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는 분 계셔서 올리는

불R이 선사하는 댓글 문학 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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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끝나기 전에 무언가를 하고 싶은 필멸자

허나 이룩한 것이 없어 슬픔에 빠진 것을 황제께서 굽어살피사 프라이마크들을 소집하는데...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blacklibrary&no=22871


"...라고 한탄을 하는구나"


황금 옥좌에서부터 근엄한 목소리가 좌중을 지배한다. 열 여덟, 만인으로부터 존경받는 프라이마크들의 시선이 단 한 군데로 몰려 있다. 인류가 발생한 이래 가장 위대한 존재의 입에서 나온 말은 의외였다. "누가 저 자를 위하여 한 해의 마무리를 지어줄 이가 없는가?" 어리둥절. 서로 좌우를 돌아보며 프라이마크들이 웅성 웅성댄다.


"아버지." 가장 앞을 나선 이는 길리먼이었다. 그는 500세계의 울트라마 대군주이며 울트라 마린 군단의 프라이마크였다.


"저희의 지성으론 이해가 되질 않아서 되러 묻게 됨을 용서바랍니다. 왜 우리가, 저 자를 위하여 무언가를 해야 하는 수고를 들어야만 하는 것입니까?"


길리먼의 물음은 정당한 것이오, 좌중의 프라이마크들이 입을 모아 동의하는 바였다. 그 말에 인류의 주인이 빙긋 웃는다.


"짐이 이때까지 행하던 행보와 다른 지시 사항을 이야기하여, 너희들이 의문에 가득하게 만들었구나." 그리고 황제가 덧붙인다.


"짐이 한 사람의 일, 어찌보면 가장 작은 이를 돕기 위해 너희들 보고 그를 도와주라고 말한 사항은, 인류를 위해 희생하는 너희의 대의에 전혀 의미 없음으로 생각하겠지." 황제가 좌중을 흩어본다. 그 눈길은 반신인 프라이마크들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느냐? 장군이자 지휘관. 각 군단의 프라이마크들이며, 짐의 아들들아? 너희가 가진 각 재능을 그를 위해 수고함이 과연 가치가 없다고 느끼느냐?"


그의 말에, '천사'가 앞으로 나서며 무릎을 꿇는다.


"아버지." 금발의 아름다운 남자가, 순백의 날개를 접으며 공손히 그의 아버지 앞에 대답한다.


"저는 아버지의 뜻을 감히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허나 그와는 별개로, 가장 작은 이를 돕는 것이야말로 인류가 이 은하를 지배하고 번성하여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가치 있는 대답이라 생각됩니다." 천사의 고귀함이 고개를 든다.


"왜냐하면, 우리 인류는 작은 것에도 눈길을 돌리고, 가장 없는 것에서조차 가치를 찾아내어 스스로를 광명케 하는 고귀한 존재들이고, 그에 증명하는 길이 될 것이며 이는 더 나아가 우리 프라이마크들과 인류 제국, 더불어 아버지를 영광되게 함이기 때문입니다."


황제는 굳이 천사의 말에 답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이 반달로 휘어졌다.


"그대의 말이 옳다. 천사 생귀니우스. 너의 비단과 같은 말과 빛된 심성은 인류의 모범이로다."


그리고 생귀니우스를 넘어 다른 프라이마크들을 바라본다. "생귀니우스가 하는 말이, 곧 짐의 뜻이니라."


부드럽게 말을 잇는다. "그대들 가운데, 누가 그를 위한 한해를 마무리를 지어줄 참이더냐."


생귀니우스의 고결함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인지 아니면 순진한 그들 심성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내 프라이마크들이 앞다투어 나선다.


"저는 그를 위하여, 수백 세계를 정복해 보이겠습니다" 호루스가 나선다.


"그리고 각 행성마다, 그를 위하여 가장 거대하고, 수백 세대에 걸친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흠집나지 않을 석상을 세울 것입니다." 황제가 인상을 찌푸린다.


"...그건 좀 과하구나. 호루스. 그런 거라면 우상 숭배랑 무엇이 다르겠느냐. 저번에 짐이 로가에게 꾸짖었었던 모카리아의 교훈을 잊었느냐." 호루스가 울상을 지으며 물러났다. 그와 동시에 자신있게 나섰다가 호루스가 물러남과 동시에 재빠르게 물러나는 로가였다. 안 봐도 뻔했다. 호루스와 비슷한 제안을 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분명 황제가 제일 싫어하는 방법일테고.


"그렇다면 그를 위해 가장 완벽하고, 우아한 보석을 세공해서 선물해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은발의 미남자, 불사조 펄그림이 우아하게 허리를 숙이며 황제에게 대답한다.


"희귀한 보석 안에 그 만을 위해 새겨진 이름을 넣으며, 그를 위한 아름다운 세레나데 연주와 초상화를 그려주는 겁니다. 아! 상상만으로도 그가 기뻐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황홀해하는 펄그림 뒤로 페투라보가 이죽거리며 찬물을 끼얹는다.


"그런 쓸데없이 화려하고 실용성이 없는 짓을 왜 하는가, 펄그림. 아무리 봐도 너의 흑심이 가득 들어가 있는 것 같군. 왜? 아버지께서 친히 바라봐 준 존재에게 너도 흥미가 도진 것이냐? 아니면, 괜히 너도 관심을 던져서 너의 그...불순한 '욕구'를 채우기 위함이더냐?" 펄그림이 발끈한다.


"말이 지나치군! 페투라보! 그리고 나의 선물을 그런 식으로 왜곡하는 짓은 그만 두게나!" 리만 러스가 껄껄껄 하고 웃었다.


"여장이나 즐기는 놈의 머리 속에서 나온 생각답군! 그런 거나 생각할 시간에 대성전에 좀 더 공을 들여라 펄그림!" 펄그림이 이죽댄다.


"그렇다면 개양반, 너는 얼마나 대단한 계획을 가지고 있지?" "간단하다." 그의 말 또한 심플했다.


"펜리스 인이라면 모름지기, 선물이라 하면 눈에 봐도 떡하니 풍족하다 못해 넘치는 선물을 줘야하는 법! 난 그가 풍족하다고 눈물을 보일 때까지 한달 내내 먹고 마시기 대회를 열 것이다! " 큼칙한 테이블! 한 입에 베어도 줄줄이 흘러나오는 돼지 고기 육즙! 펜리스의 추위마저 녹여버릴 화끈한 화롯가! 자랑스러운 펜리스인들이 부르는 진군가! 러스의 입에서 나온 말에 마그누스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다.


"딱 야만인다운 발상이군." 뭐가 어쩌고 어째라며 도끼를 집어들어 덤비려는 리만 러스와 이를 제지하는 길리먼과 코락스를 무시하며 마그누스가 황제 앞에 나서서 자신있게 말했다.


"모름지기 가치란 물질적인 넘어선 것이며 이는 지성으로 빚어진 인류가 추구해야할 방향입니다. 아버지, 그렇기에 저는 그를 위하여 세상에 없는 지식을 배울 수 있는 책을 선물해줄 것입니다." 언듯보면 그럴듯한 대답이었지만 황제의 한쪽 눈썹이 찌푸러졌다.


"...그럴듯하다만, 짐이 우려하는 점이 있구나. 그래서 그 책의 제목은 무엇이냐." 그 말에 마그누스가 자랑스레 대답했다. "크툴루 소환서입니다 아버지"


... 조용히 커스토디안 근위대에게 질질 끌려가는 마그누스를 보다가, 좌중을 둘러보며 황제가 한숨을 내쉬었다.


"...짐이 너무 큰 기대를 하였는가. 아니면 그대들의 계획이 너무 거창한 것이었던가. 좀 더 작고....현실적인 선물을 주는 것이 어떻겠느냐." 그러자, 불칸이 앞으로 나섰다.


"그렇다면 아버지시여. 그를 위하여 해머를 선물해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황제가 인상이 찌푸러지기 전 다급히 말을 잇는다.


"물론 필멸자가 한 손에도 들 수 있는 작은 망치 말입니다."


"굳이 그걸 선물해주는 이유가 무엇이더냐" 황제의 의문에 불칸이 대답했다. "손에 쥐어진 작은 망치이지만 그 것은 많은 것을 해낼 수 있습니다. 부수는 것만이 아닌, 바위를 깍아 내려 예술을 만들어낸다거나 어딘가에 박혀 거슬리는 것을 빼낼 수도 있고 혹은 단순히 작은 못을 박아 시계 등을 걸 수 있는 등 많은 것을 해낼 수 있지요. 그를 통해, 비록 너 자신은 작은 존재이지만 네가 가진 가치는 그 크기를 넘어선 것이니, 스스로에 가치를 폄하하지 말고 인류를 위해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는 가치있는 존재임을 명심하며 한해를 마무리 잘 지으라는 의미로 선물하는 것입니다."


비록 작게 '귀쟁이들 머리통도 깨불수 있고 말이죠...'라는 중얼거림을 애써 무시하며 황제가 미소짓는다.


"그럴듯하구나. 좋도다. 그에게 망치를 선물해주도록 하여라. 그리고 불칸. 녹턴의 아들아. 네가 직접 그를 위해 행차하여 선물을 전해주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


그 말에 불칸이 아버지의 명을 기쁘게 받아들일 것이라 말했고, 좌중의 프라이마크들이 박수를 쳐주었다. 비록 자신들이 내민 계획이 채택되지 않음에 약간 불편한 기색이었지만 말이다. 허나 그럼에도 그들은 불칸을 위해 격려의 박수를 쳐주었고 불칸은 그 무시무시한 용모임에도 미소를 지으며 화답해주었다. 다만, 그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어둠 속에 있던 커즈만이 우울한 눈빛으로 불칸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그가 작게 중얼거렸다.


"...불칸 네 놈은 망치마다 텔레포트 하는 기능을 달더구나.."


그리고 그는 음울한 미래를 봄으로써, 알파리우스가 그 필멸자에게 선물할 망치에 무언가의 공작질을 하는...'별로 보고 싶지 않은 미래'를 보았다. 그래도 뭐... 그건 좀 먼 훗 날의 일이니까 뭐... 커즈는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박수쳤다.


짝....짝....짝..... 축복인지 비아냥인지 알 수 없는 커즈의 박수 소리 넘어, 불칸은 미래 일을 모른 채 그저 나름 행복하게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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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악

어디선가 들려온 비명소리. 그 정체는...?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blacklibrary&no=24395


"반드시 복수하겠다..!!!"


피에 맺힌 절규. 깨진 아스트라 밀리타룸 표준 갑주를 걸친 가드맨이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른다. 그나마 소리를 지를 입은 봉인되지 않음은 상대의 유일한 자비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자비도 곧 끝이다. 머리 셋 달린 악마가 낄낄낄대며 가장 하찮은 존재를 향해 비웃는다.


"어리석은 시체-우상의 미련하기 짝이 없는 족속아. 네가 사랑하던 존재, 아끼던 존재들이 불길 속에 정화되어 검은 재로 휘날리는 것을 지켜보아라"


한 때 찬란했던 카디안 연대의 깃발은 불길에 휩싸여 거의 대부분 연소되어 바람에 휘날렸고, 연대장 아니, 연대장'이었던' 저것은 수백 가지 육파편이 되어 여기 저기 흩어졌다. 황제 폐하의 굳건한 의지를 보여주던 커미사르는 그저 그의 상징인 제복모만은 남겨둔 채 그 비극적인 결말만을 암시했을 뿐이었고 웃고 떠들던 그의 형제 자매들은...산을 이루어 악마들을 위한 제물이 되어 불태워지고 있었다. 오직 그, 가드맨 단 한명의 존재만이 악마들로 둘러쌓인 이 곳에 수족이 묶여 그들의 최후를 피눈물 흘리며 지켜볼 뿐이었다.


"으아아악!!!" 그의 절규 어린, 핏빛 어린 목소리에 증오와 분노가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보며 9에 9을 상징하는 변화의 신을 섬기는 대악마는 흥미를 가졌다. "호오..." 볼 것도 없는 필멸자이지만, 그의 영혼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오의 불길은 마치 그의 주인을 대적하는 피와 해골의 존재와도 같았다. 그 모습을 상상하자 짜증과, 흥미로움, 궁금증을 비롯한 온갖 감정들이 악마에게 피어올랐다. 그 감정들은 다채로운, 그러나 불길한 색상들을 띈 채 존재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변화 무쌍한 그 색상들은 변덕과 변화를 상징하는 악마에게 어울리는 오라였다. 세 머리가 동시에 굽어져 필멸자와 높이를 마주했다. 물론 배려가 아닌, 조롱이었다. 허나 변덕스런 그의 주군과 마찬가지로, 그레이트 데몬에게도 심적인 변덕이 일어났다.


"복수 하고 싶으냐"


세 목소리가 동시에, 단 하나의 고음 저음 없이 완벽한 톤으로 하나가 되어 필멸자에게 물어본다. 그 목소리를 듣는 이들은 섬뜩한 공포를 느낄 것이 분명하지만, 오직 증오로 가득한 필멸자의 눈엔 한 마디의 대꾸도 없이 당돌차게 악마를 노려볼 뿐이었다. 아랫 입술을 깨문 채 턱 아래로 핏줄기가 흘러내리는 모양새에 악마는 동의로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내가 복수할 기회를 주도록 하지" 낄낄낄. 셋이자 하나요, 하나이자 셋인 존재가 아홉에 아홉 수인을 한 손으로 맺음과 동시에 반대쪽에 쥔 괴기하게 뒤틀린 마법 지팡이로 쿵쿵하고 바닥을 찍는다. 4미터가 넘는 괴물과 그 키를 넘는 높이의 지팡이가 흙바닥임에도 불구하고 발 밑으로 충분한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악마의 입...이라고 불러도 좋을지 모를 괴상한 부리들에게서 어울리지 않는 제안이 흘러나온다.


"네가 그렇게 복수심을 원하고 있음을 봄으로써 내게 흥미로움을 유발시켰으니 그에 걸맞는 자비로, 친히 나와 '게임'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주마"


금이 가고 불에 탄 흔적으로 뒤덮힌 투구 아래로 섬광이 뿜어져나온다.


"...악마 따위와는 그 어떠한 제안도 듣지 않겠어"


가래 끓는 목소리. 낄낄낄 천박한 웃음 소리. 분노로 소리 지르는 머리 셋이 말한다. "이건 제안 따위가 아니야 어리석은 존재야. 너에겐 선택권이란 게 없단 말이지. 아무렴!" 중얼 중얼 대다가 낄낄 댄다. 양쪽 두 머리가 의미 없는 헛소리들을 지껄이는 동안에도, 가운데 머리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러나 네 그 심기가 맘에 드는군. 아무렴! 아무련 맘에 안들까! 증오와 분노! 증오와 분노! "


악마는 또다시금 그의 주군과 대척점에 있는 존재를 떠올리자 굉장한 불쾌감과 호승심을 느낀다. 그리고, 간악하게도 그 존재를 눈 앞에 있는 나약한 필멸자에 대입한다. 그리고 참으로 젠취 악마다운 계획을 떠올린다. 그는 저 나약한 필멸자에게 '희망'을 빙자한 '고문'을 가할 생각이었다. 저 증오어린 눈빛을 가진 필멸자를 상대로 가지고 논다면, 앞 전에 행해진 피와 해골의 악마들과의 싸움에서 패배한 치욕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겠지! 상상만 해도 짜릿함이 올라오자 나약한 존재를 앞에 둔 그레이트 데몬이 오히려 조급함을 느낀다.


"굳이 할 필요도 없는 일이긴 하지만, 네 놈에게 내가 친히 제안을 하나 하도록 하지. 어때? 흥미가 돋지 않아?" 등 뒤로 온갖 눈이 달린 날개가 촤악 하고 펼쳐진다.


필멸자는 고개를 돌리며 그 존재의 말을 듣지 않으려 했다. 허나 그도 알고 있었다. 그가 제안할...무언가의 '쥐구멍' 탈출구 외엔 다른 방도가 없다는 것을.


"...어떤 제안이냐"


지친 눈빛으로, 필멸자가 악마에게 중얼거리듯 말했지만 악마에겐 청각 정돈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천진난만한 아이와도 같이 악마가 방방 뛴다.


"간단해! 간단하다구! 내가 친히 너의 수준에 맞춰줄 게임이니까 말이야! 아무렴! 그렇고 말고! 낄낄낄!" 그리고 손을 슥 허공을 향해 구백 구십 구에 구백 구십 구로 이루어진 구백 구십 구가지 주문을 새기며 필멸자 귀에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재빠르게 읆는다. 불쾌한 이마테리움의 정제되지 않은 빛이 뿜어져 나옴과 동시에, 인간의 피부로 엮은 계약서가 떠오른다.


"지금 이 시간부로, 너와 나의 운명을 결정 짓는 '끝말 잇기 게임'을 시작하도록 하자. 네 수준에 맞춰준 걸 영광으로 알려무나 낄낄낄"


공포와 고통으로 일그러진 사람들의 얼굴 가죽들이 덕지 덕지 엮인 그 계약서 위로, 젠취의 악마가 펜에 잉크를 묻히고 부드럽게 써내려간다.


"만약 이 게임에서 내가 너에게 패배한다면, 나의 존재는 이 세상에 지워짐과 동시에 네가 사랑했던 사람들을 모조리 다시 되살려주도록 하지"


장난끼 가득한 눈동자에, 살기가 어린다.


"허나 만약 네가 패배한다면, 너는 9가지의 지옥으로 이루어진 미궁으로 끌려가 피와 해골의 신 행세를 하며 영원토록 아홉 악마들의 비웃음 속에 정신병자로써 영원토록 고통 받아야할 것이다." 그 말에 필멸자는 메마른 입에서 헛웃음이 새어나오는 것을 느꼈다.


끝말 잇기라니. 어이가 없군. 무시무시한 악마의 입에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아이들이나 즐기는 게임을 제안한다니. 아이러니함을 느낀 그가 살살 고개를 저었지만 악마는 이를 다른 뜻으로 해석한다.


"어차피 너에겐 거부권 따윈 없다. 거부한다고 한들 너도 저기 타오르는 시체산과 같은 운명을 맞이해야하니까 말이야."


차가운 이성으로 생각해봐도 말도 안되는 게임이었다. 차라리 죽는게 나을 계약서다. 그리고 바보라도 알 수 있을 터이다. 수준에 맞춰준다고 했지 공정한 게임은 아니었다. 젠취의 악마는 필멸자의 상상 이상의 많은 것들을 알고 있는 존재였다. 백명의 현자들이 머리를 맞대로 싸운다 할지라도 상대가 될 수 없는 존재. 나약한 필멸자는 결코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그런 자만심에, 자신의 소멸까지 당당히 넣고서 게임을 '제안'을 빙자로 한 '강요'를 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형제 자매들 따라 그도 죽음을 맞이하는 게 나을 수 있었다. 허나 필멸자는 그 악마의 입과 손가락으로 시체산으로 이루어진 그의 형제 자매들을 가리키며 도발했고 저 아래에서부터 활화산도 같은 무언가가 울컥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네놈이 원하는 것이 나의 영원한 고문이더냐? 네 놈은 날 멍청이 아둔이로 생각할 터임에 분명하고, 실제로도 맞는 말이지. 나는 아는 게 없고 배운 것도 없는 한심한 놈이다." 메마른 입에 물이라도 한 모금 축할 수 있으면 좋으려만. 허나 두 눈빛만은 증오로 타오른다.


"네 놈의 제안을 받아들여주마 빌어먹을 놈아. 나의 영혼을 원한다면, 오냐. 가져갈테면 가져가 봐라. 허나 분명히 알아두는 게 좋을 것이다. 네 놈이 내 영혼에 무슨 짓을 하든, 난 황제 폐하의 빛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낄낄낄낄. 어느새 주변부로 젠취의 악마들이 가득 찼고 그들은 하나같이 가운데 있는 나약한 필멸자를 비웃는다. 머리 셋의 악마는 가소롭다는 듯 한 손을 들어올리며 계약이 성립되었음을 선포한다.


"아직도 황금-시체가 널 가호한다고 생각하느냐. 어리석다. 아둔하다. 미련하다.!"


그리고, 몸은 굽힐 대로 굽히며 필멸자와 눈높이를 다시금 맞춘다. 좋든 싫든 이젠 게임을 시작해야한다. "먼저 시작하도록 하지 낄낄낄."


아아. 신성-테라의 황금 옥좌로 승천하신 분이여! 나약한 이 필멸자를 가호하소서. 세 부리가 천천히 열리며, 그 시작을 알리는 한 단어를 말한다.


"...토탈워."그리고, 메마른 침을 삼키며 필멸자가 조심스레 이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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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진에게 잡혀간 아바돈과 셀레스틴

그들에게 닥친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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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돈은 식음땀을 흘렸다. 방금 전까지 존재했던 시체-황제의 역겨운 존재는 온데 간데 없이 눈 앞에서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마테리움의 비밀이란 파헤치면 파헤칠 수록 많은 것들을 감추고 있기에 그닥 새삼스러울 면은 없다. 강탈자 아바돈. 세상의 폭군. 인류의 대적. 카디아의 종말. 이 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수 많은 수식어가 붙은 존재였건만 눈 앞에 불길한 녹색빛으로 빛나는 고대 제노 앞에선 기이할 정도로 많은 땀이 흘러내렸다. 아스타르테스의 육신으로 이렇게 긴장하는 건 수많은 데몬 프라이마크 군주들 앞에 섰을 때를 제외하곤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아니, 오랜 옛적엔 그랬을 지 모르지만 카오스의 선택을 받아 드라크'니옌을 뽑아 들었을 때부턴 최소한 그런 일은 없었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아바돈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리 없고, 또한 알 필요도 없는 트라진은 그저 기이한 쇳소리를 내며 두 팔이 잘린 아바돈을 바라보았다. 재질을 알 수 없는 기이한 쇳덩이의 공허하고도 녹빛으로 빛나는 두 눈동자는 확신하건데, 웃음 혹은 그와 비스무리한 것에 가까울 것이다.


[흠...아바돈...강탈자.라고 불리는 존재가 네가 맞는 것 같군.] 흥미로운 기색이 역력했다.

인류의 배반자는 두 눈을 부릅 뜨며 화를 낸다.


"말 조심 해라 외계-쓰레기 놈아. 네 놈이 감히 누구 앞에 입을 놀리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입을 놀리는데 좀 더 현명하게 생각할 것이다."


[오-. 하지만 난 혀가 없어서 말이지] 외계인은 전혀 존중해줄 마음이 없어 보였다.


[내 눈앞에 보이는 건 그저 온전치 못함과- 그런 불완전성에서 느껴지는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아, 너는 이해 못하겠군. 아스..뭐시기 하는 개조된 인간아. 내가 너희의 그...구멍을 통해 말하는 언어를 이해하는데 오래 걸려도 이해하려무나. 이해할 머리가 있다면 말이지. 너희 언어는 너무 단순해서 우리의 고상한 언어를 그에 맞춰 번역해주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서] 반진실 반조롱 소리에 아바돈은 으드득 이를 갈았다.


허나 지금으로선 어쩔 수 없다. 그는 두 팔이 잘린 채, 무릎을 꿇고 있는 채였고 그의 마검은 옆에 댕그러니 놓여져 있을 뿐이었으니까. 이 두가지 참혹한 진실 앞에 아바돈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눈 앞에 있는 이 괴상망측한 외계인의 처분 앞에 운명을 맡길 수 밖에.


"네 놈이 뭘 하든 상관 없다. 날 죽이려거든 어서 죽여라. 말다툼 하는 것도 지겹기 그지 없구나!"


사나운 말과 창백한 얼굴 위로 드러난 대반역자의 혐오스런 모습은 과연 파멸스런 힘들의 노예왕다운 기세였다. 인간이든 하찮은 외계인이든 그 기세에 눌려 벌벌 떨 것임을 자명하리라. 허나 트라진은 둘 다 아니었다. 인간은 당연히 아니었고, 하찮은 외계인 또한 아니었다.


[죽여달라고 하니 좋은 생각이 났는데...] 트라진의 말 끝이 살짝 흐려졌다.

뭔지 몰라도 좋은 뜻이 아님을 본능적을 느낀다.


"네 놈 생각 따위 관심 없다" 콧방귀를 뀌는 아바돈이지만 그런 반응에 일절 관심도 없이 그저 두 팔을 괸 채 턱에 손가락을 톡톡 두들기며 무언가를 생각하던 트라진은...갑자기 두 눈 구멍에서 번쩍하였다. 그 모습은 마치...좋은 생각을 떠올린 듯한 모양새다.


[흐음...난 너 같이, 안타깝게도 망가진 '컬렉션'을 보며 그 현장을 재현하지 못함에 매우 애석한 마음을 품고 있지.]


그가 원했던 건, 아바돈과 시체-마녀의 혐오스런 계집과의 대결을 그대로 전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물론 그도 예상 못했다. 그 계집이 아바돈의 두 팔을 잘라버리는 것과, 이 곳에서 존재감마저 사라질 줄은. 깊은 한숨..비스무리한 제스처를 취하며 트라진이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안타깝고, 또 안타까운 일이지... 그런 역사적인 현상을 담지 못한다는 건...정말 안타까운 일이야.] 쯧, 하는 소리와 함께 트라진이 두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빛이 들지 않아 어두운 허공 위로 수 많은 녹색빛을 띈 반딧불이들이 등장했다. 부즈응-하는 소리와 함께 그 것들은 무언가를 들고 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아바돈도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그 것은 부상 입은 카디아 복장의 장군이었다. 아니...'그랬던' 존재였다. 아바돈이 기억하고 있던 그 장군은 언제나 자부심과 근엄한 자신감으로 넘쳐 흐르던 인물이었다. 아바돈 입장에선 그 모습에 역겨움과 증오심을 느꼈기에 아무래도 상관 없었지만...저 비참한 모습은 뭐란 말이냐. 처음에 느꼈던 땀보다 무수히 많은 물줄기가 그의 야자수 머리 아래로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아마 일반 필멸자들조차 이정도로 흘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아바돈은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두 동공이 흔들리고 그의 두 심장이..'공포'로 새차게 뛰어올랐기 때문이었다. 그 원인은...


[그래서 난, 망가진 컬렉션은 나만의 다른 방식으로 전시해두는 편이지...음? 듣고 있나?] 고대 외계인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트라잔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아바돈의 시선이 그의 컬렉션에서 떠나지 못하는 것을 알아채자 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너도 마음에 들어? 물론 내가 컬렉션을 모으며 나름대로 꾸며보는 취향도 좀 가져봤거든. 네가 마음에 들줄 알았다니깐.]


물론 아바돈은 절대 동의하지 않았다. 그럴만도 한게, 눈 앞에 있는 카디아 장군....일전에, '우르사카 E. 크리드'라 불리우던 사내는, 명예롭던 카디아 군복 대신...'메이드복'을 입고 검은 스타킹을 신은 채, '토끼'라 불리우는 생물의 귀를 본딴 머리띠를 한 채 공포스런 표정으로 한 손에 접시를 올려놓고 컵잔을 들어올린 채 포즈를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리드 장군은, 그 공포조차 모를 것같은 사내의 흉악한 얼굴 위로 공포를 띄운 채 굳어 있었지만 아바돈은 알 수 있었다. 저 눈빛은..'자살을 원하는 자가 외치는 단말마'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아바돈은 참혹한 진실을 깨달았다. 저 모습은 이제, 미래의 자신에게 닥칠....'재앙'이었다는 것을.


"차...차라리 날 죽여라!!!" 목청껏, 피가 섞인 단말마로 아바돈이 외친다.


그는 없는 팔을 버둥 버둥 거리며 이 자리에서 도주하기 위해 애를 썼지만 두 다리조차 자유롭지 못한 그는 그저 그 자리에서 허우적댈 뿐이었고 트라잔은 신경조차 쓰지 않은 채 한 쪽 구석에서..옷장 비스무리한 것을 바라보며 흥얼 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마음에 드는 것이 나왔는지 의상을 하나 꺼내들었다. 그것은....분홍빛과 온갖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된...'마법 소녀'옷이었다.


[아, 이건 날개 달린 계집에게 입히려고 했던 건데...]


어쩔 수 없지만 꽤나 어울릴 거라 생각한 트라진은 버둥 버둥 대며 뒤로 물러나는 아바돈을 힐끔 바라보더니 다시금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거짓말같이, 아바돈은 딱하고 굳은 모양새로 멈춰버렸다. 시간이 그대로 정지된 듯 움직이지 못하는 아바돈은 유일하게 굴러가는 두 눈동자로 요리 조리 굴려가며 온갖 험악하고도 애절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트라진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관심도 주지 않은 채 미소 비스무리한...카오스 악신들보다 사악하기 그지 없는 모습을 한 채 그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래 그래, 너도 내가 새롭게 단정해줄 너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아무렴.]

두발짝 세발짝 다가간다. 아바돈의 두눈은...크리드와 똑같은 감정을 담고 있었다. 트라진은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다.


[...컬렉션의 이름을 걸고, '완벽하게' 꾸며줄테니 기대하라고 친구.]


그리고 수많은 반딧불이...흔히들 '스크랩'이라 불리는 작은 로봇들이 강탈자 아바돈의 몸에 달라붙어 그의 저주받은 갑주를 벗겨내는 동안, 트라진은 고개를 슬며시 돌려 그가 떨군 드라크'니옌을 바라본다.


[흐음... 너는 어디에 무슨 용도로 쓰면 좋을까..]


즐거운 고민을 하는 목소리 아래로, 드라크'니옌은 식음땀을 흘렸고 미래에 닥칠 무언가가 그저 감당할 수 있는 것이기를 속으로 수도 없이 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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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시대, 2020년에 황제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의 행보는 과연 어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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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과, 연약한 살덩이를 얼리었던 매서운 추위가 제법 가신 이래 이전 시대에서 가장 위대했고, 현 시대에서 가장 위대한 존재이며 앞으로도 가장 위대한 존재가 될 이는 세상 근엄한 태도로 회색빛 시멘트 왕국 아래로 바삐 돌아 보이지 않는 노역의 노예들을 바라본다. 아, 따스라이 내려오는 햇살 아래 축복받아야할 나날이건만 어딜 그리 바삐 가는지 위대한 예언가인 그조차도 알 수 없으리니. 알 필요도 없었고. 알 이유가 없었기에 그는 근엄히 바라만본다. 꺄르르. 낮고 청량하게 울러퍼지는 소녀들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오전 시간대에 학교란 이름의 감옥을 벗어나 자유인의 날개를 달고 바람에 흩날리는 민들레 홀씨처럼 청아한 흔적만을 남긴 채 아지랑 저지랑 어른이들의 찌푸린 얼굴과 대비되는 순수하고, 티없는 얼굴로 사그라진다.


작고, 연약하여 언제라도 없어질 것만 같은 아기장 아기장 타오르려 애쓰는 다녹은 촛불과도 같았다. '그 사내'의 금안엔 그리 보였다. 그가 바라보는 시선은 뭇 사람들과 다른 시선이니, 범인이 나무를 볼 때에 그는 나무가 이르는 숲을 너머 붉게 타오르는 화산의 분노가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는 자였다. 일순 그러한 것을 깨닫는다는 건 광기와 마주친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정신과 영혼은 가히 견딜 수 없는 처참한 미래였고 백만의 영혼이 고통 속에 아스라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다. 허나, '사내'는 침묵했다. 그래야만 하고, 그럴 수 밖에 없는 시기였기에. 앞으로 닥칠 영혼들의 바다가 현실 세계에 그 공포를 드리울 때가 오면 그는 비로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지니. 허나 사내는 침묵했다. 그래야만 하고. 그럴 수 밖에 없는 시기이기에.


"아저씨 장사해요?" 둥근 안경을 낀 제법 귀여운 소녀가 말을 걸어온다.


그 모습에 황제는 빙긋 웃어보였다. 잘 다려진 검청색 교복. 아래 짧게 자른 치마는 나름 사회적 반항을 일으키려는 듯 귀여운 반항끼였고 검은색 스타킹 아래로 하얀 양발과 인지도 높은 회사 제품의 로고가 박힌 운동화가 제법 잘 어울리는 소녀였다. 16. 아니, 17쯔음 되겠군. 리프컷으로 자른 단발 머리가 어울리는 소녀였다. 하얗고 가느다란 양 손으로 꾸욱하고 가방끈을 꽉 잡아매고 있는 모습은 또래 소년들의 마음에 불을 지필만큼 예쁜 아이였다. 최소한 사회적 통념의 가치로 바라보자면 그러했고 사내는 그런 거에 관심 없는 존재였다. 그럼에도 입가에 피어오르는 미소는 막 장사를 접고 있던 참에 짓는 장사꾼의 접대용 일지는 본인 외엔 모르리라. 그리고, 그는 소녀가 걸어온 질문에 대답 대신 행동으로 표현했다. 제법 날씨가 풀렸다고 하나 여전히 추위가 가시지 않는 세상 위로 무슨 놈의 사람들이 얼음덩이의 이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스스로를 냉기에 휩싸이게 만드는 지 알 도리가 없다. 그가 뚜껑을 열고, 하얀 아이스크림을 퍼다 올리곤 소녀에게 건네준다. 소녀의 피부와도 같은 아이스크림을 집어든 소녀는 두 눈이 동그랗게 떴다.


"와! 아저씨 눈 겁나 신기해!" 꽤나 시끄러운 여자아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요리 조리 고개를 갸웃 거리며 사내를 대놓고 보는 그 불쾌한 힐끔거림과 품평이 그저 귀찮을 뿐이었다. 사내는 막 장사를 접던 참이었기에 이태원 거리에서 행하는 아이스크림 장난질을 안할 요량으로 그냥 소녀에게 주었건만 오히려 재잘거림이 아이스크림을 햛는 혀 위로부터 빠작 빠작하고 그의 귀에 내리꽂았다.


"아저씨 머리카락 안 거슬려요? 겁나 길네 헐. 나보다 겁나 긴데 아저씨. 아 하긴 내 머린 잘랐으니까 뭐. 크크큭. 이렇게 보니 오히려 아저씨 여자 같아 보이는 거 아세요? 겁나 진짜. 근데 아저씨 한국말 할 줄 아세요? 아까부터 말이 없으신데. 한국말 알아 들으라나. 근데 아저씨 원래 눈 원래 그렇게 타고난 거예요?"


재잘 재잘. 재잘


재잘. 재잘 재잘.


시끄러운 게 타고난 계집이다. 고개를 절래 흔들다. "...꽤나 시끄럽구나 소녀야." 그가 입을 열었고, 약간 멍한 표정으로 헤 하고 소녀가 본다.


"뭐야 한국말 잘하잖아. 겁나 대박. 생긴 건 중동 아저씨인데. 한국인이에요?"


"그건 세상에 존재하는 수백 만 가지의 질문 중에 가장 쓸모 없는 것들에 해당되는군. " 그가 한 손으로 휘이 내저으며 그녀에게 축객령을 내린다.


"저리 가거라." 그러나 소녀는, 그가 간이 아이스크림 장사대를 집어넣고 정리가 끝날 때까지 머뭇 거리며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저 주변을 어슬렁 어슬렁. 폰을 꺼내 톡톡하거나 아이스크림을 다 먹어갔다. 마침내, 정리를 끝낸 그가 주변을 돌아볼 요량으로 고개를 들자 마주하는 건 어색한 미소로 손을 살며시 들어 흔드는 소녀의 모습이었다.


"...귀가하지 않느냐. 네 또래 아이들은 집으로 가는데 말이다." 혹은 끼리끼리 놀러가거나. 그리고 굳이 저러는 이유가 왜인지 알 법도 하다.

소녀는 어깨를 으쓱한다.


"같이 놀 친구도 없고, 집에 가면 아무도 없는 걸요."


그런가. 그는 짤막하게 답하곤, 자비라곤 눈꼽도 없는 냉정한 발걸음으로 어딘가로 향하였다. 화들짝 졸래 졸래 쫒아오는 소녀.


"아저씨! 같이 가..." 말을 끝내지 못하고 철푸덕. 넘어진다. 튀어나온 돌부리에 걸린 것이다.

가끔 날림으로 보도 공사를 하는 인부들 덕에 아귀가 맞지 않는 보도블럭이 튀어나와 있곤 하고, 소녀는 재수 없을 뿐이었다. 폰이 깨지고, 소녀의 연약한 무릅에 상처남과 동시에 상의에 덜 먹은 아이스크림이 묻어 소녀에게 비참함을 안겨 주었다. 사슴 같은 눈 위로 그렁 그렁 눈물이 맺히자 마저 길 가려던 '사내'는 한숨과 함께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들고 다가간다.


"뭣하러 쫒아오느냐. 모르는 사람을 쫒아오려고 하다니. 가정 교육도 제대로 못 받았나 보군. 학교에선 이런 것도 안 가르쳐 주더냐."


따끔한 질책. 소녀의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어미 잃은 아기 사슴 모양새에 그는 힐끔대며 지나가는 인파를 제치고 소녀를 제법 한산한 거리의 밴치로 데려다 놓았다. 잠깐의 시간을 양해한 뒤 인근의 편의점에서 밴드와 약품, 같은 스타킹을 사온 그가 자신의 무릅에 난 상처를 치유하는 것을 묵묵히 지켜보는 소녀의 모습은 아까 그 방정맞게 입을 떠든 소녀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밴치 끝에 앉혀두고, 그가 앉는다. 작은 소녀와 큰 중동인. 장발의 사내와 단발의 소녀. 서로 대비되는 모양새가 부조화스럽다. 하늘 위로, 첨단 문명이 만들어낸 날고자 하는 욕망의 강철 새가 긴 꼬리를 만들며 날아가고, 시멘트로 이루어진 사각의 감옥들이 옹기 종기 나름의 규칙 아래 세상과 세상 사이의 차가운 벽을 만들어낸다. 그 세상 속에 갇힌 꼬마 죄수와 어른 죄수


"...그냥...솔직히 왜 아저씨 따라가려고 했는지 모르겠어요."


꼬물 꼬물. 소녀가 입을 연다. 진정된 모양새다. 허나 그는 곁눈질로만 바라본다. 깨진 폰 위로 양 손가락이 맨질 맨질댄다.


"...맨날 친구들한테 잘난년 미친년 취급 받고, 학교에 알려봤자 돌아오는 건 '네가 변해볼 생각은 없는거니'와 같은 헛소리에 바쁘다며 다음에 이야기하자는 엄마 아빠 때문에 그런가봐요." 고개는 여전히 바닥을 향해 있었다. 한숨과 함께 그녀는 안경을 벗는다.


"공부 잘해봤자 의미 없네요. 친구 하나 없고, 학교나 집은 냉대와 무관심이고. 수학은 질문 있으면 답을 해주는데, 이런 인간 관계엔 정답이 보이지 않네요."


애써 씁쓸한 미소를 짓는 얼굴 위로 제법 어른스런 말투가 나온다. 상황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나보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아저씨 보는 순간 초등학교 때 잠깐 다녔던 교회가 생각나요." 소녀가 잠시 회상한다.


"그땐 뭣 모르고 친구 데려오면 라면 파티 한다는 친구 말에 속아 따라갔었는데, 그 때 절 담당하신 분이 예수님과 천국 세상을 이야기 하셨거든요. 음...뭐, 저야 별로 그런 거 관심 없으니 라면 먹고 다신 안 찾아갔지만요." 두 다리가 벤치 아래로 규칙적이고 의미 없는 반 포물선을 그린다.


"...근데 공부하느라 우울하고 친구들한테 따돌림 당하느라 힘든 와중에 아저씨를 봤는데 그 때 들었던 이야기와 겹쳐지는 거 있죠? 되게 신기했어요. 크크크."


소녀가 작게 웃는다. "...이런 말 하면 되게 민망한데, 아저씨 천사 같아요. 교회에서 말하던 아기 예수와 천사님 이야기요."


그럼에도, 그는 대꾸하지 않는다. 그녀가 어떤 경험을 하든, 어떤 이야기를 하든 의미 없는것이기에. 과학과 이성으로 점철되야할 세상에 그런 건 의미 없는 것이다. 그러나 소녀는 별다른 대답을 원했던 게 아닌지 자리에서 톡, 하고 일어났다.


"아까 스토커처럼 따라가려고 했던 거 사과할게요. 그냥...변덕이라 생각하세요. 그리고 새스타킹이랑 약 발라주신 거 고맙구요. 여기 사례비요."

꾸깃 꾸짓한 코묻은 돈이 소녀의 작은 손 아래에서 드러난다. 그 모양새에, 그는 절레 절레 흔들더니 안쪽 주머니에서 하얀 봉투를 꺼내 소녀에게 건넸다. 소녀가 의문에 찬 표정으로 바라본다.


"...액정 깨진 값이다. 그걸로 수리하거라."

화들짝 놀라는 소녀.


"아녀요! 됐어요!" "나에겐 의미 없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두 사람이 옥신 각신 싸운 끝에야, 소녀의 돈을 건네 받고 봉투를 건네 주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고마워요 아저씨." 그가 표정으로 묻자,


"...그냥요! 크크!"


10대 청소년의 마음은 참으로 알다가도 어렵다.

가끔 어른스럽기도, 이유 없는 아이의 생각 없는 철부지 같고, 변덕스런 마음은 참으로 요사스럽다.


"...이름이 무엇이냐." 소녀가 고개를 들어 사내를 바라본다.


"아저씨부터 먼저 알려주세요."


"...나는..."


사내의 이름을 듣고 소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 제 이름은 알리시아 도미니카에요."


ㅡ 주군이시여. 명하신대로.ㅡ


희뿌연 세상이 사라지고, '그'의 정신이 깨어났다. 속박된 옥좌로부터, 끊임없이 고통이 치솟아 오르며 그 절규에 찬 영혼들이 울부짖었고 광기어린 미소로 이마테리움 너머 거대한 어둠들이 그를 향해 호심탐탐 파고들기 위해 끊임없이 맹도는 것을 느낀다. 허나, 수천 년 이래로 그의 정신은 아래를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커스토디안. 만인대. 수천의 영웅과 이름이 새겨진 존재가 여섯 여인들을 데리고 알현 해옴음을 느꼈다. 광기와 잘못된 믿음으로 빗어진 여인들이었다. 없어져야 할 인간의 미신이 빗어낸 종교로부터, 그 짜여진 핏물을 받아 마시는 존재들. 그 역겨운 존재들에, 황제는 입을 열려고 하였다.


하려고 하였다.


그러려고 하였다.


허나 왜인지 머나 먼 과거...인간들의 기억 속에 잊혀진 '2020년'에 있었던 기억의 파편을 떠올린 이유가 무엇일까. 그 때 행했던 아무런 의미 없는 선행이란 이름과, 전혀 기억할 것이라 여기지 않았던 그 쓸모 없는 망각의 메아리 속에서. 황제는 알 수 없었다.


[아저씨 천사 같아요. 교회에서 말하던 아기 예수와 천사님 이야기요.]


희미한 메아리가, 종소리가 울린다. 황제의 정신은 그렇게 느꼈다. 옥좌로부터 흘러나오는 사이킥 파동이 이상함을 감지한 커스토디안이 고개를 든다.


"...주군?"


자신의 발치 아래에서 황제는 수만 가지의 예언과 가능성을 점쳐보았다. 이성적인 존재, 그렇기에 감정적일 수 없었다. 가장 냉철하고 의미 없는 행위를 혐오하는 존재는, 그러나 왜인지 모르게 과거의 소녀를 떠올리며 아주 작은 파문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강대한 정신으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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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그림이 여캐였다면

온갖 컬티스트들이 달려들었을 것이라고 하는데..과연...펄그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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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결과 같은 머리결이, 은은히 부는 바람에 휘날려 둔한 코를 가진 이조차 정신이 멍하게 만들 향수와 함께, 달빛 받아 찬란히 빛난다. 바로크 양식과 케모스 특유의 양식으로 꾸며진 우아한 창문틀에 한쪽 덩이를 걸치고 매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보라빛 갑주 소녀, 창백에 가까운 피부와 매혹적인 붉은 입술을 지닌 이 가녀린 소녀를 둥근 뜬 밤하늘의 달이 마치 자신의 자식인듯 내려다본다. '황제의 자손들', 케모스인 아니, 인류 제국의 신민이라면 이름을 모를 수 없는 존재. 고개를 살짝 치켜든 채, 한 손에 청아하고 깨끗한 와인 잔에 그녀 갑주보다 더 진한 붉인 빛에 가까운 와인을 하늘 하늘 흔들었다.


그녀, '펄그림'이라 불리울 은하에서 네번 째로 아름다운 존재. 그녀보다 뛰어난 미모를 지닌 자는 오직 셋 뿐이니, 한 분은 영원불멸한 인류 제국의 지배자이시오. 한 분은 순백의 날개를 지닌 '천사'였으니. 허나 펄그림은 그 둘에게 질투심을 느끼지 않았다. 분노도 일지 않았다. 그러기엔 너무나도 아름다운 존재들이었으니까. 허나 나머지 하나는, 오직 기계에만 몰두하는 그 남자... 다부지고, 남자다운 미모를 지닌 그 남자는 펄그림이 보기에 다른 의미로 아름다운 존재였다. 땀으로 흠뻑 젖은 이마. 다부진 입술 사이로 새어나오는 굵은 목소리. '육신은 나약하다'는 한 마디로 그녀의 몸을 짜릿하게 감싸는 그 남자..


아아..페러스...너와 나는 피를 나눈 '남매'로 태어났으니..이 어찌 운명의 장난인가...너를 향한 내 마음을, 황제께서 질투하신 것일까. 그런게 아니라면 어찌 너와 나는.... 더 이상 생각을 잇지 못한 채 '펄그림'은 심장 떨릴 가녀린 한숨과 함께, 와인을 입에 가져다대며 케모스의 장인이 심혈을 기울인 작품을 맛본다. 아아. 가히 케모스의 자랑. 허나 이 붉은 와인이 마치 금단을 향한 나의 마음을 조롱하듯 시뻘겋게 비웃음을 짓는 듯 하구나. 입안에 머금은 와인의 진한 향과, 숙성된 과일주의 맛이 혀를 맴돌며 어설픈 위로를 그녀에게 건낸다. 허나, 그럼에도 그녀의 뜨거운 마음은 전혀 진정될 기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아아..페러스.. 너의 핏줄 돋은 그 팔뚝을, 땀으로 흠뻑 젖은 너의 팔뚝 따라 내 손길이 부드러이 쓸고 싶구나. 너의 은빛 손. 너는 경멸할 그 인공적인 양 손조차, 나의 머리결을 갖다대고 그 위에 키스 자국을 남기고 싶구나. 페러스. 페러스. 너를 불러본다. 달빛의 차가운 빛을 통해 너를 상상한다.


펄그림은 꾹 눌린 활화산과 같은 기분을 느꼈다. 폭발할 것만 같은 이 기분을 달래야만 하였다. 그녀의 가녀리지만 절박한 목소리를 통해, 군단원들은 자신들의 '어머니'를 위해 노예들을 데려온다. 일반적인 비천한 천민들과 같은 모습을 지닌 두 존재가 펄그림 앞에 엎드린다. 누덕지고, 지저분하며 평생 닦지 못해 누렇고 시커멓게 섞은 치아를 드러내며 노예들은 그 더러운 입으로 그녀의 미모를 찬양하기 바빴다. 평소라면 거들떠도 보지 않을 것이지만, 펄그림은 비틀린 미소를 짓는다. 천천히, 가녀린 손가락이 그녀의 보라빛 부츠를 벗겨내었고, 이내 그 비밀스런 강철 장막 사이로, 새하얀 발이 드러난다. 펄그림은 두 다리를 꼰 채, 벗은 하얀 발을 그들에게 내밀며 말한다.


"햝아라, 노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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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마린만 보더라도 길리먼은 차기 황제감이다

반박시 이단이라는 글을 쓴 이는...자신도 모르게 엔터키를 누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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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기기까지 했네?" 까지 쓴 이브레인은 순간 화들짝 놀라며, 글을 삭제하려 했다.


허나 그럴 수 없었다. 유동 계정으로 아무렇게나 쓴 비번이었기에 삭제하는 건 불가능했다. 순간적으로 본심이 튀어나와 글 써버렸기에 이브레인은 양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비자크가 손수 깎은 과일 접시를 들고 컴퓨터 앞에 앉은 이브레인 책상 위에 얹어주려다, 귀끝까지 붉게 달아오른 그녀를 힐끔 바라보곤 혀를 끌끌 찼다. 또또 그놈의 길리먼 길리먼. 도대체 그 몬-카이 시체 신이 만들어낸 인형 따위가 뭐가 좋다고 저렇게 난리 피우는 지 모르겠다. 얼마전에도 그러했다. 변명하기로 엘다와 몬-카이의 대 카오스 동맹을 맺기 위한 전략적 구상이라고 하면서 밤 늦도록 책상 앞에서 편지지를 쓰다 구기다 쓰다 구기다를 반복하던 그 한심한 모습. 코모라의 투기장에 워프에 존재하는 그 어떤 사나운 존재보다 더 사나운 얼굴로 수많은 피칠갑을 할 땐 언제고 정작 길리먼 앞 혹은 옆에선 온갖 조신한 척 꽃만 보면 꺄 거리는 그 속에서 올라온 것 같은 모습을 떠올리자 비자크는 웃음의 신 세코라크조차 그녀의 그 양면성 짙은 모습에 감탄할 것이라 생각하며 조용히 볼일만 보고 나가려고 했다.


그러려고 했다. 그녀가 그의 손모가지를 잡기 전까진 말이다.


"비자크."


"왜 그러느냐."


약간의 짜증과, 반쯤 호기심으로 그가 대답하자 이브레인은 뭔가 초조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저기 그...익명으로 쓰긴 했는데 로부가 알아보면 어떻하지? 그 똑똑한 로부라면 알아차리는 건 시간문제일텐데"


로부? 그건 또 뭐야. 비자크는 안면의 모든 피부가운데로 몰리는 걸 느꼈다.


"암만 프라이마크라도 익명으로 글 쓰면 누가 누군지 몰라." 별 거 아니듯 툭 던지는 말에도 안심되지 않는 모양인지 이브레인은 머리카락을 한 손가락으로 베베꼰다.


"...하..하지만 로부라면.."


"아니 뭔 쓸데 없는 걱정이야!" 비자크가 버럭 소리 질렀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이브레인이 바라보자 비자크 심보가 꼬이는 걸 느꼈다.


" 암만 잘나봤자 멍청한 몬카이들의 반신이 똑똑하면 얼마나 똑똑하겠어! 그리고 뭐? 로부? 답지 않게 간드러진 목소리로 다정히 부르는 그 애칭은 뭐야! 너 돌았냐?!"


그 말에 이브레인이 속상하다는 듯 맞받아친다. "로부가 어때서! 그 로그 트레이더년도 우리 로부한테 그 애칭으로 부르는데 나라고 못할 것 없잖아!?"


하...이 년 왜이래. 비자크는 핏줄이 우둑 우두둑 피부 위로 돋아나는 걸 생생히 느끼며 뒤로 넘어가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그래. 뭐 사랑에 빠지는 건 좋다. 엘다라고 뭐 성욕이라던지 사랑이란 건 없는 게 아니니까. 근데 왜 하필 그 대상이 몬-카이냐 이 말이다. 세상에 이 년이 이정도로 미친년일 줄은 미처 몰랐다.


" 어떻게 몬카이 따위와...그런 애칭에..." 아이고 세상에. 제자를 잘못 키워도 단단히 잘못 키웠다. 인니드시여. 내 제자가 어떻게 이런... 그러거나 말거나 이브레인은 그저 걱정스런 눈초림으로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떡하지. 로부라면, 그 똑똑한 남자라면. 내가 쓴 이 글을 알아차릴지도 몰라. 어쩜 좋아 난 몰라. 만약 그가 나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지금 달려오고 있으면 어떡하지. 만약 그가 고백해 온다면 난 어쩜 좋 아. 난 몰라 난 몰라....


이브레인의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과 그 모습을 보며 기어이 넘어간 비자크가 그러고 있는 사이, 인류 제국의 집무실에서 길리먼은 모니터를 바라보며 한참동안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운명의 갑주를 착용한 채, 무시무시한 용모를 드러내며 길리먼은 뿌드득 이를 갈았다. 그는 이글대는 눈빛으로 옆을 휙 돌아보더니 강철 끊어내는 소리로 옆 자리에 앉아 공포에 질린(것으로 보이는) 서비터들에게 자신이 하는 말을 댓글로 달으라 명령했다.


"내가 지금부터 하는 말을 빠짐 없이 댓글로 달아라" 그리고, 크게 숨을 들이쉬더니 그 첫마디를 내뱉었다


"....펄그림이냐"


그 날 길리먼의 분노는 대균열 가장 깊은 곳까지 닿을 기세였다고 전해진다. 그러거나 말거나, 워프에 있던 그의 형제들은 낄낄대며 댓글로 길리먼 이 자식 알바뿌리네 길리먼이 사주하드나라며 신나게 댓글 달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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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k로 가고 싶어하는 필멸자

그 곳에서 피와 해골의 신을 위해 몸을 바치겠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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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꿈꾸던 사내가 있었노라.."


머나 먼 곳, 어느 한 곳에 초첨을 두지 않는 시선으로 인류의 지배자는 운을 띄운다. 그 옆에서, 러스가 고개를 갸웃댄다.


"갑자기 그 말씀을 꺼내신 연유가 뭡니까"


살짝 미소를 지은 황제는 고개를 돌린다. 허나 러스를 바라보지 않는다. 대신 테이블 위에 둔 체스판만을 바라볼 뿐. 흰색 장기들이 검은 장기들을 포위하는 형세에, 황제는 톡톡 손가락으로 목재판을 살짝 두들긴다. 작지만, 선명하게 들리는 그 소리가 은근 신경 쓰였고 그렇기에 화제를 돌릴 겸 그의 없는 인내심을 드러낸다.


"그래서, 그 인간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힐끗 시선을 아래로 던진 후.


"그 소원대로 되었습니까."


허나 황제는 대답하지 않았다. 붉은 천 위로 황금색 실로 아름다이 수놓인 망토를 걸친 사내는 망토가 선보이는 화려함조차 가려지지 않는 평범한 중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허나 러스는 기만에 속지 않는다. 겉모습 같은 게 의미 없는 존재가 바로 자신의 아버지임을, 펜리스에서의 첫만남에서 절실히 깨닫지 않았던가. 러스의 재촉과는 아무런 상관 없는 여유로움과, 느긋한 고심이 황제의 얼굴 위로 뻗어나왔다. 시간의 무게는 물리적인 형태를 취하고 있지 않지만 이 공간 안에 두 사람을 짓누르는 걸 느낀다. 러스는 그 알 수 없는 초조함에도, 황제가 입을 열지 않는 것에 더욱 긴장하는 것을 느낀다. 펜리스의 군주가, 늑대들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가 긴장감이라니! 허나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인류의 지배자는 천지 모르고 까부는 러스마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존재임을 본능적으로 느낀다.


"엘라바 섹터에, 주로 퍼져 사는 랭귀르라는 생물을 아느냐, 러스?"


한참만에 입을 연 황제의 전혀 알 수 없는 질문에 러스는 절레 절레 고개를 흔든다. 제국에 합류한지 오래되지 않아 아직 말카도르에게서 배우고 있는 실정이라 그런 생물이 있는지 알 리 없었다.


"전혀 모르겠습니다." 흠-. 짧은 한숨. 황제는 잠시 고민을 했다.


"그 생물들은, 번식을 위해 암컷에게 자신들의 강함을 어필하는 작은 새 종류다." 러스는 묵묵히 듣기만 했다.


"다른 생물들 같은 경우엔, 자신들의 화려한 깃털이라던지, 둥지를 꾸밈으로써 암컷에게 어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허나 이 작은 생물들은 좀 특별한 편이지." 그가 미소를 짓지만, 왠지 섬뜩하기 그지 없었다. "그들의 번식 다툼은, 마치 인간의 투기장을 보는 것과 같노라."


손을 들어, 소리없는 부드러운 동작으로 체스말을 옮긴다.


"짝짓기 기간에, 가장 많은 수컷의 머리 혹은 장기를 뜯어 암컷에게 바치는 수컷이 가장 건강한 암컷을 취할 수 있노라." 무심한 말과는 달리 내용은 잔인하기 그지 없었다.


"재미있는 점은, 짝짓기 기간에 그런 유혈 사태가 무릇 익게 된다면, 서로의 피향에 취하여 수컷들은 짝짓기라는 본능을 잊어버리고 서로를 잔혹하게 물어뜯고, 쫴고, 부리로 두개골을 박살내고 그러다가 서로를 잡아먹기에 이르게 되지.."


검은 말이, 흰색 말 하나를 잡았다.


"그러다보면 워낙 단순한 지성밖에 존재하지 않는 그 생물들은 결국 암컷이고 자기 새끼이고 아무런 상관 없이 그저 눈에 보이는대로 찢어 죽고 죽이는 처참한 결말을 맞이하노라." 고개를 돌려, 러스를 바라본다. 별 거 아닌 말투로 황제는 담담히 말을 한다.


"그 생물들은 현재, 그 섹터에서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메카니쿰의 생물학자들이 관리하고 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생물이 지닌 공격성이 너무 강해, 기계승들조차 관리하는데 애먹고 있는 실정이지."


자리에서 일어난, 황제는 러스에게 다가가 그의 한쪽 어깨에 부드럽게 손을 올린다. 야만 부족 사회에서 자란 러스의 덩치에 비해 황제는 왜소하기 그지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러스는 자신보다 거대한 전사의 거친 손길이 닿은 것처럼 느껴졌다.


"그 사내의 운명은, 그런 피를 취한 랭귀르라는 생물들과 하등 다를 바 없는 최후를 맞이했다." 툭툭. 두어 번 어깨를 두들긴 후 황제는 러스를 지나친다.


"굳이 차이점이 있다면, 그 사내는 자신 스스로 자해하는 결과로 '존재하지도 않는' 그런 존재에게 스스로의 목을 베어 아무도 바라봐주지 않는 외로운 결말을 맞이했다는 점의 차이겠지." 러스는 뒤돌아보는 대신, 황제가 방금 두었던 체스판 위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흰색 말들이 검은 색 말들을 포위한 형세였다.


"러스. 스페이스 울프 군단의 프라이마크야. 너는 야만인들의 사회에서 자랐고, 잔인하며 무식하게 적의 머리를 취하는 것이야말로 승리로 향하는 길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 존재다."


부드러운 목소리.


"허나 러스. 그런 면들은 전쟁에 있어 그저 다양한 방식에서 접근하는 한가지 방식임을 잊지 말거라. 피를 보는 것. 오직 한가지 목표만을 바라보는 것. 늑대의 사냥 방식은 분명 존중받을만하다." 러스의 시선은 한 곳에 쏠렸다.


검은 말 하나가, 하얀색 말의 왕이 있던 자리에 놓여져 있었다.


"허나 잔혹한 늑대들조차도, 우두머리의 철저한 계략과 지혜로 자신들보다 더 크고 강한 생물들을 사냥한다."


황제는 화려하게 장식된 황금문을 열었다. 그 커다란 크기에 어울리지 않게, 조용히 열린다.


"단순히 피에 취하고, 폭력만을 추구하지 말거라 러스." 손가락을 들어 머리를 두들긴다.


"항상 생각하고, 스스로를 감추고 적을 기만하는 법을 배우거라. 이때까지 배운 것이 피를 취하는 늑대의 방식이었다면, 이제 그 것을 벗어나 스스로 체스판을 움직이는 존재가 되거라."


해골과 피를 취하는 존재는, 그런 지혜를 배우지 못했기에 미련함으로 목숨값을 빼앗긴 것이니. 황제의 발걸음이 멀어지고 그가 사라진 이 후로도 러스의 시선은 체스판을 떠날 줄 몰랐다.


이는 러스와, 황제의 비공식적인 두번째 만남이었고 이 후 러스는 정식으로 스페이스 마린 군단의 지휘권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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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탄은 또 8개 정도 모이면...