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리치 소설에서 일부 따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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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원 요청이 승인되었다.


라이켄 소령은 통신기의 마이크를 내려놓고 라스 라이플을 다시 겨누었다.


"지원 병력이 온다."


반티네에게 속삭였다. 다른 병사들 역시 벽 뒤에서 웅크려 엄폐했다. 고글과 호흡기에 가려진 그녀의 표정은 알 수 없었으나 고개를 끄덕였다.


"30분 전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라이켄은 라스건에 새 배터리를 장착하며 답했다.


"알고 있다. 그러나 지원군은 오고 있다."


또다른 포탄이 명중하며 뒤편의 벽이 진동했다. 천장에서 튄 부스러기가 헬멧으로 떨어졌다.


라이켄의 소대는 위기에 처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할지라도 분전 하나만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중상자를 제외한 모든 병사들이 거주 구역의 여러 층에 난 창문에 의지해 밖의 거리로 화력을 퍼부었다. 방에는 지하 대피소로 피난을 떠난 민간인들의 가구가 그대로 남았다. 사실 이 곳은 최후의 저항을 펼치기에는 꽤나 형편없는 장소였으나 원래의 진지는 30분 전에 무너졌고, 다음 교차로에서 방어 태세를 재편성하기까지는 여기서 버텨야 했다.


문제라면 라이켄 소령과 부하들은 최후 방어선이 무너졌을때 너무나 빨리 고립당했다는 점이었다. 다른 분대들의 후퇴를 엄호하기 위해 후위를 맡았기에 그들은 포위당해 당장 찾을수 있는 곳에 의존해야 했다.


누군가 외쳤다.


"놈들이 빌어먹을 벽을 타고 오른다!"


라이켄은 가장 가까운 창문으로 달려가 자세를 낮추고 다시 사격할 준비를 갖추었다. 그가 막 몸을 일으켜 쏘려는 순간 벽을 타고 안으로 넘어오려는 옼스와 얼굴을 마주했다. 곰팡이 냄새와 화약 연기를 풍기는 놈의 돼지 같은 눈은 전투의 열기 속에서 외계인의 감정으로 번득였다.


라이켄은 바로 놈의 목에 총검을 찌르고 그 상태로 세 발을 더 쏘았다. 외계인은 창틀에서 나가떨어지며 아래의 길거리로 추락했다.


놈들은 정말로 벽을 타고 기어올랐다.


라이켄은 가드맨 세 명에게 창문을 맡도록 지시한 후, 아래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으로 달렸다. 소대 대부분이 엄폐중인 아래층에서 라스건의 총성이 더욱 격렬했다.


그는 계단 아래쪽으로 외쳤다.


"지원군이 오고 있다!"


"30분 전에도 그리 말씀하셨잖습니까!"


서전트 카라스가 외쳤다. 라이켄은 그를 잠깐 바라보고는 볼트 피스톨을 양손으로 움키고 창가에 웅크렸다가 거리에 다시 쏘았다. 그리고 계속 위치를 바꿔가며 몰려드는 옼스들에게 거듭 쏘았다.


거리에서는 외계인들의 몸뚱이가 폭동이 벌어지듯 난무했다. 가장 멍청하거나 피에 미친 옼스들만이 거리의 경주에 참가해 건물 벽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외계인들이 주변의 고철 장갑차나 건물에 엄폐해 사격할 만큼의 지성은 있었기에 라이켄은 황제의 작은 자비에 감사했다. 옼스들은 포화가 계속되는 와중에도 웃거나 야유를 퍼부었고, 자기네 패거리들이 거리를 따라 돌격하다 스틸 리젼 장병들의 사격에 쓰러지기만 할 뿐인데도 광소를 터뜨렸다. 동족의 죽음에 시끌벅적하게 웃는 모습은 그가 이미 오래전에 익숙해진 저주받은 외계종의 잔혹한 광기였다.


그런 족속들을 이해하지 않았다.


반티네가 라스건을 재장전하며 웅크린 채 헌신의 기도를 짧게 읇고 속삭였다.


"여기서 버틸 수 없습니다. 저 소리 들리십니까? 놈들이 더 몰려오고 있습니다, 소령님."


라이켄은 호흡기를 고쳐쓰며 쓰게 내뱉었다.


"우린 당장 탈출하지 않는다. 여기서 더 버틴다,"


"그러면 죽겠지요."


"그건 선택지가 아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더 입을 놀리면 바로 널 처단할 것이다."


그녀는 마스크 뒤에서 미소를 지었으나 라이켄은 볼 수 없었다. 그는 몸을 일으켜 라스건을 몸에 붙이고 조심스럽게 창밖을 살폈다. 그가 본 광경은 반티네가 여태껏 듣지 못한 다채로운 욕설을 퍼붓게 만들었다.


반티네는 몸을 일으켜 라이켄의 주변에서 엄폐하고 물었다,


"좋은 소식은 아닌 겁니까?"


"전차다. 저 개자식들이 전차를 도로에 투입했다."


반티네는 직접 그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빼앗긴 제국의 리만 러스 전차에 장갑판을 삐딱하게 덧대고 어색하게 도색했다. 덜컥대며 전진하는 전차 세 대에는 인간의 눈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이는 외계인의 상형문자가 그려졌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우린 끝났습니다. 그리고 절 처형하실 필요도 없겠군요. 놈들이 이 건물에 포를 쏘면 완전히 무너져 그 역할을 대신 할 테니까요."


라이켄은 그녀를 무시했다.


"니코프, 미사일 발사기는 어찌되었나?"


10분 전에 미사일 발사기를 가지고 후퇴해온 그는 거주 구역의 최상층에 있었다. 미사일 발사기는 후퇴 도중에 파손된 상태였다.


찌직대는 잡음 사이로 그의 답변이 들렸다.


- 아직 수리중입니다.


순간의 침묵 후 그가 덧붙였다.


- 소령님께서 지원군이 온다고 다시 외치신 소리를 들었습니다만.


"오고 있단 말이다! 옥좌여, 왜 모두들 그렇게 징징대는가?"


- 제 생각에는 죽기보다는 나을 것 같아보여서 그런 것 같습니다.


때를 기다리기라도 했는지 건물의 서쪽 벽이 폭발했다. 먼지가 휘몰아쳤다. 라이켄은 고글 너머로 장정 셋은 드나들 만한 구멍이 뚫렸음을 보았다. 주변에 엄폐했던 이들 대부분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들 가운데 둘은 만신창이가 된 채 움직임이 멎었다.


라이켄은 순간의 정적 속에서 말했다.


"서둘러 미사일 발사기를 수리하라."


반티네는 황급히 벽에 난 구멍 주변을 피했다.


바깥의 외계인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전차 궤도가 삐걱대는 와중에 멀리서 출력을 높인 엔진 소리가 들렸다.


반티네가 물었다.


"적이 더 오는 겁니까?"


라이켄이 답했다.


"이 소리는 적이 아니다. 전차 엔진 소리가 아니야."


그리고 정말로 그러했다. 혼선을 일으킨 그의 통신기가 찌직대며 잡음이 흘러나왔지만, 한 목소리가 그것을 뚫고 울렸다.


- 그대의 지원 요청은


인간의 목소리라 하기에는 지나친 저음의 그것이 이어졌다.


- 승인 되었다.


터빈 엔진의 굉음을 뿜는 썬더호크 건쉽이 날아들며 방 내부가 순간적으로 어두워졌다. 저공으로 급강하하며 거리를 휩쓸었다. 비행하는 각도를 볼때 오래 머무를 의도는 분명히 아니었다. 그러나 조종사는 건쉽이 체공하는 동안은 가할 수 있는 모든 응징을 내렸다.


날개와 기수의 헤비 볼터들이 보이는 적 전사 무리에게 치명적인 탄환의 급류를 퍼부었다.


폭발성 탄환을 뒤집어쓴 짐승들의 몸뚱이가 터져나가며 인간의 것이 아닌 피안개가 피어났다. 살아남은 잔당들이 으르렁대며 응사하자 스터버들의 총성이 울렸다. 탄환은 건쉽의 동체를 무익한 우박처럼 두들길 따름이었다.


전차들은 다른 문제였다. 첫 포탄이 건쉽의 측면을 폭풍같은 힘으로 강타하자 라이켄 소령은 폭발에 움찔했다. 충격에 건쉽의 방향이 틀어지며 추진기에서 불타는 바람의 날숨이 흘러나왔다. 그에 대응하며 건쉽의 맹금류 같은 동체가 갑자기 출력을 높이더니 고도를 올리고 첫 전차 위로 기수를 내리고 마침내 내부의 화물을 떨어뜨렸다.


전차의 금속판을 기어다니는 딱정벌레만큼이나 검은 색깔의 인영이 지붕 위로 착지했다.


처음으로 선두 전차 위에 뛰어내린 형체는 은빛 안면의 해골 투구를 썼고, 날개를 편 독수리를 본딴 철퇴의 머리에는 역장이 번득였다. 철퇴가 내리쳐지자 포탑을 그대로 박살냈다. 지붕이 그대로 으깨지며 내부의 외계인 무리에게 철판이 쏟아졌다.


"안녕하십니까, 레클루시아크.“


숨이 멎은 라이켄 소령의 목소리에는 안도의 기색이 역력했다.


기사는 처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와 기수는 흑기사들의 피를 갈구하며 이미 쓸모없어진 전차의 잔해로 몰려드는 그린스킨들과 전투를 벌였다.


아르타리온(그리말두스의 기수)의 볼터가 총성을 울리며 외계인들의 몸뚱이를 터뜨렸다. 밝게 빛나는 햇살 속에서 그리말두스의 플라즈마 권총이 짐승 두 마리를 분해시키며 불타는 뼛조각을 옼스 무리로 내던졌다.


두 번째 전차 역시 장갑의 틈새와 배기구로 연기를 피어오르며 멎었다. 성전사들이 내부에 수류탄을 집어넣었다. 라이켄은 두 기사가 이미 격파된 차량은 무시하고 뛰어내려 거리에 몰려드는 외계인들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말두스는 조금도 숨이 흐트러지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 도착이 늦었음을 양해해 주게, 소령. 우리는 남부의 92 구역 돌파구를 처리하고 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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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커녕 돈의 까마득한 후손인 그리말두스에게도 간지가 밀리는 무한 지성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