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노여움과 한]
[강행 돌파]
[진홍왕]
청명한 자태를 자아내는 쿤닥스 행성 위에서, 어둠만이 가득한 우주가 쪼개지기 시작했다. 전함 바로 뒤에 또 다른 전함이 이어서 점프 포인트에 집결했다. 그리곤 잿빛세계의 고궤도 상에 능숙하게 미끄러지듯 진입했다.
함선들이 스워드스톰을 중심으로 집결했다. 어찌나 장관인지 그 옛날 키탄 황제들의 살았던 궁전을 보는 듯 했다.
스워드스톰의 선체에는 보통 규격 보다 더 향상된 엔진 코일들이 달려있었다. 이로 인해 스워드스톰은 속도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다른 화이트 스카 함선과 마찬가지로 잔 상처 없이 말끔한 상태를 유지했는데 케루빔의 군세가 함체 곳곳을 기어 다니면서 청결을 유지했다. 이들 덕분에 함선이 부드러운 공허 한가운데서 보석처럼 빛날 수 있었다.
그 밖에 다른 순양함에서도 이들은 분주히 의무를 다하였다. 친-자르, 천상의 창, 코-피안, 세 척 모두 휘하에 여러 배 무리들을 거느렸다. 화이트 스카의 기동 부대들이 은하 저편까지 퍼져 있었지만 쿤닥스에 모인 이들이야말로 군단의 진정한 힘의 점정이었다. 그야말로 가공할 만한 위력이었다.
속속들이 모여드는 무리들에 정신을 집중`하면서 일리아는 스워드스톰의 척추에 해당하는 복도를 잰걸음으로 주 활동 구획에서 스트라테지움과 지휘 함교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할자이가 그녀의 옆에서 느긋이 걸었는데 다급한 그녀와 상반된 분위기였다.
“우잔으로부터 소식은?” 그녀가 손목의 복스-염주에 대고 큰소리로 말했다. “칼지안에선 아직 아무 말도 없었나?”
보고는 잠시 시간을 두고 타전되었다. 일리아의 교신 담당 장교들은 점차 나이지고 있다지만, 군단 특유의 독립적인 체계의 적응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칼지안 출발 확인되었습니다,” 마침내 대답이 돌아왔다. “우잔과 호크스타 쪽에서 아직 연락을 받지 않았습니다. 계속 시도해 보겠습니다.”
일리아가 테라의 옛 욕을 뇌까렸다. 할자이가 이를 보더니 빙긋 웃었다.
“충분히 잘 해주고 있구려,” 어딘가 흡족한 기색이었다. “카간께서 보시면 매우 기뻐하실 거요.”
“그분께서 기뻐하실 리 없죠,” 일리아가 투덜거렸다. “모든 걸 빠르게, 빠르게, 더 빠르게. 전하께선 속도만이 중요하다 여기시지만 군대 배치에 속도만 따질 수 있는 게 아니라구요.”
“그렇게 생각하오?” 할자이는 흥미롭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봤다.
“더 들어온 정보는 없나요?” 일리아가 물었다. “일련의 사태에 대한 정보가 더 필요해요,”
할자이의 거무죽죽한 얼굴에 유감스럽단 표정이 비쳤다. “수, 내가 알고 있는 것만큼 당신도 알고 있다오. 분명 반역행위가 일어났소. 울브즈 오브 펜리스 얘기를 들었을 때는, 솔직히 말하자면 그리 놀라진 않았다오.”
일리아가 잠시 동안 걸음을 멈췄다. 살짝 어지럼증이 도졌다. 지난 몇 시간 동안 명령과 또 그 명령에 반대되는 지시가 돌풍 같이 쉬지 않고 몰아쳤다. 그녀 앞에는 수많은 승무원들이 온갖 발소리를 내며 그들의 위치를 향해 움직였다.
“대체 늑대하고 둘 사이에 뭔 일이 있던 건가요?” 그녀가 물었다. “그쪽 얘기만 나왔다하면 항상 말수가 주셨잖아요.”
할자이가 굳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정말로요.” 일리아가 말했다.
“나 말이오? 나는 그들과 아무 사이도 아니오,” 할자이가 태연하게 말했다. “예전부터 자주 구설수에 올랐던 군단이었잖소.”
“그게 다가 아닌 거 같은데요.”
할자이는 잠시 말하길 주저했다. “당신에게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소.”
“한번 해보세요,” 할자이의 뜸 들이는 태도에 조금 넌더리가 난 말투였다. “우리 충분히 같이 오래 지났잖아요,”
“모든 군단에 다 자신들만의 평판이 있는 법이라오,” 할자이는 말하면서도 어딘가 거북해보였다. “어떤 특징은 서로 간에 겹치기도 하지. 우리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전부터 어려움을 겪었지만, 늑대들은 남보란 듯이 뽐내고 다녔소. 그래서 주변인들은 그들과 우리가 같은 족속이라고 생각한다오. 우리나 그 쪽이나 모두 주술적인 문양을 몸에 두르지, 온몸은 흉터투성이고, 그래서 우리와 그들이 같은 족속이겠거니 하고 말거요.” 할자이가 멈칫하고 말을 멈췄다. 마치 입에 담기 부끄러운 말을 스스로 말한 것에 적잖이 놀란 듯 보였다. “우리는 야만인이 아니오. 그렇게 보이고 싶은 생각도 없소.”
일리아가 웃었다. “지금... 질투하시는 건가요?”
할자이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의도로 말한 게 아니오.”
“당신께서 말씀하신 게 바로 그건데요 뭐,” 일리아가 재밌다 는 듯이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화이트 스카는 아직까지도 그녀를 놀라게 했다. “전 전혀 생각 못했어요. 봐요, 황제 폐하의 완벽한 살육 기계들이 질투심을 느낄 수 있다니요,”
할자이가 고개를 돌리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순간 기분이 상한 모양이었다. “내가 말했잖소, 설명하기 힘들다고.”
“아뇨 충분히 완벽한 설명이었습니다.” 할자이를 따라잡기 위해 또다시 잰걸음을 걸어야 했다. “사실 그런 것 보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가 더 걱정이에요, 정말로 그들이 반역 행위를 저질렀다는 게 확인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들을 잡으러 가야 하나요? 당신께서 하신 말씀 중에 하나 맞는 말씀이 있네요. 확실히 지금까지 쌓아온 이미지라는 게 참 무시하기 힘들죠,”
할자이가 걸음을 멈추고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다. 마치 언제나 따스하게 비추던 햇볕에 먹구름이 낀 것처럼 평소답지 않은 어두운 표정이었다. “내 말 잘 들으시오,” 매우 딱딱한 말투였다. “우리의 모습이 ‘처형자’나 ‘월드 이터’나 ‘완벽한 이들’과 다를지도 모르오. 하지만 우리는 오롯이 우리요. 우리는 이제껏 그 누구한테도 우리에게 존경을 표하라 요구한 적이 없소. 하지만 상대방이 우리에 대해 무지하다면 그 자체로 손해가 될 거요, 우리는 그들에 대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오. 우리는 빠르오. 재빨리 움직이고, 재빨리 죽이지. 그들이 우리의 형제라 하지만 러스가 정말로 반역을 저질렀다는 게 확인되면, 카칸께서 몸소 나서 그를 누더기 개가 될 때까지 때려눕힐 거요. 프라이마크께서 전장에 나서는 걸 본 적이 있소? 그걸 두고 완벽함이라 하는 거요.”
일리아는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할자이는 거의 언성을 높이는 법이 없었지만, 지금 그의 목소리엔 열의가 가득했다.
숱하게 받은 무시와 홀대 때문에 속에 말 못할 한이 참 많은 사람들이야. 그녀는 생각했다. 그럼에도 바뀌려고 하지 않아.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들이 꼭 그래야할 필요도 없지 않은가?
일라아는 사과의 의미로 고개를 숙였다. “진담으로 한 얘기는 아니었습니다, 할자이.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린 거 같네요. 사과드리겠습니다.”
할자이는 자신의 어두운 낯빛의 얼굴을 가로저었다. 심기를 건드린 것에 불쾌한 듯 자못 백안시하는 눈빛을 보냈다. “잘못이라면 내게 있소. 애초에 이런 주제를 꺼냈으면 안 되는 거였소.”
일리아는 생각에 잠긴 채 할자이를 올려다봤다. 그의 갑옷에 새겨진 인장과 부착된 장비들은 그녀에겐 낯선 종류의 것이었다. 그러나 이 부족의 표식과 지그재그로 새겨진 킬 마크들이 이제 삶의 한 부분으로 느껴졌다. 지금 보다 더 오랫동안 그들과 어울린다면 그들 특유의 사고방식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겠다고 일리아는 생각했다. 그들이 마음속에 품은 한이 조금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그럼 이제 정말로 치러 가는 건가요?” 일리아가 물었다. 이번엔 사뭇 진지한 주제였다. “정말로 칸께서 늑대를 공격할까요?”
할자이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충성은 매우 민감한 사안이요,” 그는 단언했다. “거기다 워마스터가 명을 내렸다면, 칸께서 마다할 이유가 어디 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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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스 보면 참 모순된 부분이 없잖아 있음
야만적으로 보이고 싶지 않다 근데 그러려면 모성의 문화를 버려야 하는데 그것도 싫다
주위로부터 인정은 받고 싶지만 모성에 대한 자부심도 버리기 힘든 그런 복합적인 입장이었던 듯
것보다 할자이 사람이 귀엽지 않음? 삐져가지고 화 아직 안 풀렸는데 그래도 자기가 미안하다고 하는거 보소 ㅋㅋ
저런 모습에서 인간미가 느껴지는것 같음ㅋㅋ
엌 좋네요 ㅎㅎ
근본적으로는 가득한 자부심
삐진 초인 ㅋ
아니 모가지 걸어놓는걸 취미로 하는작자들이 지들은 야만인 아니래 ㅋㅋㅋ - dc App
스울이랑 비교하니 바로 기분 상하는 거 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