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마

젋은 로부트 길리먼이 일리리아에서 전쟁을 벌이던 시기에 황제폐하 휘하의 함대는 마크라지와 교류를 주고 받던 최외곽 행성 중 하나였던 에스판도르에 당도하였다. 에스판도르인들로부터 마크라지 행성의 존재와 마크라지의 집정관 코너 길리먼의 비범한 아들에 대한 소식을 들은 황제폐하는 이 젊은이가 실종된 프라이마크임이 분명하리라 판단하시었다. 그 당시 한참 진행 중이던 대성전의 최전선과 동떨어진 이 고립된 지역에 황제폐하가 당도하셨다는 사실을 두고 여러 추측을 제기하는 자들이 존재한다. 황제폐하께서 그 지역에서 그 분이 찾을 존재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간에 감지하거나 예지하셨다는 것이 그들이 주장하는 바이다. 허나 어찌됐든 간에 그 뒤에 일어난 일들은 황제폐하께서도 예지하지 못하셨음이라. 황제폐하 휘하의 함대가 마크라지로 빠르게 항해할수록, 난폭한 워프 상의 돌풍이 마크라지와 그 주변 행성계로의 접근을 어렵게 만들고 있었다. 심지어 황제폐하께서도 손쉽게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힘이었기에, 황제폐하의 함대가 마크라지에 당도하기까지 5년이 걸릴 것이었다.


그 동안 마크라지는 파격적인 대변혁을 맞이하고 있었다. 마크라지는 획일적이면서도 확고한 질서 아래 번영의 수많은 과실을 누리고 있었다. 마크라지의 도시들은 눈부신 대리석과 금속으로 새롭게 지어졌으며 좋은 장비와 무기로 무장한 마크라지의 거대한 군대는 자신들의 세계를 넘어서 다른 세계에서 군사작전을 펼칠 준비가 된 상태였다. 황제폐하께서 이 세계에 당도하기 이전부터, 로부트 길리먼은 마크라지의 폐위된 귀족들로부터 압수한 거대한 도서관에 남아있는 고대 역사 기록들에 대해 열심히 연구한 덕분에 먼 옛날 인류가 잃어버린 드넓은 영토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이를 보며 길리먼은 마크라지와 그 주변 행성계를 넘어서, 새로이 정복할 세계들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이 세계는 칠흑 같은 밤바다 너머의 세계 혹은 고대 학술문헌에서 따온 용어를 빌려 표현하자면 울트라마가 될 것이었다. 로부트 길리먼의 의지에 따라 마크라지의 워프 항해 가문(warp-sealed enclave)과 함선들은 점차 증강되었고, 그 근방 행성계의 무역로를 철저히 순찰하며 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번영하는 세계에 물자와 이주민들을 불어넣고 있었다. 그 와중에 마크라지와 분쟁을 겪던 인근 성계들 역시 길리먼이 지휘하는 마크라지 군대와 함대의 영광스러운 승전보와 함께 순식간에 평정되었다.


황제폐하께서는 그 분의 잃어버렸던 아들이 일궈놓은 성취를 보고 진심으로 기뻐하셨다고 하며, 그렇기에 그간 잃어버린 프라이마크들과 재회할 때와는 다르게 황제폐하 본연의 장엄한 위상을 내보이시며 로부트 길리먼을 대면하셨다고 한다. 길리먼은 자신이 생명체로부터 태어난 것이 아닌 인위적으로 양성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해 왔기에, 자신의 출생에 관한 진실과 황제폐하께서 본인의 진정한 아버지임을 알자마자 폐하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였다. 제국의 참관인들은 로부트 길리먼이 그의 형제 프라이마크들의 초월적인 인지 능력과 견주어 봐도 더 뛰어난 분석적인 지성의 소유자라는 점과 그의 국정운영능력과 거시적 운영에 대한 재능 역시 형제 프라이마크를 압도한다는 것을 보자마자 깨달았다. 오직 정말 소수만이 프라이마크의 이런 재능이 대성전에 활용되는 순간 무엇을 성취할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었으리라.


통합을 이룰 주역이자 피

로부트 길리먼은 이 드넓은 은하계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성전 그리고 신생 인류제국이 지금껏 성취한 수많은 과학기술적 경이에 대한 지식을 완전히 깨우치자마자 스페이스 마린 제 13군단의 지휘권을 쥐었다. 13군단의 군단병들은 크나큰 영광 아래 기쁨과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들의 프라이마크에게 충성을 맹세했으며 길리먼은 이를 받아들였다. 새로이 맞이한 그들의 프라이마크는 웅장한 연설과 선견지명을 통해 프라이마크 본인이 계획하고 있는 미래와 대성전의 정당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였다. 이를 통해 제 13군단원들은 새로이 열의를 가지고 마음속에 남아있던 일말의 어두움마저 떨쳐버렸을 뿐만 아니라 길리먼의 군단 지휘권 인계과정 역시 공식적인 기록과 절차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루어졌다.


로부트 길리먼은 단순히 13군단의 지휘권을 인계 받기만 한 것이 아니라 군단을 머리부터 발 끝까지 변화시켜나갔다. 길리먼이 보기에 일 개 군단은 단순한 군사조직이 되어선 아니 되었다. 군단이라 함은 외부의 도움 없이 제국의 정복과 질서, 확장을 수행할 수 있는 자력을 갖춰 로버트 길리먼, 황제폐하의 종복이 그분의 의지를 명백히 관철할 수 있도록 제국의 주역이자 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프라이마크의 군단에 대한 비전이었다. 길리먼에게 군대란 무기를 휘두르는 전사들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었다. 보급체계, 병력과 군수품을 수송하는 함선들, 군수품과 신병들을 양성하는 조병창과 시설을 구성요소로 포함하고 있어야 하며 이 구성요소들은 불가분의 관계이면서 동등한 필요성을 지니고 있었다. 길리먼의 생각에 이 모든 것이 바르게 자리 잡혀야 스페이스 마린 군단을 이루고 유지할 수 있었다. 로부트 길리먼은 13군단의 번영과 황제폐하의 의지를 실현하기 위해 이 모든 것을 자신의 뜻에 맞게 관리할 계획이었다.


다른 형제 프라이마크들이 자신들의 출신세계를 단순히 군단 사령부, 신병 양성지로만 활용하는 것과는 다르게, 길리먼은 마크라지와 인근 행성계를 훨씬 거대한 군단 보급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중심지로 변모시켰다. 이 네트워크 중심지는 오랫동안 이 지역 교류의 중심지로서 기능을 해온 마크라지 행성계가 될 것이었다. 하지만 마크라지 행성계는 이 네트워크의 첫 번째 구성요소이자 일부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 거대한 네트워크 계획은 로부트 길리먼의 울트라마계획의 출발점으로서 앞으로 수십 년간 계속 끊임없이 확장될 계획이었으며, 호루스 헤러시의 발발로 반역파의 첫 일격이 울트라마를 강타하는 그 순간까지 지속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