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이 자신의 명상실에 섰다. 테라스 식으로 구성된 방은 스워트스톰의 윗부분에 있었다. 방 앞에는 투명한 크리스탈플렉스로 만든 돔이 있었는데, 다면체로 깎아 만든 돔에서 우주 저편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함선들이 어둠 속에서 부유하는 광경을 바라봤다. 모두 당장이라도 출격할 수 있는 상태였고, 명령 한마디면 어디든 향할 터이다.

  수천 명의 무수한 영혼들, 스페이스 마린과 필멸자들이 자신들의 위치에서 함선에 종사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능히 세상을 뒤흔들 잠재성을 지니고 있으니, 함께 힘을 합친다면 그 힘은 인식의 범위를 넘어선 힘일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런 힘이 단 몇몇 이의 손에 좌지우지되고 있어, 애초에 신경 쓰시기나 할까? 온 은하가 쌍둥이 형제의 손에 맡겨진 꼴이라니, 아니 정확히는 열여덟 명이군. 그 위험성은 분명 존재해.

  칸의 위풍당당한 매부리코의 얼굴이 가슴팍에 달린 화려한 장식을 내려다봤다. 

  아버지께선 여기에 담긴 위험 요소를 알고 계셨을 거야. 분명 그래야해. 그런데 어째서 지금껏 아무 말도 없는 거지?

 

  칸은 관측 돔을 보길 그만두고 등을 돌렸다. 주위의 벽에 여러 유물들이 줄을 지어 걸려있었다. 구식 화승총, 샤브르, 전투 망치, 할버드. 발을 내딛자 모피로 만든 양탄자에 부츠가 묻혔다. 만년의 세월을 겪어온 책들, 천개의 행성에서 수집해온 책들이 단단한 목재로 만들어진 서가에 줄지어 꽂혀있었다. 작은 호롱불이 서가를 밝게 비쳤다. 

  칸의 움직임은 마치 호렁이(tyger)가 우리 안에서 왔다갔다 어슬렁거리는 것처럼 조용하면서도 기개가 넘쳤다. 발목까지 오는 그의 망토는 발이 향하는 곳에 잔물결 쳤고 상아색과 황금빛의 갑주를 쓸었으며 허리춤에 걸린 도검의 칼집을 가렸다. 

  마그누스, 칸은 일렁이는 불빛을 보며 곱씹었다. 내 좋은 친구.


  칸은 마그누스와 울라노르의 승전을 기념하는 평원 위에서 둘이 만났던 적을 기억했다. 베어 넘긴 그린스킨의 피 냄새가 아직 공기 중에 진동했다. 

  “만나서 반갑네, 형제여,” 마그누스가 말했다. 유별난 루비색 얼굴에 활짝 웃는 표정이 걸렸다. 자신의 수송차량에서 내려 걸어오는 그의 뒤엔 카르투슈로 장식된 붉은 색 갑주를 입은 이들이 함께했다. “듣자하니 자네가 이곳에서 싸웠다고 하던데.”

  칸이 인사차 고개를 숙였다. “그저 옆에서 거든 것뿐이네. 호루스에게 모든 공을 돌려야지.”

 

  마그누스가 자신의 큰 손을 들어 칸의 어깨 위에 얹었다. “호루스야 뭐 언제나 그렇지 않나. 그러는 자네는 요즘 어떤가? 전에 볼 때 보다 좀 마른 거 같은데 애초에 그게 가능한지는 제쳐두고 말이야.”

  칸이 모호한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마그누스의 키는 칸 보다 조금 더 컸고, 조금 더 덩치가 있었다. 그의 붉은 갈기 같은 머리칼은 화려했으며 온 몸엔 이색적인 장식물로 가득했다. 마치 칸의 손에 죽은 코의 황금 황제를 연상케 했다. 


  “모임을 갖기엔 이곳 풍경은 그리 좋지 못해.” 칸은 말하면서 평원에 널린 잔해들을 바라봤다. 수천 개의 군단 대대들이 이 행성에 강하했고, 윤이 나는 암석지대였던 이 드넓은 지역은 6개 군단에 의해 문자 그대로 가루가 되었다. 대기는 엔진이 내뿜는 매연으로 매우 더러웠고 흩날리는 먼지가 온 사방에 가득했다. 그들 머리 위를 저공비행하는 수송기 여러 대로 인해 그림자가 졌다. 


  “자네와 둘이서,” 마그누스가 칸의 말에 동의하는 표정이었다. “얘기 좀 나눌 수 있겠나?”

  칸이 가까이 다가갔다. “나도 물론 그러고 싶네. 천사가 여기 있어. 셋이서 논의 해봐야 해.”

  “라이브러리우스 문제 말인가.”

  “자네도 요즘 들리는 소문을 들었겠지.”

  마그누스가 짐짓 슬픈 웃음을 지었다. “모든 것엔 언제나 소문이 따르는 법이지. 러스 보고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자신의 무지함을 떠벌리라 그래. 제국 모두 그 놈을 무시하는 방법을 배워야만 하네.”

  “러스만이 문제가 아니야.”

  “걱정할 필요 없어.” 마그누스가 말했다. “재능을 가진 자에겐 언제나 의혹의 눈초리가 뒤따르지. 우리는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설명해야해. 계몽의 믿음을 말이야.”

  “자네 잊었나 본데, 내겐 그쪽으론 재능이 없이.”

  “정말 그렇다 생각하나?” 마그누스가 물어보면서 어련히 알겠다는 듯이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야.”

  “그들은 우리가 지금껏 이룩해 온 것들을 파괴할 거야. 앙그론, 모타리온, 러스. 어느 누구 한명도 이 문제를 가벼이 여기지 않을 걸세. 우리가 이기려면 전에 그들이 펼칠 논리에 방어를-”

  “자네는 딱 하나를 간과하고 있네.”

  “뭐 말인가?”


  “우리 아버지,” 마그누스가 애정이 듬뿍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분께서 이 모든 걸 계획하신 거네. 그분이 자신이 계획한 일을 일개 거품 문 개들 때문에 그르치길 바랄 거 같나? 모타리온과 러스 두 명 모두 맹렬히 비판을 가하겠지, 그 모습이 두 눈에 선해. 내 종잡을 수 없는 친구,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저 마땅히 지켜야할 진실에 충실한 것뿐이네.”

  칸은 마그누스의 외눈을 바라봤다. 거기서 믿음을 봤다. 신념을 봤다. 

  자네는 참 여러 방면으로 지혜로운 사람이야. 칸은 그를 두고 안타까운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자네는 학자지, 전사가 아니야. 자네는 자네 앞에 도사린 위험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어.

 

  “곧 판가름의 시간이 다가올 거야,” 칸이 경고했다. 그는 몸을 옆으로 돌려 예수게이에게 다가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쪽은 내 조언가인 타르구타이 예수게이일세. 우리 군단의 폭풍-마법의 대가지. 그를 논의 상대로 두는 게 자네에게 현명한 선택이 될 거야. 뜻이 비슷한 이들끼리 뭉치면 말일세.”

  “일종의 야합인가?” 마그누스가 물었다.

  “함께 토의하는 거라 생각하게나,” 칸이 말했다.

  진홍왕이 예수게이를 유심히 바라봤다. 그의 외눈이 울라노르의 탁한 햇빛으로 반짝였다. 마치 수면 아래에 가라앉은 것을 면밀히 살펴보겠단 눈초리였다. 

  “매우 강력하군,” 마침내 마그누스가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엔 적절한 존중이 담겨있었다. “자네가 프로스페로의 하늘 아래에서 나고 자랐다면 내 곁에 자리 잡았겠지.” 그는 자신의 수행단 중 한 명에게 손짓했다. 루비색 갑옷을 입은 키 큰 형상에 상아색 지팡이를 손에 든 자였다. 


  “제드인 아르가 타르구타이 예수게이,” 마그누스가 코로친을 완벽한 억양으로 능숙하게 발음했다. “이쪽은 아젝 아흐리만이네. 내 생각엔 자네와 좋은 사이로 지낼 수 있을 거야.”

  아흐리만이 허리를 숙여 인사했고, 예수게이도 같은 예로 화답했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기후-조작가여,” 아흐리만의 목소리는 세련되었고 식견 있는 이의 목소리였다.

  “오히려 제 쪽이 영광이지요,” 예수게이는 아흐리만에 비하면 말씨가 덜 유창했다. 고딕어에 미숙한 문제는 오랫동안 V군단을 괴롭게 했다. 

 

  마그누스는 다시 칸을 바라봤다. 기분이 꽤 좋은 듯 보였다. “자 그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가 말했다. “자네와의 대화를 마저 이어할 수 있겠군. 그래서 말인데, 오전 내내 이 먼지가 자욱한 평원 위에 서있을 참인가? 아니면 제국의 드넓은 아량을 이곳까지 늘린 것을 기념해 뭐라도 같이 식사라도 들지 않겠나?”


  칸은 그때 마그누스가 어떻게 행동했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짓는 웃음은 어딘가 부자연스러웠고, 친근한 태도엔 어딘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었다. 그때 울라노르에서, 마그누스는 일말의 걱정거리를 안고 있었던 것이다. 이를 애써 무시하고 주변으로부터 숨기려 했지만 그 시도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마그누스는 위선자가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 진실이란 별에서 쏟아지는 빛과 마찬가지였다. 너무나 순수했고 또한 순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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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그누스와의 일을 회상하는 카간 

마그누스가 자신과 친근한 사람들한테 묘하게 독선적인 자세를 취하는 걸 알 수 있는 대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