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페라타는 그녀 주변의 세상이 죽어가고 있는 와중에 왜 자신이 이곳에 왔는지를 궁금해하며 폐허를 걸었다. 그녀는 실바니아의 불확실한 안전함을 버렸으며, 그녀의 새로운 왕국을 그녀의 가장 큰 적수이자 유일한 친구인 칼리다에게 넘겨주고왔다. 네페라타는 자신의 어비셜 드레드를 타고 하늘을 날며, 알 수 없은 이유로 탈것을 더 빠른 속도로 몰았다. 그녀의 갑옷은 그을리고 금이 갔으며, 육신에는 상처자국들이 나있었다. 하지만 네페라타는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했다. 더이상 고통, 공포, 심지어 슬픔까지 느낄 시간은 없었다. 네페라타는 고개를 들어 불타오르는 하늘을 바라봤다. 그녀의 어비셜 드레드는 북부 관문에서 몸을 숙이며 불안해하는 소리를 냈다.


네가 옳았어 칼리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껏 해온 모든 것들이 무의미 해질테지. 우리의 하찮은 분쟁과 증오서린 음모들은 종말이 우리 모두를 앗아감과 함께 전부 먼지로 변할테지


흐느낌이 그녀의 주의를 끌었고 네페라타는 몸을 돌려 소리의 근원지를 찾았다. 그녀는 한 여인을 발견했다. 그녀는 망가진 갑옷을 입은 채 엘프, 드워프, 북부인들의 시체 더미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네페라타는 그녀의 냄새를 맡았고, 그녀에게서 블라드의 피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네페라타는 한 손에 칼을 쥔 채로 여인에게 다가갔다. 여인은 한때 아름다웠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면, 그녀는 다시 아름다워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더이상 시간이 없지' 네페라타가 차분히 말했다. '시간이 없어' 종말이 올 것이며, 오직 시체새들만이 남을 것이다. 네페라타는 주변에 퍼진 공기와 그녀가 밟고 있는 땅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네페라트는 고심하며 그녀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네페라타는 주저하며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그녀의 이름은 이사벨라다'


네페라타는 몸을 돌렸다. 그녀의 가슴이 요동치고 있었다. 흑암의 아칸이 지팡이에 의지한채 연기와 불길을 뚫고 그녀쪽으로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그의 해진 망토가 휘날렸다. 아칸은 이사벨라를 내려다봤다.


'블라드가 어떻게든 그녀를 살린 모양이로군. 그는 언제나 억척스러운 바보였지'


'바보가 아니야' 네페라타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녀는 몸을 굽혀 이사벨라를 품에 안았다.


'한 명의 남자였을뿐이지' 네페라타는 아칸을 올려다봤다. '살아남았구나'


'그래. 세트라 덕이지'


'세트라' 네페라타는 본인이 들은것을 믿겨지지가 않는듯이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생각을 밀어내었고 다시 아칸에게 물었다. '나가쉬는?'


아칸이 손을 뻗었다. 아칸의 해골만 남은 손가락이 느리게 분해되고 있었다. 네페라타의 눈이 커졌다.


'죽지않는 왕은 사라졌어. 그리고 그의 마법도 함께 사라졌지. 얼마안가 나도 그와 같은 운명을 따르게 될거야. 화신들은 실패했어. 그리고 이 세상은 우리 발밑에서 죽음을 맞이하겠지'


네페라타는 아칸을 올려다봤다. '우리 모두 그와 합류할거야. 이 세상은 끝났어' 네페라타가 말했다. 이사벨라가 훌적였고, 네페라타는 그녀에게 위로의 중얼거림을 보냈다.


'우리의 모든 노력과 모든 고통들....전부 무엇을 위해서였지?'


아칸은 잠시 침묵했다. 그는 네페라타를 내려다봤고, 그녀의 어깨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더 나은 무언가의 기회를 위해서' 아칸이 말했다. 그는 네페라타의 손을 자신의 가슴에 얹었다.


'느껴지나, 네페라타?'


네페라타는 손을 내뺐다. '뭘 느낀다고?'


'마지막 주사위 굴림' 아칸이 말했다.


'마치 도박사처럼 말하는걸' 네페라타가 말했다. 그녀는 이사벨라를 껴안았고 흐느끼는 뱀파이어의 뒤엉킨 머리카락을 잡았다. 핏빛 눈물이 네페라타의 볼 아래로 떨어지며 먼지를 적셨다. 아칸은 그들을 향해 거리에서부터 다가오는 우르릉대는 어둠쪽으로 몸을 돌리기 전에 손을 뻗어 그녀의 눈물을 닦아줬다.


'멸망이 도래했습니다, 나의 여왕이시여. 저는 세상 사이에 있는 텅빈 공간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검은 불꽃을 보았습니다. 나가쉬도 분명 보았겠지요. 불꽃은 이 세상이 남지 않을때까지 조금씩, 조금씩 집어삼킬 것입니다. 우리의 세상, 우리의 역사가 우주의 바람에 휘날리는 먼지로 변할때까지 말이죠. 파멸의 힘들이 남은 찌거기들을 가지고 노는데 싫증이 나면, 그들은 고개를 돌릴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관심을 다른 세상, 다른 시대로 돌릴 것입니다. 마치 우리가 존재라도 하지 않았다는듯이 말이죠'


아칸은 그녀를 바라보지도 않은 채 그의 손을 뻗었다. 네페라타는 아칸의 손을 잡았고, 아칸은 네페라타를 일으켜세웠다. 그녀는 여전히 이사벨라를 붙들고 있었다. 그들 주변에서 도시는 요동쳤고, 거리의 갈라진 틈에선 기묘한 빛이 새어나왔다.


'하지만 공허 속에서, 저는 무언가를 봅니다....빛과 천상의 힘을 지닌 한 인물이 어둠 속을 헤엄치며 우리의 죽음을 헤쳐나가 새로운 세상과 생명의 씨앗을 뿌리고자 합니다'


아칸은 말을 이어갔다. 네페라타는 아칸의 거칠고 갈라진 목소리엔 그녀가 모를 무언가가 채워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었고, 네페라타는 그의 망토 사이로 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발견하였다. 아칸이 네페라타를 바라봤다.


'이런 말을 꺼내는게 이상할테지만, 아직 희망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칸은 자신의 가슴 아래 로브의 검은 손자국(엔탐 1부에서 에버차일드를 제물로 바치는 도중, 에버차일드의 손자국이 남음. 그 과정에서 그때는 몰랐지만 아칸은 지금 이 순간을 보게됨)을 내려다봤다.


'전 그녀가 절 저주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그녀도 최후에는 이리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겁니다. 전 어둠 속에서 작아보이는 한 인물이 보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점점 더 강해질 것이며, 저는 망각이 저를 앗아간다 하더라도 그 자를 도울 생각입니다'


네페라타는 아칸을 바라봤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온갖 질문들이 춤을 췄지만, 그녀는 아무런 말도 꺼낼 수 없었다.


그녀는 그를 장악한 광기로부터 벗어나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녀는 아칸에게 자신의 힘으로 그를 살릴 수 있으며, 함께라면 모든 것의 마지막까지도 버텨낼 수 있을거라고 말하고 싶었다.


허나 이런 말들은 그녀의 혓바닥 위에서 재로 변해버렸다.


아칸은 그녀 쪽으로 완전히 몸을 돌렸다. 아칸은 분해되어가는 그의 손으로 그녀의 턱을 메만졌다.


'도망쳐 네페라타. 어쩌면 당신은 멸망을 앞질러 도망칠 수 있을지도 몰라. 어쩌면 당신은 살아남는데 성공하여 앞으로 오게될 세상에 생명의 씨앗을 품게 만들지도 모르지. 실바니아로 도망쳐. 당신의 백성들에게로 가. 그리고 최후의 순간까지 그들을 이끌어. 그들을 죽음으로, 고대의 사막 신들이 약속했던 새로운 생명으로 이끌어'


'아칸....' 네페라타는 주저했다. 네페라타는 아칸의 손을 잡고 그의 부패한 손에 키스했다. 그리고 뒤로 물러섰다.


'그들을 이끌겠어'


'시간을 최대한 벌어보갰어. 그리 오랫동안은 못버틸테지만, 적어도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것이야. 가, 서둘러'


아칸이 파괴로 몸을 돌리며 말했다. 네페라타는 아무런 말없이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가슴엔 이사벨라가 안겨져 있었다.


그녀의 뒤에서 아칸은 본인 의지만으로 세상의 종말을 막으려는듯이 손을 뻗었다. 자주색 빛이 그의 뼈 사이로 빛을 내며 터져나왔다. 아칸이 지팡이를 들어올림과 동시에 망토가 휘날렸고, 파괴의 마법을 막을법한 모든 마법들이 영창되었다.


어비셜 드레드를 탄 채로 미덴하임을 떠나는 순간, 네페라타는 아칸이 웃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자주색 빛과 하늘을 찢을법한 폭발이 그의 운명을 알렸다.


네페라타는 두 눈을 감으며 그녀가 유일하게 사랑했던 남자를 위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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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탕했던 귀족의 마지막은 누구보다도 엄숙했다


정말 언데드 캐릭터 중에서 아칸이 제일 좋았음



아칸의 글씨체가 다른건 소설에서 네헤카라 출신 캐릭터들의 글씨체는 다르게 나오기 때문임


아칸이 네페라타에게 존댓말 쓰는건 소설에서 갑자기 My queen과 함께 정중함+살짝 홀린듯한 모습 때문에 존댓말로 번역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