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조상한테 인사 지내는 거 되어버려서 사자 숭배가 정당성을 얻을 듯
제삿날만 되면 해골들이 슬금슬금 기어나와서 두루마기에 망건에 차려입고 제삿상 앞에 앉아가지고 인사 받는 거임
아버님 안녕하십니까
오냐 그런데 어찌 제삿상에 소고기가 없는고 내 살아있을 적에는 봉양함에 있어 소고기를 빠뜨린 적이 없거늘
요사이 가세가 기울어 그러하나이다
가세가 기울어? 가산 관리를 어이 하였으면 가세가 기우느뇨 필시 안사람이 서투른 탓이다
할아버지가 이러면 증조할아버지가 딱 골통 치면서
예끼 이놈아 니놈이 노름판에서 날려먹은 전답이 몇 마지기인데 애꿎은 며느리 탓은 왜 하느뇨? 내 아직도 자다가 무덤에서 벌떡벌떡 일어나느리라 
아 아버님 소자는 다만 풍류를 배우고자 했음이지 결코 노름에 빠진 것이 아니옵고
시끄럽다 이놈아 
고조 할아버지가 이러는 거 보고 틀니 딱딱거리면서 웃는 거임
허허 이 호로자식들은 백골이 진토되도록 어찌 변하는 것이 없소 그렇지 않소 임자
그렇수다 영감 저놈을 보자기에 싸서 좋다고 업고 다녔던 것이 어찌 후회스럽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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