나 그 흉물스러운 거대한 털북숭이 괴수(길고양이)의 발소리가 들리거나 눈빛이 비춰오지 않나 계속 경계했다.

일단 대괴수(일반인)들이 돌아다니지 않는 이 혹성의 야간에는 놈들이 제일 큰 위협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엘다의 타이탄을 연상시킬 정도로 높은 민첩성과 빠르고 강력한 앞발로 어지간한 중장갑을 박살내는 그 놈들을 정면으로 상대하는 것은 자이투르로서도 꺼렸기 때문이다 - 놈들이 혼자서 군대를 박살낸 걸 이미 직접 목도한 적도 몇번 있었고 말이다.

'복수의 가시'는 계속해서 어둠을 경계하며 그 어둠을 가로질러 나갔다.

이 광활한 어둠의 평야 속에서 자신이 어디에 있고 어디로 나아가는지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타이탄 자체에 내장된 후타바 개척 지도를 통해 추측하는 것 뿐,

그렇게 계속 하염없이 지축을 울리며 발딛고 나아가던 그때,

타이탄은 발을 떼려던 단단한 돌덩이 바닥에서 무언가를 느꼈다.

진동이다. 무언가가 땅에 일정한 주기로 계속 부딪혀 생기는 뒤흔들림이 강철로 된 다리를 통해 그에게 전해졌다.

진동을 감지한 순간 '복수의 가시'는 사방을 둘러보며 진동이 느껴오는 방향을 찾으려고 했다.

진동은 점차 더 선명해지고 있었고, 더 커지고 있었다.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도 거대한 무언가가.






"저게... 뭐지?"


이 순경은 잠기운으로 침침한 눈을 게슴츠레 뜨며 자신의 눈에 들어온 것을 확인하려고 했다.

사람인가? 아니, 사람이라고 하기엔 너무 작다.

길고양이인가? 아니 또 고양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두발로 서있는 거 같다.

귀찮기는 했지만 뭔지는 몰라도 확인은 해야했다. 혹여나 뭔가 수상한 것이라면 일단 살펴보는게 순경의 일이니까.

매일 같이 반복되는 순찰 풍경에 질렸던 것도 있던지라, 여느 때와 다름없던 야간 순찰에 일어난 이변에 호기심이 생긴 이 순경은 천천히 '그것'이 있는 방향으로 다가섰다.

혹여나 있을 상황을 대비해서 허리춤에 있는 테이저건에 손을 올린채로.







저 멀리 어둠 속에서 빛(손전등)을 발하며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의 정체를 파악한 자이투르는 경악했다.

대괴수다. 틀림없는 대괴수였다.

이 혹성의 야간, 그것도 이 격전지(공원)에서는 대괴수들이 돌아다닐 일이 거의 없는데, 어째서 여기서 마주하게 된단 말인가.

더군다나 놈은 그가 있는 방향으로 확연히 다가오고 있었다. 한걸음, 한걸음씩 점점 더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자이투르는 당황했다. 결코 뒷걸음질 칠일이 없었던 워로드 타이탄의 금속장갑 다리가 제작되고 처음으로 뒤로 주춤했다.

타락한 프린켑스는 타이탄에 깃든 타락한 머신 스피릿과 악마 정수, 그리고 융합된 다른 모데라티의 연산 능력을 총동원해 해결책을 찾으려고 했다.

첫번째, 숨어서 도망친다 - 이는 불가능했다.
이미 놈은 자신을 인식해 다가오고 있던데다, 타이탄의 발걸음 속도로는 타이탄과 비교도 안되는 체급의 걸음폭을 가진 대괴수한테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두번째, 가만히 조형물인 척을 한다 - 차선책으로 보이지만, 무모하다.
암석 평야(광장) 위에 이전엔 본적이 없던 조형물이 생긴다면 당연히 수상하게 여길것이고, 살펴보기 위해 코앞까지 다가온 대괴수한테 정체가 발각된다면 그거야말로 끝이다.
더군다나 이전에 몇몇 다른 타이탄들이 조형물인 척 하다가 아성체 대괴수들(초딩)한테 장난감으로 착각받고 이리저리 유린당해 반파된 것을 본적있었다.

세번째, 정면으로 저항한다 - 제일 해서는 안되는 선택이다.
체급차도 압도적일 뿐더러 설령 워로드 타이탄의 무장일지라도 대괴수에게 겨우 생채기나 낼 수 있을까,
어중간하게 잘못 공격했다가는 오히려 역으로 반격당해 완전히 박살날 것은 뻔했다.

어느 선택지를 골라도 최악의 상황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대괴수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그렇게 촉박해지는 시간 속에서,
최대한 머리를 굴리며 상황을 타파할 혜안을 찾던 끝에,

자이투르는 무모한 도박을 하기로 선택했다.

대괴수가 가까이 다가와 저 손에 든 조명으로 자신을 비추는 순간,
즉시 선제 공격을 가해 놈의 주의를 흩뜨러트리고 바로 주변의 수풀로 전력 질주해 숨는 것이다.

기회는 한번 뿐이다.

놈이 빛을 비추는 순간, 최대한 빠르게 양손의 캐논을 갈겨야했다.

그것이 '복수의 가시'의 운명을 가르는 순간이었다.

타락한 프린켑스가 보내는 신경 신호에 따라 카오스 타이탄은 장착된 무장 시스템의 가동을 시작했다.

오른쪽 팔의 익스트리미스의 초토화가 만들어낸 죽음의 파동이 담긴 퀘이크 캐논,
왼쪽 팔의 워프의 불타오르는 지옥의 힘이 압축되어있는 워프 캐논,
그리고 양측 어깨에 장착된 메가-볼터 2정,

어깨의 거대한 다발총의 총구가 회전하기 시작했고, 양팔의 두 거대한 대포의 포구에서 빛이 모이기 시작했다.







"장난감?"


로봇 장난감, 그것 밖에는 이 순경의 손전등의 빛 안에 들어온 것을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양팔은 대포 형상에, 어깨에도 다발총같이 생긴게 달려있었고, 머리가 어깨 위가 아니라 가슴팍에 달려있는 듯한 생김새였다.

최근에 나오는 늘씬하게 생긴 로봇장난감들과 비교해도 육중하고 투박해보였다.

이 순경은 떨어진 거리에서 광장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그 장난감을 살펴보았다.

누가 흘리고 갔나? 아니, 흘리고 갔다고 하기에는 그 장난감은 자리에서 똑바로 서있었다. 누가 일부로 세워놓고 가기라도 건가?

별안간 왠 것이 중앙광장에 나타난건지 좀더 추측해볼 겨를도 없이, 직후에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이 순경에게 일어났다.






충전이 끝났다.

양손의 대포는 충분한 에너지가 모였고, 어깨의 부무장도 메가볼터탄을 토해낼 준비를 마쳤다.

평소대로의 전장이었다면 '복수의 가시'의 무장들은 감히 어둠의 신들에게 기어오르려는 땅밑을 기는 어리석은 구더기들에게 무수히 퍼부어지는 죽음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것은 그런 압도적인 유린이 아니다.
지금 자신을 막 발견한 저 거수의 주의를 흩뜨려놓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고.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기회는 단 한번이다.

한번의 공격으로 대괴수가 당황한 틈을 타, 바로 옆에 있는 수풀로 뛰어든다.

부디, 부디 이 상황을 타파할 축복을 내려주기를 어둠의 신들에게 빌며,

'복수의 가시'는 달려있는 모든 포구에서 불을 뿜어냈다.


"우왓 시발 뭐야?!?!"


양측팔의 에너지탄과 어깨의 총탄이 대괴수의 가슴팍을 맞췄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놀란듯한 대괴수는 소리를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타이탄의 공격은 모두 직격했지만, 대괴수의 가슴팍을 감싼 검정색의 카라페이스 아머(방검복)의 꿰뚫진 못하고 자국만을 남겼다.

자이투르는 실망하지 않았다. 대괴수에게 상처를 낼 수 있으리라곤 딱히 기대하진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기습 공격에 대괴수는 충분히 혼란에 빠진 듯했으니 말이다.

계획대로 놈이 주의가 분산된 지금을 틈타 바로 옆의 수풀로 뛰어들며 도주하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 되었어야 했다.

혼란에 빠진 대괴수가 즉시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꺼내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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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일종의 피스톨같이 생긴 물건이었다.

물론 대괴수의 손에 쥐어진 것인만큼 어지간한 함포에 맞먹는 크기의 것이긴 했다만은, 그렇게 쳐도 매우 특이하게 생긴 것이었다.

방아쇠는 있지만 포구가 뚫려있지 않았고, 노리쇠나 약실도 보이질 않았다.

허리춤에서 즉시 그걸 뽑아든 대괴수는 파지 자세를 잡고 바로 '복수의 가시'에게 겨누었다.

그것이 자신에게 겨누어지자, 자이투르는 일순 불길함을 느꼈다.

기이하게 생기긴 했어도 대괴수의 손에 들린 것인만큼 일종의 무기일 것이다.

대괴수가 들고 다닌다는 것은 그만큼 위력도 직격당했다간, 결코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조차 부족할 정도로 상상도 못할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임은 확실했다.

수초만에 벌어지는 모든 상황 속에서 그렇게 판단하고 불길함을 느껴 서둘러 나머지 계획을 진행하기 위해 발걸음을 떼려 했을 때,
그러니까 다른 말로 찰나의 순간이었다.

발걸음을 채 떼기도 전,
자이투르는 대괴수의 손에 들린 무기의 방아쇠가 당겨진 순간, 총구가 자리했어야 했을 부위가 마치 순식간에 대문처럼 열리며 무언가가 그 안에서 튀어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공기의 궤적 대신 금속으로 이루어진 실이 달린 그것은 전광석화와도 같은 속도로 바로 타락한 워로드 타이탄의 흉부에 직격했다.

그것이 닿은 순간 자이투르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환한 빛이었다.

그리고 그 직후 그가 마지막으로 온몸으로 느낀 것은,
아스트로노미칸의 열기 앞에 그대로 선 것과도 같은 벼락의 기운이었다.







"어우 씨, 뭐야 이거..."


이 순경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의 손에는 여전히 발사된 상태의 테이저건이 들려있었다.

가만히 있던 로봇 장난감(?)이 갑자기 움직이더니 비비탄 같은 것을 쏘길래 얼떨결에 당황해서 테이저건을 쐈다만, 방금 일어난 상황이 제대로 머릿 속에서 정리가 되질 않았다.


"이거 뭐야 대체?"


이 순경은 가까이 다가와 그것의 상태를 살폈다.

테이저건을 맞은 그것은 새까맣게 탄채 '푸슈우~' 소리를 내며 연기를 내면서 뒤로 그대로 쓰러져 있었다. 그것의 가슴팍에는 테이저건의 전극 바늘이 약간의 스파크를 튀기며 여전히 달라붙어있었다.

아무래도 테이저건의 감전에 그대로 완전히 고장이 난듯 싶었다.

장난감이 아니라 드론인가? 아니, 그렇다쳐도 갑자기 왜 움직여서 자기한테 장난감총을 쏜단 말인가. 누가 조종하는 사람이 있나?

이 순경의 머릿속은 혼란으로 휘몰아쳤다.


"에이씨, 설마 물어내야하는건 아니겠지."


만약 드론이 맞다면 상당히 비싸보이는데.

육중해보였지만 의외로 섬세해보였던 아까 그 움직임도 그렇고, 상당히 고가의 드론이 아닐까 싶었다.

괜히 잘못 덤터기써서 드론값 물어내주는 건 물론 시말서를 쓰기까지는 싫었다.

그래, 먼저 선빵을 친건 이 로봇 장난감 드론이다.
갑자기 제멋대로 움직여 먼저 선제위협을 가한 이 드론, 혹은 이 드론의 조종사 잘못이다.

야간에 무단으로 공원 광장에 갖다놓고 사람 놀래키게 만든 사람한테 과실이 있는거다.

증거도 있다. 이 방검복에 있는 자국이 증거다.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이 순경은 그리 합리화했다.

그래도 혹여나 모르니까 보고는 해야했다. 괜히 보고 안하고 묻어두었다가는 나중에 일 커지면 변명도 못할테니까.

그런데... 어떻게 보고해야하지?

'한밤 중에 왠 드론 로봇이 중앙광장에 놓여있는데 갑자기 움직이더니 저를 쏴서 당황해서 저도 테이저건으로 지졌어요',
그렇게 말하면 퍽이나 믿어주겠다. 이 순경은 골머리를 앓았다.


"에이씨, 후딱 근무 교대하고 들어가서 자려고 했는데. 하암..."


광장 한가운데에서 이 순경은 골치 아파하며 이 고장난 로봇을 어떻게 처리해야하나 고민했다.

그렇게 공원의 밤은 흘러가고 있었다.

아까 전의 소란이 언제 일어났냐는 것처럼.













============== 혹성 알파 원정군 복스 네트워크 =================
From: 서전트 요르빈. 코르부스 선즈 10중대 소속
To: 혹성 알파 원정군 총사령부
제목 : 예상 외의 파괴
내용 : 신-황제 폐하의 가호하심이 있기를. 일전에 보고된 요주 대상인 배반자 타이탄 '복수의 감시'의 감시를 위해 저 서전트 요르빈과 제 분대가 파견되었습니다. 지난날 밤 이전처럼 여김없이 야간의 격전지를 돌아다니던 놈을 저희가 추적하던 도중, 아르비테스와 유사한 치안유지대로 추정되는 대괴수 개체가 출현해 놈과 접촉했습니다. 저항하려는 의도였는지, 아니면 그저 주의를 흩뜨리고 도주하기 위함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배반자 측에서 먼저 선공을 가했고, 놈의 공격이 대괴수에게 직격했지만, 카라페이스 아머(방검복)을 착용하고 있어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고, 배반자 타이탄은 대괴수가 뽑아든 정체불명의 병기에 의해 그 자리에서 튀겨져 대파당했습니다. 파괴된 이단자 타이탄의 유해는 대괴수가 그 자리에서 회수하였고, 이동 속도가 이동 속도인지라 저희 측에서는 놈을 추적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 타이탄을 파괴한 정체불명의 병기에 대해서 자세한 것은 불명이지만, 해당 병기의 격발된 금속실선 2개가 매달린 탄환이 타이탄에 접촉한 순간 엄청난 스파크가 발생한 것을 보아 초고압 전류 무기의 일종으로 보입니다. 단 한발로 배반자 타이탄을 그 자리에서 튀겨버려 파괴한 것을 보면 그 위력은 기계교 함대에서 운용하는 고에너지 지향성 아크 무기류에 준하는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해당 무기의 외형에 대해서는 첨부한 사진을 확인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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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노인이나 마수삼 씨 소재로 쓰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