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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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ars 21장 (3) [칸 vs 모타리온 2][시리즈] Scars 21장 · Scars 21장 (1) [단 한 번도 내 것인적 없었어] · Scars 21장 (2) [칸을 위해서 형제들이여] · Scars 21장 (3) [칸 vs 모타리온 2] · Scarsgall.dcinside.com

바로 이어지는 화



모타리온의 원초적인 강인함이 되살아났다. 이를 정면으로 맞닥뜨린 칸은 페러스를 제외한 자신의 형제 중 그 누구도 당해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죽음의 군주는 자신을 향하는 공격을 모조리 흡수해 거머리처럼 그 힘을 빨아들였다. 그렇게 공격을 견뎌내며 몇 번이고 다시 일어섰다. 



데스 가드의 끈기는 전설적이었으며, 고통을 견뎌가며 계속해서 나아가는 능력 역시 그러했다. 

전투에 나선 그들을 처음으로 목격하면서, 칸은 그 말이 얼마나 사실인지 절감할 수 있었다. 



침묵을 지키는 데스슈라우드들은 그들의 주인만큼이나 완강했고, 폐허 속에서 여전히 케쉬그들과 싸우고 있었다. 양편의 전사들 중 죽은 이들의 시신은 이미 흩날리는 먼지를 뒤집어썼지만, 싸움은 계속되어 처절하면서 끈질기게 이어졌다. 



피라미드의 광활한 내벽이 싸우는 이들의 주위로 솟아오르며, 층층이 쌓인 테라스가 남아 있던 약간의 빛마저 가리니 검게 그을린 건물 아래에 어둠이 드리웠다. 두 명의 프라이마크들은 한때 응접실과 관중석으로 쓰였을 장소를 찢어발겼고, 불에 탄 서적과 오래된 악기 그리고 숯덩이로 변해버린 유물들을 걷어찼다. 이제 그들의 눈앞에 거대한 중심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흑요석으로 만든 원형 바닥은 상아로 장식된 신비한 은빛 소용돌이가 새겨져 있었다. 그 위에 오래전에 죽은 이들의 말라붙은 시체가 가득했다. 라이노 수송차량만큼이나 넓은 띠 모양의 기둥이 사방으로 우뚝 솟아 있었다. 먼지 가득한 바닥에 금으로 새겨진 마그누스의 눈은 잿더미로 가득한 바닥에서도 여전히 희미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들 바로 위, 수백 미터의 상공에 정점이 있었으니, 바로 그곳에 하늘의 분노가 제 모습을 드러냈다. 



원 안에 들어서자, 칸은 비로소 지칠 대로 지쳐버린 심신의 피로를 느꼈다. 셀 수 없이 많은 전투를 치러온 그의 생애 동안, 그는 사소한 피로감 이상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제노 종족의 강대한 투사와 싸웠고, 워하운드 타이탄만큼이나 거대한 생명체를 쓰러뜨렸으며, 바닷속 파도와 같이 거칠고 끝없이 몰려오던 그린스킨 무리를 헤쳐 나왔지만, 모타리온이 불러일으키는 뼛속 깊은 압박감은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오직 프라이마크만이 프라이마크를 파괴할 수 있다.


모타리온은 거칠게 웃기 시작했다. 

“이렇게 힘들었던 적은 없었겠지, 응?” 그는 여전히 침묵을 묵직하게 휘두르며 노기등등한 얼굴로 말했다. 모타리온 역시 힘겨운 것은 매한가지였다. 뺨과 이마에 피가 번졌고, 가쁜 숨을 들이마시자 재호흡기가 소리를 내며 떨었다.



칸은 다시 공격을 시작했고, 모타리온의 견고한 방어를 뚫을 방법을 찾기 위해 현란한 솜씨로 검을 휘둘렀다. 그는 여전히 빠르고, 능숙한 솜씨로 칼을 다뤘으나, 마치 엔트로피 그 자체와 결투를 벌이는 것만 같았다. 



“피차 마찬가지잖나.” 칸은 모타리온의 잿빛 피부의 관자놀이에 흐르는 붉은 땀이 흐르는 것을 가리키며 말했다. 


“분명 그렇군.” 

모타리온의 목소리에 후회가 묻어났다. 서서히 타오르는 분노와 오래된 울분 속에서도, 죽음의 군주는 여전히 이 상황의 아이러니를 알아차릴 만큼 이성적이었다. 프라이마크들은 군세의 일부가 되어 싸우도록 길러졌고, 형제들은 서로의 부족한 면을 보완해 주었다. 그 안의 질투와 경쟁이 있었지만, 원초적인 정복이라는 측면에서 그들은 완벽했다. 황제의 비전은 완벽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무 명의 불멸의 화신들이, 별들 사이를 가로질러, 통합을 위한 대성전을 이끌었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러스가 저지른 파괴 행위의 잔해 속에서 싸우고 있다. 몰락은 이미 그 정도가 심대했으며, 둘 모두 끝이 올 때 즈음엔 더욱 악화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아직 만회할 수 있다.” 칸은 말하며, 그의 투구를 향해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날아오는 낫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 “호루스가 네 상전이냐.” 

모타리온이 코웃음을 쳤다. “아니, 결코 그럴 일 없다.” 

“너도 아버지의 영광이 퍼지는 것을 두 눈으로 봤겠지, 우리 중 그 누구도 이에 견줄 수 없어.”



모타리온이 다시 공격에 나섰다. 주위의 기둥들이 불타오르는 디스럽터 에너지의 반사로 깜박이며 번쩍였다. “아버지는 자신의 실수에 발이 묶였다. 악몽의 소굴이 된 옥좌의 방에서 한 발짝도 떠날 수 없는 신세지. 이제 기회가 열렸어. 전부 우리 차지라고.”



칸은 낫을 쳐낸 다음 모타리온의 목 가리개를 노렸다. 결정적인 순간에 그는 칼을 내려쳐 방어를 뚫고 프라이마크의 흉갑에 긴 상처를 냈다. 이번에는 칼날이 깊숙이 들어가 이미 손상된 갑옷을 파고들어 그 안의 흉곽을 드러냈다. 



모타리온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리곤 급히 몸을 비틀어 칸의 검을 낫의 자루로 쳐낸 다음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차지한다고 뭘 말이냐.” 칸이 으르렁거리며 그를 쫓았다. “전부 불타버린 땅 밖에 없어. 주위를 둘러봐라. 너는 온 우주를 이런 꼴로 만들 거다.


모타리온은 위협적으로 달려들며 낫을 할버드처럼 휘둘러 칸의 복부를 가격했다. 칸은 휘청거리며 울퉁불퉁한 바닥 위로 비틀거렸고, 모타리온은 그 뒤를 바짝 추격했다. 공격은 계속 이어졌고, 일격 하나하나가 강력하고 묵직하며 지축을 뒤흔들만한 힘을 지녔다. 칸은 점점 더 밀려났으며, 모타리온의 폭발적인 분노를 겨우 버티고 있었다. 



둘이 다시 맞붙었을 때, 그 충돌은 뼈를 울리는 충격을 자아냈다. 서로를 맹렬히 공격하여, 각각의 공격은 원초적인 반발에 의해 더욱 큰 힘을 발휘했다. 갑옷 조각이 파편처럼 날아갔다. 모타리온의 약병이 깨지는 바람에 유리병 안의 가스가 터져 나와 둘은 거의 실명할 뻔했다. 피가 한데 뒤엉키듯 흩뿌려져 두 결투자의 갑주를 더럽혔다. 단 1센티미터의 영보도 없이 서로를 공격하고 반격하는 동안, 피가 칼날에 섞여 포도주처럼 진하고 어두운 색으로 변했다. 



칸은 계속 싸우면서 입안에서 구리 맛이 나고 화끈거리는 산성물질에 근육이 욱씬거리는 가운데, 평원의 신비가 자신에게 말을 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에겐 공간이 필요했다. 자신의 속도를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모타리온의 끈질긴 손아귀에서 벗어나 자신의 강점을 살려 싸워야 했다. 


칸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 낫을 힘껏 쳐내고 뒤로 물러났다. 그리곤 자신의 적수에게 따라오라고 손짓했다. 죽음의 군주가 침묵을 높이 치켜드니 바닥에 있는 안구 장치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의 찢어진 망토는 마치 고대 전설을 따라하는 듯 크게 휘날렸다. 이는 마치 천 개의 인류 행성에서 전해 내려오는 수확자 신화가 생명을 얻어, 소멸된 영혼의 세계에 나타난 모습을 보는 듯했다.



칸은 자리에 서서 숨을 몰아쉬며 마지막 일격을 위한 기력을 그러모았다. 삼장이 뛰고, 폐는 타들어갔다. 그는 태세를 갖춰 검을 쥐고 적이 움직이기를 기다렸다. 

와라. 내 약점이 훤히 보이겠지.



한 번의 찌르기. 정확한 각도로 노린 단 한 번의 완벽한 찌르기. 칸은 그럴 수 있는 힘을 지녔다. 흠 하나 없이 완벽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더 이상 방어책은 남아나지 못할 것이다. 그 밖에 다른 건 이 적에게는 먹히지 않는다. 얕은 수법으로 쓰러뜨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허나 모타리온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무언가는 듣는 듯이 가만히 서 있었다. 그의 낫이 경계를 풀었다. 마스크에서 희미하게 기침이 터져 나왔고, 칸은 그것이 지친 기색이 역력한 웃음소리라는 걸 깨달았다.”


“이로써 선택이 내려졌군.”

칸은 그것이 무슨 뜻이 확신하지 못한 채로 자리를 지켰다. 모타리온이 데스슈라우드를 향해 손짓하자, 그들은 칸의 위치에서 물러났다. 


“우리 함선들이 지금 전쟁 중이다, 형제.” 모타리온이 숨을 매섭게 쉬며 절뚝이는 다리를 이끌고 후퇴했다. 


“처음 약속과는 다르다만, 이번 싸움에서 함대를 잃을 수는 없어서 말야.” 마스크의 가장자리에서 각혈하는 피가 흘러나와 말을 흐렸다. “명심해라, 이로써 너와 나 사이에 영원한 선이 그어졌다. 이곳에서 우리의 운명이 묶였다. 기억해두라고, 이곳의 모든 것의 시작이니까.”



칸은 발 주변에서 먼지가 이는 것을 느꼈다. 피라미드의 뚫린 꼭대기에서 습지의 녹색 빛깔의 에너지 나선이 파문을 일으키며 내려왔다. 


“다음에 만날 때면,” 모타리온이 소리쳤다. “이미 모든 게 정해져 있을 거다.” 

그는 조롱하듯 인사를 건넸고, 갑자기 하늘에서 날카로운 빛의 창들이 내려와 구름을 뚫고 피라미드 골격의 심장부를 부수며 내려왔다. 



칸은 앞으로 튀어나간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검은 빠르게 움직였다,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격렬하리 만치 빠르게. 만약 공격이 닿았다면 방어를 뚫고 모타리온의 목을 그대로 찔러 숨을 이어주는 관을 끊어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죽음의 군주와 그의 부대원들은 순식간에 워프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들이 있었던 빈자리에는 바람이 울부짖고, 재가 휘저어지고 섬광이 갈라졌다.



칸은 그대로 관성에 이끌려 이미 적이 사라지고 없는 허공을 휘청거리며 지나갔다. 그는 균형을 잃고 돌았으나 여전히 공격 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친 사는 칼에만 피를 묻은 채로 칸을 마주했다. 사우전드 선 군단원은 다섯 명의 케쉬그와 함께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당장 데려와라 어서!” 칸은 여전히 격렬한 분노를 품으며 포효했다. 사냥은 끝나지 않았으니, 사냥감이 눈 앞에서 사라졌다. 



친 사는 무기를 내려놓고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투구에서 희미한 기계 소리가 들려오는 것에서, 그가 궤도 상의 함선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저었다. 데스 가드가 프로스페로의 에테르 장벽을 뚫기 위해 어떤 수단을 사용했든 간에 따라할 수 없었다. 


칸은 아르비다를 바라봤다. “여기 네 행성이다.” 그가 날 선 소리를 냈다. “나를 내보내 봐라.” 



소서러의 움직임은 어딘가 불안해 보였다. 

“아직 그쪽 배들이 궤도 상에 있나?” 아르비다는 친 사를 흘끗 쳐다봤다. “장벽이 문제겠지?”

“그런 걸로 안다.”

“쉽지는 않겠어.” 아르비다가 칸을 돌아보며 혼잣말했다. “잠시 동안이지만 해보겠습니다. 누군가가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야 하옵니다.”

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해보거라.”



아르비다는 뒤로 물러났고, 다른 이들은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길을 터주었다. 그는 두 손을 깍지를 끼고 심신을 가다듬었다. 요사한 빛이 그의 주위로 모여들어 회전하는 별처럼 갑주에 달라붙었다. 은빛의 반짝이는 빛이 건틀릿을 밝히자, 잠시 후 그의 양손은 보기 버거울 정도로 강렬한 빛으로 타올랐다.


그리고 양손을 하늘 높이 뻗자 새하얀 번개와 이글거리는 열기가 뿜어져 번뜩이는 기둥이 되었다. 수직으로 솟구친 기둥은 피라미드의 중앙 축을 뛰어넘어 하늘 저편으로 치솟았다. 



아르비타는 비틀거리면서 힘겹게 두 다리를 땅에 붙였다. 그의 몸밖으로 에테르의 힘이 천둥이 되어 내리쳤다. 하늘이 연달아 은빛으로 불타올랐다. 하늘이 쪼개지기를 우뢰 소리만큼 강렬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빛깔의 격자무늬가 구름 아래를 가로질러 거미줄처럼 넓게 퍼졌다. 처음으로 폐쇄된 벽이 무너지자, 그 너머로 무지개의 스펙트럼이 모습을 드러냈고 타오르고 춤을 추는 그 자태는 마치 오로라를 보는 듯했다.



아르비다의 진홍색 갑주가 타오르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 섬광이 너무나 강렬해 눈이 부실 정도로 더욱 강해졌다. 잠시 칸은 자신이 아스토로노미칸을 육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칸이 위를 바라보자, 아르비다가 방출한 에너지가 여전히 격렬한 기세로 불타는 광경이 있었다. 

“이제 기다릴 수밖에.” 그가 어둡게 읊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