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좀 들어보게, 형제여. 왜 다들 내 예술작품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지? 우리 형제들의 심미안이 고작 그정도였단 말인가?"

펄그림이 뱀꼬리로 탁자의 두개골 잔을 낚아채더니 단숨에 삼켜버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신세한탄. 커즈는 펄그림이 자신을 부를때 본 예지를 따르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앞으로 두 명이 더 와야지 그가 벗어날 수 있기에.

"짐승거죽을 꿰어입은 먼지투성이 속도광 형제야 성장 환경이 그랬으니 이해할 수 있네. 크로니아 야자수 취향의 형제까지 이해 할 수 있어! 하지만 패러스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냔 말일세!"

"아버지나 인장관에게 보여주게나. 남다른 분들이시니."

커즈는 문에 시선을 두고 말했다.

"오, 커즈! 어찌 내가 아버지께 보여드리겠나? 그분에 비하면 모든 예술품은 싸구려일 뿐인데!그리고 말카도르 공? 그의 취향을 알잖나. 우리가 여자라니. 끔찍하기도 하지."

커즈는 취존을 부르짖는 노인의 환영을 얼핏 보았다.

문이 벌컥 열리며 길리먼이 걸어들어왔다. 커즈는 그를 좋아한 적이 없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반가웠다.

"민원이 들어왔다, 펄그림. 대체 뭐하는 짓이냐?"

"이게 누구야. 커즈, 내 형제여. 진정 내 앞에 있는 게 유모의 통금시간을 지키는 통금의 칼날, 로부테가 맞는가?"

"자네 그게 무슨-"

"맞아. '효도하는 법(호루스 저)'을 매일 밤 유모 품에서 읽는 로부테일세."

커즈가 선수를 쳤고 펄그림이 배를 잡고 낄낄거렸다. 길리먼의 잘생긴 얼굴이 엄숙하게 변했다.

"어머니의 따스한 품을 모르는 자네들을 이해하네."

웃음이 그쳤다. 두 프라이마크는 소름끼치는 침묵 속에서 서로를 응시했다. 웨이터가 잔을 내려놓는 것으로 말문을 연 쪽은 펄그림이였다.

"그 유모께서 엘다-며느리를 원하시던가?"

"이브레인과 난-잠깐, 어떻게? 내 뒤를 캐고 다녔구나!"

로부테가 펄그림의 멱살을 잡고 들어올리자 커즈는 몸을 빼 옆 테이블로 옮겼다.

거기에는 마그누스가 사이킥으로 술을 섞는 중이었다. 뭘 잘못 넣었는지 민트초코 색 와인은 터져서 날아갔고 술대결 중인 러스의 술잔에 쏟아졌다. 경악한 비요른이 말리기도 전에 벌컥 들이킨 늑대왕은 입안에서 느껴지는 맛에 대한 모독에 날뛰다 마그누스의 허리를 분질렀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왔다. 패러스의 등장에 주점의 모든 시선이 쏠렸다. 웨이터가 그를 막아섰다.

"머리 없는 프라이마크는 입장할 수 없습니다."

"내 머리는 저기 있다."

눈이 없는데도 정확히 펄그림을 지목한 패러스가 뚜벅뚜벅 걸어왔다. 두개골 잔을 집어든 그를 향해 펄그림이 외쳤다.

"자넨 목이 잘렸잖은가!"

"긁힌 상처다. 그리고 이건 보답이다."

쇠주먹이 펄그림의 명치를 강타해 그를 벽에 처박았다.

커즈의 앞으로 다가온 웨이터가 잔을 채웠다.

"나는 알파리우스다."

커즈는 한숨 쉬었다. 노스트라모가 그리운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