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고개를 저으며 둘 사이의 논쟁에 호기심을 띤 여러 시선들로부터 커즈를 돌려 세웠다.


"자네는 잘못 생각하고 있네. 하지만 그 문제는 나중에 따로 만나서 이야기 하도록 하지."


커즈는 거칠게 돈의 손을 뿌리쳤다.


"아니야. 자넨 저들이 우리가 동정심을 보여주면 온순하게 굽히리라 생각하는가? 자비는 약하고 어리석은 자들의 것이지. 그렇게 한다 한들 타락과 더불어 궁극적인 배신만을 불러올 뿐이야. 자비가 아닌, 응징에 대한 공포가 이 행성의 나머지들을 억제할 것이네."


돈이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자네가 남긴 증오는 이 전투를 기억하는 자들이 사라질때까지 대물림되고, 행성은 다시 전화에 휩쓸리겠지. 그런 식으로는 끝이 없네. 이해하지 못하겠는가? 증오는 증오만을 낳을 뿐이고, 제국은 그런 유혈낭자한 기초에서 세워질 수 없네."


커즈가 말했다.


"모든 제국은 유혈 속에서 세워졌지. 다른 요소라 여기는건 참으로 순진한 생각일 뿐이네. 법에 의한 통치는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는 맹목적인 희망으로 이루어지는게 아닐세. 무력으로 강제해야만 순응했던 인간들의 무리를 우린 충분히 보지 않았나?"


"방금 들은 말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군. 커즈, 대체 자네의 마음 속에 무엇이 들어간 건가?"


"돈, 항상 그렇지만도 않네."


커즈는 강대한 황금의 거인에게서 몸을 돌려 성큼 걷고는 아직 살아있는 몇 안 되는 포로들 가운데 한 명을 끌어냈다. 땅에 떨어진 볼터 한 정을 들고 묵직한 총을 포로의 떨리는 손으로 던졌다. 커지가 몸을 굽히며 말했다.


"자, 날 죽여라."


공포에 질린 포로가 고개를 저었다. 중풍에 걸리기리라도 한듯 사지가 떨렸다.


"왜 쏘지 않는거지?"


포로는 뭔가 말하려 했으나 눈 앞의 프라이마크가 내뿜는 공포스러운 존재감에 질려 말을 꺼낼 수 없었다.


"내가 널 죽일까 두려운가?"


포로가 고개를 끄덕이자 커즈는 8군단의 전사들에게 지시했다.


"이 자에게 위해를 가하지 말라.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이 자는 처벌받지 않는다."


커즈는 몸을 돌리고 양 팔을 벌린 채 돈에게 다가가며 포로에게 등을 보였다.


그가 포로에게 등을 보인 바로 그 순간 볼터가 겨눠지며 총성이 울렸다. 폭발성 탄환이 커즈의 갑주에 맞고 튕기며 불똥이 튀었고, 커즈가 몸을 돌려 포로의 얼굴을 주먹으로 강타하자 머리가 터져나갔다. 머리가 사라진 시체가 앞으로 서서히 기울며 무릎부터 땅으로 널브러졌다.


손에서 피와 뼛조각을 흘리는 커즈가 말했다


"방금 보았겠지."


혐오감에 인상을 찌푸린 돈이 반문했다.


"대체 무얼 증명하고 싶은 건가?"


"인간에게 기회가 주어지면 좋지 않은 쪽을 고르게 마련이지. 저자는 자신이 응징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날 쏘지 않았을 것이야. 하지만 자기가 저지른 일의 결과에서 자유롭다고 믿자, 바로 쏘았지."


"전혀 무의미한 행동이었네."


돈의 말에 커즈는 그가 더 이상 말을 잇기 전에 몸을 돌렸으나, 임페리얼 피스트의 프라이마크가 커즈의 팔을 잡았다.


"커즈, 자네의 전사들이 하는 행동을 중단시키고 철수하게. 이건 부탁이 아니라 명령일세. 이 행성을 떠나게. 지금 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