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레이어는 죽었다.
그 사실은 펠릭스의 마음에 마치 묘비에 새긴 글씨처럼 그대로 박혀버렸다. 슬레이어는 죽었다. 온갖 이미지가 그의 뇌로 쏟아져들어왔다. 얼굴들. 장소들. 그들이 함께 갔던 이국적인 곳들, 등을 맞대고 맞서싸웠던 수많은 적들, 그들이 사귀었던 친구들 그리고 그들이 잃어버렸던 이들. 펠릭스는 술마신 기억들, 수많은 언쟁들 그리고 이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길어진 여행들, 추위, 온몸이 젖었던 기억, 배고픔 등등의 고트렉과의 모험의 기억들은 펠릭스로하여금 웃게 만들었으나 한편으로는 큰 슬픔에 빠지게 만들었다.
사원의 방은 마치 폭격을 당하는 듯이 마구 흔들렸으나 펠릭스는 신경쓰지 않았다.
슬레이어는 죽었다.
마녀의 예언이 다시한번 떠올랐다. 사실 수년 전에도 슬레이어의 죽음을 예견한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한때 다크 엘프의 블랙 아크에서 고트렉을 피해 도망치던 고통의 왕자의 그레이터데몬이 섬뜩한 말을 남긴 적이 있었다.
나보다 더 위대한 존재가 널 죽임으로써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슬레이어는 죽었다.
이제 끝이었다. 지금 이순간 예언과 운명의 균형이 이루어졌다.
펠릭스는 죽음이 바보같으며, 공허하며 무의미하다는 생각으로 가득찼다. 그는 이제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이제 그는 이 방에서 미치게 되버릴 것인가?
그는 자신의 동료의 시신으로부터 눈을 뗄 수 없었다. 두눈은 마치 융합된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으나 펠릭스는 무엇을 해야할지 알고 있었다.
친구이자 리멤브러로서 슬레이어를 위해 할 일은 단 한가지밖에 없었다. 이곳은 복수의 전당이었으며, 악마의 예언은 절반만 이루어진 상태였다.
펠릭스는 몸을 돌려 위를 보았다. 그리고 그림니르의 웃음소리를 듣자마자 자신의 검을 들어 방어자세를 취하였다. 웃음소리는 억지 웃음이었으며, 조소에 불과하였다.
“자네도 나와 싸우고 싶나? 맨링? 자네의 동료보다 더 잘 싸울 자신이 있는가?”
펠릭스는 이를 악 물며 자세를 유지하였다.
“이제 상관이 있나요? 저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요.”
고함소리와 함께 조상신은 도끼를 높이 든채 앞으로 돌진하였다. 펠릭스는 긴장하였으나 제자리를 지켰다. 그는 이것이 무의미한 죽음에 대한 희망없는 복수일 뿐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그림니르의 막강한 도끼는 그의 마법 검을 마치 과자처럼 간단히 박살낼 것이 분명하였다. 몇초 후 그는 죽음을 맞이할 것이었다. 갑자기 펠릭스의 머리 속으로 그 몇초를 공격하는데 쓰자는 정신나간 생각이 떠올랐다. 어차피 죽을 것이 뻔한데, 왜 생의 마지막 순간을 돌심장을 가진 이 신에게 펠릭스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한순간만이라도 선사해주는데 쓰지 않은 텐가?
펠릭스는 자세를 바꾸고 자신의 칼을 낮춘 다음, 검을 꼿꼿이 들었다. 콜야는 그에게 야생 멧돼지를 사냥하는 방법을 알려준 적이 있었다. 사냥꾼들은 숲을 헤치며 달려드는 멧돼지를 향해 창을 든채 제자리를 지켰다. 해당 방법은 별다른 스킬은 필요없었으며 오직 돌진하는 야수를 맞이할 용기와 정신력만을 필요로 하였다. 펠릭스와 죽음 사이에는 오직 금속 조각만이 존재하였다. 조상신이 펠릭스를 향해 다가왔다. 그는 멧돼지보다는 야생 곰에 가까웠으며 그의 몸은 근육질로 뒤덮인채 치명적인 일격을 날릴 준비가 되어있었다.
펠릭스는 고함을 지르며 검을 앞으로 찔러넣었다.
그림니르는 마지막 순간에 자세를 바꾸며 펠릭스의 검을 자신의 도끼로 가볍게 막아내었다. 그리고 펠릭스에게는 놀랍게도 조상신은 크게 웃기 시작하였다. 그는 자신의 도끼를 내리고 자신의 두손을 엉덩이에 갖다대며 웃고 있었고, 그의 돌로 된 대형통같은 가슴이 웃음소리와 함께 마구 울려대고 있었다. 펠릭스는 검을 잡고 있던 손가락들이 얼얼해진 다음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것을 느끼며 자신의 눈을 찌푸렸다. 방금 전 단 한번의 쳐내기만으로 손가락이 마비된 것이었다.
“뭔가 잘못 되었나요?” 펠릭스가 겨우 용기를 내며 말하였다.
그는 죽음을 각오하고 있었고, 방금 전에 자신이 하려던 일에 대한 공포를 이제 막 실감하고 있었다.
“제가 당신의 도끼를 더럽힐 까봐 걱정되나요?”
조상신의 웃음은 점차 잦아들었으며 자신의 거대한 손을 움직여 자신의 눈으로부터 눈물을 닦았다.
“확실히 내가 카오스 렐름에 너무 오래 있었나보군. 어린 종족들 중에서 용기를 가진 자를 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말해보게. 맨링. 자네의 종족 전부가 자네처럼 용감한가?”
“제가 딱히 특별하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습니다.”
그림니르는 또다시 웃으려고 하였으나 이번엔 자제하였다.
펠릭스는 화가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슬레이어는 죽었으며 그를 죽인 자는 웃고 있었다.
“친구의 복수를 위해서라면 다른 이들도 저와 똑같이 행동하였을 겁니다.” 펠릭스가 말하였다.
“자네의 몸은 연약하다. 맨링. 하지만 그 안에 있는 자네의 마음은 그렇지 않아. 내가 장담하지.”
조상신은 한숨을 쉬며 자신의 도끼를 땅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도끼에 새겨진 룬이 내던 강렬한 빛도 조상신의 분노가 가라앉음과 동시에 꺼져버렸다.
“자네는 자격이 없을 수도 있으나, 나에겐 다른 자격있는 자를 기다릴 만년의 시간은 더 이상 없어. 드워프는 항상 현실을 직시한다. 아마도 자네는 자격이 충분할지도 모르겠군.”
그림니르는 고트렉의 시신 옆의 피웅덩이에 무릎을 꿇고 자신의 거대한 손을 슬레이어의 얼굴에 갖다대었다. 그 손은 너무나 커서 고트렉의 머리 전체와 그의 머리카락을 다 덮을 정도였다. 펠릭스는 경고성으로 소리를 내며 다시 자신의 검을 들었다.
“그를 가만히 놔둬요. 그정도 했으면 충분하지 않나요?”
조상신은 고개를 돌려 펠릭스를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은 위협적이진 않았으나, 권위적이었으며 펠릭스는 검을 내렸다.
그림니르는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죠?”
“조용히 하거라, 맨링 그리고 침착해라.”
고트렉의 뺨과 조상신의 손바닥 사이로 황금색과 빨간색의 빛이 새어나오며, 슬레이어의 머리 그리고 몸전체로 퍼지며 황금색의 고치 형태로 슬레이어를 감싸기 시작하였다. 펠릭스는 강렬한 빛에 고통을 느끼며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렸다. 잠시 후 빛이 사라지자, 펠릭스는 다시 검에 손을 갖다대었다.
그림니르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고트렉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펠릭스는 무기를 내린채 슬레이어를 보았다.
숨을 급히 들이쉬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물을 급히 마신 사람이 내는 기침소리가 들려왔다. 고트렉은 벌떡 일어나며 숨을 가쁘게 내쉬었다. 그의 피가 주변의 돌바닥을 물들였으나 그의 상처는 완전히 나아있었다. 또다시 기침과 함께 고트렉은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혼란스러운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펠릭스는 놀라며 자신의 손을 입에 갖다대었다.
“고트렉, 너의 눈이”
슬레이어는 자신의 손으로 한쪽 눈을 만진다음 마치 맹인이 어둠 속에서 더듬듯 지난 20년 동안 비어있었던 다른 한쪽 눈으로 손을 가져갔다.
“맙소사 그림..” 고트렉은 그림니르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일어나라. 슬레이어여.” 그림니르가 손을 내밀며 말하였다.
“이곳엔 항상 죽일 것들이 존재한다.”
고트렉은 조상신의 팔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주먹을 쥔채 시험삼아 팔을 돌리며 치유된 자신의 근육들에 만족감을 표시하였다. 그리고 한쪽 눈을 감은채 그림니르의 힘이 그에게 돌려준 다른 한쪽 눈의 시력을 시험하듯이 펠릭스를 바라보았다.
슬레이어는 다시 살아났다.
펠릭스는 기쁜 나머지 말을 하지 못하였다.
“자네는 뛰어난 실력과 흔치 않은 강함을 자기고 있다. 슬레이어여.” 그림니르는 고트렉의 도끼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드워프가 그것을 줍기 위해 몸을 구부리자 말하였다.
“나의 도끼를 오랜 세월동안 들고 다니면서 자네는 강해졌다. 하지만 자네는 도끼에 매우 강력한 마법이 아직 잠들어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당신은 언바인딩의 룬을 말하고 있군요. 네, 카락 둠의 탄그림 왕이 그것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룬로드의 죽음과 함께 룬을 만드는 방법도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림니르는 웃었다.
조상신은 자신의 손을 내밀며 말하였다.
“나에게 도끼를 넘겨주게.”
고트렉은 잠시 멈칫거리며 고민하다가 궁시렁거리며 그림니르의 손바닥에 무기를 올려다놓았다.
조상신은 한손으로 손잡이를 잡았고 다른 한 손은 도끼 날에 갖다대었다. 그는 펠릭스가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도끼에 속삭였고, 곧 손을 치우며 도끼날 중심 부분에서 강렬하게 빛나고 있는 룬의 표식을 드러내었다. 펠릭스는 이제까지 그런 모습은 본적이 없었다. 펠릭스는 룬이 내뿜는 힘을 느낄 수 있었으며 마치 몇 달 동안의 고된 여행 뒤 뜨거운 목욕을 하는 듯한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카자드 드렌가지를 가득채우고 있던 마법이 룬의 힘에 의해 약해지고 있었고 기둥들이 흔들렸으나 점차 딱딱해지고 있었다. 벽도 전에 비해 달라져보였다.
“언바인딩의 룬은 카오스 신들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림니르가 말하며, 각성한 도끼를 고트렉에게 돌려주었다.
“자네에게 쓸모가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이 도끼를 가지고 가셨어야죠.”
“원래 그럴 계획이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강하다 한들, 내가 실패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 나의 길을 걸어올 나의 후계자에게 뭔가를 남겨둘 필요가 있었지. 종말의 시간에서의 나의 아바타말이다.”
고트렉은 조소하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러자 그림니르는 자신의 도끼를 고트렉에게 내밀었다. 그것은 고트렉의 것처럼 거대하고 똑같은 재질로 된 날을 가지고 있었다. 강렬하게 빛나고 있는 룬의 모양도 비슷하게 보였으나 펠릭스의 눈으로도 분명히 서로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종말의 시간이다. 나의 후계자는 마땅히 나의 이 두 도끼를 가져야 한다.”
고트렉은 무기를 살펴보고 고개를 저었다.
“전 도둑이 아닙니다. 이건 원한품은자 토그림의 도끼, 저의 하이킹의 무기입니다.”
“이것은 모그림의 도끼, 나의 아들의 도끼였다. 이제 이 도끼를 자네에게 주겠다.“
“저게 어떻게 이곳에 있지?” 펠릭스가 중얼거렸다.
“이것도 아까전의 미덴하임처럼 환상인가?”
“이건 환상이 아니다. 맨링.”
“그렇다면 하이킹이 쓰러진 것이군. 아자마르, 영원의 룬도 부서졌으며 드워프의 왕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자네의 말처럼 아직 그렇게 되진 않았으나 곧 그 시간이 올걸세. 그레이 시어 탄퀄과 자네는 아직 만나지 못한 헤드테이커라는 자의 무수한 수의 군단이 아직 그곳을 포위하고 있다. 하지만 왕국의 멸망은” 그림니르는 도끼를 고트렉의 손에 쥐어주며 말하였다.
저 도끼 두개 다 잃어버린거였나
토그림 주것는데 퀵이나오네 '퀵이었던 것'의 군단인가
살아님이 고트렉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