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칼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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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어둠 속에서 그것은 시작되었다. 로드 사이퍼-Lord Cypher의 부하들이 그에게로 온 순간 자하리엘의 두 눈은 번쩍 뜨였다. 깨어난 자하리엘의 눈에 그를 향해 뻗어 온 손이 그의 입에 죔쇠를 재갈처럼 물리는 모습을 보였다. 사이퍼의 부하들은 그를 침상으로부터 끌어내고, 그의 머리 위에 덮개를 씌운 뒤 그의 양손은 등뒤로 묶어 두었다. 그 모든 조치가 끝나고 난 뒤, 그들은 눈이 가려진 자하리엘을 줄줄이 이어진 복도들로 끌고 나왔다. 마침내 그를 끌어낸 자들의 걸음이 멈추었을 때, 자하리엘은 그를 억류하고 있는 이들 중 한 명이 문을 세 번 두드리는 것을 들었다.
문이 열리고, 자하리엘은 문 안쪽으로 떠밀렸다.
“우리 앞에 데려온 이 자는 누구인가?” 시야를 가린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물었다.
“외부인이지.” 로드 사이퍼가 자하리엘의 곁에서 말했다. “결박되고 눈이 가려진 채 이리로 끌려왔네. 입단하고 싶어 하더군.”
“가까이 데려와 보게.” 처음에 들려왔던 목소리의 주인이 말했다.
자하리엘은 누군가의 손이 그의 양팔과 어깨를 붙드는 것을 느꼈다. 그는 거칠게 앞으로 떠밀렸고, 곧 억지로 무릎 꿇려졌다. 맨살이 드러난 무릎이 차가운 돌 바닥과 부딪히자, 그 충격이 전신을 따라 내달렸다. 그를 붙잡은 이들로 하여금 자신이 겁을 먹었다고 생각하게 하고 싶지 않았던 자하리엘은 떨리는 몸을 억누르려 애를 썼다.
“너의 이름이 무엇이냐?” 목소리가 다시 말했다. 이번에는 좀 더 큰 목소리로. 그 목소리의 어조는 낭랑하고도 깊었다. 누군가에게 명령을 내리는 데에 익숙한, 그런 사람의 목소리였다. “너는 어느 집안에 속해 있느냐?”
“제 이름은 자하리엘 엘’주리아스-Zahariel El’Zurias입니다.” 자하리엘이 대답하였다. 고대의 관습에 따라 자하리엘은 자신의 혈통을 줄줄이 읊었다. 이것이 자신이 그것을 마지막으로 읊는 순간은 아닐지 고민하며. “저는 칼레알 엘’기브라엘-Kaleal El’Gibrael의 아들, 주리아스 엘’칼레알-Zurias El’Kaleal의 유일하게 살아있는 아들입니다. 저의 집안은 사히엘-Sahiel의 혈통을 따라 이어졌습니다.”
“귀족 출신이로군.” 앞선 목소리들과는 또 다른 세 번째 목소리가 말했다. 세 번째로 들려온 목소리는 앞선 두 목소리에 비해 어떤 면에서 보다 듣는 이를 사로잡는, 그런 매력적인 음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 목소리에는, 심지어 첫 번째로 들려온 목소리보다도 더 강렬하고, 사람을 끌어들이는 그런 매력이 있었다. “아마 자신의 아버지가 훌륭한 사람이니 자신도 우리들 사이에서 받아들여질 것이라 생각했나 보군. 내 생각에 저 녀석은 그 정도로 훌륭하지는 않은 것 같네. 녀석은 자격이 없어. 탑에서 떨어트려버리고 이 일에 마무리를 지으세나.”
“글쎄. 그건 어떨지.” 첫 번째 음성의 주인이 말했다. 자하리엘은 칼이 칼집에서 뽑혀 나오며 숨길 수 없이 소리를 내는 것을 들었다. 칼날이 자신의 목을 쿡 찌르자, 자하리엘은 차가운 금속이 피부에 닿는 불편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전에 먼저, 한 번 시험을 해보도록 하지.” 암흑 속에서 목소리는 말했다. “네 목에 칼이 닿아 있는 것이 느껴지나?”
“느껴집니다.” 자하리엘이 대답하였다.
“허면 잘 알아두거라. 우리가 맹세한 계율들에 있어, 거짓말을 하는 것은 곧 그 계율들을 배반하는 것이 된다. 이곳에서 우리는 오직 진실만을 말하지. 만일 네가 거짓말을 한다면, 내가 그것을 알 것이다. 만일 내가 네 입에서 거짓말을 듣게 된다면, 나는 네 목을 베어버리겠다. 이 조건을 받아들이겠나?”
“예. 받아들입니다.”
“그런가? 이해를 못했나 본데, 나는 네게 서약을 하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이 칼을 네 목에서 치우더라도, 내가 죽더라도, 이 칼이 녹슬고 날이 둔해져 무용지물이 되더라도, 네가 그 칼날에 대고 한 서약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너는 이 서약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저는 준비되었습니다.” 자하리엘이 말했다. “서약을 하겠습니다.”
“그러면 첫 번째로, 네가 무슨 권리로 이곳까지 왔는지 말해보거라. 네가 누구기에 우리의 회중에 입단을 요청하였지? 너는 무슨 권리로 네게 우리의 대열에 서기에 합당한 자격이 있다 주장하느냐?”
“저는 제 수련의 첫 과정을 완수하였습니다. 그리고 제 스승들께서는 제게 자격이 있다 판단을 하셨습니다.” 자하리엘이 말했다.
“그것은 그저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들의 사이에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그보다는 더 많은 자격들이 필요하지. 그것이 바로 네가 시험을 받아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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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하리엘은 로드 사이퍼의 부하들이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마스터 라미엘-Master Ramiel은 전날에 이미 그에게 그 사실들을 이야기해주었었다. 하지만 늘 그랬었 듯이, 그 노인의 말은 그림자 속에 숨겨져 있었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큼이나 많은 것들을 감춘 채.
“내가 많은 것을 이야기해줄 수 없다는 사실은 너도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 믿는다.” 마스터 라미엘은 말했다.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해주는 것은 우리의 방식이 아니지. 입단 의식은 고대로부터 전해져 왔다. 기사단이 세워지기 수천 년 전부터 그 의식은 이미 존재해왔다. 어떤 이들은 그 의식이 우리의 조상들이 테라로부터 가져온 것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하지.”
“이해했습니다.” 자하리엘은 말했다.
“정말로 이해했느냐?” 그의 스승은 말했다.
라미엘은 후드에 가리워진 날카로운 시선을 돌려 자하리엘을 바라보았다. 과거였다면 자하리엘은 스승의 강렬한 시선에 눈을 돌려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지금의 그는 그 노인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 이해한 것 같구나.” 짧은 침묵 뒤에 마스터 라미엘은 말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그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며 주름을 만들어내었다. “너는 다른 이들과는 다르다, 자하리엘. 네가 우리 기사단에 처음 가입하였을 때, 네 얼굴을 보고 그것을 깨달았지.”
자하리엘과 라미엘은 알두루크 내부에 존재하는 수많은 수련장 홀들 중 한 곳에 앉아 있었다. 기사들과 수습생들이 칼리반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기술들을 연마하기 위해 매일 시간을 보내는 곳이었다. 수련장은 비어 있었다. 아직 수습 기사들도 깨어나지 않았을 만큼 이른 시각이었다. 평소라면 자하리엘 역시 이 시간에는 침상에 누워 있었겠지만, 마스터 라미엘이 보낸 전갈을 받은 자하리엘은 동이 트기 한 시간 전에 이곳, 수련장으로 오게 되었다.
“내일 밤 사이에 너는 기사단에 입단하기 위한 의식을 거치게 될 것이다.” 마스터 라미엘이 말했다. “의식 중에 너는 충성의 서약을 맹세하게 될 것이다. 그러고 나면 기사단의 기사가 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게 되겠지.”
“스승님께서는 제게 그 의식의 절차들을 가르쳐주기를 원하시는 겁니까?” 자하리엘이 물었다. “제가 무슨 일을 겪게 될지 미리 알 수 있도록 말입니다.”
라미엘은 고개를 저었다. 자하리엘은 그 노인이 머릿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의 경쟁자들 중 어떤 이들이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기사단의 기사들이라 한들 전통의 유혹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우리 모두는 전통이 우리의 삶에서 무척이나 중요한 역할들을 할 수 있음을 알고 있지. 인간은 늘 의식이라는 것을 갈구하는 법이다. 그것이 우리의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우리의 행위들에 중요성을 더해주기 때문이지. 그리고 그 이상으로, 의식은 우리로 하여금 이 세계 속에서 우리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깨닫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그래. 우리 기사단은 그러한 의식들에 종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과는 의견을 달리하지. 우리는 전통에 초자연적인 의의를 두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의 전통이던, 다른 이들의 전통이던 말이다. 우리의 관점에서 의식과 전통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외부의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 우리 마음 속 내면의 세상에 균형과 안정을 창조하는 것이다. 만일 전통이 외부 세상에 관여하는 기능이 있다면, 그것은 사회적 화합을 이루는 것 정도겠지. 그런 의미에서 전통은 우리의 사회를 하나로 붙들어주는 아교와도 같다 말할 수 있다.”
노인은 거기에서 다시 한 번, 잠시 말을 멈추었다. “나를 이상한 눈으로 보고 있구나, 자하리엘. 내 말이 네 신경을 건드리더냐?”
“아닙니다.” 자하리엘이 말했다. “그저 좀 피곤할 뿐입니다, 스승님. 이처럼 이른 아침에 전통에 대한 강의를 듣게 되리라고는 예상치 못하였는지라.”
“뭐, 좋다. 네 말이 옳다. 내가 전통의 사회적 측면에 대한 논의를 하자고 널 여기로 불러낸 것은 아니지. 내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기사단의 의식들 중 어떤 것들에 존재하는 상징성이다. 시험관들이 오기 전에 네가 그것의 중요성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란다.”
마스터 라미엘은 자리에서 일어나, 수련장 한가운데로 걸어갔다. 기사단의 전통에 따라, 수련장의 바닥에는 바닥을 가득 채운 나선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너는 어째서 이 문장이 여기에 새겨져 있는지 알고 있느냐, 자하리엘? 이 나선 문장 말이다.”
“알고 있습니다, 스승님.” 자하리엘이 자리에서 일어서 라미엘에게로 걸어가며 말했다. “모든 기사단 검술의 기초에는 이 나선이 있습니다. 베르바팀-Verbatim*이 기사단의 정신 수련의 초석인 것처럼, 나선은 기사단 육체 단련 원칙의 일부이지요.”
(*역주: verbatim이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혹은 축어(逐語)라는 뜻이 있는데, 원문에서 이탤릭체로 표기해 놨길래 어떤 교본 이름 같은 고유명사로 쓰이고 있는 건가, 싶어서 그냥 음역함.)
“바로 그러하다, 자하리엘이여.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네가 입단한 첫 날부터 너는 수련장 바닥에 새겨진 이 나선을 따라 걷도록 지시를 받았지. 너의 여정의 각기 다른 단계들에서, 미리 정해진 공방로(攻防路)들에 착수하면서 말이다. 그 이유를 알고 있느냐?”
자하리엘은 잠시 머뭇거린 후에야 대답하였다. “저는 그것이 테라에서 전해져 내려온 고대의 검술의 의식일 것이라고 추측하였습니다. 아닙니까?”
“그럴지도 모르지.” 라미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진실은 이렇다. 이 나선을 혹독히 수련하고, 그 움직임이 너의 두 번째 본능이 될 때까지 나선의 패턴을 몇 년에 걸쳐 매일같이 끝없이 반복하는 것으로, 너는 패배를 모르는 무적의 자기 방어 체계에 통달하게 되는 것이다.”
마스터 라미엘은 나선을 따라 걷기 시작하였다. 라미엘의 손에 들린 지팡이가 마치 의식적인 전투를 치르는 것처럼 정교하게 춤을 추었다. “토너먼트나 모의 결투에서 우리 기사단의 기사들은 자주 다른 기사단의 대표들을 패배시키곤 한다. 그리고 그 비결은 바로 나선에 있다.”
마침내, 라미엘은 나선의 중심에까지 다다랐다. 라미엘은 지팡이를 크게 휘두르며, 자신의 주위를 휘감고 있는 선들을 가리켰다. “우리 앞에 그려진 문양을 보거라. 이 방은 기사단의 수도원이 알두루크에 세워진 이래로 항상 존재해왔다. 바닥 위의 나선 가장자리가 얼마나 매끄러운 지 보이느냐? 이 문양이 새겨진 이래로 수천 명의 전사들이 이 나선의 길을 밟으며 문양의 선은 닳아왔다. 허나 나선이란 과연 무엇이더냐, 자하리엘이여? 이것에서 너는 무엇을 보느냐?”
“공격과 방어가 보입니다.” 자하리엘이 대답하였다. “탁월함의 길, 그리고 저의 적들을 쓰러트리는 길이 보입니다.”
“공격과 방어라?” 마스터 라미엘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마치 자하리엘이 한 말을 평가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좋은 대답이로구나, 어느 정도는. 진정한 전사가 할 법한 말이야. 하지만 기사는 그저 일개 전사 이상의 존재가 되어야만 한다. 기사는 백성들의 수호자인 동시에 인도자가 되어야만 한다. 인간과 짐승뿐만이 아니라 모든 적들로부터 백성을 지켜야 한다. 백성을 짐승들로부터, 수탈하는 군벌들과 도적들로부터 지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탁월함의 길이란 그런 것 따위보다 훨씬 더 힘겹고 험난한 길이다. 그렇다. 우리는 칼리반의 사람들을 그들을 위협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지키고자 해야 한다. 우리의 최선을 다해 그들을 굶주림과 결핍으로부터, 역병과 영양실조로부터, 그리고 고통과 고난으로부터 지켜야 한다. 그래, 인정하마. 궁극적으로는 불가능한 임무이다. 세상에는 언제나 고통이 존재하는 법이다. 언제나 고난은 존재하지. 하지만 기사단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그 모든 악을 물리치기 위해 싸워야만 한다. 이러한 일들에 성공하는 데에 우리가 전투에서 승리하였을 때만큼의 성취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그에 맞서 싸우고자 해야 한다. 이해하였느냐?”
“그런 것 같습니다, 스승님.” 자하리엘이 대답하였다. “허나 그것이 나선과 무슨 상관인지는 아직 알지 못하겠습니다.”
“나선은 고대의 상징이다.” 마스터 라미엘이 말했다. “전해지기를, 나선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무덤들에 새겨져 있던 상징이었다 하지. 그 문장은 우리가 삶에서 걷는 여정을 상징한다. 너는 아직 젊다, 자하리엘. 그리고 너의 삶의 경험에는 한계가 있지. 허나, 나는 네게 나이가 들수록 드러나는 삶의 신비에 대해 알려줄 것이다. 우리는 삶 속에서 몇 번이고 같은 갈등을 겪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그 갈등들마다 똑같은 대응을 보이지. 그리고 똑같은 실수들을 저지른다. 마치 우리의 삶이 똑같은 하나의 고정된 점의 주위를 빙글빙글 맴돌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태어나서 죽기까지 비슷한 패턴들을 끊임없이 반복하지. 어떤 이들은 이를 “영원 회귀”라고 부른다. 우리 인간 개개인들에게 그것이 진실이듯이, 인류가 이루는 집단 전체에게도 이는 진실로서 작용한다. 같은 실수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이 그저 한 개인의 어리석음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은 역사만 돌아보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지. 문화와 민족, 그 전체가 그와 같은 일들을 똑같이 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똑같은 실수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보다는 지혜로워야 정상이건만, 어째서인지 우리는 결코 그로부터 배우는 일이 없지.”
“만일 그것이 진실이라면. 만일 나선이 우리네 삶을 상징하는 것이라면, 그 끝은 어디로 우리를 인도하는 것입니까?” 자하리엘은 두 사람의 발 밑의 바닥에 새겨진 문양을 바라보며 물었다. “나선은 결코 끝나는 일이 없습니다. 그 선들이 끝나야 할 때가 되면, 그 선은 도로 되돌아가며 똑같은 패턴을 만들어내지요.”
“너는 그것을 보고 무엇을 떠올리느냐?” 라미엘이 물었다.
자하리엘은 고개를 이쪽으로 기울였다, 저쪽으로 까딱였다 하였다. “마치, 자신의 꼬리를 집어 삼키는 뱀처럼 보입니다.”
“그 또한 고대의 상징이지.” 라미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오래된 상징들 중 하나.”
“그 상징은 무엇을 뜻합니까?”
“꼬리를 문 뱀은 부활과 재탄생을 상징한다.” 라미엘이 말했다. “새로운 시작. 그리고 불멸의 상징이지.”
자하리엘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라미엘이 하고 있는 말의 의미를 그는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다. “만일 저희의 삶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이라면, 그것은 종교적 보수주의자들의 가르침과 같지 않습니까? 그들은 저희의 영혼이 사후에 새로운 육신 속에서 다시 태어난다고 가르칩니다. 그 또한 그들 나름의 나선이지요. 그들은 그러한 나선이 명부에 존재하며, 명부의 나선을 걸음으로써 우리는 스스로의 부활의 길을 선택한다 말합니다. 허면 그들의 가르침이 사실입니까?”
“그것은 나도 알지 못하느니라.” 마스터 라미엘이 말했다.
자하리엘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보며 라미엘은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충격 받은 표정은 짓지 말거라, 자하리엘. 수습생들이 종종 자신의 스승을 모든 지혜와 지식의 근원처럼 여기곤 한다는 것은 나 또한 알고 있는 사실이다. 허나 내 통찰력에도 한계는 존재한단다. 내가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오직 내가 나의 삶 속에서 걸어온 길들뿐이지. 죽음의 뒤에 무엇이 오는 지 알려줄 수 있는 자가 누가 있겠느냐? 본디 죽음이란 우리가 풀 수 없는 신비이다.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그 누구도 죽음의 땅으로부터 돌아오지는 못했다. 허니 그 누가 죽음의 본질에 대해 정의할 수 있겠느냐? 우리는 그저 탄생으로 시작하여 죽음으로 끝나는 육체적 과정들의 집합일 뿐인가? 아니면 그 이상의 무언가가 우리에게 존재하는가? 만일 자신이 그 문제의 해답을 가지고 있다 주장하는 자가 있다면, 부디 내게도 한 번 데려와 보여주거라. 그리하면 내가 그 자가 거짓말쟁이라는 것을 네게 보여줄 터이니.”
자하리엘이 입을 뗄 새도 없이, 마스터 라미엘은 다시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조금 주제에서 벗어났구나. 내가 너를 이리로 부른 것은, 우리의 전통 이면에 숨어 있는 상징들에 대해 네게 강조해주기 위함이었느니라. 곧 있을 네 입단 의식에 대해 내가 너무 많은 것을 알려줄 수는 없다고 조금 전에 내가 말을 했었지. 그렇게 하는 것은 그리 적절한 일이 아닐 터이니 말이다. 네가 사전지식 없이 의식을 경험해보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고, 그렇게 나는 생각하였다. 내가 원하는 것은 그저, 네가 그 의식과 그를 위한 비품들 같은 외부적 환경들에, 그저 물리적인 측면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눈치를 채는 것 정도이다. 이 모든 것들에는 상징이 담겨 있다. 잘 기억해두거라. 이것은 그저 입단 의식이 아니다. 재탄생의 의식이지. 상징적으로, 너는 이 의식을 통해 지금과는 다른 단계의 너로 재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소년이 한 명의 남자로 성장하듯, 너는 수습생에서 기사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내일이면, 과거의 자하리엘은 죽게 될 것이다.” 마스터 라미엘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새로운 자하리엘을 위해 행운을 빌어주마. 새로운 자하리엘이 길고도 훌륭한 삶을 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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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마음을 이중나선에 싣고, 내일로 향하는 길을 뚫는다! 나의 드릴은 하늘을 만들 드릴이다!
자꾸 나선이니 뭐니 나오니 그렌X간이 진하게 떠오르던 부분이었다.
벌써부터 전통이니 철학이니 하고 있으니 걱정이 진하게 밀려오긴 하는데, 그래도 개인적으로 아직까진 읽을 만했다.
p.s. 모레가 이사하는 날이라 내일은 시간이 없을 거 같아서 부득이하게 하루 일찍 올림. ㅈㅅ요.
퍼스트리전추
비밀주의 문화는 저때부터 있어왔던 듯
하루 이른 즐거움이네 ㅎ
일단 추천 먹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