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다만투아 행성
전쟁에 영광이란 없다. ‘햇빛’은 그제야 깨달았다. 자신은 전쟁에서 영광을 찾을 만큼 어리석었고, 전쟁에서 영광을 탐할 만큼 잘못 생각했다. 아뎁투스 아스타르테스의 전사는 영광을 위해 출정하지 않았다. 전쟁은 의무였다. 의무일 따름이었다.
그는 너무나 오랫동안 황궁의 의전임무에서 벗어나기를 갈망했다. 다른 방벽-형제들(황궁 수호 및 의전 임무를 담당하는 임피 정예 마린들)과 마찬가지로, 황궁의 방벽에서 경계하는 길고 외로운 시간을 보내며 임페리얼 피스트의 굳건함을 나타내는 동안, 내색은 하지 않았을지라도 씁쓸한 박탈감에 휩싸였다. 그는 너무나 오랫동안 황궁 수비임무에 종사한 나머지 가장 우울했던 때에는, 단지 자신의 방벽을 지키고 패기를 시험하기 위해 지구에 위협이 닥치거나 반란이라도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할 뻔했다.
그리고 믿을 수 없게도 다시 출정하게 되자, 망설임 없이 갑주를 입고 챕터의 형제들과 함께 하기 위해 황궁의 ‘햇빛’ 방벽을 떠났다.
아르다만투아로 향하는 여정 동안 스스로를 다잡을 수 없었다. 그는 의무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
영광을 생각했다.
하지만 그 대신 지금의 상황에 처했다. 살육, 비참하면서도 마지막이 될 살육. 있어서는 안될 악몽 같은 옼스 위성의 흐릿한 그림자 속에서, 시리게 쏟아지는 장대비 속에서, 망가진 변방 행성의 피로 물든 대지에서, 유서 깊은 챕터는 거의 전멸 당했다. 고귀한 전통, 빛나는 유산, 선조-프라이마크에게서 이어진 혈통, 이것들 모두가 영원히 사라질 터였다. 그리고 절대 다시 되돌릴 수 없으리라.
테라의 가장 위대한 대전사들은 사라지기 직전이었다. 그리고 영원한 테라의 관문과 방벽들은 수호자 없이 방치되리라. 적은 이미 제국 영역 안으로 들어왔다. 제국의 심장부에 위험할 정도로 가까이에.
어리석음이 지금의 사태로 이어졌다. 전략적 방심, 하이 로드들의 헛된 야욕과 사리 판단을 더 잘했어야 할 베테랑 전사들의 안주가 작금의 상황을 만들었다. 평온이 지금의 사태를 사소한 위기라고 오해하게 만들었다. 너무나 자주 잊힌 고대의 적이 너무나, 너무나 끔찍하게 과소평가되었다.
무엇이 더 있건 간에 누구도 이 참담한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테니까. 테라는 불탈 것이다.
거기에 영광이란 없다.
옼스들이 덤벼들었다.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짐승같은 얼굴들이 괴성을 내질렀다. 수천에 달하는 옼스들이 음울한 나팔을 불고 포효하며, 극소수의 인간 생존자들의 심박을 각자의 무기를 방패에 두드려 압도하는 가운데 호숫가를 가로질러 맹렬히 달려들었다. 그 위에는 도저히 불가능할 정도로 낮게 떠 있는 옼스 위성이 자신이 죽이고 있는 행성에게 위협을 뿜어냈다.
피와 빗물이 ‘햇빛’의 헬멧 바이저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는 글라디우스를 굳게 움켰다. 탄약이 다 떨어졌기에, 근접전에 대비하고 자신의 핏값을 최대한 비싸게 받아내도록 왼팔에 컴뱃 쉴드를 장착했다.
옼스들이 엄니를 드러내고 입에서 침을 흘리며 달려들었다. ‘햇빛’은 놈들과 마주해 옼스 한 놈의 머리통을 꿰뚫고, 다른 놈의 사지를 토막내고, 세 번째 놈의 가슴을 갈라버렸다. 1중대장 알게린은 이미 전사했다. 옼스들에게 난자당하고 머리가 사라진 유해가 피로 물든 지면에 쓰러져 있었다. 쏟아지는 빗줄기는 커튼이자 은의 베일이었고, 잘 짜인 사슬갑옷 같았다. ‘탄퀼리티’가 그의 왼편에, ‘자라투스트라’가 오른편에 있었다. 셋은 함께 그들이 편성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어태세를 갖추고, 옼스들을 찌르고, 난자하며, 놈들의 몸뚱이를 갑주째 찢어발겼다. ‘자라투스트라’의 창이 놈들의 갑주와 가죽, 살점과 뼈를 단숨에 꿰뚫었다. ‘탄퀼리티’가 휘두르는 썬더 해머의 일격에 박살난 사슬 갑옷 쪼가리와 옼스들의 찢긴 가죽이 빗줄기 속으로 날아갔다.
‘햇빛’은 글라디우스의 칼날을 옼스 한 놈의 턱과 엄니 사이로 찔러 넣었다. 이어진 백스윙으로 다음 놈의 멱을 땄고, 방패로 도끼를 막으면서 그 놈을 찔러 죽였다. 이제 놈들은 너무 많았다. 너무나도 많았다. 공격하기에 너무 많았고, 막아내기에도 너무 많았다. 내장을 진동시킬만큼의 포효가 끝없이, 무자비하게 이어졌다. ‘햇빛’은 첫 부상의 고통을 느꼈다. 칼날들이 그의 방어를 뚫고 들어왔고, 방패 주변과 등 뒤를 가격했다. 허리, 아래쪽 등. 목 뒤. 상박, 허벅지. 갑주가 망가지기 시작했다. 투구 안에서 비상 경보가 울렸다. 사지에 통증이 느껴졌다. 입 안에 피가 고였다. 헬멧 디스플레이에서 붉은 빛이 들어왔다. 몸을 돌린 그는 ‘탄퀼리티’가 톱니같은 칼에 난자당해 쓰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스페이스 마린의 피에 절은 그린스킨들이 승리의 외침을 내질렀다. 그 순간, ‘자라투스트라’가 고통과 분노에 차 외치는 절규를 들을 수 있었다. ‘햇빛’은 비틀거렸다. 그는 계속 싸웠다. 그는 이미 망가진 자신의 글라디우스를 휘둘렀다.
“햇빛 방벽은 영원히 건재하다. 어느 방벽도 그에 따를 수 없다. 놈들을 처치하라.”
‘햇빛’은 중대의 함성이 아직 무슨 의미라도 가진 것처럼 외쳤다. 옼스들 외에는 들을 수 있는 이들이 아무도 없을지라도.
‘햇빛’은 한 무리의 짐승들이 그를 찢어발기는 순간에도 구호를 멈추지 않았다.
이름들이.. 뭐랄까 특이하네? 이름을 따로 짓는거임?
저때 임피는 본명 말고도 자기들끼리 부르는 호칭을 따로 지음. 주인공인 쿨란드의 호칭은 '살육'.
..임피쯤 되니까 그럴싸해보이지 아니었음 빼박 중2병인데ㅋㅋㅋ 오이오이 '천상의 검'! 지난 전투에서는 멋있었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